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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 웨이 - 세계는 지금 새로운 리더를 요구한다
달라이 라마, 라우렌드 판 덴 마위젠베르흐 지음, 김승욱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3월
평점 :
인간의 궁극적 목표는 행복해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부를 추구하는 것도 결국은 행복해지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바라는 리더는 자신을 따르는 사람이 행복해지도록 돕는 사람일 것이다. 그렇기에 리더라는 자리는 더 힘든 것인지도 모른다. 성선설을 믿는 사람은 다를 지도 몰라도 인간은 대체로 이기적인 생물이고 최대의 관심사는 자기 자신의 행복이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다른 사람의 행복을 돕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생각을 뒤집어보면 다른 사람이 행복해지는 것이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는 길과 연결되어 있을 지도 모른다. 근시안적 시각을 가진 사람에게는 전혀 다른 이정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이 책 '리더스 웨이'는 진정한 리더란 어떤 것인가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저자는 달라이 라마와 마이젠베르흐라고 한다. 한 명은 세계적 종교 지도자고 한 명은 세계적 경영컨설턴트이다. 두 사람은 리더란 무엇이고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가에 대해 전혀 다른 표현으로 답한다. 허나 그들의 말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의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언뜻 생각하기에 비폭력을 주장해 온 종교 지도자와 자본주의의 핵심 같은 경영 컨설턴트의 접점은 없는 것만 같았다. 두 사람의 만남은 의외의 것이었지만 읽어 나갈수록 논리적인 연쇄 고리가 맞는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람의 목표는 결국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단 첫 장에 들어서면 두 사람은 한 목소리로 말한다. 진정한 리더는 바른 눈을 가지고 바른 일을 행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바르게 보고, 바르게 행하라'는 말은 단순하지만 의미심장한 느낌을 주었다. 어떤 일을 객관적으로 정확히 판단한다는 것은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서는 어렵다.
더구나 감정에 지배되는 뇌는 좋은 일보다 나쁜 일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심지어 자신이 잘못한 일을 반성하는 수준을 넘어 자학의 정도까지 반복하게 될 때가 있다. 그 일을 마음에서 내려놓지 못하는 것이다. 이래서야 바르게 볼 수 있을 리가 없다. 이미 마음의 평정은 사라진지 오래고 판단하는 눈은 멀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달라이 라마는 명상을 통한 마음의 수련을 할 것을 권하고 있다. 이 부분에서 움찔하게 되지만 딱히 복잡한 것은 아니고 복식 호흡이나 산책을 하는 정도의 것이라서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기분 나빴던 일을 가지고 계속 반복해서 떠올리는 것은 자신이 깨뜨린 유리조각을 한 손에 부여잡고 놓지 않는 것과 같다는 표현이 나왔다. 한 손에 잡은 유리 조각을 수시로 꽉 조이니 손에서 피가 흘러나온다는 것이다. 마침 며칠 전에 있었던 기분 나빴던 일이 머리를 스쳐가고 있던 터라 이 비유가 상당히 기억에 남았다. 동시에 그 이미지를 상상해보니 며칠째 붙잡고 있던 일을 마음에서 털어낼 수 있었다. 이렇게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며 칭찬이든 욕설이든 객관적으로 받아들이고 판단해보라고 한다.
누군가에게 공격적인 행동을 당하고 나면 방어적인 반응이 나오기 쉽다. 같이 욕설이 나오거나 혐오의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그런데 관찰 이후에 객관적 판단을 내리라니 당혹스러운 면도 있었다. 그리고 그에 따른 바른 일을 하라고 한다. 당장의 이익을 쫓아서 그릇된 선택을 한다면 반드시 그것이 돌아온다는 것이다. 도덕적 원칙을 세우고 원칙을 관철하라는 조언도 함께 있었다.
'바른 눈과 바른 일'이 리더의 조건으로 일관되게 계속 제시된다. 처음 접했을 때는 당연한 말이라고 생각했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깊이 납득하게 되었다. 사실 바르게 보고 바르게 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가장 어려울 지도 모른다. 또한 바르게 보고 바르게 행한다는 것은 타인의 행복을 배려하는 리더와 맞닿아 있다고 한다. 하기야 바르게 행한다는 것이 선한 일을 하는 것이라고 하니 더욱 그렇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거기에 리더의 첫째 조건은 명석한 두뇌나 좌중을 압도하는 카리스마가 아니라 '겸손'이라고 한다. 겸손한 리더야 말로 상대를 존중하고 상대의 가치에 관심을 가지며 상대가 행복해지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이제껏 생각해보지 못했지만 이상적인 리더라고 할 수 있었다.
시작은 리더란 무엇인가로 이후는 리더가 어떻게 행해야 하며 적절한 리더란 어떤 자인지 사례가 제시 된 것이 흥미를 더했다. 리더란 길을 막고 있는 통나무를 함께 치워보자고 제안하는 사람일 것이다. 단 한 마디지만 바르게 보고 바르게 행할 생각이 없었다면 제안하지 못했을 말이며 상황에 지배당하는 것이 아니라 지배하는 자가 아니라면 꺼내지 못했을 말이기 때문이다. 가난한 조국에서 깨끗한 에너지를 제공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사업가는 세계적 거부가 되었다고 한다. 바르게 보고 바른 일을 행하면 부도 행복도 따라올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렇게 모은 부를 나눌 줄 아는 사람이라면 진정한 리더이며 '바른 눈과 바른 일'이라는 두 가지 리더의 조건을 완벽히 충족시킨 사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