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야구의 도시라는 부산에서 10년 넘게 살고 있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야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 또래라면 누군나 한번쯤은 '야구광' 이었던 적이 있게 마련이다. 나 역시 그런 시절이 있었다. 초등학교 3학년 즈음부터 중학교1,2학년때까지.  

제일 처음은 고교야구였다. 동대문야구장. 

선린상고, 경북고, 부산고, 경남고, 천안북일고,광주일고, 군산상고 등등  

초등학교때 프로야구가 생기고 나는 OB의 팬이었다. 21번 박철순의 OB. 그 이후 최일언이 있을때 까지만 기억이 난다. 이후 나는 프로야구의 성적에 별 관심을 잃었다. 중학교 들어서면서 농구에 꼽혔다. 야구는 최소한 둘이 있어야 캐치볼이라도 가능한 반면 농구는 언제나 가능했다. 손이 꽁꽁 언 추운 겨울에도 빈 운동장에서 눈발을 맞으며 슛 연습을 했다. (그런 시절이 있었구나..하아..)  

농구로 전향한 나이지만 스포츠 하이라이트에서 박철순이 등판한 장면은 꼭 챙겨봤다. 왜냐하면 어린 시절 그는 나의 영웅이었으니까.( 동네리그 야구에서 최강투수였던 내게는 당연한 일이다.) 

 

 

나는 두산팬은 아니다. 두산감독이 누군지도 모른다. 나는 그저 'OB팬'일 뿐이다. (OB모자도 있다.) 선수들 이름으로 치자면 부산의 연고팀인 롯데 선수들을 더 많이 안다. 하도 주위에서 '그노마 자슥' '에라이 이 빙신가튼기'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이름들을 많이 들어봐서다. 이 곳에서 롯데 야구선수들은 거의 마을동생이나 학교후배 또는 조카 정도 쯤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그래서 좀 듣기 거북한 욕도 편하게(?) 하는 것 같고,또 열광도 하는 것 같다.  

2.메이저 리그를 열심히 보는 사람은 Moneyball이란 단어를 알것이다. 초록색과 노란색이 배색된 모자를 쓰는 오클랜드 애슬래틱스의 단장 빌리 빈과  폴 드포데스타식 야구경영을 뜻하는 말이다. 마이클 루이스가 이들의 이야기를 <머니볼>이라는 책으로도 출간하여 히트를 쳤다. 

빌리 빈의 '머니볼' 핵심은 '출루율'이었다. 바로 'run'이다. 당시 MLB에서는 타율이나 홈런 같은 전통적인 선수 평가 수치만을 중심으로 트레이드 시장이 형성되어 있었다. 상대적으로 출루율은 그다지 중요한 통계가 아니었다. 영세한 구단인 오클랜드의 빌리 빈은 '출루율'이 괜찮으나 몸값이 싼 선수들을 대략 매입(?) 한다. 주식시장으로 이야기하자면 기업실적은 좋은데 저평가된 종목들을 찾아낸 것이다. 빌리 빈은 평가 기준을 '출루율' 에 촛점을 맞춘 것이다. 승리하려면 일단 점수를 내야하고 점수를 내려면 주자가 루상에 나가야 한다. 즉 안타든 포볼이든 일단 살아나가는 선수가 좋은 선수다.  오클랜드는 '머니볼'이라는 야구경영스타일을 가지고 5-6년간 상당히 좋은 성과를 기록한다. (최근에는 그다지 좋지 않다고 한다.)   

 올 가을경에 영화도 나온다고 한다. 브래드 피트가 빌리 빈의 역을 맡는다.야구가 수치와 통계의 경기이고 머니볼도 궁극적으로 그런셈이긴 하다. 하지만 스포츠의 진짜 재미는 그런 통상적인 수치와 통계를 뒤집는 의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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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 김현정의 뉴스쇼 > ]

- 노조지회장 직권조인 법적효력 없어
- 크레인 174일 중 가장 참담한 광경
- 정리해고 철회가 유일한 해법
- 강제퇴거시 '용산' 재연 우려
- 동료 노동자 2명 죽음 후 8년동안 보일러 못 켜고 살아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

