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 앤드 커맨더 1 오브리-머투린 시리즈 1
패트릭 오브라이언 지음, 이원경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바다는 많은 것을 상징한다. 마음이 답답한 이에게는 탁 트인 바다를 보면서 자유를 꿈꾸기도 하고 일상이 지루한 이에게는 모험과 열정의 세계 그 자체일 수도 있다. 인간이 작은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만드는 바다는 만물의 어머니라고 숭상받기도 했다. 그래서 더욱 바다는 많은 환상을 자극한다. 포세이돈의 방해가 있어서 이기도 했지만 오디세우스 같은 영웅조차도 험난한 여정의 공간이 되었던 바다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인간이 공기의 질마저 조절하는 세상이 온다고 해도 바다까지 제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런 바다에서 벌어지는 전투는 묘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그 현실은 참혹할지라도 말이다. 이 책 '마스터 앤드 커맨더'는 19세기 바다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주인공인 잭 오브리는 영국 해군 소속의 젊은 대위였다. 아버지가 장군이었다는 배경과 본인이 뛰어난 뱃사람이었음에도 그는 번번이 승진 대상에서 누락된다. 정치적 알력 관계가 작용하기도 했고 상사의 부인과 스캔들이 있기도 했기 때문이다. 자신은 절대 자신만의 배를 갖지 못할 것이라는 절망감에 빠져 있을 때 그는 한 남자를 만난다.

남자의 이름은 스티븐 머투린, 장차 그에게 매우 소중한 우정의 상대가 될 남자였다. 허나 그들의 첫 만남은 서로의 처한 환경에 의해서 매우 불쾌한 것이 되고 만다. 상사의 부인이자 잭 오브리의 내연녀로 의심되는 몰리 하트의 연주회에 간 잭은 음악에 심취한다. 그런데 그의 풍부한 감수성에 비해서 연주를 듣는 태도는 그리 좋지 못했던 것이다. 잭은 음악에 지나치게 심취한 나머지 알 수 없는 소리를 내거나 손으로 박자를 맞추고 있었다. 그 때 옆에 있던 남자는 그렇게 하지 말라고 제지를 했는데 몇 번을 해도 그 때만 조용했다가 다시 그런 행동을 취하자 이번에는 그를 손가락으로 찔렀던 것이다. 잭은 직업이 직업인데다가 성격도 다혈질인 편이라 울컥하고 만다. 그러나 사실 자신이 잘못한 터라 상대를 심하게 다그치지 못하고 물러선다. 상대 남자 역시 불쾌한 만남을 뒤로 하고 사라지는데 그도 신경질적인 태도를 취할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일단 잭 오브리가 연주회에서 취한 태도를 무례하고 몰지각해보였으며 스티븐 머투린은 그 때에 심각한 재정난에 빠져 있는 터라 신경이 곤두서 있는 상태였다.

이 불쾌한 첫 만남으로 인해서 두 사람의 인연의 끈은 끊어진 듯 했지만 잭 오브리가 함장으로 임명을 받으면서 상황이 변한다. 함장 임명장을 받아 매우 기분이 좋았던 잭은 우연히 만난 스티븐에게 일전에 자신이 취한 무례한 태도를 사과했던 것이다. 이 뜻밖에 행동에 스티븐 역시 잭에게 사과하고 두 사람은 함께 짧은 담소를 나눈다. 이 두 번째 만남은 나쁘지 않았던 터였고 잭은 기분이 매우 좋았으므로 스티븐을 저녁 식사에 초대한다. 세 번째 만남에서 두 사람은 서로의 판이한 성격에도 불구하고 꽤 대화를 잘 진행시켜나간다. 두 사람 다 음악에 대한 깊은 애정을 품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어 스티븐이 의사라는 사실을 알게 된 잭은 즉각 스티븐에게 자신의 배에 탈 생각이 없느냐고 묻는다. 그도 그럴 것이 잭이 이번에 타게 될 소피 호에는 군의관이 없었던 것이다. 군의관 뿐만이 아니라 전임자가 어처구니없게도 대부분의 선원을 데려간 것으로 보였다.

그런 상황이었기 때문에 잭은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지만 의사인 스티븐을 놓치기 싫었고 스티븐은 이전에 치료한 환자의 치료비를 받지 못해서 생계가 막막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잭의 제안에 흔들린다. 허나 배에 탄다는 것은 여러 모로 위험한 일이었다. 잭이 군인이어서 적국과 교전은 기본이고 적국에 속한 상선은 나포하려 들 것이었기 때문에 많은 해전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근래에 정말 돈이 궁했던 스티븐은 그 제안을 받아들이고 싶었다. 잭이 초대한 식사의 고기를 몰래 숨겨뒀다가 다음날 아침으로 먹어야 할 정도의 상황이니 마다하기 힘든 제안이었던 것이다. 다만 잭을 잘 알지 못했기 때문에 빈말로 한 것일까봐 선뜻 응하지 못한다. 만약 그 제안이 농담이었다면 그의 마지막 자존심까지 무너지게 될 것이었기 때문이다.

허나 서로에게 다행하게도 그 제안은 절대 농담이 아니었고 잭은 소피호의 함장으로 스티븐은 소피호의 군의관으로 함께 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의 우정이 싹트는데 스티븐은 의사라서 서로의 상하관계가 뚜렷하지 않은 덕분이었다. 이제 선원들 속에서 '우리'였던 잭은 위에서 명령하는 '그들'에 들어간 입장이었고 어떤 의미로는 배에서 외톨이였던 것이다. 존경받고 경외의 대상이 되는 신처럼 군림하는 외톨이였지만 말이다. 그런 상황에서 유일한 친구인 스티븐 머투린과의 우정은 소중한 것이었다.

신임함장이 된 잭 오브리의 활약과 그 속에서 생기는 인간관계를 읽는 것이 즐거웠다. 스티븐 머투린과의 우정도 인상적이지만 부관 제임스 딜런이라든지 조함장 마셜, 수습사관들이 잭을 보는 시각이 독특했던 것이다. 해전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음에도 책장을 넘길수록 책에 빠져들게 될 만큼 내용이 매력적이었던 것도 좋았다. 책을 펼치는 순간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마스터 앤드 커맨더' 굉장히 재밌게 읽었다. 배에 대한 지식이 없더라도 재밌게 읽을 수 있었지만 배에 대해서 알면 한층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