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8
제인 오스틴 지음 / 민음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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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로 먼저 접한 <오만과 편견>은 소설 속에 그대로 재현되어 있었다. 아니 거꾸로 소설 <오만과 편견>이 영화로 그대로 재현되었다고 하는 것이 옳을 터이나, 내겐 영화가 먼저였고, 소설이 나중이었으니, 영화가 소설 속에 그대로 재현되었다고 하는 것이 맞을 터이다. 고전이라는 것은 이미 당대의 베스트셀러에서 오늘날의 스테디셀러로 변신을 거듭한 많은 이들로부터 검증받은 책이다. <오만과 편견> 역시 우리가 흔히 고전의 반열에 쉽게 올려놓을 수 있는 작품이지만, 이 책은 처음엔 출판이 힘들었다고 한다. 여기저기 퇴짜맞고 집구석에 오래묵혀두었다가 나중에 작가 제인 오스틴의 인생말엽에 가서야 대박 터졌다고 하니, 작품을 알아보는 이를 만나는 것도 '고전'의 조건에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오만과 편견>은 한 마디로 이야기하면 연애소설이다. 근데 꽤나 긴 연애소설이다. 남녀 간의 사랑이라는 주제는 남자와 여자의 탄생 이후부터 생겨난 케케묵은 진부한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언제나 새롭다.사랑을 주제로 시를 쓰고, 사랑을 주제로 에세이를 쓰고, 사랑을 주제로 소설을 쓰고, 사랑을 주제로 노래를 만들고, 사랑을 주제로 영화를 만든다. 사랑은 인류가 망하지 않는 한 계속해서 써먹힐 소재다. 같은 '사랑'을 주제로 했다고 하지만 그것은 모두 같은 것이 아니다. 항상 새롭고 신선하다.

  <오만과 편견>은 제목에도 나타나 있듯 오만에 빠진 한 남자와 편견에 사로잡힌 한 여자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재력가이고 미남이지만 사람들에겐 오만방자하고 버릇없는 녀석으로 찍힌 다아시와 도무지 여성스러움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까칠한 엘리자베스. 활동적이며 자기주장 강해 할 말 다하는 지적인 여자다. 어려서부터 정식으로 가정교사에게 뭐 배운 것 하나 없어 피아노도 못치고 그림도 못그리고 당대 '우아한 여성'들이 갖춰야 하는 재능은 하나도 갖춘 것 없지만 성격하나는 화끈하고 깔끔한 여자. 딱 오늘날의 여성상이다.  

  오만한 남자와 까칠한 여자가 만났으니 처음부터 일이 잘 풀릴리 없지. 다아시는 그녀를 처음부터 마음에 들어했던 것은 아니지만 언젠가부터 딱 부러지게 말하고 활동적이고 밝고 지적인 그녀가 좋아졌고, 엘리자베스 또한 오만하고 예의 없는 신사답지 못한 다아시가 싫었지만 그의 진면모를 알게 된 후 그에 대한 미안한 마음과 알 수 없는 복잡한 감정으로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 만나면 서로를 잡아먹지 못해 툴툴 거리고 티격태격 싸우던 그들은 정말 '싸우다 정든다'는 우리의 옛말 처럼 순간 사랑에 빠져버렸으니 이를 어쩐다.

  소설은 매우 오랜 호흡에 걸쳐 두 사람의 감정의 변화를 다루고 있어 조금 지루한 면도 없지 않다. 하지만 두 사람이 만나 티격태격 싸우는 꼴이 나에겐 너무나 재밌었다. 좋아하면 괴롭힌다. 어릴 때건 다 커서건 좋아하는 사람한테는 괜히 심술부리고 딴지걸고 장난치고 그런다. 그러면서 상대를 파악하고 좋아지면 사랑에 빠져버린다. 다아시와 엘리자베스의 싸움은 내겐 그렇게 보였다. 서로 좋아하면서 마음을 숨긴채 정반대로 표현하는. 아유 귀여운 것들.

  반면 제인과 빙리의 사랑은 그저 지고지순한 사랑 그 자체다. <오만과 편견>은 오만한 남자와 편견에 빠진 여자의 사랑뿐 아니라 다양한 사랑의 유형을 보여주는 소설이기도 하다. 다아시와 엘리자베스의 사랑 말고도 이 책에선 '제인과 빙리의 사랑' '콜린스와 샬럿의 사랑' 그리고 '위컴과 리디아의 사랑' 이렇게 세 쌍의 커플이 더 등장한다.