"한진중공업 사태가 타결됐다, 노조는 총파업을 철회하고 업무에 전면 복귀하겠다" 어제 이런 속보가 떴습니다. 그래서 드디어 한진문제가 해결이 됐구나, 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내부상황이 상당히 복잡한데요. 노조의 집행부, 지도부는 사측과 합의를 했다고 밝힌 반면, 일부노조들은 강력 반발을 하면서 지금 크레인위에서 농성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상황이 어떻게 된 건지, 왜 이분들은 여전히 내려올 수가 없는 건지, 김진숙 씨가 174일째 올라가 있는 고공크레인 위로 가보겠습니다.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 연결을 해보죠.




◇ 김현정 > 김진숙 위원님 안녕하세요?

◆ 김진숙 >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 안녕하신 거 맞습니까?

◆ 김진숙 > 안녕 못합니다. 사실은. (웃음)

◇ 김현정 > 사실은 인터뷰 연결 자체가 쉽지 않았습니다. 어제부터 크레인에 전기가 끊겨서 배터리도 충전이 안 된다고요?

◆ 김진숙 > 저 같은 경우는 배터리뿐만 아니라 식사도 차단이 되어서 어제 저녁부터 밥도 못 먹고 있습니다.

◇ 김현정 > 식사도 그 위에까지 배달이 안 되고 있어요?

◆ 김진숙 > 지금 용역들이 크레인을 점거, 점령한 상태로 완전히 고립되어있어요. 우리 중간에 올라와있는 10여명은 식사가 공급이 되는데, 작년에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단식을 오래하면서 위가 상해 죽을 먹거든요. 그 죽을 공급해주는 선이 끊겨가지고 못 먹고 있습니다.

◇ 김현정 > 지금 퇴거명령이 내려지고, 공권력도 투입이 된 것으로 아는데, 그 이후에 지금 상황이 어떤 건가요? 트레인 주변이?

◆ 김진숙 > 어제 같은 경우에는 가처분결정을 법원에서 들고 와서 집행을 한 건데요. 그런데 사실은 그게 행정대집행이라는 이름이지만 경찰병력이 어마어마하게 3천명이 왔었다고 그러는데, 그렇게 둘러싼 상황에서 조합원들을 강제로 들어냈는데, 원래 가처분결정의 내용이 정문에서 노동조합까지는 자유로운 출입을 허용을 하고, 85호 크레인까지도 생산을 방해하지 않는 이상은 허용되는 걸로 나와 있는 거거든요. 그런데 법원에서 법을 어기는 집행을 어제 해버렸습니다. 그래서 밑에 있던 조합원들은 끌려 나가고, 크레인이 중간지점이 또 있거든요. 제가 있는 데는 혼자 있고, 중간지점에 조합원들이 한 25명 정도 올라와 있다가 몸이 안 좋아서 내려간 분들도 계시고 사측에서 12명만 남으면 정리하고 용역을 철수하겠다는 약속을 해서 12명 남기고 내려갔는데도 지금까지 그 약속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 김현정 > 지금 크레인에는 12명이 남아계시는 거군요?

◆ 김진숙 > 꼭대기에는 저 혼자 있고요.

◇ 김현정 > 중간쯤엔 12명, 지금 꼭대기에는 김진숙 지도위원 1명. 끌어내리는 상황에서 다치신 분은 없습니까? 어제 50명 정도가 밧줄로 서로 몸을 묶고 있는 사진을 봤거든요?

◆ 김진숙 > 많이 다쳤겠죠. 그런데 저는 지금 휴대폰도 끊긴 상황이라 완전히 고립되어있어서 상황의 파악이 제대로 안 되고 있습니다. 일부만 지금 얘기를 듣고 있죠.

◇ 김현정 > 어제 오전에 분명히 타결이 됐다는 속보를 봤는데, 왜 지금 김진숙 위원장과 다른 분들은 거기에 왜 남아계시는 건가요?

