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신검시관]인간적 매력과 명쾌한 추리

종신검시관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민경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5월

상당히 마음에 드는 추리소설 종신검시관입니다. 표지가 독특한 편이라 읽기 시작했는데 읽으면 읽을 수록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책은 8가지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처음에야 당연히 장편일 줄 알았다가 단편이어서 실망스럽다는 생각을 했지만 중반부를 읽으니까 단편이라서 더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종신검시관 구라이시는 매우 마른 사람으로 탁월한 통찰력을 가진 인물입니다. 너무 뒤에것 까지 전부 다 읽어내니 저는 홈즈가 떠오르더군요. 그 만큼 뛰어난 추리력을 보여주는 인물입니다. 그를 종신검시관이라고 부르지만 그건 직책명이 아니라 별명이구요. 다른 별명으로는 구라이시 교장이라고도 불립니다.

부하들에게 인망도 두터운 편인데 왜 그런지 '실책'편을 읽으니 이해가 갑니다. 왓슨이 죽었을까봐 당황한 홈즈를 만난 심정이랄까요. 단 한번의 실책도 기록하지 않았던 구라이시 검시관이 일부러 한 번의 실책을 저지릅니다. 단 한 달 동안 부하로 일했지만 그 억울함을 전부 헤아려 주고 싶었기 때문에 전체를 다 파헤쳐주는 것이었지요.

경찰이라기보다 야쿠자 같은 인물이라 하고 싶은 말은 상사든 누구에게든 가리지 않기 때문에 통쾌하기도 합니다. 사건은 뿌리까지 파헤쳐 전부 밝혀주는 점이 명쾌하기도 하구요.

물론 구라이시가 모든 사건의 화자로 등장하는 것도 항상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사건을 풀어내는 것은 거의 구라이시 검시관 입니다.

'붉은 명함' 편은 죽는 순간이 너무 자세한 기분이 들어 오싹하기도 하고 붉은 명함이 주는 어감이 섬뜩했지만 막상 풀어내고 나니 그렇지도 않구요.

인간적이고 독특한 구라이시의 카리스마에 푹 빠져 있다보면 어느새 권말이 다가와 있네요. 간만에 명쾌한 추리소설을 읽었다는 생각이 들구요. 이 작가의 다른 책도 읽고 싶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