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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패러독스 - 기발한 상상력과 통쾌한 해법으로 완성한 경제학 사용설명서!
타일러 코웬 지음, 김정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경제학 이라는 말을 들으면 일단 딱딱하고 머리 아픈 학문이란 생각을 가장 먼저 하게 된다. 복잡하지만 실생활에 큰 쓰임은 없는 이론들이 가득한 학문이란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오히려 경제학은 온갖 것에 적용이 가능하고 정말 필요한 학문이라고 주장한다. 레스토랑을 고르는 것 부터 아이에게 설거지를 시키는 소소한 일에까지 적용할 수 있는 학문이란 것이다.
그 설명을 위해 자세한 사례가 제시되기 때문에 읽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다. 또 쉬운 이해를 위해 경제학 용어 같은 것은 생략되는 일도 꽤 돼서 이 책이 경제학과 관련이 있었나 하는 생각까지 가지게 한다. 심지어 거기에 저자는 가정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경제학적 지식을 지나치게 사용하지 말라는 조언까지 덧붙인다.
그래서 더 큰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경제학 패러독스'의 내용은 8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보상과 처벌로 세상을 움직이는 방법, 인센티브의 함정, 잘 먹고 잘 살기 위한 경제학, 인간관계의 경제학, 자기기만의 기술, 문화예술 향유의 경제학, 7대 죄악을 파는 시장, 어떻게 세상을 구할 것인가 이 8개가 각 장의 주제다.
'일상의 경제학'이라는 책을 읽고도 생각했던 것이지만 경제학자의 눈으로 본 세상은 일반 사람이 생각하는 세상과 다르다. 예를 들면 아이가 설거지하는 것을 거부했을 때 보통 사람은 반항기에 들어갔거나 귀찮아서 그렇다고 생각하겠지만 저자의 입장에서는 내적동기가 부족하거나 인센티브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돈으로 해결이 전부 될 것만 같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돈이 곧 개인의 이득으로 여겨지는 것은 아니며 무조건 돈을 제시했다가는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는 것이다. 바로 자기 딸에게 설거지를 시키려고 돈을 주겠다고 제안했을 때 아이는 가족에게 헌신한다는 만족감을 위해 하는 것일 수도 있는데 돈을 주겠다고 제시하면 내적동기에 맞지도 않을 뿐더러 돈으로 통제 당한다는 느낌이 싫어서 거부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다른 예로는 보통 사람들은 구걸하는 사람들에게 아무 생각 없이 돈을 내민다. 안 됐다는 생각이 들어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보탬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돈을 주게 되는 것이다. 허나 이는 잘못된 행동이라고 이 책에서는 지적한다. 사람들은 선의로 돈을 건네겠지만 그 걸인은 자신의 그 위치를 지키기 위해 상당한 돈과 노력을 소모하고 있어서 실제로 이익이 되는 돈은 많지 않고 그것을 감안해서 많은 돈을 주면 많은 경쟁자, 즉 많은 걸인이 생겨나는 결과를 가져온 다는 것이다. 그래서 굳이 가난한 사람을 도우려고 돈을 주고 싶다면 돈을 구걸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가난한 사람에게 돈을 주라고 조언한다. 돈을 받았을 때 놀랄 만한 사람에게.
이 두 가지만 봐도 생각의 관점이 상당히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 속에 흔히 지나치는 일들을 전혀 다른 관점으로 보는 시각, 그것이 평소 어렵게만 느껴진 경제학자의 입장에서 보는 관점이라 색다를 뿐 아니라 꽤나 신선하다.
그래서인지 책의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재밌게 읽어내려 갈 수 있었다. 또한 맛있는 레스토랑을 고르는 법 같은 경우 당장이라도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더욱 인상적이었다. 허나 고문하는 상대에게 진실을 말한다고 생각하게 하는 법 같은 경우는 읽을 때는 매우 흥미로웠지만 특수요원이 아닌 이상 활용할 가능성은 없지 않겠는가. 활용할 일이 없는 편이 일상에도 유익하고 말이다. 이렇게 흥미로운 사례와 실생활에서 적용 가능할 경제학적 조언이 가득한 '경제학 패러독스' 가볍게 읽을 수 있어서 더욱 좋았던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