◆ 김진숙 > 제가 민주노총 지도위원이기도 하지만 한진중공업의 해고자이기도 하고, 노동조합의 조합원이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그저께 오후 3시 반부터 집행부하고 조합원들 간의 간담회가 있었어요. 그 자리에서 지회장이 일방적으로 업무복귀 선언을 하겠다, 그래서 거기에 참여했던 조합원들이 다 강력반대하고, 지회장이 기자회견을 강행한다는 얘기를 듣고 조합원들이 노동조합사무실을 사실 점거하기도 했습니다. 기자회견을 막기 위해서 그랬는데 그것을 이메일로 언론사에 발송을 하고, 그리고 사실은 이 조합원들이 바닥에 질질 끌려나가는 과정에 사장하고 지회장이 만세를 부르면서 악수를 하는 장면을 보고, 제가 오늘 174일째인데 가장 참담한 광경이었습니다. 정리해고당한 조합원들이 평생을 일했던 공장에서 쫓겨나는 것도 억울해서 지금 반 년 넘게 싸우고 있는데, 집에도 못 들어가고, 거기에 노동조합, 집행부마저 조합원들을 버리는구나, 이렇게 생각을 하니까 어떤 조합원의 표현대로 죽고 싶다, 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상황이었습니다.

◇ 김현정 > 그러면 조합원의 어떤 찬반투표라든지 동의과정이 없이 지회장이 그냥 합의서에 사인을 해줬다, 이런 말씀이신가요?

◆ 김진숙 > 직권조인을 한 건데 그게 사실은 법적으로도 효력이 없습니다. 우리는, 금속은 산별노조이고 금속노조 위원장이 체결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효력이 없을 뿐더러 오늘 합의안에 대해 반박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이 11시, 민주노총하고 금속노조차원에서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김현정 > 그러면 노조위원장이 합의한 내용을 한번 보죠. 내용자체는 동의하기가 어려우시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러니까 반발을 하고 계시겠죠?

◆ 김진숙 > 첫 번째 희망퇴직을 한다는 것, 지금 한진중공업 같은 경우는 2년 넘게 희망퇴직을 계속 받아온 상황이었거든요. 아무 그게 없고. 그리고 두 번째 정리해고는 이후에 협의한다, 6개월을 넘게 파업투쟁을 하고 고공크레인에 174일을 있어도 어떠한 내용의 진척이 없었는데 그렇게 한다는 것은 결국 법적으로 가겠다는 건데, 대법원까지 3년이 넘게 걸립니다. 생계가 아무 것도 없는 해고자들이 3년을 무슨 재주로 버티겠어요? 그 안에 떨어져나가게 한다는 전략으로 저희들은 받아들여지고, 그다음에 대법원 판결이 난다하더라도 그게 안 이루어지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내일 청문회를 앞두고 이틀 전에 이렇게 행정대집행이라는 이름으로 공권력이 위협을 하고, 조합원들을 끌어내는 상황에서 국회까지도 지금 우롱하는, 이 자본의 행태가 어떤 법이 영향을 미치겠습니까?

◇ 김현정 > 선 업무복귀 후 협상, 해고자 문제 말입니다. 그 부분에서 결정적으로 받아들이기가 어렵다는 말씀이신데요.

◆ 김진숙 > 저희들은 요구하는 게 정리해고 철회, 한 가지밖에 없었어요. 지금까지. 그런데 지금 아무 것도 진전이 없는데 어떻게 받아들이겠습니까?

◇ 김현정 > 오늘로 174일째 크레인이 계시는 거죠?

◆ 김진숙 > 네.

◇ 김현정 > 뭐가 제일 어렵습니까?

◆ 김진숙 > 앞으로 더 어려워지겠죠. 노동조합으로부터도 배척당하고, 저는 조합원들이 이런 상황에서도 좀 꿋꿋하게 올바른 판단들을 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한진중공업은 궁극적으로 필리핀 수빅으로 조선소를 빼려는 목표가 있기 때문에 이게 정리해고 한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고, 2003년부터 죽 유지되는 과정들이 있었어요. 그 과정 중 하나였던 거고, 이게 끝난다 하더라도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는 게 예상입니다.

