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센추리 게임 1 - 불의 도시 로마에서 ㅣ 초록도마뱀
피에르도메니코 바칼라리오 지음, 이현경 옮김 / 웅진주니어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다른 해와 달리 지난 2월에는 독특한 점이 하나 있었어요. 그건 바로 29일의 존재였는데요. 4년에 한번 돌아오는 윤년이었던 거지요. 원래는 불안전한 달력을 보완하고 시간을 맞추기 위해 4년에 한번 하루를 덧붙이는 것이지만, 왠지 시간의 틈새를 실제로 만난 것 같은 기분이 되었구요.
이 책 센추리 게임에서도 일상 속에 존재하지만 신비하게만 느껴지는 윤년을 이용하는 부분이 있네요.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사건에 말려들은 주인공들 엘레트라, 하비, 미스트랄과 성 이 네 아이의 공통점은 생일이 전부 2월 29일이라는 것이었어요. 윤년에 태어난 네 아이는 각기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구요.
처음 이 아이들이 만나게 된 것은 로마에서 호텔을 하는 엘레트라의 아버지 페르난도가 실수를 저질렀기 때문이었는데요. 한 방에 세 가족의 예약을 받은 거였구요. 미국인인 밀러부부와 아들 허비, 프랑스인 모녀로 향수 디자이너인 엄마와 딸 미스트랄, 중국인 부자인 용완호와 아들 성은 예약 실수로 애매한 상황에 처하지만 결과적으로 엘레트라까지 네 아이가 2층 침대가 2개 있는 한 방에서 자게 됩니다. 한 방을 쓰게 되기도 했고 친해지려고 이야기를 나누게 된 아이들은 자신들의 생일이 모두 같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아이들 사이에 정적이 흐르고 모두 이상한 기분에 사로잡히는데요.
이것은 우연이 네 번이나 겹칠 수 있을리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기도 하고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다는 예감때문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 예감에 맞게 사건이 잇따릅니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정전, 두꺼비집을 찾다 실패한 아이들은 정전이 전 도시에 전부 일어난 것인지 알아보려고 거리로 나서구요. 아이들다운 모험심이 발휘된 것이기도 했지만 흐름에 말려든 탓이기도 했을 것 같네요.
그리고 거리에서 한 남자와 마주치는데요. 그 남자는 엘레트라에게 가방을 떠맡기고 그 자리를 도망치듯 떠납니다. 아이들 역시 기묘한 기분이 들어서 서둘러 호텔로 돌아갔구요. 첫 모험의 다음날 어젯밤의 그 남자가 살해 됐다는 신문기사가 실립니다. 이 기사를 읽고 호기심과 불안감이 뒤엉킨 아이들은 가방을 열어보기로 결정하는데요. 가방 안에 든 것이라고는 카페 그레코를 가리키는 메모와 팽이 네 개, 나무 지도 뿐 입니다. 이 때부터 아이들의 모험이 본격적으로 전개됩니다. 그리고 그들을 쫓는 악당들의 위협도 다가오구요.
오랜만에 재밌게 읽은 모험 소설이었어요. 얼마 전에 '잉크하트'를 재밌게 보기야 했지만 그 책에서는 든든한 아버지 모가 조력자이자 주요인물로 버티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센추리 게임'에서는 어른들은 악당이거나 방관자이고 아이들 네 명이서 헤쳐 나가는 모험소설이라 더 두근거리면서 읽은 것 같네요.
거기에 이 소설을 더 특별하게 만든 것은 아이들이 4대 원소의 힘을 이용할 수 있는 능력자라는 설정 때문이었는데요. 1권이니 만큼 로마의 소녀 엘레트라의 힘만 개화했지만요. 불의 도시 로마에서 시작된 이야기라 첫 번째로 찾는 보물은 불의 반지구요. 1권 전체에서 불의 힘을 가진 엘레트라의 활약이 특히 돋보였어요.
2권까지 불의 반지를 찾는 내용인 걸 보니 8권 정도에서 완결될 것 같네요. 책 자체는 256페이지에 활자가 큰 편이라 읽는 데는 1시간 남짓 걸렸어요. 머리가 아파서 뒹굴거리다가 무심코 집었는데 두통을 잊을 만큼 재미와 흡입력이 뛰어났구요.
또 책 디자인이 아주 마음에 들어요. 표지도 좋지만 속지도 색감이 좋구요. 아이들이 카페 그레코에 가면 그 정경을 보여주고 메모를 발견하면 그 메모가 삽화로 실려 있어서 모험을 함께 한다는 느낌을 주네요. 이야기 전개 방식에서는 하나의 장소에 가면 다른 장소로 향하는 실마리가 있는 점이 특히 마음에 들었어요. 꼬리에 꼬리를 무는 단서와 수수께끼랄까요. 더구나 다음 권을 읽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든 권마무리 때문에 2권을 보고 싶어서 안달을 하게 되네요. 정말 재밌게 읽었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