  제인과 빙리의 사랑 :  한 눈에 반해버린 사랑. 그러나 오래도록 지속되는 사랑. 순수한 두 남녀의 사랑. 제인과 빙리의 사랑은 그렇게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랑하지만 사랑한다 말하지 못하는, 눈으로 말하는 사랑. 두 사람은 서로를 열렬히 사랑하나 사랑한다 말도 못하고 오랜 세월은 흘려보낸다. 표현하지 않는 사랑 덕에 오해를 낳고 결국 오해는 이해로 변해 다시 사랑을 되찾긴 했지만 말이지. 정말 순수한 사랑.

  콜린스와 샬럿의 사랑 : 현실적인 사랑. 못생기고 키 작은, 외모로는 도저히 승부가 안되고, 게다가 성격까지 이상한(?) 그는 오직 가지고 있는 것이라곤 교구 목사직이라는 직업을 통해 많진 않지만 평생 수입이 보장되고 명예도 가지고 있다. 나이들고 그다지 이쁘지도 않은 샬럿은 청혼하는 이 없어 노처녀로 늙어 죽을까 걱정하지만 콜린스로부터 청혼을 받고 바로 수락한다. 그의 명예와 돈을 보고서 선택한 결혼. 사랑하지 않지만 그녀는 현실을 택했다. 오늘날의 현실에서 많은 커플들이 이렇게 맺어지지 않을까. 서로 말은 안하지만.

"콜린스 씨는 똑똑한 사람도, 함께 있기에 즐거운 사람도 분명 아니었다. 그와 함께 있으면 지루했고, 그녀에 대한 그의 애정도 상상 속에나 존재하는 것임에 틀림없었다. 그렇지만 어찌 됐든 그녀는 남편을 갖게 될 것이었다. 남자나 혼인 관계 그 자체를 중시한 것은 아니었지만, 결혼은 언제나 그녀의 목표였다. 좋은 교육을 받았지만 재산이 없는 아가씨에겐 오직 결혼만이 명예로운 생활 대책이었고, 결혼이 가져다줄 행복 여부가 아무리 불확실하다 해도 결혼만이 가장 좋은 가난 예방책임이 분명했다. "(p177)

  위컴과 리디아의 사랑 : 한 눈에 반한 사랑은 맞긴 맞는데 한쪽에서만 한눈에 반한 사랑이다. 다른 한쪽은 돈을 노린 사랑. 사기라고도 볼 수 있지만 여자가 남자를 열렬히 사랑하는 걸 어쩌랴. 그것이 사랑인지 열정인지 모르겠다만 좋아 죽겠다는데. 남자가 바람둥이인 것이 문제이긴 하지만 여자가 그것도 용인할 수 있다면야 썩 나쁜 맺음은 아니다.

  수많은 커플들이 팔짱을 끼고 다니고 키스를 하고 귀에 대고 사랑을 속삭이며 그들 중 일부는 결혼이라는 제도를 통해 공식평생커플로 거듭난다. 넌 내꺼야. 1700-1800년대의 영국사회의 시대상을 반영했다고는 하지만 소설 속에서 보여지는 사랑의 장면들은 지금의 우리네와 다르지 않다. 재고 따지고 오해하고 싸우고 화해하고 사랑하고 하는 모든 행위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어떤 커플은 순수한 사랑으로 맺어지고 어떤 커플은 평생의 경제적 여유를 택하며, 어떤 커플은 한 사람의 사랑으로 맺어지고, 어떤 커플은 원수에서 연인으로 변신한다. 사랑은 하나지만 사랑은 여러가지다. 이 세상 모든 커플들의 사랑은 모두 각각 다르다. 그들은 그들만의 사랑의 방식으로 사랑을 나눈다. 그 어떤 것이 거짓이고 그 어떤 것이 진실이라 말할 수 없다. 우리는 소설 속의 커플들에게서 '제인과 빙리의 사랑'과 '엘리자베스와 다아시의 사랑'만을 진실된 사랑으로 뽑기 쉽지만 그건 우리의 사랑에 대한 또다른 편견.  그 어느 것도 거짓되다 진실되다 말할 수 없다.    <오만과 편견>은 사랑에 대한 많은 질문들을 던져주고 생각하게 만든 소설이었다.