◇ 김현정 > 지금 노조집행부로부터 고립 당했다, 라는 말씀을 하셨어요. 그리고 공권력 집행관들이 하나 둘 씩 크레인에서 사람들을 끌어내리면서 압박을 하고, 크레인 꼭대기에는 김진숙 위원장 한분만 계시는 거고요. 만약 그 꼭대기까지 와서 끌어내릴 가능성도 지금 있는 건가요?

◆ 김진숙 > 지금까지 계속 그런 위협이 있었죠. 특공대들이, 저 옆 84호 크레인의 구조가 똑같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같은 베일을 쓰기 때문에 85호 크레인까지 접근할 수 있어요.

◇ 김현정 > 만약 특공대들이 그 위에까지 와서 내려가십시오, 라고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 김진숙 > 174일을 오만 것을 다 견디고, 악조건들을 견디고 여기까지 왔는데 그렇게 강제적으로 끌어내린다면 제가 어떤 선택을 하겠습니까? 사실은 벼랑 끝으로 몰아넣는 거죠. 그야말로 공권력이라는 이름으로 밀어 넣는 건데요. 저는 답이 없습니다. 저는 이 문제가 끝나기 전까지는 이 문제를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 김현정 > 트위터에 용산이라는 단어를 어제 적으셨어요. 이 얘기는 제2의 용산 같은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 김진숙 > 그렇죠. 제가 여기 좁은 공간에 올라와있는데 그걸 강제집행을 한다면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중간에 있는 조합원들도 마찬가지, 절박한 심정으로 올라와있는 해고자들이거든요.

◇ 김현정 > 그런 의미로 용산이라는 단어를 적으셨던 거군요?

◆ 김진숙 > 그 트위터가 마지막이었습니다. 그 이후에 배터리가 끊겨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 김현정 > 그런 불상사는 일어나지 말아야 될 텐데요. 재현되어서는 안 되는데 말입니다.

◆ 김진숙 > 저도 바라는 바입니다.

◇ 김현정 > 엄밀히 말하자면, 김진숙 위원장하고는 직접적인 상관이 있는 일은 아닙니다. 이미 80년대 해고당하신 분이니까요. 왜 이런 어려움을 자처하십니까? 170일이 넘도록.

◆ 김진숙 > 2003년도에 똑같은 정리해고 문제를 가지고, 저는 2명의 20년지기를 잃었습니다. 그때 이 85호 크레인에 129일을 매달려있었던 '김주익'이라는 사람, 그리고 2주일 만에 '곽태규'라는 사람이 또 죽었습니다. 그 죄책감 때문에 저는 8년 동안 한 번도 보일러를 못 켜고 냉방에서 살았어요. 그렇게 두 사람의 목숨을 지켜서 받아낸 단체협약서, 그리고 조합원들, 그것을 다 무너뜨리고 그 약속을 어기고 사측이 나오는데, 제가 어떤 선택을 해야 되겠습니까? 이 상황에서 더 이상 조합원들이 잘리고 길바닥에 내몰린다면 저는 살아도 산목숨이 아닙니다. 살 수가 없어요.

◇ 김현정 > 알겠습니다. 내일 청문회도 있으니까 끔찍한 상황, 불상사까지는 가지 않도록 그전에 좀 조속하게 해결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어려운 상황인데 이렇게 인터뷰 응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김현정의 뉴스쇼 프로그램 홈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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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환경노동위에서 '한진중공업'사태와 관련한 청문회를 열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물론 청문회를 연다고 무슨 극적 해결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부산 영도에서 찌라시(전단)로 시민들에게 내용을 알리던 지난 시절에 비하면 큰 성과다. 지난해 가을이였던가...한진중공업에서 정리해고 문제로 갈등이 촉발되고 있을때, (본격적인 정리해고 통보는 그해 겨울있었다.)보수동 헌책방 골목에서 한진중공업 노동자에게 찌라시 한 장 받았다. 나는 그 분들이 보는 앞에서 읽었다. 나로서는 그게 그 분들에게 보낼 수 있는 가장 큰 예의이자 연대였으니.(사실 나는 길거리에서 정치적이든 상업적이든 찌라시를 잘 받는 편이다.)  

