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인
미겔 루이스 몬타녜스 지음, 송병선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콜럼버스에 대해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묘하게도 '콜럼버스의 달걀'이다. 인도를 찾으러 항해를 해나가다 신대륙을 발견하기도 했지만 사고의 틀을 바꿨다는 생각이 드는 달걀에 관한 일화가 더 인상적인 것이다. 인도를 찾아서 바다를 가로 질러 여행을 가는 발상도 그렇고 달걀을 세우기 위해 밑을 깨서 세우는 과감성도 그렇고 콜럼버스는 여러 모로 인상적인 인물이기는 하다. 하지만 그런 콜럼버스에 대해서 다른 무언가를 알고 있나하고 곰곰이 생각해보면 별로 생각나는 것이 없다. 그의 업적 말고는 크게 알려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콜럼버스는 유언장에 특이한 사인을 남겼다. 심지어 그 사인을 장자가 이어서 사용하게 했다고 한다. 콜럼버스의 사인과 그가 숨긴 비밀에 대한 이야기 '사인'은 그런 면에서 특이한 내용이었다. 모르는 사람이 적을 정도의 유명한 인물이지만 그가 숨겨서 알려지지 않은 비밀이라니 흥미가 생겼던 것이다.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도미니카 공화국 경찰서의 과학수사 팀장인 에드윈 타바레스가 호출된다. 사건의 내용은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가지고 있던 콜럼버스의 유해가 도난당했다는 것이었다. 당시 콜럼버스의 유해가 있는 곳에는 다른 보물들이 많이 있었는데 범인은 유독 콜럼버스 제독의 유해만을 훔쳐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훔쳐가지 않은 보물들의 가치가 낮은 것도 아니었고 아무리 유명한 제독의 유해라지만 그것만을 훔쳐간 범인의 행각은 기이해 보였다. 거기에 사건을 더 묘하게 만들었던 것은 범인이 자신의 흔적을 남겼다는 것이다. 그것도 제독의 사인을 남겨둠으로써 범인은 자신의 범죄행각을 만천하에 알리고 싶은 것 같았다. 제독의 유해를 훔쳐간 의도도 훔친 후 바로 도망치지 않고 제독의 사인을 일부러 남겨둔 의도도 알 수 없었다.

더구나 콜럼버스의 유해가 있는 다른 나라 스페인에서도 같은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사라진 유해와 남겨진 사인, 사건은 동일해보였다. 그것은 동일범의 소행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서 도미니카 공화국과 스페인에는 일대 소동이 일어난다. 범인의 의도를 파악해서 범인을 잡고 유해를 찾아야 함은 물론이고 그 찾은 유해를 무사히 본국으로 가지고 돌아와야 했기 때문이다. 처음 콜럼버스의 유해가 두 나라에 다 있다는 것은 이상하게만 느껴졌다. 그런데 이 문제에 관해서는 양국이 다 자국이 소유하고 있는 유해가 진짜 콜럼버스의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그에 관해서는 콜럼버스의 유해가 반씩 나누어져 있는 것이라는 설이 있는가 하면 한 쪽은 콜럼버스의 유해가 맞지만 스페인에 있는 것은 아마도 콜럼버스의 아들의 것이라는 설도 있었다.

그 내막이야 어찌되었든 유해를 찾아야 한다는 목적이 일치한 두 나라는 공동수사를 펼쳐가기로 한다. 그래서 도미니카 공화국의 경찰 에드윈, 도미니카 공화국 문화부 장관 알타그라시아, 스페인 경찰 올리베르 세 사람이 함께 수사를 진행해나가기로 한다. 하지만 각국의 생각은 달랐다. 도미니카 공화국의 주요 관광자원이기도 한 콜럼버스의 유해가 만약 가짜라고 밝혀지거나 한 나라만 찾게 되면 관광객을 잃게 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스페인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에 세 사람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움직인다. 하지만 진행해 나갈수록 그런 생각을 잊은 것 마냥 손발이 잘 맞는 세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 세 사람의 사이에는 묘한 기류가 흐르는데 그것은 알타그라시아가 너무도 아름다운 여인이었기 때문이다. 전부 미혼인 세 사람인지라 알타그라시아를 사이에 두고 경쟁관계가 형성된 것이다. 콜럼버스의 유해를 찾고 제독이 숨겨진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것도 재미있지만 그 과정에서 서로의 마음이 부딪히는 것도 흥미로웠다. 세 사람은 수사 중에 콜럼버스에 대한 것을 여러 교수들에게 물어보는데 그 중에 대부분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이라서 신선한 느낌이었다.

이야기는 도미니카 공화국, 스페인, 이탈리아, 미국을 넘나들면서 진행된다. 그 과정에서 인물간의 관계가 흔들리기도 하고 믿었던 사람의 충격적 배신을 목도하게 되기도 한다. 그런 진실의 끝에 다가가는 방법은 오직 하나 콜럼버스가 남겨둔 미스터리를 푸는 것뿐이었다. 단순히 콜럼버스에 대한 궁금증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실제 콜럼버스가 남긴 자료를 바탕으로 해서 쓴 팩션이라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특히 콜럼버스가 남긴 사인과 그가 만든 책이 의문을 푸는 실마리 역할을 하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콜럼버스 유해의 도난 사건에서 시작된 이야기 '사인' 재밌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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