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두력 - 지식에 의존하지 않는 문제해결 능력
호소야 이사오 지음, 홍성민 옮김 / 이레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어린 시절보다 어른이 된 이후 시간의 흐름은 빠르기만 합니다. 같은 시간이 흘러도 많은 것에 대해 무심하게 보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그렇다면 어른이 된 이후에도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잃지 않는다면 어린이와 같은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한 번 해봤습니다. 호기심이 많은 시기인 어린 시절에는 궁금한 것도 많아서 어떤 일이든 '왜?'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주변 어른에게 시도 때도 없이 물어봤을 겁니다. 그래서 어른들의 입장에서는 아이의 그런 시기를 '공포의 왜 시즌'이라고 칭하기도 하구요.

하지만 어른이 되면서 어느새 '왜?'라고 묻는 힘을 잃어버렸습니다. '나는 발명가 타입이 아니잖아'라고 자기합리화를 하고 넘어가게 된 거지요. 그나마 얼마 전까지는 왜인지 까지는 아니더라도 머릿속에서 생각이 날까 말까 한 것은 기억이 날 때까지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편이었습니다. 가령 미드 로스트에서 기타리스트이자 약물중독자로 나온 배우가 다른 영화 어디에서 봤더라 하는 것이었지요.  전 같으면 한참을 끙끙대다가 혹은 다른 일을 하다 보니 반짝하고 떠올라서 씨익 웃었을 겁니다. 별 일 아니지만 자신의 기억을 더듬고 거기서 답을 찾는 것도 꽤 즐거웠었거든요. 고민해야 하는 시간은 답답하기 그지없었지만요.

그런데 인터넷이 보급된 이후 그런 시간은 대폭 줄어들었습니다. 인터넷에 접속할 수 없는 곳이 아니라면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에 접속해서 검색을 하면 답을 알 수 있게 된 겁니다. 물론 인터넷이 만능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의 해답을 알려주는 역할은 하더군요. 참고로 위의 질문에 대한 답은 로스트에서 극중 이름은 찰리, 배우 이름은 도미닉 모나한, 나왔던 다른 영화는 반지의 제왕이었고 역할을 호빗인 메리였습니다. 이렇게 검색을 하자 금세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었지만 뭔가 허전하더군요. 궁금증, 고민, 해답이라는 3단계를 따르지 않았던 것도 있지만 이런 식으로 궁금한 것이 생기면 검색으로 해결하다보니 점차 머리를 쓰는 일이 줄어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그러다보니 문제가 하나 생겼습니다. 인터넷도 만능이 아닌 만큼 단순 지식을 묻는 질문이라면 검색으로도 손쉽게 해결할 수 있지만 '왜'를 묻는 질문에는 그렇게 손쉽게 답할 수 없었던 겁니다. 거기에 인터넷을 활용하지 않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어떨까요. 특히 '국내에 있는 전봇대 수를 3분 내에 답하고 그 답을 끌어낸 과정을 설명하라'라는 질문처럼 단순 지식만 가지고 답할 수 없는 질문과 마주하게 되었을 때, '왜?'에 대해서 평소 많이 생각하지 않았던 사람이라면 난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넷으로 손쉽게 문제를 해결하던 방식에 젖어 있던 사람이라면 더하구요.

이 때 떠오른 해결방안이 지두력입니다. 지두력이란 지식에 의존하지 않는 문제해결 능력이라고 하더군요. 기존의 박식한 사람이라 하면 암기력이 뛰어나서 지식을 많이 '외우고'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두력이 뛰어나다는 것은 많이 외우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아는 지식 한도 내에서 '활용할 줄 아는'사람입니다. 그래서 지두력이 뛰어난 사람은 모르는 문제와 부딪혔을 때 일단 '해보자'하는 생각으로 신이 나서 도전하며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을 최대한으로 활용해서 문제를 풀어나간다고 합니다.

이때 중요한 세 가지가 '결과부터, 전체적으로, 단순하게'라고 하구요. 먼저 가설을 세우고 결과부터 시작한다는 방식이 독특하더군요. 사고를 뒤집는달까요. 보통 생각하는 바의 역순이라는 점이 독특했습니다. 그리고 많이들 말하는 나무가 아닌 숲을 보는 사고, 그리고 시간의 한계가 있으니 세부적으로 파고 들어가면 끝이 없을 겁니다. 그래서 단순하게 할 부분은 정리하고 지나간다는 방식입니다.

전봇대 수를 세는 문제로 시작해서 지두력을 생각하는 사고와 그렇지 않은 사고방식을 대조해서 보여줘서 이해하기가 한결 쉬웠습니다. 지두력의 핵심인 세 가지를 하나하나 이해시켜 주는 점도 좋았구요. 하지만 어디까지나 지두력은 생각하는 힘이니까요. 이 책 한 권을 읽고 지두력이 일취월장하길 바라는 것은 무리겠다 싶었습니다. 여러 가지에 대해 관찰하고 평소에 어떤 원리로 될까하는 것이나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 하는 것처럼 '왜?'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두는 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전반적으로 '왜?'라고 생각하는 일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이 책 '지두력'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지두력이 뛰어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모르는 문제가 나왔을 때 호기심에 눈이 반짝인다고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이 부분을 읽으니 어린 시절의 호기심을 잃은 것에 대해 반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주변에 대한 관찰과 생각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구요. 생각하는 힘에 대한 책 '지두력'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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