결국 김진숙 위원이 크레인을 올라가면서 이 문제에 언론과 다른 지역의 시민들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많은 이들이 그녀가 남긴 말  '김주익 동지가 못했던 일. 올라갔던 그 길로 다시 내려오겠다' 는 다짐이 반드시 이루어지길 바랬다.  그런 바람들이 모여서 일까?  전국 각지의 시민들의 도움과 연대는 크레인에서 그녀를 외롭게 방치하지 않았다.  1차 '희망버스'에 이어 오는 9일에는 2차 희망버스도 다시 그녀를 응원하기 위해 온다. 

한 사람의 신념과 용기가 많은 이들을 움직인 것이다.  

김진숙이 크레인 투쟁을 결정했을 때, 어떤 이들은 그런 말을 했다. "노동자도 좋고, 진보도 좋은데...매번 그렇게 촌스럽게 해야되는 건가? 그렇게 막무가내로 말고.."   

촌스럽게 않고 투박하지 않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노동자와 테이블에 앉아야 하는 파트너들이 그들을 '부리다가 안되면 짤라도 되는' 그런 부속품같은 존재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들에게 돌봐야 하는 부모가 있고, 키워야하는 아이들이 있고, 유지해야 할 삶이 있고....행복해질 권리가 있다는 점을 동등하게 생각한다면 말이다. (물론 자본의 운동방식은 그런 것을 뛰어 넘는 시스템적인 것이다.) 그렇다면 촌스럽지 않게, 악다구니 쓰지 않고, 어느 정도 이야기를 나눌 수는 있을 것이다. ^^   

촌스럽지 않게 투쟁하기. 물론 창의성 뛰어난 시위들도 있다. 1인시위.com 같은 기발한 사회운동사이트도 나오는 시점이다.  기발하고 재미있게 하는 시위 정말 좋게 생각한다. 돌아가는 길에 스타벅스에서 아이스 모카 한 잔 마시면 얼마나 가뿐하겠나. (이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촌스러운 시위'를 무시하지 않는 한...) 

그렇지만 촌스러울 수밖에 없는 시위, 몸을 던지는 시위들도 존재한다. 땀냄새로 돌아가는 길에 버스타기가 민망한 그런 시위들도 존재한다.  전술상의 오류가 아닌 이상, '촌스러운 진정성'을 촌스럽다고 뭐라 하는 것은...글쎄... 뭐랄까...뭐랄까... '피식 피식'....... 말을 아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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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아내는 매실을 담았다. 알이 작고 크기가 들쭉날쭉,그리고 좀 비싸지만 토종 매실을 고른다. 몇 kg을 사는 지 정확히 모르겠다. 양이 꽤 많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차이기 때문에 1년 먹을 분량을 만들어 놓는다. 올해는 아래층 사는 이웃 사촌집에서 5kg 청매실을 가져다 주어서 각 각 두 번을 담게 되었다. 유리병 속, 갈색 설탕 가루 사이로 작고 귀여운 매실들이 옹알거린다. 

재원이는 그 매실병을 보면 "매찔...매찔...차...아뜨.." 라고 하며 작은 두 손을 양볼에 갖다대는 시늉을 한다.  

 梅雨.  

일본에서는 매실이 익을 무렵인 6월부터 내리는 장맛비를 '매실비', 일본말로 '바이우'라고 한다.  고등학교 일어 시험에도 나왔던 단어다. 당시 일어 선생님께서 "이름은 예쁜데 비로 인해 생기는 수해같은 것들을 생각하면 아름다워서 섬뜩한 느낌도 받는다." 라는 이야기를 했던 것이 기억난다. 굽은 강을 쭉펴는 삽질을 하는 요즘,  장마가 어떤 영향을 주게 될런지...  

  

 최치원 선생의 <촉규화>란 시도 이 맘 때쯤 어울린다. 촉규화는 시골집 벽을 따라 늘어선 '접시꽃' 의 한자이름이다. 접시꽃이 피는 계절이다. 

