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는 심리게임 - 인간관계에서 확실하게 주도권을 잡는 법!
울리히 데너.레나테 데너 지음, 안성철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혼자라서 외롭다고 하는 사람이 있지만 가끔은 차라리 외로운게 낫다 싶을 만큼 피곤할 때가 있다. 사람 사이에서 살아간다는 것, 생각보다 쉽지 않다. 피곤해도 웃어야 할 때가 있고 하기 싫은 일에도 발을 들여야 할 때가 있다. 게다가 그렇게 하기 싫은 일에 발을 들이고 나면 시간을 빼앗겼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억지로 떠맡은 일을 하다가 자신의 일조차 밀려버리는 것이다. 더구나 번번이 그런 식을 일을 떠넘기는 사람을 보면 부아가 치민다. 그런데 이 모든 결과가 치밀한 심리게임의 결과물이라면 어떨까. 자신도 모르는 새에 상대가 벌인 심리게임에 휘말려서 하지 않아도 좋을 일을 떠맡는다는 것이다.

심리게임은 사실 의도적으로 행해지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무의식적으로 희생자, 구원자, 공격자의 역할 중에 하나를 맡아서 상대를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조정하는 것이 바로 심리게임이다. 이것은 어린 시절에 습득되는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는 새에 게임을 시작하고 다른 사람의 게임에 휘말린다고 한다. 오히려 참는 것이 어려울 만큼 노련하게 게임을 진행하고 기꺼이 그 게임에 몸을 던진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사람을 교묘히 조정하는 방식으로 원하는 바를 이루었던 사람들은 노련하게 사람을 조정하는 방식을 선택한다. 가련한 희생자를 자처해 상대를 움직였던 사람은 불행한 희생자 역할을,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부모에게 공격적인 반응을 보여 갖고 싶은 것을 얻었다면 공격자 역할을 맡는 식으로 말이다.

한 예로 불가능에 가까운 프로젝트를 누군가에게 떠넘기려는 상사가 있다. 그는 그 프로젝트를 성사시키면 자신이 승진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 하지만 자신의 부하직원들은 전부 다른 일에 치이고 있어서 그 프로젝트를 맡을 만한 여력이 없다. 이제 그는 심리게임을 진행한다. 자신을 낮추어 무력한 희생자로 규정하고 도와줄 기사를 찾는 것이다. 자의식이 불안해서 다른 사람을 도와 그것에서 우월감을 느끼려는 희생양을 점찍는다. 그리고 그 사람만이 그 프로젝트의 적임자고 그것을 맡아달라고, 자신을 '도와'달라고 말한다. 자의식이 약한 사람의 입장에서 타인을 도와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기회를 거절하기란 정말 어렵다.

그는 그 프로젝트를 맡으면 일이 과중하고 실제로 기간 내에 달성하기도 어렵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는 심리게임에 휘말려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다른 일과 병행해보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상사 역시 일을 맡긴 부하직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단지 그가 희생양에 적합해서 일을 떠넘긴 것이지 정말 적임자라서 맡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일의 진행 상황을 체크하려고 말을 거는데 그 말 역시 물 밑 심리게임의 일환이다. 잘 되어가냐는 물음에 부하직원은 퉁명스럽게 반응한다. 당장의 진행상황이나 정보를 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방해하지 말라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기간이 끝난 후에는 당연히 일은 마무리 되어 있지 않다. 아니 거의 진행도 되지 않았다. 상사의 승진 기회는 물거품이 되었고 프로젝트의 결과를 기다리다 지친 고객은 경쟁사로 발길을 돌렸다. 이제 상사는 마음 약해서 희생양이 되었던 부하 직원에게 비난의 말을 쏟아낸다. 자신의 역할을 희생자에서 공격자로 전환한 것이다. 이에 구원자의 역할을 하던 부하직원 역시 약한 자의식이 무너져 내리면서 희생자로 전락한다. 자신은 실패자라고 체념한 것이다. 이것은 직장에서 일어난 심리게임의 예지만 심리게임은 가정, 이웃 심지어 자기 자신 내부에서까지 일어난다.

사람들은 각기 자기가 바라는 바에 따라 심리게임에 나선다. 희생자를 가장해서 자신이 하기 싫은 일을 상대에게 떠넘기기도 하고 많은 사실을 왜곡하고 배우자를 비난해서 참가하기 싫었던 모임에서 발을 빼기도 한다. 또한 무력한 사람들을 더 무력하게 만들고 구원자의 역할에 나섬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계속 인정하게 만들려고 하기도 한다. 사람은 살면서 많은 심리게임에 휘말리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그로 인해 자신이 원하지 않던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점이다. 가끔은 싸우고 난 다음에 그 이유가 한심할 때가 있다. 별 이유도 아닌데 싸우고 감정의 공백을 맛보기도 하고 화해를 하기 위해서 큰 대가를 지불해야 할 때도 있다.

그 모든 것들이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심리게임의 결과물이다. 상대방도 무의식적으로 했다지만 자기도 모르게 휘말렸던 것이다. 때로는 분노해서 상대를 공격하기 위해 기꺼이 뛰어들기도 하고 때로는 다른 사람을 도우면서 우쭐해하기도 했다. 하지만 남은 것은 결국 아무 것도 없다. 시간과 감정을 낭비했다는 허망함만이 있을 뿐이다. 심리게임에 이기는 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심리게임 자체가 누군가 자신의 의도를 숨기고 상대가 휘말리게 하는 것이 목적인만큼 휘말리지 않으면 된다고 한다. 자신이 휘말리게 되는 통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냉정하게 대응하라는 것이다. 그러려면 그것이 어떤 심리게임인지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당장 모든 심리게임을 노련하게 피해갈 수는 없겠지만 다른 사람의 심리게임에 휘말려 꼭두각시 노릇을 하는 것, 이제는 사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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