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만, 오드리!
로빈 벤웨이 지음, 박슬라 옮김 / 아일랜드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상은 평범하지만 소중하다. 하지만 물에 빠져 질식할 것 같은 상황에 처하기 전에는 공기의 소중함을 알 수 없듯이 평범한 일상도 잃기 전에는 그 소중함을 알기 어렵다. 당연하다는 듯이 반복되는 동안에는 그저 그런 가운데 가끔 즐거운 때가 있는 시간들이지만 잃고 난 후에는 마치 닿기 어려운 신기루마냥 그 가치가 크게만 보이는 것이다. 여행을 하는 것처럼 계획된 방법에 의해 의도적으로 며칠 일상에서 떨어져 나가는 것은 좋지만 그 일상을 잃은 일이 자신이 의도하지 않았는데 생겨난다면 그것은 짜증스러운 일이다.

이 책 '잠깐만, 오드리!'에서 주인공인 오드리가 처한 상황이 그렇다. 오드리는 음악을 아주 좋아하기는 하지만 평범한 16살의 소녀였다. 남자친구인 에반과 헤어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가능성은 있지만 명성은 제대로 얻지 못했던 '두-구더스'라는 밴드의 보컬이었던 에반은 오드리하고 사귀고 있는 사이었다. 허나 언젠가부터 오드리는 에반에게 염증을 느낀다. 그가 매력적이라는 것은 사실이지만 하루 종일 자신에 대해서만 말하는 사람과 사귀는 일은 그리 유쾌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다고 에반이 딱히 잘못한 일은 없었기 때문에 오드리는 이별을 통보하기 전에 잠시 고민한다. 오드리는 에반의 장점과 단점을 리스트로 작성하는데 장점은 몇 가지 안 되는데 단점이 그 배가 넘어서자 에반과의 결별을 결심한다. 에반과의 이별은 딱히 끔찍할 것도 없었고 에반 역시 그 이별 통보를 덤덤하게 받아들인 것 같았다. 단지 그가 좀 멍한 것 같기는 했는데 오드리는 이후에도 친구로 지내고 싶다는 에반의 말에 수긍하고 그 상황에서 벗어나려 한다. 방을 나서려는 오드리의 뒤로 갑자기 에반이 '잠깐만, 오드리'하고 부르지만 오드리는 그 소리를 무시하고 방을 나선다. 이것이 모든 일의 시작이었다.

오드리는 헤어질 때 약속한 대로 에반의 라이브 공연에 간다. 두 사람이 헤어졌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딱히 다를 것 없는 공연이었지만 마지막 순간에 에반이 자신이 최근에 작곡한 곡을 부르겠다고 말한다. 제목은 '잠깐만, 오드리' 였다. 여자 친구인 오드리와 헤어지고 영감이 떠올라서 그 곡을 썼다는 것이다. 전주가 나오는 동안 오드리의 머릿속에는 온갖 생각이 스쳐지나간다. 에반이 자신을 잡고 싶은 간절한 마음을 담아 곡을 썼다고 생각한 것이다. 허나 그 노래의 가사는 오드리의 예상에 맞지 않는 것이었다. 노래는 분명 흥겨웠지만 가사는 자신을 찬 여자 친구에 대한 원망을 가득 담은 곡이었다. 바로 그게 문제였다. 가사는 짜증나는데 노래는 여태 들은 두-구더스의 어떤 노래보다 최고라는 점 말이다.

오드리는 그 순간 무대 위에 뛰어올라가 에반의 목을 조르고 싶었지만 그 장소에서 나오는 것으로 상황을 벗어난다. 두-구더스는 어디까지나 동네에서나 약간 이름이 알려진 밴드였고 그 노래 자체는 시간이 약간 흐르자 잊혀진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그 노래가 라디오에 방송되고 점점 인기를 얻는다. 그에 따라 그 노래가 탄생하게 만든 오드리 역시 화제의 인물이 된다. 노래를 작곡한 것은 에반인데 마치 오드리가 그 노래를 작곡한 것 마냥 취급을 받는 것이다. 거기에 어느 정도 '잠깐만, 오드리'라는 노래가 유명해지자 언론사에서 오드리를 인터뷰하려고 한다.

그 전화가 왔을 때 아르바이트에 늦어 있었던 오드리는 반 장난으로 전화를 받고 만다. 오드리는 그럴 의도가 아니었지만 언론사 기자는 마치 오드리가 방종한 생활을 즐길 뿐 아니라 현재의 짜증나는 유명세를 즐기는 악동인 것 마냥 묘사한 기사를 보도한다. 덕분에 오드리는 더 유명해지고 노래도 점점 상승세를 탄다. 이제 기자에 시달리게 된 오드리는 자신의 유명세가 짜증스러울 뿐이었다. 거기에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사건이 발생하고 오드리는 이제 파파라치에게까지 쫓기는 상태가 되고 만다.

본의 아니게 유명세에 휘말리고 만 16살 소녀의 이야기 자체는 그리 특이한 소재는 아니다. 다만 유명해지고 싶어서 안달이 난 사람이 많은데 이미 유명해졌지만 그 유명세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주인공이라는 점만은 약간 특이했다. 이 책에서 내용보다 더 독특한 즐거움을 선사했던 것은 오히려 음악이 함께하는 책이란 점이었다. 책 자체가 노래 한 곡으로 인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리고 있기도 하지만 41개 장으로 구성된 각 장에는 주인공 오드리의 심상을 반영하는 노래가 장의 제목인 것 마냥 소개되고 있다.

그 41곡의 노래를 들으면서 책을 읽으니 이 책 '잠깐만, 오드리!'가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새로운 노래를 듣는다는 즐거움과 주인공 오드리가 처한 상황과 감정을 좀 더 생생하게 상상하는 즐거움을 동시에 누릴 수 있었던 것이다. 이야기가 끝이 나자 소개된 41곡의 노래가 마음에 들어서 이 책이 더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 이야기의 발단이 된 두-구더스의 '잠깐만, 오드리'를 실제로 들어보고 싶었다는 점이었다. 그 점만을 제외하면 상상력을 자극하는 소설 '잠깐만, 오드리!' 매우 재밌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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