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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인리히 법칙
김민주 지음 / 토네이도 / 200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은 하루에도 수많은 실수를 하면서 살아간다. 그 실수가 한참이 지나도 기억에 남을 만한 것일 수도 있고 아차하고 지나갈 수 있는 작은 것이 있을 뿐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실수를 지나치게 과장하고 자신을 자책하기도 하지만 같은 실수를 반복하기도 한다. 그 실수란 것이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횡단보도를 건너다 넘어지고 말았다는 수준의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실수를 다른 면으로 보면 어떨까. 단 한 번, 단 한 명이 그 지점에서 자기 다리에 걸려서 넘어진 것이라면 그 사람 자신이 약간 아프고 창피한 정도에서 끝이 난다. 그런데 그 지점의 바닥이 유독 다른 부분과 높낮이가 맞지 않아서 거기에서 넘어지는 사람이 많다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몇 가지 더 해서 그 횡단보도에 지나가는 사람이 아주 많고 바쁜 아침이라 뛰어가던 사람이 잘 넘어지는 지점이라면 사람들이 일으키는 실수의 양은 늘어난다. 이쯤에서 멈춘다면 그것은 작은 실수일지도 모르지만 어느 날 그 횡단보도의 신호등이 고장 나거나 과속을 하던 차가 횡당보도에서 미처 서지 못했고 그 순간에 횡단보도를 건너던 사람이 넘어졌다면 그것은 큰 사고가 되고 만다.
이 책 '하인리히 법칙'에서는 바로 그런 일을 다루고 있다. 하나하나를 보면 작은 실수일수도 있지만 그런 실수가 반복되다보면 재앙이 된다는 것이다. 은근히 나비효과가 떠오르는 법칙이었다. 아주 먼 곳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태풍이 될 수도 있다면 영업장의 수많은 실수가 큰 사고로 번지지 말라는 법은 없다. 하인리히 법칙을 간략히 설명하면 이렇다. 하나의 거대한 재앙이라고 부를 정도의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29번의 작은 재해가 있었으며 그 29번의 작은 재해가 있기 전에는 300번의 작은 실수가 있었다는 것이다. 도미노처럼 번지는 이런 실수들을 막지 못했기 때문에 끝내는 거대한 사고가 일어나고 만다는 설명을 하고 있다.
그런 사건의 예로 타이타닉호가 가라앉았던 것을 들고 있다. 영화로 만들어져서 수없이 회자되는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타이타닉은 사람이 만들어낸 재난에 가깝다. 빙산에 부딪히기는 했지만 사전에 그런 상황을 충분히 피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 작은 실수들의 예로 먼저 퇴직을 앞두고 있었던 선장이 있었다. 호화 여객선을 전문으로 몰았던 선장은 타이타닉 호의 항해를 마지막으로 은퇴를 할 생각이었다. 선장은 지나치게 방심했으며 규정대로 바다를 지켜볼 인원을 배치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항해를 함으로써 사고의 위험을 높였다. 타이타닉 호가 지나치게 빠른 항해를 해야 했던 것은 과욕을 부려서 들렀던 항구마다 너무 많은 손님을 태웠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출발이 지체되었고 도착시간을 맞추려면 빠른 속도로 배를 몰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또한 직원들이 태만했던 이유도 있었다. 시기상으로 바다에는 빙산이 많은 시기였고 그 주변에 있는 많은 배들이 타이타닉 호에 끊임없이 빙산이 많다고 알려왔음에도 불구하고 선원들은 손님들의 전보를 보내느라 바빠서 이를 무시했다. 배 자체에도 문제가 있었는데 배가 가라앉아도 배에 물이 들어오지 않게 처리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호화 여객선으로 꾸미기 위해서 그런 설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
더구나 물이 들어오지 않게 턱을 높여 두었어야 했는데 지위 높은 손님이 넘어지기라도 할까봐 그런 부분을 제외했던 것이다. 또한 위에서 바다를 지켜볼 수 있는 탑조차 설치하지 않았다. 거기에 침몰하던 당시에 구명보트에 빈자리가 있었음에도 사람을 다 태우지 않아서 피해를 늘렸다고 한다. 여성과 아이를 우선시해서 구출하는 것도 좋지만 보트의 대부분이 비어 있다면 남자 승객이라도 태웠다면 보다 많은 사람들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한다. 심지어 주변의 배들도 구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던 것도 많은 사상자를 내게 하는 데에 한몫했다. 이 모든 것들이 각각 흩어져 있었다면 약간 난감한 정도의 실수에 그쳤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동시에 벌어졌고 타이타닉 호 사건은 영화로도 몇 번이나 만들어질 정도의 대재난이 되고 말았다.
큰 사건이 있기 전에 작은 재해가 있고 그 전에 수많은 실수가 있다는 점을 부각한 법칙이라 읽을 때 흥미로운 점이 많았다. 작은 실수를 막아서 큰 재난을 막으라는 것도 인상적이었지만 이 법칙을 역이용해서 작은 영감들을 대단한 발명품이나 창조적 생각으로 발전시키라는 부분은 더욱 인상적이었다. 사람은 어차피 살아가면서 실수를 하지 않을 수는 없다. 다만 어떤 실수를 어떻게 하느냐가 다를 뿐이다. 책에 이런 말이 나온다. 바보는 같은 실수를 계속 반복하는 사람이지만 천재는 계속하여 다른 실수를 일으키는 사람이다. 사고를 부르는 반복적인 실수를 막는 동시에 창조적 실수를 부추기는 '하인리히 법칙' 기억해 둘 만한 것이었다. 앞으로는 자신이 일으키는 실수가 바보의 실수인지 천재의 실수인지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