늑대인간 - 2 드레스덴 파일즈 2
짐 버처 지음, 박영원 옮김 / 도서출판두드림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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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소설 <해리 포터>에 열광했던 것은 현실과 허구가 교묘하게 뒤섞인 전개가 있었기 때문이다. 해리 포터를 흔히 청바지를 입은 마법사라고 부른다. 언뜻 생각하기에 마법사는 아더왕의 시대에나 등장할 케케묵은 소재 같지만 현실의 팍팍함이 견디기 힘들 때는 그것을 뛰어넘는 누군가를 바라게 된다. 피를 마셔야만 견딜 수 있는 뱀파이어처럼 제약이 있는 것도 아니고 특이한 재능을 가지면 되는 존재가 된다는 것은 꽤 즐거운 일일 것 같다.

하지만 힘에는 책임이 따르기 마련이고 현대 사회에서 실제 마법사로 살아간다는 것은 보기보다 만만한 일은 아닌 듯하다. 예전에 봤던 TV시리즈인 <사브리나>에서도 마녀가 등장했다. 심지어 브래드 피트를 소환까지 하는 소녀 마법사가 등장했지만 그곳에서도 제약이 있었다. 자신이 마녀라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 알아서는 안 되고 마법과 관련한 심판기관이 존재했던 것이다. 해리 포터의 세계도 다르지 않아서 청소년 마법사인 해리 포터는 머글들 틈에서 마법을 쓰면 안 되게 되어 있었다.

이 책의 주인공인 해리 드레스덴의 경우에는 더하다. 그는 성인 마법사이므로 그의 힘을 제한할 자는 없다. 하지만 보호자가 없다는 것은 모든 것을 홀로 처리해야 한다는 말이다. 심지어 그는 예전에 자신을 죽이려고 한 마법사를 죽였다는 이유로 마법사들의 심판 기관인 화이트 평의회에 요주의 인물로 찍혀 있었다. 그가 사람을 마법을 통해서 죽이려고 한다면 그는 즉결처형에 처해 질 터였다. 1권에서는 화이트 평의회 내에서 그를 죽이려고 하는 자가 있는지 해리는 끊임없는 감시에 시달려야 했다.

그 와중에 의뢰를 받는데 그것은 그가 가난하기 때문이다. 마법사와 연금술사가 다르기는 하지만 가난한 마법사라니 당혹스럽기도 했다. 해리 드레스덴은 마법사라기보다 마법을 쓰는 탐정에 가깝다. 그것도 실수도 많고 몸이 성할 날이 흔치 않은 탐정이다. 마법을 쓰는 필립 말로랄까. 기사도 정신에 사로잡혀 있고 선한 의도로 움직이지만 덕분에 인생은 진창에 처박혀 있다. 그나마 입에 풀칠을 하면서 살아보고자 전화번호부에 '마법사'로 광고를 올려 두었지만 마법사를 믿지 않는 현대 사회에서 사기꾼 취급을 받으니 제대로 된 의뢰가 들어올 리가 없다. 그런 마당에 들어온 의뢰니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집세는커녕 끼니도 걱정해야 하는 처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해리의 주 수입원이었던 경찰 카린 머피의 수사 의뢰는 1권에서 그녀를 보호하려고 정보를 숨긴 터라 뚝 끊기고 말았다. 경찰의 동료에서 잠정적 범죄자로 지위가 격하된 것이다. 그런 해리에게 오랜만에 머피가 연락한다. 해리가 정보를 숨긴 터라 머피마저도 내사과에 시달리는 처지가 되었고 오랜 우정은 산산조각 났지만 괴이쩍은 살인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짐승에게 잔인하게 뜯어 먹힌 것으로 보이는 시체는 시카고에서 유명한 악당인 마콘의 보디가드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건에는 마콘을 잡아들이려는 FBI도 연관된다. 그들은 초자연적 사건 수사를 전문으로 하는 머피도 해리도 무시하지만 해리는 오랜 우정을 회복시키기 위해 그리고 도시를 휘젓고 다니는 살인마를 잡기 위해 사건에 뛰어든다. 물론 먹고 살려니 자신의 주 수입원인 머피의 청을 거절할 수 없다는 것도 큰 몫을 했다. 그러나 사건에는 늑대인간이 끼어 있었다. 그것도 위어울프, 헥센늑대, 라이칸슬로프를 비롯한 온갖 늑대무리가 사건을 휘젓고 다니면서 평소 해리가 빠져있던 진창이 도시 안으로 번지는 결과를 낳고 만다. 유능한 마법사지만 마법으로 결코 인간을 해쳐서는 안 되고 무일푼에 고생길만 끝이 없는 마법사 해리 드레스덴의 사건 수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드레스덴 파일즈 2>는 독특한 소설이다. 현대 사회 속에서 마법사가 있고 그 마법사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초자연적 사건을 수사한다는 설정이 그렇다. 하지만 그가 가진 능력에 비해서 닥쳐오는 고난은 크고 결국 살아남기 위해서 발버둥 쳐야 한다는 것이 마법이라고 해서 결코 만능일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오히려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도망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전장으로 뛰어든다. 그럼에도 그가 얻을 수 있는 것은 간신히 밥은 먹고사는 수입원과 사기꾼이라는 조롱이 전부인 경우가 태반이다. 그래서 일까. 해리 포터는 해리가 위기에 빠질 때마다 긴장은 했어도 그가 방학을 맞아 집에 돌아올 때마다 평범한 일상에 안심했었다. 반면 같은 해리라도 해리 드레스덴은 돌아갈 일상이 곧 전장이므로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 마법을 쓰는 필립 말로라면 이런 느낌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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