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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결혼을 위한 레시피
케이트 캐리건 지음, 나선숙 옮김 / 문학수첩 / 2008년 9월
평점 :
죽음은 만인에게 평등하게 온다. 그리고 그 뒤를 알 수 없기 때문에 호기심과 공포의 대상이 된다. 그런데 사람의 인생에서 대체로 거치게 되는 것 중에 죽음과 비슷한 효과를 낳는 것이 있다. 바로 결혼이다. 만인에게 평등한 죽음과 달리 결혼은 이제 피하려고 들면 피할 수 있는 것이 되었다. 아직도 자신의 의사에 반해 결혼하게 되는 사람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비교적 결혼을 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사회의 시선이 관대해진 것도 사실이다.
죽음은 누구나 가게 되지만 돌아온 사람이 없기 때문에 호기심과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그렇다면 결혼은 어떨까. 우스갯소리로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하게 되는 것이라고 한다. 결혼에 비관적인 사람은 결혼은 인생에 무덤이라고 한다. 허나 이제 돌아온 싱글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이니 결혼은 죽음과 달리 한 번 가면 돌아올 수 없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그 이후를 알 수 있다는 것인데 결혼에 대한 호기심과 두려움, 환상은 사그라질 줄을 모른다. 그것은 결혼이 죽음이나 이혼으로 끝이 난 사람들이 돌아와서 자신의 결혼에 대해 말한다한들 그것을 일반화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 내용을 말하는 사람의 결혼일뿐 다른 사람이 하게 되는 결혼과 같을 수가 없다. 저마다 다른 사람을 만나서 결혼하게 되기 때문이다.
인간은 혼자 살고 싶어 하지 않는다.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유전자를 세상에 남기고 싶은 욕구가 유전자에 새겨져 있는 탓도 있다. 그런 본능을 제외하고서라도 혼자 살아간다는 것은 꽤나 강인함이 필요한 일이라서 많은 사람들이 결혼에 대한 호기심과 환상에 빠져 산다. 그 뒤에 숨어 있는 것이 괴물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안고 있으면서도 말이다. 이 책 '완벽한 결혼을 위한 레시피'의 주인공 트레사 역시 어느 정도 그런 감정을 품고 있었다. 잘나가는 푸드 저널리스트였지만 트레사의 나이는 서른여덟이었고 이제 결혼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한 남자가 나타난다. 자신이 사는 건물의 관리인이라는 점은 환상을 꿈꾸는 여성의 입장에서 그다지 낭만적이지 못했지만 댄이라는 이름의 이 남자의 외모가 굉장히 훌륭했고 그 남자가 그녀를 보는 방식이 특별했기 때문에 트레사 역시 그를 특별하게 보게 되었다. 처음 만났을 때 트레사는 이미 술에 취해 있었고 기분이 아주 안 좋았기 때문에 댄에게 괴팍하게 대했다. 그런데도 댄은 마치 그녀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인냥 바라보았던 것이다. 그녀의 앞에서 어쩔 줄 모르는 댄을 보면서 트레사는 그의 눈으로 보는 자신에 대해서 자신감을 얻는다. 세상 누구보다 자신을 특별하게 보는 남자라는 점에 가산점을 부여한 것이다. 트레사는 결국 댄과 결혼한다.
문제는 자신의 아파트로 댄과 돌아왔을 때 그가 자신이 바라던 남자가 아니라는 점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그 남자와 자신은 이미 결혼했는데도 말이다. 평생을 기다린 이상의 남자가 그가 아니라고 댄에게 말하기에는 트레사는 지나치게 겁쟁이였다. 아니면 제정신이었거나 말이다. 댄은 그녀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에게 헌신적인 태도를 취한다. 결혼을 한 후에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로 그녀를 대하는 것은 변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더욱 트레사는 죄책감을 느낀다. 댄은 좀 더 나은 대접을 받을 만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트레사는 그의 선량함에 감탄하면서도 그를 열렬히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우울해한다.
결혼에 대한 강박관념에 의해서 그를 사랑한다는 환상에 빠진 것이 아닌가 자책하는 것이다. 그런 그녀의 이야기와 트레사의 외할머니 버나딘의 이야기가 교차한다. 다른 시대 다른 상황이지만 비슷한 느낌과 감성을 주는 이야기는 두 여주인공에 좀 더 감정이입을 하게 만드는 점이 있었다. 이 책의 이야기가 신선했던 점은 많은 이야기의 끝이 결혼해서 그들이 행복하게 살았다로 마무리된 반면에 결혼을 했지만 그 남자를 열렬하게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시점에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사랑의 형태는 단 하나인 것이 아니고 트레사와 버나딘의 이야기는 자신들이 생각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풀려나간다. 트레사의 이야기는 댄의 가족과 어울리는 면이라든지 흔들리는 1년의 이야기가 들어 있었는데 그 미묘한 감정의 움직임이 흥미로웠다. 반면 버나딘의 이야기는 술주정뱅이 아버지와 살던 시절부터 남편의 죽음을 맞이하기까지의 긴 시간을 담고 있었다. 때로는 버나딘의 철없는 심정을 공감하기도 하고 그녀의 어리석은 행동을 비난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가 남편에게 마지막으로 전하게 된 말을 들은 순간에는 감동하게 되었다. 책을 읽을 때도 집중하게 되지만 다 읽고 난 이후에도 여운이 오래 남는 책이었다. 진정한 사랑과 결혼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완벽한 결혼을 위한 레시피' 굉장히 오래 기억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