 
* 여담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소설에 드러난 네 가지의 사랑 방식 중 '엘리자베스와 다아시의 사랑'의 유형을 선호한다. 그들이 소설의 주인공이어서가 아니라 실제로 난 그런 사랑을 꿈꾼다. 내가 오만방자하고 거만하니 까칠하고 자기주장 분명한 여자 하나 구하면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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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블 - 악의 역사 1, 고대로부터 원시 기독교까지 악의 인격화
제프리 버튼 러셀 지음, 김영범 옮김 / 르네상스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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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본질은 감정을 가진 존재,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존재를 잔인하고 폭력적으로 다루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바로 고통이다. 악은 정신을 통해 즉각 파악되고, 감정에 의해 곧바로 감지되며, 고의로 가해진 고통으로 느껴진다. 악이 존재한다는 데 더 이상의 증거가 필요치 않다. -13쪽

악을 이해하려면 개인에게 행해진 어떤 사건을 직접적이고 즉각적으로 경험해야 한다.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닥친 악을 즉각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들, 친구나 이웃들에게 아니면 개인적인 친분이 전혀 없는 사람들에게 행해진 악을 감정적으로나마 직접 경험한다. 악이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다. -16-17쪽

전통적으로 '자연발생적 악'과 '도덕적 악'을 구분하기도 한다. 자연발생적 악이란 토네이도나 암과 같은 '신 또는 자연의 파괴적인 행위'를 말하고, 도덕적 악은 인간의 의지나 여타 지능을 가진 존재에 의해 발생하는 것을 일컫는다. 그러나 진지하게 신이라는 개념을 숙고해보면, 그러한 구분은 무의미해진다. 왜냐하면 신이란 다른 감정을 지닌 존재에 고난을 짊어지우는 감정을 가진 존재이기 때문이다. -23쪽

"아브락사스는 신성하고도 저주스러운 말을 하는데 거기에는 삶과 죽음이 동시에 들어있다. 아브락사스는 진실과 거짓, 선과 악, 빛과 어둠을 같은 말과 같은 행동으로 낳는다. 그래서 아브락사스는 끔찍하다"
(융 <죽은 자를 위한 일곱 가지 설법> ) -34쪽

악은 왜, 어떻게 인격화되는가? 가장 기본적인 답은 이렇다. 즉, 악을 외부로부터 우리에게로 침입해 들어오는 고의적인 악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인격화된다는 설명이다. -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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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다'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럼 누가? - 철학 이야기 지식전람회 10
김주일 지음 / 프로네시스(웅진) / 2006년 3월
절판


아테네를 비롯한 고대 희랍의 나라들은 다신교 전통에 서 있었다.
...중략...
희랍에 단일한 신이 없었다고는 하나 나라를 수호하는 대표적인 신들은 있었다. 아테네라는 이름의 유래가 아테나 여신인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아테나 여신은 아테네에서 주로 섬기는 신이다.
...중략...
신화상으로도 포세이돈과 아테네 여신이 이 나라를 두고 쟁탈전을 벌였고, 올리브를 선물한 아테나 여신의 승리로 끝나 이 나라는 아테네라는 이름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60-61쪽

희랍의 다신교와 기독교와 기독교의 일신교는 섬기는 신의 숫자에서만 차이가 나는 것이 아니라 섬김의 형태에서도 차이가 났다. 기독교는 유태인들의 민족 신앙인 유대교에서 유럽인의 보편 종교로 발달하는 과정에서 신의 존재를 증명해야만 할 필요가 생겼다. 전래의 문화 전통 속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신앙 체계가 아니었기 때문에 신이 새삼스런 증명의 대상이 되었다. 게다가 천신 만고 끝에 로마의 국교가 되었지만 게르만 족의 대이동과 로마의 멸망으로 유럽의 주인이 바뀌면서 다시 기독교를 전혀 모르는 이민족에게 기독교의 신을 신앙의 대상으로 납득시켜야 할 필요가 있었다.
이렇게 현실적인 이유말고도, 여럿이 아닌 단 하나의 신은 추상적이라 설득의 과정이 추가로 더 필요한 측면도 있다. 반면에 희랍의 다신교는 오랜 문화 전통이었고, 신의 수가 교리에 의해 정해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 인간의 이해 능력이 발전하면서 자연스레 신의 수가 불어났고 인간의 이해에 부응했기 때문에 신이 심각한 증명의 대상이 되지 않았다. -62-63쪽