寂寞荒田側[적막황전측]적막하고 황량한 밭 귀퉁이
繁花壓柔枝[번화압유지]탐스런 꽃송이에 약한 가지 휘었네
香經梅雨歇[향경매우헐]장마비 그쳐 향기 흩날리고
影帶麥風의[영대맥풍의]훈훈한 바람에 그림자 흔들리네
車馬誰見賞[거마수견상]수레 탄 사람 그 누가 보아줄까
蜂蝶徒相窺[봉접도상규]그저 벌 나비만 와서 엿볼 뿐
自慙生地賤[자참생지천]천한 땅에 태어난 것 스스로 부끄러워
堪恨人棄遺[감한인기유]소외당하는 한을 삼켜 견디네
 


  

출근길 장마의 시작을 알리는 안개비가 내렸다. 운전에 큰 장애를 주는 양은 아니었다. 번잡스럽게 와이퍼질을 하지 않았다. 작은 물방울들이 앞 유리창에 촘촘이 들어와 박혔다. 가벼운 몸들은 쉽게 서로의 체중을 의지하지 않으며 출근길 내내 함께 했다.  

리히터의 헨델 keyboard suite를 들으며 비를 머금고 있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낮게 드리운 회색빛 하늘은 마음을 차분하게 만든다. 

 헨델. 고향인 독일보다 영국에서 국민음악가로 대접을 받았던 인물. 낭만적으로 채색된 고뇌하는 예술가상과는 달리 평생 부와 명예의 언저리에 있었다. 그렇다고 단순히 세속적인 성공에만 집착한 인물만은 아니었다. 이탈리아 오페라를 들여와 유럽에서 음악적 반향을 일으켰으며, 대규모 오라토리오 등을 통해 영국 음악의 개혁을 이루어내기도 했다. 매우 영특한 존재였다. 물론 현대에 와서는 심오한 강에 비유되는 바흐에 비해 저평가 되는 설움도 겪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헨델의 곡 중에서 '키보도 모음곡' (정확히는 하프시코드 모음곡이다.) 은 그다지 많이 알려진 곡은 아니다. 아무래도 바흐의 방대한 키보드 작품군들과의 비교때문이 아닌가 싶다. 바흐의 곡들에 비해 무언가 깊이가 얕아보이고 구조적으로 불안정해보이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하지만 또 한 곡 한 곡 듣다보면 한걸음 뒤로 밀려난 자의 애상 같은 것이 들린다.(물론 이건 청자의 심리적 편견이 만든 것이다.)

 

 

   

이 곡은 부분 녹음이 많다. 또한 원곡은 하프시코드곡이겠지만, 하프시코드나 클라브생등의 쟁정거림 보다는 피아노의 울림이 내게는 좋게 들린다. 그래서인지 바로크 시대 건반연주는 대개 피아노곡으로 가지고 있다. 설령 그것이 작곡가가 의도했던 곡의 원형과 다를 지라도 말이다.  

오늘 아침에 들었던 CD .1980년 7월 리히처의 녹음이다.

   

유투브에 있는 음원은 1979년 Tour festival-리히터의 EMI 녹음 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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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투르 그뤼미오(1921-1986) 

 

20세기를 대표하는 바이올린 연주자다. 흔히들 '프랑코-벨기에 악파'의 적통이라고 말한다. 20세기 바이올린 연주자들을 계보로 나누는 방식은 여러가지가 있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고 실제적으로 나눈다는 일 자체에 약간의 무리수도 있다. 먼저 하이페츠,오이스트라흐 등으로 대표되는 강철 바이올린족들 인 '러시아악파', 굴렌캄프,슈나이더한 등으로 대표되는 '독일-오스트리아악파', 줄리어드 갈마리언의 제자들인 이착펄만,정경화 등과 카네기의 대부 아이작스턴의 '줄리어드-유태인파' 그리고 자크 티보 계열의 '프랑코-벨기에악파' 등이다. 그 외에도 이탈리아악파니 동유럽 악파니 분류하는 방식은 더 많다.  20세기 전반부처럼 지리적 한계등으로 연주가 국지화되어 있는 경우는 이런 지리적/학파적 구분 방식이 제법 영향력을 발휘했을 것이다. 그러나 산업의 발달로 인해 물리적,정서적 공간의 축소가 이루어진 20세기 중후반 이후는 이런 영토적 구분은 사실 좀 의미가 없다. 또한 같은 스승 밑에서 배웠어도 이착 펄만과 정경화의 음악에 대한 접근 방식은 상이한 경우가 많다. 사람의 목소리가 제각각 다른 소리를 만들 듯 제각각의 소리를 가진 바이올린도 각기 개성있는 연주자들을 만나 천만가지의 소리를 만든다. 

