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호러 단편 100선
에드거 앨런 포.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 외 지음, 정진영 엮고 옮김 / 책세상 / 200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재밌는 이야기 책이 끝나버리는 것 만큼 아쉬운 일도 없는데요. 이 책은 그런 면에서는 아주 흡족한 편이네요. 일단 두툼하니까요. 천페이지 가량의 분량에다가 무려 단편 백 편을 담고 있어요. 그 단편을 쓴 작가들도 하나같이 유명한 사람들이구요.

하지만 호러단편이라고 해서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충격적인 내용이라고 속단하시면 안되구요. 오싹하면서 고풍스러운 느낌의 고전문학이랄까요. 전에 읽었던 뱀파이어 걸작선은 주제가 뱀파이어라는 것으로 묶여 있어서 전개와 결말이 예측이 갔다면 이번 책의 단편들은 일정 주제로 묶여 있는 게 아니라서 더 예측 불허의 전개와 결말이 많네요. 물론 고전소설 느낌이 물씬나는 거라 전형적이라면 전형적이지만요.

각 편은 대강 열 페이지 내외에요. 호흡이 짧은 만큼 어지간한 역량의 소설이 아니면 흡입력이 떨어지는 면도 있구요. 각 단편마다 그 작가에 대한 짤막한 소개가 실려 있어요. 단편 작가치고 안 유명한 사람이 없어서 놀랐어요. 요절하거나 자살한 사람은 또 왜 그렇게 많은지...실은 이 책 한 번에 다 읽어서 그런지 머리가 좀 아프네요. 집중력이 저하되서 그런지 끝에 가서는 재미없는 것도 꽤 있었구요.

가장 재밌었던 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첫 번째로 수록되어 있는 브램 스토커의 '스쿼'였어요. 애드거 앨런 포의 '검은 고양이'도 살짝 떠오르는 내용이었는데요. 저럼 안돼는데 하다 보면 이야기가 파국으로 흘러가더군요. 예상 대로의 결말인데도 흥미가 떨어지지 않았어요. '드라큘라'의 작가 답게 매우 재밌었구요. 그 외도 형제 작가로 유명하다는 아서 크리스토퍼 벤슨의 '막힌 창', 에드워드 프레더릭 벤슨의 '버스 차장', 로버트 휴 벤슨의 '감시자'도 좋았구요.

소름이 돋는 공포라기보다 아스라이 사라지는 정체불명의 그림자라는 느낌이었어요. 존 켄드릭 뱅스의 '해로비 저택의 워터 고스트'처럼 유머러스한 분위기의 단편도 많았고 해서 읽기는 쉬웠구요. 순대가 소시지를 저녁식사에 초대했다는 이야기가 떠오르는 '살인농장'처럼 인상깊은 것도 가득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재밌다와 재미없었다는 것을 나누는 건 작가에 대한 취향차이가 클 것 같구요. 특별히 질이 떨어지는 단편이 있다기보다 선호하는 작가의 것이 재밌게 느껴지더군요. 고전 공포소설 종합선물세트랄까요. 취향대로 골라 읽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