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메레르 4 - 상아의 제국
나오미 노빅 지음, 공보경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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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소설에서 용은 다양한 형태로 등장한다. 절대적 악을 상징하는 존재일 수도 있고 엄청난 양의 지식을 축적한 현자의 모습일 수도 있다. 모습은 다양하지만 소설에 등장하는 공통된 용의 모습은 보물을 좋아하고 인간을 등한시하는 편이다. 판타지소설 '드래곤라자'에서도 인간을 등한시하는 용과 대화하려면 관계의 상징인 드래곤라자와의 계약을 먼저 통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테메레르의 용의 모습은 더욱 이색적이다. 놋쇠그릇으로 만든 메달일지언정 그 메달이 금색으로 반짝이고 거대하다는 점에서 그것을 받고 기뻐할 정도로 반짝이는 보석을 좋아하는 모습이 나오지만 인간과의 유대감은 깊은 편이다.

야생용이나 비행사가 따로 있는 적대국의 용의 경우에는 다르지만 대부분은 용의 모습을 한 인간이라는 생각도 든다. 오히려 나라별로, 친하게 사귀고 있는 친구에 따라 태도가 다르다는 점이 더 인간 같다는 생각을 강하게 하는 편이다. 강인한 몸과 대체로 뛰어난 지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제외한 경우만 말이다. 거기에 테메레르는 이제 용권이라는 개념까지 들고 나왔으니 인간의 친구이며 동등한 존재로서의 용을 보여주는 것이다.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등 나라 혹은 대륙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용과 공존하는 세계를 표현한 이 독특한 세계관과 나폴레옹 시대의 전쟁을 접목한 테메레르 4권 주요 내용은 이렇다.

테메레르는 프러시아의 군인들과 야생용들을 데리고 영국으로 귀환한다. 많은 사람들을 싣고 있어서 프랑스 용들에게 대항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가운데 영국 연안까지 날아왔지만 뜻밖에 영국 쪽에서는 지원이 오질 않는다. 그 많은 용들은 다 어떻게 된 걸까하는 의문과 함께 간신히 영국 귀환에 성공한 테메레르와 로렌스 일행.

그런 그들이 알게 된 것은 영국에 알 수 없는 전염병이 퍼져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용들 한정으로 퍼진 전염병이었다. 병은 감기처럼 시작했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여겨졌었지만 차츰 폐병으로 번져가며 병세를 악화시켜 많은 용들은 비행은 이미 힘든 상태였고 죽는 용까지 나온 상태였다. 그래서 지원을 하지 못했던 것인데, 처음에는 야생 용들과 함께 순찰을 돌며 방어에 나선 테메레르였지만 결국 치료약을 구하기 위해 아프리카로 향한다.

이후에도 많은 모험이 있고 예상외의 일들이 계속 이어진다. 더구나 책 자체가 오백 페이지가 넘는데도 길다는 생각은커녕 짧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책의 재미가 뛰어났다. 또한 시대 배경이 전쟁을 하는 중이기도 하지만 한 고비 넘으면 또 한 고비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흥미로운 사건이 끊이질 않는다.

소설 속에서 험난한 여정을 계속 넘게 하는 것은 테메레르와 로렌스의 우정이지만, 페이지를 계속 넘기게 하는 것은 뒤를 알 수 없는 전개, 재치 있는 대사와 매력적인 인물들의 힘이다. 가령 비행사를 혹시나 빼앗길까봐 자신의 몸으로 칭칭 감고 앙탈을 부리는 용의 모습이나 자신의 비행사가 임신한 뱃속 아이를 뱃속 알은 괜찮냐고 하는 말을 읽다보면 웃음이 절로 나왔다.

승무원에 대해서 소유욕을 표하는 용의 모습에서도 피식 웃음이 나고 자신의 몸도 아끼기야 하지만 승무원을 아끼는 용의 모습에 감동을 받기도 했다.

이번 아프리카로 갔을 때는 용에 대해서 조상이라고 표현하는 독특한 부족이 등장하는데 나라별로 다르게 살아가는 용의 모습을 보는 것도 용과 인간의 우정을 지켜보는 것도 둘 다 생소하지만 즐거웠다. 전쟁사를 다룬 만큼 피비린내 나는 장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장면이 더 많고 이색적 소재를 잘 살린 판타지 소설 '테메레르 4권 상아의 제국' 다음 권을 계속 기다리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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