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델피누스 - 아틀란티스의 돌고래 인간
마를리제 아롤드 지음, 김태성 옮김 / 지양어린이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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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것이라고는 있을 수 없다. 시간이라는 거대한 장벽의 앞에서는 모든 것이 변한다. 방금 봤던 것도 시간이 흐르고 난 이후에는 방금 보았던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없다. 하물며 생물인 사람은 계속 변해간다. 사람만큼 잘 변하는 생물도 변하지 않는 생물도 없는 셈이다. 사람의 외양은 시간의 앞에 변해가지만 그 내면은 그다지 변하지 않는다. 변화는 누구에게나 찾아오는데 사람이 어른이 되었다는 자각은 자신의 성격은 변화가 없지만 자신의 예전 행동이 유치했었다는 것을 인식하는데에서 시작된다.

그런데 이런 일반적 변화가 아니라 전혀 다른 변화에 직면하게 된 소년과 소녀가 있었다. 바다를 사랑하는 소녀 세일라와 계속하여 쫓기듯 이사를 다니는 소년 마리오는 서로 전혀 모르는 사이였다. 둘은 어느 날 바다에서 만난다. 그것도 돌고래로 변신한 상태에서 말이다. 은유적 의미가 아니라 말 그대로 돌고래로 변신한 소년과 소녀는 만난다. 장차 아버지와 언니가 될 지도 모르는 사람들과 여행에 온 세일라는 생일 전 날 혼자 바다로 향한다.

그녀는 바다를 너무나 좋아했지만 새로 식구가 될 사람들은 그 점을 거의 배려하지 않았다. 세일라는 속이 상하기도 했고 바다에 가서 마음껏 수영을 하고 싶은 마음에 밤에 살짝 숙소에서 빠져나온다. 행복하게 수영을 즐기고 있던 세일라는 자신도 모르는 새에 돌고래에 둘러싸인다. 행복감이 극에 달한 세일라는 소중히 간직하고 있던 엽서의 문구를 외친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글이 아니라 사람에서 돌고래로 변신하는 마법의 말이었다.

자신이 돌고래로 변했다는 사실에는 거부감이 없던 세일라였지만 사람으로 돌아가지 못한다면 그것은 자신의 유일한 가족인 어머니와의 이별을 뜻했다. 그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른 순간 세일라는 허둥거린다. 그 순간 세일라는 문구의 뒷부분이 떠오른다. 아마도 그녀를 돌고래에서 다시 인간으로 변신시켜줄 주문이었다. 주문을 외치자 세일라는 불쾌한 기분과 함께 다시 인간의 몸으로 돌아온다. 다만 사라졌던 다리가 다시 생겨났지만 과도한 에너지를 소비한 탓인지 손가락 하나도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지쳐버렸다. 다행히 해안가에 있는 자신을 발견했으나 그 중간과정은 잘 생각나지 않았다.

다음날인 생일, 세일라는 자신의 변신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한다. 실종된 아버지가 남긴 엽서에 쓰여 있던 말이 어째서 사람을 돌고래로 변하게 하는 주문이 된 것인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자신이 겪은 일이 혹시 꿈이 아니었을까 의심한 세일라는 다시 한 번의 변신을 시도한다. 한적한 해변에서 돌고래로 변신한 세일라는 자신의 변신이 결코 꿈이 아니고 현실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또한 다른 사람들이 결코 이해하지 못할 일이라는 것도 말이다.

그런 생각에 빠져 있던 세일라는 도와달라는 외침을 듣는다. 돌고래로 변해있는 세일라의 청력은 비약적으로 향상되어 있었고 먼 곳에서 누군가가 도와달라는 말을 하는 것도 들을 수 있었던 것이다. 세일라가 그 외침에 즉각 응해서 소리가 있는 곳으로 가보니 끔찍한 덫에 걸려서 죽기 직전인 돌고래가 한 마리 있었다. 세일라는 덫을 간신히 풀어서 돌고래를 구해낸다. 허나 돌고래는 숨을 쉬지 않고 있었다. 영겁 같은 시간이 흐른 후 돌고래는 숨을 쉬기 시작한다. 그리고 소년으로 변한다. 기겁한 세일라는 소년을 해변가로 데려간다. 하지만 그 일에 지나치게 몰두한 나머지 해안에 너무 깊숙이 들어왔고 나갈 수 없게 되어 버린다. 세일라는 별 수 없이 자신의 몸도 다시 사람으로 되돌린다.

우연한 사고 끝에 만나게 된 소년과 소녀는 짧은 대화를 나눈다. 어머니도 돌고래로 변신한다는 소년은 예전에 자신이 '바다산책자'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소녀가 궁금해 하는 것에 대해 대답해준다. 마리오라고 자신을 밝힌 소년과의 만남은 그렇게 끝이 나는 것 같았지만 어느 밤 소년은 소녀를 찾아온다. 바다산책자만을 공격하는 정체불명의 공격자를 피해서 소년과 소년의 어머니는 도망을 다녔었는데 어머니가 끝내 잡혀 갔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소년이 알고 있는 바다산책자가 소녀 밖에 없기에 도움을 청하기 위해 찾아왔다는 것이었다.

세일라는 자신의 아버지 역시 같은 방식으로 실종되었음을 깨닫고 마리오를 돕기로 결정한다. 마리오를 돕는다면 오래 전에 사라진 아버지의 행방을 알 수 있을지도 몰랐던 것이다. 이때부터 소년과 소녀의 본격적 모험이 시작된다. 자신의 혈육을 되찾기 위한 모험의 대가는 그들의 목숨이었다. 자신의 목숨과 혈육의 목숨을 건 모험이 전 세계에 걸쳐서 펼쳐진다. 돌고래로 변하는 소년, 소녀라는 소재가 이색적이기도 했지만 우연히 자신의 변신을 깨닫게 된 소녀가 예전부터 위험에 직면해 있던 소년을 만나고 풀지 못했던 미스터리를 풀어낸다는 전개가 마음에 들었다. 조각을 맞추듯이 하나하나 쌓아가는 과정도 좋았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도 신선했다. 돌고래로 변하는 아틀란티스의 후예들의 이야기 '호모델피누스' 재밌게 읽었다. 예상치 못했던 결말이 더 마음에 남았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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