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인가 - 현대인과 기독교의 만남을 위하여
손봉호 지음 / 샘터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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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은 자기 눈으로 보지 않은 것이나 자기가 경험하고 확실히 아는 것을 근거로 하여 논리적으로 추론할 수 있는 것을 믿으려고 한다. 불가지론자처럼 잘 모르는 상태로 그저 어떻게든 살아가는 것이다. 자신의 고민을 말하는 것이나 약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초자연적이고 절대적인 존재에 대한 막연한 느낌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게 때문에 절대적인 존재를 알기 위해 오랜 시간 많은 사람들이 사유했다.


수많은 철학자들이 신의 존재를 증명하려고 시도했다. 존재론적 증명, 우주론적 증명, 목적론적 증명 등 관점에 따라 타당해 보이기도 하고 상당히 설득력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러한 증명도 자세히 따져보면 많은 약점과 이론적인 허점을 갖고 있다. 애초에 인간이 신을 증명한다는 자체가 무리일 수도 있다. 하나님이 계시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여러 가지 이론적 시도를 했었지만, 그 어느 것도 사람들을 설득하기에 충분하지 못했다. 성경에 나타나는 하나님은 이론적으로 증명됨을 거절한다. 인간의 두려움과 경배의 대상이 될지언정 이론적 증명과 이해의 대상은 될 수 없다.


여기서 현대인의 딜레마가 나타난다. 현대인은 자기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으며 참하나님은 인간에 의해 이해되고 납득될 수가 없다. 인간에 의해 납득이 되는 대상인 인간이 창조한 허상의 신이 된다. 인간의 논리적 유희에 의한 결과물이 된다. 


나는 어디서 왔으며 어리도 가는가? 사는 것은 무엇인가? 우주는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시간과 공간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등의 생각에 잠길 때가 있다. 영원과 영혼의 궁극적인 문제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보다가도 지극히 일상적인 문제로 인해 중요한 질문은 밀려나게 된다. 인간의 종교적인 감정은 이성이나 이론을 초월하는 것으로 쉽게 억압되거나 포기될 수 없다. 



"하나님은 이해해서 믿는 것이 아니라 믿으면 이해할 수 있다." - 5세기 신학자 아우구스티누스



2세기 로마의 법률학자였다가 신학자가 된 터툴리아누스는 하나님에 대한 지식이 인간의 논리를 초월한다는 것을 가장 분명하게 깨달은 사람 중의 한 명이다. "성경은 말이 안 되기 때문에 믿는다"라는 것이다. 성경의 가르침이 논리적이지 않기 때문에 믿을 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 하나님에 대한 기록이 철저히 합리적이고 논리적이라면 그것은 거의 확실하게 사람이 만들어낸 신일 것이기 때문이다.


기독교는 사람으로부터 하나님에게 올라가는 종교가 아니라 하나님으로부터 사람에게 내려오는 종교이다. 인간의 수요와 필요를 공급하는 종교가 아니라 인간의 순종을 요구하는 종교이다. 하나님은 그를 믿고 의지하여 무릎을 꿇는 자들의 마음에 그 참 모습을 나타내신다. 


성경은 66권의 책이 한 권으로 만들어졌는데 가장 오래전에 쓰인 책과 가장 늦게 쓰인 책은 무려 1400년이라는 시간적 거리가 있다. 그리고 여러 장소와 여러 시대에서 수십 명에 의하여 기록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용에 있어 놀라울 정도로 일관성을 나타내고 있다. 그리고 성경의 가르침은 인간의 사고방식을 초월한다.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던 세계관이나 사고방식을 초월하는 가르침이 많다. 


16~17세기에 시작된 현대 과학은 경이로운 수준까지 발전을 했으며, 그것을 응용한 기술은 인류에게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것과 실로 무서운 힘을 제공해 주었다. 지구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를 과학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기대하게 되었다. 현대인은 기술을 믿고 과학을 따른다. 실증적인 방법으로 확실한 사실에 근거하여 생각하고 판단한다. 과학이 인간에게 필요한 모든 지식을 제공해 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과학적 지식은 궁극적으로는 한시적인 내용이다. 그리스 과학이 뉴턴 물리학에 의해 대치되고, 뉴턴 물리학은 아인슈타인의 물리학에 의해 보완되었다. 우리가 절대적이라고 생각했던 과학적 지식은 언제 다른 것으로 대치되고 보완될 때까지만 사실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과학을 통해서 진리에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인류가 지금까지 속아온 것 중에 가장 큰 속임수이다.


현대인의 세계관과 가치관이 지나치게 과학적 지식에 영향을 받고 있다. 과학적 방법이 허락하는 범위 안의 지식만 참 지식이라고 인정한다. 과학적 논리의 세계를 초월하거나 벗어난 것은 모두 무시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우리의 다채로운 삶을 왜곡시킬 수가 있다. 죄에 대하여, 고통에 대하여, 죽음에 대하여, 영혼에 대하여, 사랑에 대하여, 구원에 대하여 성경은 우리에게 가르침을 준다. 인간의 삶을 알기 위해서는 인간을 초월하는 관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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