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을 참하라 - 상 - 백성 편에서 본 조선통사 우리역사 진실 찾기 1
백지원 지음 / 진명출판사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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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항상 승자의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패자가 기록을 남기려 해봤자 승자가 그 내용을 뒤집는 역사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결국 전해 내려오는 역사는 항상 승자가 조작한 것일 수밖에 없다. 덕분에 지배층에 대한 것은 미화된다. 기록을 남기고 보존하는 것이 그들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주류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의 인생은 한 줄 글로도 전해지지 않는다. 결국 후세에 사람들은 승자의 역사를 읽거나 승자에 무리에 끼지 못한 사람들의 인생을 추측해보는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이 책 '왕을 참하라'는 기이한 역사서다. 500년간의 조선사를 훑어 내려가고 있지만 저자가 보는 시각은 기존의 역사가 아니라 피지배층에 위치한 사람들의 입장에서 말하고 있는 것이다. 단지 입장을 바꾼 것뿐인데도 많은 내용이 다르다. 기존의 왕조를 합리화했던 안개를 걷어내고 고통 받던 사람의 입장에서 조선사를 들여다본다. 어디까지가 진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상당히 흥미롭기는 하다. 항상 합리화의 대상이었던 왕을 심하게는 '잘 죽었다'는 말까지 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조선의 27대 왕 중에서 명군이라는 이름을 붙여도 되는 왕은 단 두 명 세종과 정조뿐이다. 그리고 밥값을 한 왕은 광해군, 효종, 태종, 세조, 영조이고 많이 봐줘서 죽값을 한 왕은 성종과 숙종이라고 한다. 거기에 요절 등의 이유로 단기 재위한 왕 정종, 문종, 단종, 예종, 인종, 경종, 순종의 7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밥값은커녕 죽값도 못한 무능한 자들이라는 것이다. 조선시대 왕에 대한 독설에 이어 조선에도 독설을 퍼붓는다. 명에 대한 사대주의에 기대고 많은 사람들을 노예처럼 괴롭힌 나라이니 진작 망했어야 한다고 말이다.

이쯤 되면 할 말이 없어졌다. 기존의 딱딱한 역사책은 어디로 가고 독설을 넘어 욕설까지 퍼붓는 역사책인 것이다. 그것도 자신이 말하고 있는 대상인 조선에 대해서 한순간도 망설이지 않고 비난을 퍼붓는다. 그게 다소 부담스러운 면이 없진 않았다. 자식, 며느리, 손자까지 죽였다고 어진 임금이 아니라 잔인한 임금이라며 비난한 인조나 무능한 소인배인 선조에 대해 '잘 죽었다'라고 표현하는 것은 살짝 웃음이 나오기도 했지만 어느 시점을 지나면 욕설이 너무 난무한다는 생각도 없지 않았던 것이다. 문체 자체가 구어체라서 대부분 읽기 편하기도 하지만 그런 점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수렴청정을 하면서 정순왕후나 문정왕후가 문제를 일으킨 것이 맞으니 별로 좋게 보지 않았지만 꼭 나라를 망하게 하는 '암탉' 운운할 때는 거슬렸던 것이다.

또한 양반의 5% 이하였던 조선이었는데 지금에 와서는 너도 나도 양반이라고 나선다는 비난은 수긍이 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인 자신은 흔치 않은 성이므로 양반이라고 말하는 데에 와서는 쓴 웃음이 날 뿐이었다. 굳이 덧붙이지 않아도 좋을 사족이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거기에 책의 날개에 저자의 다른 책 소개가 있는데 본문 안에서 굳이 자신이 쓴 다른 책을 소개하는 부분까지 나오자 머리가 다 아파졌다.

이런 거슬리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이 책 '왕을 참하라'는 매우 재미있는 역사서 였다. 일단 술술 읽히는 데다가 많은 사람들이 명군이라고 해서 더 관심을 가지게 되는 세종과 정조에 대해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다. 그런데 그 내용이 또 일반과 다르게 세종은 드라마에 나오는 배우처럼 날씬한 사람이 아니라 고기만 좋아하고 운동을 하지 않아서 뚱뚱한 사람이라는 설명이 나와서 이색적이었다. 세종은 책을 매우 좋아해서 눈에 문제가 올 정도였다는 말도 추가 되어 있었다. 물론 많이 알려진 업적에 대한 풍부한 설명도 이어져 있었고 정조가 그나마 두 번째로 명군인 까닭을 서얼에게 기회를 주었기 때문이라는 말과 자세한 설명이 붙어져 있는 점이 좋았다.

하지만 정조가 장비처럼 우락부락한 인상이었고 활을 매우 잘 쏴서 50발을 쐈을 때 49발을 맞힌 적도 있다는 것은 몰랐던 부분이라 더 재미있게 읽었다. 심지어 못 맞힌 한 발은 신하들을 위해서 일부러 그리 한 것이라는 설명도 있었다. 그리고 북벌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왕으로만 생각했던 효종에 대한 후한 평가도 그렇고 광해군과 연산군이 왜 쫓겨나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자세한 점이 좋았다.

조선의 역사를 전부 살펴보는 책이니 27명의 왕을 전부 하나하나 재조명한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먼저 조선에 대한 비판으로 시작해서 27명의 왕의 잘한 점과 못한 점을 지적한다는 게 신선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비어나 속어는 자제해주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남기는 하지만 비판적 시선으로 읽어낸 조선 역사라는 점이 특이하게는 했다. 비판적 시선으로 다시 읽어낸 조선 역사 '왕을 참하라' 재미있게 읽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조선 시대에 태어나지 않은 것이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아마도 5%에 들어갔을 확률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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