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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인 섹스 - 일하는 뇌와 사랑하는 뇌의 남녀 차이
앤 무어.데이비드 제슬 지음, 곽윤정 옮김 / 북스넛 / 2009년 4월
평점 :
세상에는 똑같은 사람이 세 명 있다는 말이 있다. 전 세계의 인구가 60억이나 되니 도플갱어처럼 닮은 사람이 한 두명쯤 있어도 그리 놀랍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세상에 아무리 많아도 전혀 닮지 않은 둘이 있다. 바로 남자와 여자다. 몸의 골격이야 그렇다치지만 어쩌면 저렇게 다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행동양식도 사고방식도 다르다. 여태까지는 그렇게 다른 것에 대해서 문화적인 것이나 사회구조 상 그런 것으로 생각해왔었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고 한다. 남자와 여자가 다른 것은 뇌와 관련된 문제라는 것이다. 이 책 '브레인 섹스'에서는 남자와 여자의 공통점은 같은 인간이라는 점뿐이라고 한다. 극단적인 말이기는 했지만 공감이 가기도 했다. 오죽하면 남자와 여자를 다른 별 사람으로 설명한 책이 나왔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남자와 여자의 다른 점을 뇌 구조를 통해 설명한다는 점이 특색 있었다. 물론 여태까지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설명한 책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과학적으로 밝히려는 시도가 신선했기 때문이다.
남자와 여자의 뇌는 어떤 면으로는 극단적으로 다르다고 할 수 있다고 한다. 한 예로 공간지각능력을 담당하는 부분에 손상을 입은 남자는 그 분야에서 치명적인 손상을 입었지만 같은 부분을 다친 여자의 경우 별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다. 전에 아인슈타인의 뇌가 특별했던 것은 좌뇌와 우뇌가 보통 사람들에 비해 더 잘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이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이 책에 따르면 남자의 경우에는 좌뇌와 우뇌가 그렇게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니 좌뇌와 우뇌가 유난히 잘 연결된 남자가 희대의 천재일 수밖에 없었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했다. 또한 남자의 뇌는 각 부분이 전문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반면 여자의 뇌는 좌뇌와 우뇌가 잘 연결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언어능력이나 공간지각능력 같은 것이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는 것이다.
덕분에 언어구사능력이 더 뛰어나기도 하고 같은 손상을 입어도 여자는 큰 문제가 없을 수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남자와 여자의 뇌가 다른 대표적인 예로 지도를 보는 것을 들 수 있다. 남자의 경우 공간지각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지도를 들면 그 지형이 머릿속에 그려진다고 한다. 지도를 보고 쉽게 길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허나 여자의 경우 덜 전문화되었지만 보다 통합화된 뇌를 가지고 있어서 공간지각능력 부분에서는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한다. 여성의 경우 지도를 바로 들고 머릿속에 지형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보는 자신에 맞추어 지도를 돌리는 경우가 많다. 반면 언어구사력은 여자 쪽이 훨씬 뛰어나 여성지원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경우 면접을 남녀 나누어 하지 않으면 남성지원자가 약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고 할 정도이다.
비슷하게 생긴 뇌인데 성별이 다르다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큰 차이가 있었다. 이렇듯 다른 뇌가 형성되는 것은 이미 태아시절에 결정된다고 한다. 남자 아기이든 여자 아기이든 관계없이 뇌가 형성되는 6주 간 남성 호르몬에 얼마나 많이 노출되느냐에 따라 남자의 뇌와 여자의 뇌로 변한다는 것이다. 남자아기라도 남성 호르몬에 거의 노출되지 않고 어머니가 당뇨병 치료 같은 문제로 여성 호르몬을 맞으면 여성의 뇌를 가지고 태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여자아기의 경우에도 어머니가 비정상적인 신장을 가지고 있어서 남성 호르몬에 많이 노출되면 남자의 뇌를 가지고 태어나게 된다고 한다.
또한 X염색체가 하나 더 많은 터너 증후군의 경우에는 극단적인 여성성을 보인다고 한다. 자신이 어떤 뇌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드러나는 개성도 능력도 다르다고 말하는 셈이었다. 뇌 구조의 다름으로 구분한 남녀의 차이는 분명 흥미로웠다. 허나 남자 아기가 여자의 뇌를 가지고 태어났다는 부분을 통해 동성애자나 트렌스 젠더에 대해 설명하려고 드는 부분은 약간 성급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많은 것이 밝혀지고 있는 지금에 와서도 인체는 풀리지 않은 비밀 중에 하나다. 인체의 구성물질을 정확히 알고 있다고 해서 인체를 재구성할 수도 생로병사의 비밀을 풀어낼 수도 없다. 하지만 어떨 때 보면 지나치게 달라서 당혹스러운 남녀의 차이를 뇌를 통해 알아본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태아 시절에 여성 호르몬에 과다하게 노출되어 운동을 잘 하지 못하고 내성적인 성격을 가지게 되었다고 여자의 뇌를 가지고 있는 증거라는 부분에서 묘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지도를 잘 읽는 것과 사람을 잘 읽는 것은 분명 큰 차이기는 하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내성적이면 여자, 공격적이면 남자라는 여성성과 남성성의 구분이 정확한 척도가 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같은 지구인이며 인간이라는 것 말고는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남자와 여자는 풀리지 않는 비밀 중에 하나다. 허나 어느 시점에서는 사람들이 궁금해 하지만 알고 싶지 않은 부분일지도 모른다. 사랑의 비밀을 단지 호르몬에 관한 것이라고 말하고 싶어 하지 않듯이 말이다. 허나 적어도 남녀의 차이를 뇌 구조를 통해서 알아보려고 한 점과 남녀가 얼마나 다른가를 생각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가치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