신화적인 세계관에 의하면 공동체의 누군가가 신을 모독하는 경건하지 못한 행위를 하면 그 공동체 전체가 몰살될 수 있다. 새로운 해석은 위험하고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었다. 해석은 불경이다. 전통의 방식만이 옳다고 믿는 경직된 상태, 그것이 당시 아테네 배심원들의 심정이었다. -80-81쪽

플라톤은 소크라테스의 대화술이 아무 여과 장치 없이 젊은이들에게 공개될 경우, 경거망동하는 젊은이들이 기성의 권위에 도전하고 조롱하는 장난 도구로 대화술을 악용할 소지가 많다고 보았다. 그래서 그는 <국가>에서 대화법을 배울 수 있는 나이를 30세 이상으로 제한하기도 한다. -100쪽

변함없는 악법을 운용하는 나라가 불안정한 좋은 법을 운용하는 나라보다 낫습니다. 절도를 갖춘 무지가 자유분방한 명민함보다 유익합니다. 지식이 있는 사람들보다는 한층 평범한 사람들이 나랏일을 더 훌륭하게 꾸려나갑니다. 지식이 있는 사람들은 법보다 더 현명해 보이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투키디데스 <펠레폰네소스 전쟁사> 3권 37장, 클레온의 말 中)-129쪽

dura lex, sed lex
(quod quidem perquam durum est, sed ita scripta est)
(그것이 나쁜 것이긴 하지만, 법에 그렇게 되어 있다)
(도미누스 울피아누스의 말, 3세기 로마법학자)-130쪽

악법도 법이기 때문에 일단 지켜야 하며, 악법이라는 것을 국민에게 널리 홍보하여 정당한 입법절차에 따라서 그 악법을 개정하여야 한다.
(오다카 도모오, <법철학>,1937년)-146쪽

흥미로운 것은 이 말(악법도 법이다)이 1980년대에 부쩍 많이 인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군국주의 시대와 군부 독재 시절에 똑같이 '악법도 법이다'가 강조되고 소크라테스가 오명을 뒤집어썼다는 것이 자못 의미심장하다. 하여간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이 말이 대중적으로 퍼지기 시작한 것일까? 1960년대 이후 학교를 다닌 사람들은 소크라테스가 '악법도 법이다'라고 말했다고 학교에서 배웠는데, 교과서에 명시적으로 없으니 어떻게 된 일인가? 아마 이것은 오다카의 책과 우리의 교과서에 적힌 내용이 그런 오해를 방조 내지는 조장했고, 이를 학교에서 수업하는 선생들이 적극적으로 '그렇다'고 연결지어 설명했으며, 언론이 이를 확대, 재생산했으리라고 보는 것이 적절한 해석이리라. -150-1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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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잘난 탐크루즈의 얼굴을 들이대는 이 부담스러운(?) 약간은 촌스러운 영화 포스터와는 달리 영화는 너무나 재밌었다. 왜 포스터를 저리 만들었는고. 무슨 람보 포스터 같잖아. 하긴 예전의 무식한 람보가 현대식 장비를 갖춘 약삭빠른 람보로 변신한게 '이단'(영화 속 탐크루즈 이름) 일지도 모른다.

  어제와 같이 오늘도 홀로 종로로 영화를 보러 떠났는데 날씨가 화창한지라 커플들이 더 바글바글 하다. 아휴 괜히 왔나 싶었을 정도로. 너무 바글바글 거리고 더워죽갔구만 왜들 그렇게 아주 꼭 껴안고 다니는지. 치치치. 그래도 불꺼지고 영화를 보는 동안은 좋았다. 다시 불켜지고 나가는 순간 다시 현실을 깨달아야했지만.

  탐크루즈. 그는 나이를 먹어도 먹어도 정말 변함없이 여성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는다. 62년생인 그는 78년생인 케이티 홈즈와 사귀고 딸을 보기까지 했으니 뭐 말 다 했지. 몇살 차이야? 17살. 헉헉헉. 세상에나. 도둑놈 도둑놈.