내가 처음 클래식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했을 무렵( 대개 그렇듯이 음반 뒷면의 연주자들의 이름을 눈여겨 보고 외우려고 할 때다.) 그는 이름이 입에 잘 달라 붙지 않는 대표적인 연주자 중에 하나였다. "아루트르...아...뭐였더라...방금 전에 봤는데도" 물론 그 외에도 수많은 러시아 이름들은 한번에 잘 외워지지 않았다. 스비아토슬라브 리히터, 므스티슬라브 로스트로포비치 등등 . 수 십번을 입으로 발음해보고 또 몇 번을 잊어버리고 나서야 입에 붙었다. (비결은 억지로 생각하지 말고, 그냥 다음에 또 보고, 그 다음에 기회될 때 또 보고 하는것이다. 자연스럽게 익숙해진다.)  

 

 

 

 

 

 

(가장 유명한 아르투르 그뤼미오의 음반들이다.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전집>, 클라라 하스킬과 함께 한  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

아르투르 그뤼미오라는 이름을 알게 되고 나서 과거 가지고 있던 성음 LP음반에서- 파가니니의 협주곡이었다. 그러니까 이 음반은 클래식을 본격적으로 듣기 이전 음반 가게가서 누구의 연주인지도 모르고 그냥 둘러보다 사온 것이다- 그뤼미오의 이름을 발견했다.  "아...내가 예전에 들었던게 아르투르 그뤼미오의 연주였군."  그러니까 그뤼미오와 나의 인연은 내가 그의 이름을 알기 이전 부터 시작되었던 셈이다. 

아르투르 그뤼미오의 연주는 매우 유연하고 다정하며 우아하다. 하이페츠나 코간의 바이올린은 불과 얼음이 서로 쟁투하지만 그뤼미오의 바이올린에는 훈기를 머금은 서풍이 분다. 통기타라도 만져본 사람들은 이런 예를 들면 쉽게 이해할 것이다. 기타를 튜닝할 때 줄의 좀 푼다. 장력을 떨어뜨리는 것인데, 이렇게 하면 날카롭고 팽팽하던 소리가 좀 둥글둥글해지고 부드러워지는 느낌이든다. 그뤼미오의 바이올린 소리를 듣다보면 가끔 쇠로 만든 현을 건드리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 정도로 유려하고 우아한 소리를 낸다는 것이다.  

영화같은데서 보곤하는 낭만적인 프랑스 귀족의 저택 속에 울리고 있을 것 같은 소리. 그뤼미오의 별명을 '궁정악사'라고 하는 것도 틀린 비유는 아닐 성 싶다. 그러나 결코 아름답게만 울리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결을 섬세하게 다듬는 능력은 어찌 보면 화장술로도 충분히 가능한 것이다. 반면 그뤼미오의 바이올린에는 드러내지 않는 귀족적인 관능의 격조가 숨겨져 있다. 좀 통속적으로 말하자면, '태생적인 양반 격조' 다. 그뤼미오의 연주를 듣고 있으면 '부르주아의 미덕' 이라는 말이 자꾸 떠오른다. (여기서 '부르주아'는 정치 경제적인 의미가 아니다.) 그래서 그의 연주에서는 어떤 '결기'같은 것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그 결과인지-사실 무림에는 다른 뛰어난 고수들이 즐비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러시아나 독일음악에서 그뤼미오의 손을 들어주기는 쉽지 않다. 그의 대표적인 명반인 바흐의 <무반주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의 경우도 헨릭 쉐링이나 나탄 밀스타인등의 연주와 비교해 들어 보면 곡의 원래 양식인 '춤곡'(?)에 매우 충실하다. (이 곡이 춤곡의 형식을 차용하고 있지만 춤곡으로 작곡된 것은 아니라고 보는게 정설인 듯 하다. ) 비슷한 예로 바흐의 <무반주 첼로모음곡 >연주에서 첼리스트 요요마의 연주가 이와 비슷한 양식을 따른다.  

