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나무] 서평단 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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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나무 ㅣ 양철북 청소년문학 13
카롤린 필립스 지음, 전은경 옮김 / 양철북 / 2008년 5월
평점 :
어느 교수님이 강의시간에 이런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평소 여행을 좋아하시던 교수님은 여러 나라를 돌아보셨는데 한 나라에서 이런 일을 겪으셨다고 하시더군요. 길을 걸어가고 있는데 마주 오던 사람이 아무 이유없이 교수님 얼굴에 침을 뱉고 가더랍니다. 단지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말이지요. 그러면서 인종차별이야말로 사람이 할 수 있는 끔찍한 범죄 중에 하나라고 덧붙이셨습니다. 우리나라에 와 있는 이주노동자에게 잘 해줘야 한다는 말과 함께 말입니다.
사실 국적을 가지고 있는 나라에 살고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주류에 들어간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비주류에 있는 사람들이 처한 현실을 염두에 두지도 않고 살아가게 됩니다. 상상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관심이 없는 것입니다. 특별히 불편한 것은 없거든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습니다. 인종차별을 하는 사람도 있을 지 모르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인종이 아니라 이해관계에 따라 그 사람들에 대한 생각을 갖게 됩니다. 이 책 '눈물나무' 속에 등장하는 대다수의 미국인 역시 그렇습니다. 토마토를 저렴하게 사먹을 수 있는 것을 좋다고 생각할 뿐이지 그것이 어떻게 그렇게 저렴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습니다.
경제학 도서의 내용 중에 이런 것이 있었습니다. 다른 나라에 가서 맛있는 식당을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하는 것이었는데요. 가령 프랑스에 가서 프랑스 요리 전문 식당을, 미국에 가서 미국 요리 전문 식당을 찾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합니다. 세계적 수준의 정말 뛰어난 요리사가 운영하는 곳이 아닌 다음에야 어느 정도 숙련된 요리사라면 그 사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음식의 품질은 비슷비슷한 편입니다. 즉, 음식의 맛을 좌우하는 것은 요리사의 실력이 아니라 그 요리에 얼마나 공을 들이는가에 달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프랑스인 요리사가 이주 노동자나 불법 체류자 요리사보다 인건비가 훨씬 높습니다. 그렇다면 가격대비 저렴하고 인건비가 낮기 때문에 음식에 많은 공을 들일 수 있는 요리사가 있는 식당이 맛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미국에 가면 멕시코 요리 전문 식당 쪽을 선택하는 것이 옳은 선택이라고 합니다.
결국은 인건비 문제인 것이지요. 힘든 일, 낮은 임금을 감수한 이주 노동자 혹은 불법 체류자를 부유한 나라의 기업주는 원하게 되고 경제가 기울어서 일자리를 찾을 수 없는 나라 사람들은 위험을 감수하고 부유한 나라 쪽의 일자리를 찾아 나서게 됩니다. 이 책에 등장한 주인공 루카의 가족 역시 그렇습니다. 일자리만 있다면 그들은 목숨을 건 국경 넘기를 감행하지 않았을 겁니다. 성실하게 일해도 가난을 벗어나기 어려웠던 것이 아니라 성실하게 일할 자리가 없어서 굶게 생긴 마당에 다른 선택지가 없었던 거지요. 그 와중에 가족은 뿔뿔이 흩어지고 막내 루카가 제일 마지막까지 멕시코에 남아 있다가 15살이 되자 먼저 미국에 도착한 가족을 찾아 떠납니다. 그 와중에 국경을 넘는 사람들은 안내하는 코요테가 된 큰 형 에밀리오를 만나게 되고 소식이 끊긴 아버지에 대해서 묻습니다. 다른 가족들은 전부 미국에 잘 도착했다는 연락이 왔는데 가장 먼저 집을 나간 큰 형 에밀리오와 두 번째로 떠난 아버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에밀리오는 수표라도 보내왔지만 아버지는 전혀 연락이 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코요테로 일하고 있으니 그가 무언가 알고 있을 것 같아서 물어 본 것이었는데 웬일인지 에밀리오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 버립니다. 차마 말하지 못한 진실이 터져 나오고 후에 진실을 알게 된 루카는 형을 외면하게 됩니다.
물이 아니라 사람들의 눈물을 마시고 자란다는 눈물나무가 제목인 만큼 순탄한 내용은 아닙니다. 목숨을 건 국경 넘기와 불안한 불법 체류자 생활, 사람들의 멸시의 시선까지 우울하지만 실제 있을 법한 내용이 담겨 있거든요. 허나 이야기는 양쪽의 입장을 모두 보여줍니다. 살기 위해 불법이라도 남의 나라에 들어가야 하는 사람들과 그 사람들이 치안을 위협하고 일자리를 가져가기 때문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의 입장을 고루 드러내주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나쁘다기보다 세계의 상대적 빈곤이 초래한 문제들이라는 생각이 들었구요. 살아남기 위해 불법 체류자의 삶을 선택한 가족의 이야기 '눈물나무'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이 책은 알라딘 서평단 도서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