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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다 우울한 밤에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양윤옥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예전에 누군가 사형제도에 대한 의견을 묻는다면 '복수'의 입장에서 답했다. 하지만 요즘 누군가 같은 질문을 한다면 머뭇거리게 될 것이다. 사형은 법원에서 구형하는 최고형량이다. 종신형을 살게 된다 한 들 죽음에 이르게 되는 형벌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사형에 대한 복잡한 심경을 갖게 만든 것은 한 권의 책과 한 편의 드라마였다. 책은 '13계단', 추리소설의 형식으로 진행되지만 주요 인물 중 한 명은 누군가를 죽이고 과실치사로 풀려난 살인자, 다른 한 명은 몇 번의 사형집행을 한 교도관이었다.
거기서 교도관은 자신이 집행한 사형에 대하 말한다. 사형수의 목에 밧줄을 감고 세 명이나 다섯 명이 전부 버튼에 손을 올린다고 한다. 그리고 동시에 누르는데 누가 죄수의 발밑의 발판을 열어 실질적으로 죽게 한 것인지는 모르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말한다. 직감적으로 알게 되어 있다고 말이다. 공무원이 되어 나라가 지시하는 살인을 하게 된 사람이라니 당혹스러웠다. 집행이라고 이름 붙였지만 그것은 살인이라고 말하며 남자는 잠들지 못했다.
반면 드라마에서는 사형을 집행하러 들어간 교도관이 할 일은 그저 주시하는 것이었다. 치사량의 독액이 사형수의 몸에 주입되고 그는 죽었어야 했다. 하지만 죄인은 죽지 않았고 당황한 의사는 두 배의 양을 재주입했다. 그래도 죽지 않았다. 다만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모두가 지켜만 보고 있었다. 그것이 그들의 역할이었던 것이다. 한참을 신음하는 죄수를 보던 교도관 한 명이 참지 못하고 총을 빼든다. 그리고 그를 사살했다. 결과는 교도관은 살인죄로 체포되었다. 사형이 집행되고 있었으나 죽어가기면 할 뿐 숨이 끊어지지 않은 남자의 고통을 덜어주었다는 이유로 말이다.
살인과 사형은 민감한 문제다. 자신의 가족이 죽었는데 그것을 그저 지켜보고 싶은 유가족은 없다. 하지만 이 책 '모든 게 다 우울한 밤에'는 그 부분을 주임으로 나온 남자의 입을 빌어서 지적한다. 나라의 이름으로 죗값을 치르게 하는 것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허나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일이니 만큼 어떤 일에는 사형, 어떤 일에는 종신형인지 분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가족이 울부짖고 언론이 날뛰면 사형, 유가족이 없고 언론에서도 관심이 없으면 사형이 아니라는 식으로 넘어가는 것은 이상하다고 했다. 또한 아동학대는 분명 끔찍한 범죄인데도 피해자 가족이 곧 가해자 가족이라서 그런지 그 일에 대해 성토하는 사람이 거의 없고 형도 가볍게 나온다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살인은 끔찍한 문제고 죄의 대가는 치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책의 주인공으로 나온 '나'도 그런 생각을 버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고아원에서 자라 성실하게 살아오려 했던 주인공의 시각을 따라가다 보면 모든 것이 혼란스럽다. 선과 악의 경계도 불분명해진다. '나'를 다잡아주고 자살을 막아주었던 원장과의 이야기는 안정적이지만 동생같이 생각했던 마시타의 자살 부분과 그가 남긴 노트의 내용을 읽어나가면 그가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한 것에 대해서 할 말이 없어졌다. 치료가 가능했을지도 모르지만 마시타가 강간살인범이 되었을 수도 있었던 것이다.
또한 교도관으로 9년차인 그가 사형집행을 맡아야 할 가능성이나 그를 더욱 혼란스럽게 한 뻔뻔한 죄수의 이야기에 들어가서는 이 책이 '제목 그대로'의 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이어서 그는 살인범 야마이의 이야기를 듣는 처지가 된다. 그가 살인을 했다는 것은 동정의 여지가 없지만 항소도 하지 않으려는 태도는 의문이 남아 있었다. '나'는 어린 시절 자신의 꿈과 현재의 자신, 살인범 야마이를 통해 한 걸음 앞으로 나선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차분하지만 음울한 면이 없지 않았다. 혼란 속에 연민의 감정을 느끼지 않은 것은 아니다. 악이 평범한 만큼 선과 악의 경계가 불분명할 때도 많다. 하지만 인간에 대한 연민을 살인범에게까지 확장하는 것은 어떤 면으로 부담스러웠다. 살인은 인간이 행할 수 있는 최악의 범죄다. 사형제도가 폐지 추세에 들어가고 있는 것은 인도적 차원의 것인지도 모르지만 가해자의 입장보다는 피해자가 더 신경 쓰이는 것이다. 굳이 사형제도의 폐지에 찬성을 던진다면 그것은 혹시 누명을 쓴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법이라는 이름으로 인해 원치 않은 살인자가 되어야 하는 교도관이 있지 않았으면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이 그런 내용임에도 꽤 마음에 들었던 것은 바닥에 도달하면 날아오르는 일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혼란스러운 내용을 담고 있는 만큼 읽으면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고민까지 눌러오는 기분이 들었지만 다 읽고 난 이후에는 혼란스러운 심정도 사형제도에 대한 생각도 정리할 수 있었고 더불어 고민거리도 머릿속에서 털어버릴 수 있었다. 인도적 차원도 좋지만 사형제는 '복수'란 이름 아래에서는 아직 반대할 수 없을 것 같다. 죽은 자는 눈물을 흘릴 육신도 싸늘하게 식어버렸는데 가해자를 가여워하기는 무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