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 김현정의 뉴스쇼 > ]

- 노조지회장 직권조인 법적효력 없어
- 크레인 174일 중 가장 참담한 광경
- 정리해고 철회가 유일한 해법
- 강제퇴거시 '용산' 재연 우려
- 동료 노동자 2명 죽음 후 8년동안 보일러 못 켜고 살아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

"한진중공업 사태가 타결됐다, 노조는 총파업을 철회하고 업무에 전면 복귀하겠다" 어제 이런 속보가 떴습니다. 그래서 드디어 한진문제가 해결이 됐구나, 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내부상황이 상당히 복잡한데요. 노조의 집행부, 지도부는 사측과 합의를 했다고 밝힌 반면, 일부노조들은 강력 반발을 하면서 지금 크레인위에서 농성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상황이 어떻게 된 건지, 왜 이분들은 여전히 내려올 수가 없는 건지, 김진숙 씨가 174일째 올라가 있는 고공크레인 위로 가보겠습니다.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 연결을 해보죠.




◇ 김현정 > 김진숙 위원님 안녕하세요?

◆ 김진숙 >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 안녕하신 거 맞습니까?

◆ 김진숙 > 안녕 못합니다. 사실은. (웃음)

◇ 김현정 > 사실은 인터뷰 연결 자체가 쉽지 않았습니다. 어제부터 크레인에 전기가 끊겨서 배터리도 충전이 안 된다고요?

◆ 김진숙 > 저 같은 경우는 배터리뿐만 아니라 식사도 차단이 되어서 어제 저녁부터 밥도 못 먹고 있습니다.

◇ 김현정 > 식사도 그 위에까지 배달이 안 되고 있어요?

◆ 김진숙 > 지금 용역들이 크레인을 점거, 점령한 상태로 완전히 고립되어있어요. 우리 중간에 올라와있는 10여명은 식사가 공급이 되는데, 작년에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단식을 오래하면서 위가 상해 죽을 먹거든요. 그 죽을 공급해주는 선이 끊겨가지고 못 먹고 있습니다.

◇ 김현정 > 지금 퇴거명령이 내려지고, 공권력도 투입이 된 것으로 아는데, 그 이후에 지금 상황이 어떤 건가요? 트레인 주변이?

◆ 김진숙 > 어제 같은 경우에는 가처분결정을 법원에서 들고 와서 집행을 한 건데요. 그런데 사실은 그게 행정대집행이라는 이름이지만 경찰병력이 어마어마하게 3천명이 왔었다고 그러는데, 그렇게 둘러싼 상황에서 조합원들을 강제로 들어냈는데, 원래 가처분결정의 내용이 정문에서 노동조합까지는 자유로운 출입을 허용을 하고, 85호 크레인까지도 생산을 방해하지 않는 이상은 허용되는 걸로 나와 있는 거거든요. 그런데 법원에서 법을 어기는 집행을 어제 해버렸습니다. 그래서 밑에 있던 조합원들은 끌려 나가고, 크레인이 중간지점이 또 있거든요. 제가 있는 데는 혼자 있고, 중간지점에 조합원들이 한 25명 정도 올라와 있다가 몸이 안 좋아서 내려간 분들도 계시고 사측에서 12명만 남으면 정리하고 용역을 철수하겠다는 약속을 해서 12명 남기고 내려갔는데도 지금까지 그 약속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 김현정 > 지금 크레인에는 12명이 남아계시는 거군요?

◆ 김진숙 > 꼭대기에는 저 혼자 있고요.

◇ 김현정 > 중간쯤엔 12명, 지금 꼭대기에는 김진숙 지도위원 1명. 끌어내리는 상황에서 다치신 분은 없습니까? 어제 50명 정도가 밧줄로 서로 몸을 묶고 있는 사진을 봤거든요?