대신 모차르트나 포레, 생상스 같이 좀 더 나긋하게 접근할 수 있는 연주에서는 엄청난 매력을 발휘한다. 커피에 비유하자면, '원조 프렌치 카푸치노는 이거다.' 라고 말하는 듯 하다. 달콤 쌉싸름하면서, 오래도록 깊은 향을 남긴다.  

필립스 레이블이 건재하던 시절, 그뤼미오의 연주는 거의 라이센스화 되었다. 덕분에 라이센스로 가지고 있는 음반들이 꽤 있다. 또는 라이센스로 언제든 구할 수 있다는 생각에 놓쳐버린 음반들도 꽤 있다. 필립스가 병합되고 더이상 자주빛 레이블을 찾아보기 힘든 시절인지라  잊혀진 그뤼미오의 음반들도 점점 늘어가고 있는 추세다. 그런데 최근에 호주 엘로퀸스 시리즈가 수입되었고 덕분에 그뤼미오를 다시 뒤적인다.   

 엘로퀸스 수입 1차분에 포함된 <생상스3번,비외탕 4,5번 바이올린협주곡>, <베토벤,비오티 바이올린협주곡>

 

   

 

 

 

 

<바로크바이올린곡집>, <텔레마, 무반주바이올린환상곡집><베토벤,바이올린 소나타><프랑스벨기에 바이올린소나타(포레,프렝크 외).. 

아래 4장은 1차 수입분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곧 수입되지 않을까 싶다. 특히 2번째 음반은 텔레만의 곡을 2장의 CD로 엮은 것인데 1번 CD는 그뤼미오가 연주하는 텔레만의 12개의 무반주바이올린 환상곡이,2번 CD에는 아이오나 브라운이 연주하는 협주곡이 들어있다. 그 중 무반주 환상곡은 <아르튀르 그뤼미오의 예술>이라는 이름의 2장짜리 국내 라이센스 음반에 포함된 적 있다. 당시 23년 만에 음반으로 발매되는 곡이라고 해서 세간의 화제를 모았다. 연주는 매우 뛰어나다.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엘로퀸스 발매덕에 생각이 났다. 현재 국내 라이센스 음반의 수급 상태가 어떤지는 모르겠다. 만약 어려웠다면 반가운 소식일게 분명하다. 3번째 있는 클라우디오 아라우와의 베토벤 연주는  아라우의 박스반 외에는 구하기 힘든 아이템이다. 4번째 있는 프랑스,벨기에 소나타음반도 개인적으로는 포레,프랭크의 소나타 3곡이 들어 있는 필립스 음반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 2장 짜리 소나타 음반에는 그외에 다른 곡들도 여러 곡 들어 있어 살짝 구미가 당긴다. 

2차 수입분을 기다리기 힘든 사람들은 호주 엘로퀸스 사이트로 가면 그리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buywell.com 이다. 들어가면 한국의 원화로 환전하여 비용을 표시해준다. 대략 호주 내수용 가격은 1CD 기준으로 1만 1천원대 미만이다. 국내 수입가격은 1만 3천원대. 그런데 호주에서 배송 비용을 포함하면 가격은 대략 비슷해진다.  데카나 필립스, DG의 오래된 음원들 중 반가운 것들을 만날 수 있다는 면에서 매우 매력적이다. 데카에서 나온 앙세르메와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는 거의 모든 레퍼토리가 있는 듯 보였다.  

나처럼 요즘 신예들의 연주보다 옛날 사람들 연주를 더 좋아하는 경우에 건질 음반들이 꽤 있다.  

 간혹 미풍도 불어오는 6월에 듣기 좋은 연주가 아닌가 싶다. 텔레만의 무반주바이올린 환상곡1번 

 

 

  국내 라이센스음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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