  탐크루즈는 83년 데뷔 이후 거의 모든 영화에서 흥행 대박을 터뜨리며 고속 행진을 계속 하고 있다. 그의 이쁘장한 미모(?)와 포근한 인상의 상징이 되어버린 영화 <탑건>을 비롯하여, <레인맨> <어퓨굿맨>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제리 맥과이어> <아이즈 와이드 샷><마이너리티 리포트> <라스트 사무라이> <콜래트럴> <우주전쟁> 그리고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거의 모든 영화에서 대박대박. 개인적으로 그가 출연한 작품 중 좋아하는 영화 몇개를 고르자면 <탑건> <어퓨굿맨> <콜래트럴> <제리맥과이어> 를 뽑을 수 있다. (하나만 고르자면 <콜래트럴>에서의 조금은 색다른 냉정한 그의 면모가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는 모든 영화에서 대부분 비슷한 이미지로 승부를 봤다. 직업은 비행사, 변호사, 살인청부업자, 경찰, 비밀요원 등 가지가지였지만 모든 영화를 관통하는 그의 매력은 첫째, 잘생겼다, 둘째, 몸좋다, 셋째, 다정다감하다, 넷째, 가정적이다, 등등. 특히나 잘생기고 몸좋은 서양의 남자배우들은 쎄고 쎘지만 다정다감과 부드러움과 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배우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그가 데뷔 25주년을 맞는 지금까지도 남녀를 불문하고 인기를 한몸에 얻고 있는 것은 그런 부분 때문이 아닐까 싶다.  

  1996년 선을 보인 <미션 임파서블>은 2000년의 두번째 작품에 이어 2006년에 세번째 작품을 내놓았다. 4년과 6년의 텀을 두고서 나왔는지라 우려먹는다는 생각보다는 기다림이 더 강했다. 세번째까지 나올 줄은 정말 몰랐지만. 그렇다면 네번째도 나올까? 네번째는 오버가 아닐까 싶다. (아 가벼운 뒷조사 결과 4탄은 일본에서 촬영된다는 정보를 접수) 대개 1탄 이후의 작품들에서 특별한 뭔가를 선보이지 않으면 관객들로부터 우려먹기라는 비난을 받기 일쑤인데, <미션 임파서블>은 용케 잘 극복했다. 1탄, 2탄, 3탄에서의 액션장면들은 모두 색다른 것이었다. 3탄에서도 역시 화제의 줄타기는 간간히 선보였지만 그 이상의 많은 것을 보여줬기에 실망하지 않고 재밌게 볼 수 있었다. 뻔히 보이는 구성과 줄거리이지만 재미를 느낄 수 있었던 것은 그 뻔함을 넘어서는 뭔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볼거리가 있든가 감동이 있든가.





  이단 헌트는 이번에도 여전히 고난이도의 액션과 강한 책임감을 보여주었고, 사랑하는 여인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버리는 지경까지 갔다 되살아왔다. 잠시 저 세상을 간 사이 그의 애인이 의사가 아니었다면 그가 살아날 수 있었을까. 잘생기고 멋있는 탐크루즈를 살리기 위해 감독이 그의 애인을 의사로 설정한 것은 참 다행이지 싶다. 그렇지 않고 그를 죽였다면 온갖 질타를 받아야 할테니까.

  더이상 무엇이 나올까 싶어 우려먹기라 생각하고 나중에 비디오로 볼까 했지만 극장에서 보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드는 액션 영화였다. 아 역시 우리의 탐크루즈는 생긴거나 하는 짓이나 넘넘 멋있고(나 여자 아님),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도다. 이 영화 또 전세계에서 대박 터뜨리겠구만. 결국 영화에 대한 이야기보다 탐 크루즈에 대한 이야기로 감상을 마무리짓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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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스 2006-05-07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탐 크루즈 정도의 재력이면 17살 차이도 무난하게 극복 되는것이지.. ㅎㅎ

2006-05-07 2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잘코군 2006-05-07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두님 / 아 그렇군. 근데 재력 덕인가, 인물 덕인가. 아님 둘다. 흠.
숨은님 / 네. 제가 빼기를 잘 못합니다. ㅡㅡ;;;

이잘코군 2006-05-07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담뽀뽀님 / 10살이면 초등학교 3학년인데 =333

2006-05-07 2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6-05-07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담뽀뽀님 10살 '어린'이 아닌가요??
그리고 뭘 받아줘 ㅎㅎㅎ

BRINY 2006-05-07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제 취향이 변했나봐요. 그냥 내내 요란하게 뭔가 부수기만 했다는 인상밖에 안남더라구요. 친구는 재밌다고 하던데.

이잘코군 2006-05-07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속삭인님 / 그런가요. ㅋ 능력. 근데 정말 케이티홈즈한테 몇십억을 그냥? 헉. 이혼하면 몇백억? 와... 돈 정말 많네.

