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유쾌한 목사님의 즐거운 유머
오카와 쓰구미치 지음, 최선임 옮김 / 지식여행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어느 여름 공중전화에서 차례를 기다리다 앞 사람이 통화를 길게 한다는 이유로 사람을 죽인 사건이 있었다. 그 날은 매우 덥고 습해서 불쾌지수가 높은 날이기는 했을 것이다. 하지만 단지 통화를 길게 해서 자신이 오래 기다렸다는 이유로 사람을 죽였다는 것에 대해서 꽤 충격을 받은 기억이 난다. 지금에야 개인용 휴대전화가 널리 보급되어서 공중전화조차도 찾기 어려운 때가 많은 터라 그런 이유로 시비가 붙을 일이 없기는 하다. 허나 사소한 이유로 사람을 죽이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는 자체가 사람의 마음에 여유가 없어졌다는 증거란 생각이 든다. 작은 일에도 즐겁게 웃던 시절은 지나가고 옷깃만 스쳐도 살인날 더위라는 말이 농담이 아닌 시대에 살게 된 것이다.
그래서 전에는 없던 스트레스 클리닉이 생겨나고 정신의 건강이 중요시되기 시작했다. 일정 수준의 스트레스는 누구나 받고 산다고 하는데 적절한 스트레스는 대부분의 사람에게 활력이 된다고 한다. 문제는 일정 수준을 넘어선 경우가 되면 고무줄이 끊어지는 것 마냥 정신적 이상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하기야 스트레스 수치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병에 걸릴 확률도 늘어난다고 한다. 정신이 몸을 지배하는 것이다.
지나친 정신적 압박을 받아서 정신의 문제가 생긴다하니 사람들은 대책을 생각해냈다. 미리 미리 풀어내면 된다는 것이다. 가벼운 일이라도 웃을 거리를 만들어내면 된다는 것이다. 사실 문제의 심각성으로 봐서는 가벼운 대안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없지 않았다. 각박하고 여유가 없어진 사람들에게 웃으면 행복해질 것이라고 말한다니 묘한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게 크게 틀린 말도 아닌 것이 억지로 웃어도 뇌에서는 웃었다고 생각해서 엔돌핀이 돌고, 실제로 화가 풀린 게 아니어서 화해를 하지 않아도 억지로 화해를 하게하고 악수를 하면 화해를 한 것으로 뇌에서 인지를 한다는 것이다.
덕분에 크게 중요시 되지 않았던 웃음에 대한 부분이 많이 중요시 되었다. 이 책 '유쾌한 목사님의 즐거운 유머'도 그런 맥락에서 읽으면 될 것 같다. 일본에서 유명한 목사인 저자는 설교를 할 때 매번 재미있는 이야기를 한다고 한다. 종교를 믿는 일정 이유 중 하나가 마음의 부담을 덜어주고 기댈 곳을 준다는 것을 생각하면 크게 틀린 선택도 아닌 것 같다. 신자들은 농담에 웃다보면 마음의 여유도 찾을 수 있고 일단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면 듣는 사람의 주의를 집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목사님이 낸 책이라 종교색이 짙기는 하지만 설교보다 유쾌하게 웃을 수 있는 이야기를 모아 둔 터라 가볍게 읽기는 좋았다. 이백 페이지도 되지 않는 책의 분량 탓도 있었지만 말이다. 책에서 인상적인 이야기 하나를 소개하면 이렇다. 세 살이 된 어린 아이가 엄마와 함께 슈퍼마켓에 갔다고 한다. 그 아이는 초콜릿 칩 쿠키를 매우 좋아했는데 아이의 엄마는 슈퍼에 도착하기 전에 미리 아이에게 일러뒀다. 오늘은 초콜릿 칩 쿠키를 사줄 생각이 없으니 떼쓰지 말라는 것이었다. 아이도 알아들은 것 같았지만 아이는 아이인지라 막상 초콜릿 칩 쿠키를 보고나니 그것이 너무 먹고 싶어서 막무가내로 엄마에게 떼를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엄마는 이미 마음을 단단히 먹은 터라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계산대에 이른 두 모자는 줄을 서게 되었는데 이게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 꼬마는 카트에서 몸을 내밀고 이렇게 외쳤다고 한다. '여러분,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부탁합니다. 초콜릿 칩 쿠키 좀 사주세요!'라고 말이다. 주변의 사람들 대부분은 웃음을 터뜨렸고 일부는 박수도 쳤다고 한다. 그리고 엄마와 세 살 난 아이는 집에 돌아갈 때 초콜릿 칩 쿠키 스물 세 상자를 들고 돌아갔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미국에서 실제로 일어난 이야기였다고 한다. 아이의 기지가 놀랍기도 했고 기분 좋게 웃을 수 있는 이야기인터라 더 마음에 들었다.
이 책에서 웃음에 대해 이렇게 말하는 부분이 있다. 웃는다는 것은 자아의 일시적 붕괴 현상이라는 것이다. 잠시 자신에게서 벗어나 기분 좋게 웃을 수 있다면 마음의 긴장도 조금씩은 풀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웃음에 대한 정의가 기발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말이다. 어느 광고에서 사람이 일생 동안 웃는 시간을 말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 시간이 너무 적어서 당혹스러웠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시간을 조금이나마 늘릴 수 있었던 것 같다. 기분 좋게 웃을 수 있었던 '유쾌한 목사님의 즐거운 유머' 편하게 읽을 수 있던 것이 좋았다. 읽다 보니 초콜릿 칩 쿠키가 먹고 싶은 반작용이 남았던 것을 뺀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