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스 선생님의 수첩에는 무엇이 있었나? - 성공적인 인간관계를 만드는 대화의 시작 "입을 닫고 귀를 열어라"
페란 라몬-코르테스 지음, 김현철 옮김 / 북폴리오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사람은 묘한 생물입니다. 주변에 사람이 많이 있을 때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을 떠올리기도 하고, 정작 혼자 있을 때 외롭다면서도 누군가와 함께 있고 싶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또 오래 알아온 사람이라 해도 항상 같은 얼굴을 보여주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만큼 변하지 않는 생물도, 사람만큼 잘 변하는 생물도 없습니다.

하지만 결국 사람 속에 살아야 하는 것이 인생인지라 서로 간의 친밀감을 유지하려고 하는데요. 그 사람에 대해서 어느 정도의 정보를 얻는 것도 친밀감을 유지하는 것도 결국 대화를 어떻게 하는 가에 달려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대화를 해나가다 보면 주로 듣는 쪽이 아니라 말하는 쪽에 서고 싶어 하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그 사람의 이야기는 건성으로 듣고 '이 사람이 저 이야기를 끝내면 내가 하고 싶은 다른 이야기를 이어가야지'하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러다보면 어느새 대화의 본질은 흐려져 있구요. 다른 사람에 대해서 전혀 존중하지 않는 대화법을 전개하고 만 셈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별로 친하지 않은 친구와 있을 때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쪽에 서게 되었습니다. 일부러 한 일도 아니었고, 그네를 타느라 정신이 팔려 있었던 것뿐이었지요. 친구의 이야기를 끊지도 않고 적당히 들어주면서 대답했습니다. 그때 친구가 이야기를 끝내면서 이렇게 말하더군요. '너는 말하기 편안한 애야' 라구요. 그런 이야기를 처음 들었던 터라 굉장히 놀라서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단순한 결론이 나오더군요. 그저 들어주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말을 끊지도 않고 그네의 흔들거림 속에서 그 아이의 이야기에 어느 정도 집중했습니다. 그 외는 다른 생각이 안 들었거든요. 그네의 흔들림과 그 와중에 보게 된 하늘이 아름다웠고 친구의 이야기 역시 그 기분 좋음의 일부로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적당히 대답했다고 생각했지만 타인의 이야기에 가장 집중했던 순간이었구요. 말하는 쪽을 좋아하는 아이가 처음으로 듣는 일에만 열중한 것이었습니다.

그 때부터 친구와의 관계에서 주로 들어주는 사람이 되려고 해보았습니다. 간단하게 생각되었지만 친구의 이야기를 중간에 끊고 다른 흥미 있는 이야기를 꺼내고 싶어서 답답하기 그지없더군요. 그런데 얼마 안 있어 '이야기하기 편한 사람'이 되어서 주위에 친구들이 점점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그 전에도 주위에 친구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뚜렷한 이유도 없이 일방적인 호감을 표시하는 친구들이 늘어나더군요.

이것 역시 간단한 이유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이 자신에게 관심이 있다고 판단하구요. 보통 듣는 쪽보다 말하는 쪽을 좋아하고, 들어주는 사람보다 말하려는 사람 쪽이 압도적으로 많으니 이런 결과가 나올 수밖에요. 듣는다는 간단한 일로 상대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니 놀라운 일이지요.

이 간단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얻는 대화법을 알려주는 책이 바로 이 '막스선생님의 수첩에는 무엇이 있었나?' 입니다. 내용은 짤막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부부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한 주인공은 오랜 스승인 막스선생님에게 조언을 구합니다. 행복을 부르는 대화의 비결을 말이지요. 허나 그에게 도착한 것은 내용이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수첩과 아내와 바다여행을 떠나라는 메모뿐이었습니다. 바다여행을 함께 하다보면 행복을 부르는 대화의 비결을 알 수 있을 거라는 것이었지요.

주인공은 반신반의하며 직접 배를 모는 20시간의 항해를 선택합니다. 아내와 같이 가본 적은 없으나 자신은 몇 번 가보았고 별일이 없을 거라 생각하면서요. 하지만 일은 예상과 다르게 전개되고 그 과정 속에서 그는 점차 행복을 부르는 대화의 비결에 대해 깨달아 갑니다.

책 자체는 그리 길지 않지만 그 이야기에 담긴 5가지 비결은 깊은 생각을 자아냅니다. 대화를 풀어나갈 때 상대가 아니라 자신에게 집중하게 될 경우 이 책의 내용을 떠올려보면 좋을 것 같구요. 자신이 아니라 상대에게 집중해서 대화를 펼쳐나가다 보면 상대를 이해하는 데 한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5가지 비결을 이야기에 맞춰서 제시해나가는 형식이 좋았구요. 바다여행의 시작부터 끝까지를 함께 한다는 느낌이 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대화에서 무엇이 중요한지를 다시 한 번 떠올리게 했구요. 행복을 부르는 대화의 비결을 이야기로 풀어낸 '막스선생님의 수첩에는 무엇이 있었나?'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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