◆ 김진숙 > 많이 다쳤겠죠. 그런데 저는 지금 휴대폰도 끊긴 상황이라 완전히 고립되어있어서 상황의 파악이 제대로 안 되고 있습니다. 일부만 지금 얘기를 듣고 있죠.

◇ 김현정 > 어제 오전에 분명히 타결이 됐다는 속보를 봤는데, 왜 지금 김진숙 위원장과 다른 분들은 거기에 왜 남아계시는 건가요?

◆ 김진숙 > 제가 민주노총 지도위원이기도 하지만 한진중공업의 해고자이기도 하고, 노동조합의 조합원이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그저께 오후 3시 반부터 집행부하고 조합원들 간의 간담회가 있었어요. 그 자리에서 지회장이 일방적으로 업무복귀 선언을 하겠다, 그래서 거기에 참여했던 조합원들이 다 강력반대하고, 지회장이 기자회견을 강행한다는 얘기를 듣고 조합원들이 노동조합사무실을 사실 점거하기도 했습니다. 기자회견을 막기 위해서 그랬는데 그것을 이메일로 언론사에 발송을 하고, 그리고 사실은 이 조합원들이 바닥에 질질 끌려나가는 과정에 사장하고 지회장이 만세를 부르면서 악수를 하는 장면을 보고, 제가 오늘 174일째인데 가장 참담한 광경이었습니다. 정리해고당한 조합원들이 평생을 일했던 공장에서 쫓겨나는 것도 억울해서 지금 반 년 넘게 싸우고 있는데, 집에도 못 들어가고, 거기에 노동조합, 집행부마저 조합원들을 버리는구나, 이렇게 생각을 하니까 어떤 조합원의 표현대로 죽고 싶다, 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상황이었습니다.

◇ 김현정 > 그러면 조합원의 어떤 찬반투표라든지 동의과정이 없이 지회장이 그냥 합의서에 사인을 해줬다, 이런 말씀이신가요?

◆ 김진숙 > 직권조인을 한 건데 그게 사실은 법적으로도 효력이 없습니다. 우리는, 금속은 산별노조이고 금속노조 위원장이 체결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효력이 없을 뿐더러 오늘 합의안에 대해 반박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이 11시, 민주노총하고 금속노조차원에서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김현정 > 그러면 노조위원장이 합의한 내용을 한번 보죠. 내용자체는 동의하기가 어려우시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러니까 반발을 하고 계시겠죠?

◆ 김진숙 > 첫 번째 희망퇴직을 한다는 것, 지금 한진중공업 같은 경우는 2년 넘게 희망퇴직을 계속 받아온 상황이었거든요. 아무 그게 없고. 그리고 두 번째 정리해고는 이후에 협의한다, 6개월을 넘게 파업투쟁을 하고 고공크레인에 174일을 있어도 어떠한 내용의 진척이 없었는데 그렇게 한다는 것은 결국 법적으로 가겠다는 건데, 대법원까지 3년이 넘게 걸립니다. 생계가 아무 것도 없는 해고자들이 3년을 무슨 재주로 버티겠어요? 그 안에 떨어져나가게 한다는 전략으로 저희들은 받아들여지고, 그다음에 대법원 판결이 난다하더라도 그게 안 이루어지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내일 청문회를 앞두고 이틀 전에 이렇게 행정대집행이라는 이름으로 공권력이 위협을 하고, 조합원들을 끌어내는 상황에서 국회까지도 지금 우롱하는, 이 자본의 행태가 어떤 법이 영향을 미치겠습니까?

◇ 김현정 > 선 업무복귀 후 협상, 해고자 문제 말입니다. 그 부분에서 결정적으로 받아들이기가 어렵다는 말씀이신데요.

◆ 김진숙 > 저희들은 요구하는 게 정리해고 철회, 한 가지밖에 없었어요. 지금까지. 그런데 지금 아무 것도 진전이 없는데 어떻게 받아들이겠습니까?

◇ 김현정 > 오늘로 174일째 크레인이 계시는 거죠?

◆ 김진숙 > 네.

