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속도를 10km 늦출 때 나에게 일어나는 일들
조셉 베일리 지음, 강현주 옮김 / 시아출판사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전에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사랑에 대한 것을 다뤘다. 그 때 나온 이야기가 사랑의 시효가 길어야 3년이라는 것이었다. 불같은 사랑은 호르몬에 의한 것이라 3년이면 사라진다고 한다. 그 이후는 친구같은 사랑이거나 정에 의한 관계라고 한다. 분명 흥미로운 내용이기는 했지만 그 프로그램을 본 기분은 별로 좋지 않았다. 과학이 많은 어두운 곳의 등불이 되어주기는 했지만 사랑이 호르몬에 의한 것이고 그 시효가 3년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은 별로 유쾌하지 않았다. 흥미롭지만 가장 알기 싫은 진실을 알아버린 기분이었다.

그런 면에서 이 책 '사랑의 속도를 10km 늦출 때 나에게 일어나는 일들'은 유쾌했다. 아무도 영원하지 않다고 한 사랑을 영원할 수 있다고 말한 책이기 때문이다. 보통 불같은 사랑도 언젠가는 싸늘하게 식는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왜 그런지는 알 수 없었다. 단지 호르몬 때문이라고 한다면 더 이상 개선의 여지는 없다. 허나 이 책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을 진정한 자아를 통해서가 아니라 습득된 자아를 통해서 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명 콩깍지가 벗겨지고 현실에 눈뜬 것이라고 말하지만 현실이라는 굴절된 시야로 인해서 상대의 진정한 모습을 놓치고 만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든 한참을 만나고 나면 대체로 상대의 단점을 찾게 된다. 그리고 한 때 사랑했던 점들이 가장 거슬리는 점으로 변하거나 사라져버린다고 말한다. 하지만 사랑했던 점들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주변의 편견에 가득찬 말들에 휘둘려 습득된 자아를 통해 보기 때문에 볼 수가 없는 것뿐이라고 한다. 그리고 자신이 가진 대부분의 생각들은 말 그대로 생각일 뿐이라고 한다. 자신의 내부에서 만들어낸 생각 만들어낸 감정이지 상대와 관련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 예로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고 그 사람에게 전화를 하지 않았다. 망설이는 마음에 전화를 하지 않았는데 마찬가지로 상대에게서도 전화가 오지 않았다. 이쯤 되면 한 편의 소설이 머릿속에서 떠오른다. 상대가 자신에게 관심이 없다, 상대는 자신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자신을 싫어할 것이다 같은 온갖 부정적 감정이 머릿속을 휘젓는다고 한다. 하지만 그 중에 실제 사실인 것은 전화를 하지 않았다는 것뿐이라고 한다. 상대가 한참 전화를 하지 않아서 자신에게 화가 났거나 이제 관계를 끊고 싶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은 전부 자신 속에서 만들어진 것뿐이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만들어낸 생각으로 인해 화를 내기도 하고 우울해하기도 한다고 한다. 그래서 객관적 관찰을 권하고 있다.

또한 상대의 말을 제대로 들어주라고 한다. 제대로 들으면 단지 남편과 너무 정서적으로 멀어진 것 같아서 외로운 아내인데 건성으로 들으면 잔소리의 울림으로 들려서 싸우고 싶어진다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들이 다양한 사례와 함께 나와 있어서 그럴 법하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과거의 경험이나 미래에 대한 불안에 시달리느라 현재에 충실하지 못할 때가 많다. 그렇게 되면 많은 것을 놓치게 된다. 먼저 자신의 진정한 감정, 다음으로는 상대의 진정한 모습을 모두 잃게 되는 것이다.

많은 통속극에서 진정한 사랑을 찾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하지만 자신에게 가장 맞는 조각을 찾아 나섰던 깨진 원은 후에야 자신만으로도 완전하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자신의 부족한 것을 모두 메워줄 진정한 짝을 찾아서야 3년의 시효가 달린 호르몬을 이길 재간이 없다. 하지만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고 현실에 집중하며 진정한 상대의 모습을 항시 바라볼 수 있다면 사랑하는 사람과 평생 동안 행복하게 산다는 것도 꿈은 아닐 것 같다. 사랑은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이라는데 달리는 속도가 달라서야 주변의 풍경이 같을 수 없다. 그런 속도를 맞추게 하는 책이라 꽤 의미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뿐만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과의 속도를 맞추는데도 꽤 유용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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