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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퍼즐
기모토 신지 지음, 송희진 옮김 / 지식여행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언젠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원리는 어느 누군가가 치밀한 증명 끝에 자신의 가설을 검증해냈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 되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지금이야 1+1=2 라는 공식이 당연한 것이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생각하는 어떤 것을 당연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수많은 실험과 연구를 거듭한다. 명성이라는 대가가 있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저 자신의 지식욕을 채우기 위한 행동이다.
그런데 당연한 사실인데도 검증이 되지 않은 것이 있다. 바로 우주 창조의 비밀이다. 우주가 무(無)에서 태어났다는 것은 거의 기정 사실처럼 되어 있지만 검증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이 책 '신의 퍼즐'에서는 바로 그 우주 창조의 비밀을 풀어보려고 하고 있다. 아인슈타인조차도 풀어내지 못했던 신의 퍼즐에 도전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유명한 과학자라거나 사명을 가지고 도전했다는 것은 아니다.
그 시작은 간단했다. 이제 졸업반이 된 와타누키는 물리학을 공부하고 있지만 성적은 그리 좋지 못했다.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필수과목을 하나 낙제해서 재수강을 해야 했을 뿐만 아니라 졸업논문이 통과될 수 있을지도 불안한 상황이었다. 그 와중에 연구수업을 듣게 되었고 가능한 담당교수에게 잘 보여서 조금이라도 가산점을 얻어야 했다.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지만 그것은 정말 용돈벌이용이었고 아직 취직할 곳도 내정되지 않은 상태인 와타누키는 자신이 한심하기는 했지만 특별한 길이 보이지는 않았다.
자신이 마음에 두고 있는 여학생인 호즈미의 관심을 끌고 싶지만 자신은 외모도 성격도 성적도 눈에 띄는 편이 아닌 터라 그의 마음이 전해질 가망성도 낮았다. 어쨌든 학점은 이수해야 하고 졸업논문도 통과해야 해서 들어간 연구수업에서 그의 담당교수는 그에게 한 가지 부탁을 한다. 학교에서 유명한 천재 소녀와 친구가 되어 달라는 것이었다. 그녀의 이름은 호미즈 사라카, 올해로 열여섯 살이지만 세상에도 이름을 날리고 있는 천재였다. 현재 학교에서 짓고 있는 연구시설인 무한의 관계자이기도 했고 탄생도 보통 사람들과 달랐기에 태어난 순간부터 주목을 받아왔다고 했다.
아이지만 어른도 따라가지 못할 두뇌의 소유자라는 것도 화젯거리가 되었지만 가장 주변의 주목을 끌게 되었던 점은 그녀의 어머니가 의도적으로 그녀를 가졌다는 점이었다. 호미즈 사라카의 어머니는 천재인 아이를 갖고 싶다는 마음으로 우수한 정자를 샀고 모든 확률의 검사를 다 받아 그녀를 낳았다는 것이다. 그녀의 의도대로 호미즈 사라카는 천재였고 물리학적 재능이 매우 뛰어났다. 거기에 외모도 훌륭했기에 쓸데없는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열여섯 살 지능은 어른 이상일지 모르지만 그녀의 정신적 안정은 그렇지 못했다. 친한 친구도 없고 신선한 발상을 해내는 창의력 쪽은 다소 떨어지는 것 같았다. 주변과 쉽게 어울리지 못하고 이제는 학교에도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초 학교에서는 화제가 되는 천재소녀를 붙잡은 것은 좋았지만 점점 그녀가 처치곤란인 문젯거리로 변해갔던 것이다. 그녀의 능력은 뛰어났지만 연구시설 무한이 과연 실제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인지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늘어났으며 호미즈 사라카는 그녀대로 사람과의 관계 속에 상처받아서 학교를 기피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화제가 된 천재소녀에 대한 여론이 이제 부정적인 것으로 변했다고 해도 그녀가 학교를 그만둔다면 그것 역시 학교의 이미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남길 것이 자명했다. 어디까지나 호미즈 사라카가 천재인 것은 분명하니 적당히 학교를 다니다가 졸업해주었으면 하는 것이 학교 측의 본심이었던 것이다.
이 상황에서 졸업반인 와타누키는 본의 아니게 그녀를 만나러 간다. 첫 만남에서 호미즈는 그를 일방적으로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 같았지만 의외로 대화에는 성실하게 임했고 서로에 대한 첫 인상은 그렇게까지 나쁘지는 않았다. 결코 좋지도 않았지만 말이다. 와타누키는 호미즈에게 연구수업에 나오라고 제의하지만 수준이 맞지 않는 사람과 연구할 과제 같은 것은 없다며 단박에 거절당한다. 호미즈가 와타누키가 모르는 것이나 과제로 떠올릴 만한 것은 자신은 전부 알고 있다고 말한 것이다. 와타누키는 일단은 물러났지만 우연히 만난 청강생 할아버지와 함께 호미즈를 다시 방문한다.
할아버지는 한 가지 의문을 품고 있었는데 우주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하는 것이었다. 무에서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거대한 우주가 아무 것도 없는 무에서 태어났다는 것을 납득하기도 힘들고 이에 대해 단언하는 학자만 있을 뿐 검증하는 학자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무에서 태어났다면 인간의 힘으로 만들 수는 없냐는 것이었다. 이 근원적인 질문에 호미즈는 쉽게 답을 하지 못한다. 그리고 다음 연구수업에 나타난 호미즈는 우주 창조의 비밀을 푸는 것은 연구과제로 하자고 제의한다. 사람들은 우주를 만들 수 있다는 측과 만들 수 없다는 측으로 나누어지고 와타누키는 할 수 없이 호미즈와 팀을 이루어 신의 퍼즐에 도전한다.
우주가 무에서 탄생했다고 하지만 사람의 손으로 우주를 만들어 보이겠다니 독특한 설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알 수 없는 어떤 것을 확실히 검증하는 것이 과학적 사고방식이기는 하지만 쉽게 실험하고 검증하기에는 다소 거대한 주제였던 것이다. 가장 근원적이기는 하지만 어떤 의미로는 가장 신비로운 신의 퍼즐을 물리학을 통해서 풀어나간다는 설정이 신선했다. 하지만 물리학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읽어나가기는 다소 버거웠다. 허나 호미즈의 성장소설 같이 느껴지기도 했고 천재소녀의 성장과 우주창조의 비밀, 그 상태를 지켜보는 사람인 동시에 같이 성장해나가는 와타누키의 이야기가 맞물리는 것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 아무도 감히 풀어내지 못했던 우주 창조의 비밀 '신의 퍼즐' 인상 깊게 읽었다. 끝까지 다 읽느라 머리가 아프기는 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