◇ 김현정 > 뭐가 제일 어렵습니까?

◆ 김진숙 > 앞으로 더 어려워지겠죠. 노동조합으로부터도 배척당하고, 저는 조합원들이 이런 상황에서도 좀 꿋꿋하게 올바른 판단들을 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한진중공업은 궁극적으로 필리핀 수빅으로 조선소를 빼려는 목표가 있기 때문에 이게 정리해고 한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고, 2003년부터 죽 유지되는 과정들이 있었어요. 그 과정 중 하나였던 거고, 이게 끝난다 하더라도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는 게 예상입니다.

◇ 김현정 > 지금 노조집행부로부터 고립 당했다, 라는 말씀을 하셨어요. 그리고 공권력 집행관들이 하나 둘 씩 크레인에서 사람들을 끌어내리면서 압박을 하고, 크레인 꼭대기에는 김진숙 위원장 한분만 계시는 거고요. 만약 그 꼭대기까지 와서 끌어내릴 가능성도 지금 있는 건가요?

◆ 김진숙 > 지금까지 계속 그런 위협이 있었죠. 특공대들이, 저 옆 84호 크레인의 구조가 똑같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같은 베일을 쓰기 때문에 85호 크레인까지 접근할 수 있어요.

◇ 김현정 > 만약 특공대들이 그 위에까지 와서 내려가십시오, 라고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 김진숙 > 174일을 오만 것을 다 견디고, 악조건들을 견디고 여기까지 왔는데 그렇게 강제적으로 끌어내린다면 제가 어떤 선택을 하겠습니까? 사실은 벼랑 끝으로 몰아넣는 거죠. 그야말로 공권력이라는 이름으로 밀어 넣는 건데요. 저는 답이 없습니다. 저는 이 문제가 끝나기 전까지는 이 문제를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 김현정 > 트위터에 용산이라는 단어를 어제 적으셨어요. 이 얘기는 제2의 용산 같은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 김진숙 > 그렇죠. 제가 여기 좁은 공간에 올라와있는데 그걸 강제집행을 한다면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중간에 있는 조합원들도 마찬가지, 절박한 심정으로 올라와있는 해고자들이거든요.

◇ 김현정 > 그런 의미로 용산이라는 단어를 적으셨던 거군요?

◆ 김진숙 > 그 트위터가 마지막이었습니다. 그 이후에 배터리가 끊겨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 김현정 > 그런 불상사는 일어나지 말아야 될 텐데요. 재현되어서는 안 되는데 말입니다.

◆ 김진숙 > 저도 바라는 바입니다.

◇ 김현정 > 엄밀히 말하자면, 김진숙 위원장하고는 직접적인 상관이 있는 일은 아닙니다. 이미 80년대 해고당하신 분이니까요. 왜 이런 어려움을 자처하십니까? 170일이 넘도록.

◆ 김진숙 > 2003년도에 똑같은 정리해고 문제를 가지고, 저는 2명의 20년지기를 잃었습니다. 그때 이 85호 크레인에 129일을 매달려있었던 '김주익'이라는 사람, 그리고 2주일 만에 '곽태규'라는 사람이 또 죽었습니다. 그 죄책감 때문에 저는 8년 동안 한 번도 보일러를 못 켜고 냉방에서 살았어요. 그렇게 두 사람의 목숨을 지켜서 받아낸 단체협약서, 그리고 조합원들, 그것을 다 무너뜨리고 그 약속을 어기고 사측이 나오는데, 제가 어떤 선택을 해야 되겠습니까? 이 상황에서 더 이상 조합원들이 잘리고 길바닥에 내몰린다면 저는 살아도 산목숨이 아닙니다. 살 수가 없어요.

◇ 김현정 > 알겠습니다. 내일 청문회도 있으니까 끔찍한 상황, 불상사까지는 가지 않도록 그전에 좀 조속하게 해결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어려운 상황인데 이렇게 인터뷰 응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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