렘브란트의 유령
폴 크리스토퍼 지음, 하현길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소설의 성패는 흡입력이 있는가, 호기심을 끄는가에도 있지만 얼마나 상상력을 자극하는가에도 달려 있는 법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 책 '렘브란트의 유령'은 상당히 성공적인 편입니다. 읽으면서 내내 든 생각은 마치 영화를 보는 것 같다는 것 입니다. 한 장, 한 장을 읽을 때마다 영화의 한 장면, 한 장면이 머릿 속에서 전개되는 것 같았구요.

제목이 '렘브란트의 유령'이라서 혹 괴기물을 떠올리신 분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런 내용의 책은 아닙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매력적인 여주인공 핀 라이언은 좀 더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 영국행을 결심합니다. 허나 일은 생각대로 풀리지 않았고 미술품 경매를 하는 회사에서 그녀에게 주어지는 일이라고는 하찮은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녀가 주로 하게 된 일은 미술품을 살 돈많은 사람들을 파악하고 그 사람들의 비위를 맞춰주는 수준의 것이구요. 일의 이름은 고객자문역이었고 그녀가 미술품에 상당한 수준의 지식을 갖추고 있었는데도 말입니다.

그렇게 우울한 혹은 짜증스러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던 핀의 앞에 한 사람이 나타납니다. 그림을 팔고 싶다면서 나타난 남자였는데요. 허름한 행색의 남자가 알고 보니 공작이었고 그 일로 인해서 그녀는 상사와 심하게 다투고 맙니다. 핀은 공작에게 상당히 친절하게 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상사에게 그 일을 전하지 않았고 그가 가져온 그림이 위작이라고 말해줬다는 이유로 말이지요. 사실 허름한 차림새의 남자가 필그림 공작이라는 것을 핀이 알 수 있었을 리가 없는데도 상사가 억지를 부린 셈입니다.

결국 이 일로 핀은 실직을 하게 되는데요. 그런 그녀에게 한 통의 편지가 배달됩니다. 변호사가 작성한 것으로 자신의 사무실로 와달라는 것이었지요. 변호사의 사무실에서 핀은 필그림 공작과 재회합니다. 잠시 대화를 나눈 후 변호사에게 두 사람을 부른 이유를 묻게 되는데요. 두 사람이 변호사의 사무실로 오게 된 이유는 부하르트라는 사람이 둘에게 유산을 남겼기 때문이었습니다. 두 사람에게 남긴 유산은 렘브란트의 그림 한 점, 암스테르담에 있는 저택과 보르네오 섬 근처 어딘가에 있다고 마지막으로 보고된 'SS 바타비아 퀸호' 세 가지 였습니다.

다만 조건이 있었는데요. 이 세 가지 유산 모두를 15일 이내에 찾아서 소유권을 등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뜻밖의 행운을 만난 것 같았던 두 사람의 이야기는 이 때부터 본격적으로 꼬여갑니다. 두 사람을 죽이려는 의문의 사람들과 촉박한 시간기한이 맞물리구요. 핀과 라이언, SS 바타비아 퀸호의 선원들, 인텔리 해적 칸, 칸을 잡으려는 부패경찰 아라가스의 이야기가 각각 풀려나갑니다.

두 사람에게 상속을 남긴 부하르트가 실종되었다는 의문과 그 사람과 핀과의 관계부터 해서 지역을 넘나들면서 펼쳐지는 이야기가 흥미를 자극하구요. 저자가 유엔과 뉴욕 경찰 미술관련 부서에서 자문역을 맡고 있는 만큼 미술품에 대한 지식을 풀어놓는 것이 풍부한 편입니다. 궁금한 점을 하나하나 풀어주더군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건들, 알 수 없는 미스터리와 각각의 목적을 가지고 움직이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적절하게 맞물리는 편이라 꽤나 재밌게 읽었습니다.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가벼운 편이구요. 아쉬운 점이라면 가벼운 분위기라서 편하게 읽을 수 있지만 안에 담긴 지식은 가벼운 편이 아니라 살짝 산만한 느낌을 준다는 겁니다. 그 외는 상당히 만족스러웠구요.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해적으로 나오는 칸의 성격이었습니다. 읽다보니 해적이라기보다 혁명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얼마 전에 읽은 책에서 본 해적법전이 떠올랐구요. 영화로 만들어지면 더 재밌을 것 같은 모험소설 '렘브란트의 유령' 재밌게  읽었습니다. 여주인공 핀의 모험이 앞으로도 이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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