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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로 동화집 - 우리가 알고 싶은 진짜 동화 01
샤를 페로 지음, 전세철 옮김 / 노블마인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어렸을 때 읽은 동화를 새롭게 해석한 책을 만나는 건 신선하다. 반면 새로운 해석 내지 원전임을 내세워 그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줄 때의 잔혹함은 고개를 돌리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킨다.
다행히 이 페로 동화집은 호기심은 충분히 만족시켜주면서도 반감은 거의 일으키지 않는다. 기존 동화에서 순화되어 사라진 성적 코드는 살짝살짝 내비치되 잔혹한 묘사를 자세히 하지 않기 때문이다. 공주가 왕자를 만나 행복하게 살았다가 아니라 다른 고난에 부딪히지만, 동화가 아니었다면 응당 그랬을 것이므로, 그 현실성과 신선함 덕분에 새로운 시각에서 지루하지 않게 읽어 나갈 수 있다. 성적 코드도 거슬리지 않을 선으로만 나와서 그리 부담스럽지 않다.
이 책에 나온 동화는 잠자는 숲 속의 공주, 빨간 두건, 당나귀 가죽, 푸른 수염, 엄지 동자, 장화 신은 고양이, 신데렐라와 작은 구두, 요정이야기, 세 가지 소원, 고수머리 리케 까지 해서 열 가지 이다. 익숙한 동화인 잠자는 숲 속의 공주는 왕자를 만나 잠에서 깨어났지만 식인귀인 시어머니가 그녀와 그녀의 아이들을 노린다. 빨간 두건은 허무함마저 느끼게 만들고 푸른 수염이나 장화 신은 고양이, 신데렐라와 작은 구두는 기존에 알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당나귀 가죽은 아버지인 왕이 딸인 공주를 사랑해 결혼하려 드는 근친상간적 내용을 다루지만 고난의 일종 일뿐 동화에서 막강무적 구원세력인 요정이 나오니 그다지 불안하지 않다.
다른 동화들도 전부 재미나게 읽을 수 있지만 가장 특색 있고 마음에 남았던 건 고수머리 리케였다. 현명하지만 지독히 추한 외모를 가진 왕자와 숨막히도록 아름답지만 어리석은 공주의 사랑이야기가 독특하면서도 인상적이었다. 거기에 더해 고운 일러스트가 들어 있어 보는 즐거움을 극대화 시켜 준다. 어른들용 동화책이라 아이에게 권하기는 그렇지만 동화를 좋아하는데 잔혹하게 해석된 동화는 부담스러운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