이리스 2006-05-07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살 연상.. 이 아니었나 사료됩니다. ㅋㅋ

이잘코군 2006-05-07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라이니님 / ㅋㅋ 부수기는 어지간히 부쉈죠. 다리 부시고, 건물 폭파하고, 다 깨고, 차도 몇 대가 날아갔는지. 전 별 기대 안했는데 재밌게 봤어요. ^^

비로그인 2006-05-07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두님 10살 연상이겠죠??ㅎㅎ

라주미힌 2006-05-07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에 나이가 중요하겠어요.
'동안'이면 됨.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이잘코군 2006-05-07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주미힌님 그럼 저는 안되겠군요. ㅠ-ㅠ

비로그인 2006-05-07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락사스님
한 사,오십대에는 그래도 비교적 동안이실 것 같아요.

비로그인 2006-05-07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에 나이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Feel이 중요하지요^^
그 후엔 돈..
그 후엔 얼굴..
어라.. 이게 아닌데.. ㅎㅎ

마태우스 2006-05-07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봤어요. 전 뭐, 그냥 그렇더라구요. 요즘 현란한 액션영화가 어디 한둘이어야죠.... 제 타입의 미녀가 안나온 탓이라고만 생각진 마시길^^

이잘코군 2006-05-07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슈슈님 / 결국 필은 거짓말이에요? 그런거야.
마태우스님 / ㅋㅋ 맞아요. 미녀가 안나온건 흠이었어요. 케이티 홈즈라도 데리고 오지.

마태우스 2006-05-07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죠! 케이티 홈즈는 누군지 모르지만 어디 정을 붙일만한 구석이 없었어요ㅠㅠ

이잘코군 2006-05-08 0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담뽀뽀님 다 알면서 모른 척 했어요.

비로그인 2006-05-08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리우드에 그보다 더 잘생긴 배우, 더 키가 큰 배우, 발성이 더 좋은 배우도 넘치는데 하필이면 이 배우가 아직도 건재한 것이 한편으로는 신비롭기까지 합니다. 후훗
그런데 포스터, 정말 좀 많이 촌스럽지요?

비로그인 2006-05-08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보고 왔어요~
영 아닐까봐 걱정했는데 생각외로 배우로서의 톰 크루즈는 아직 건재한것 같아요~

비연 2006-05-08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들 영화내용보다는..탐 크루즈와 케이티 홈즈의 나이차이에...ㅋㅋㅋ
이 영화, 오늘 볼 건데요. 괜챦다는 말씀이신거죠? ^^
제가 아프님보다 먼저 보고 감상문 올리려고 했는데..벌써 봐버리시다니..미오~

이잘코군 2006-05-08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쥬드님 / 정말 포스터가 넘 촌스러워요. 영화를 보기 싫게 만들어주고 있어요. 좀 잘 만들지.
체셔고양이님 / 네 톰크루즈 역시 아직 멀쩡해요. 우리나라에선 나이 40대 중반이면 아저씨 배역맡는데 톰은 아직도 젊은거 같아요. 돈도 많으니 관리도 많이 받았겠지만 그 나이에 저런 액션을 소화하는건 쉬운일이 아니죠.
비연님 / ^^ 네 영화 괜찮아요. 내내 긴장을 놓지 않게 만들어요. 감독이 참 잘 만들었어요. 저는 이제 담에 영화 볼 땐 '노스컨츄리' 나 '콘스탄트 가드너(?)' 를 보려고요.
 

* 스포일러 경고

  어제 또 홀로 영화를 보고 왔더랬다. 집근처인 용산 CGV로 갔더니만 웬 사람들이 이리 바글바글 거리는지 도대체 몇시간을 기다려 영화를 봐야하는지 감이 안와서 즉시 지하철을 타고 나의 사랑스러운 종로로 직행. 역시 주말엔 종로야. 종로로 와야 편하게 영화를 선택할 수가 있어. 주중과 주말의 영화관람료에 차이도 없고, 똑같이 티티엘 할인하고, 단성사 카드로 적립하면 그야 말로 쵝오. 단 같이 보는 이가 없다는 것이 흠.

  도착시간 오후 4시. 다섯시엔 <국경의 남쪽>이 있었고, 다섯시 이십분엔 <콘스탄틴 가드너>가 있었다. 가장 빨리 볼 수 있는 두 영화 중 어떤 것을 택할 것인가. 분명 <국경의 남쪽>은 사랑영화인지라 커플들이 바글바글한 틈 속에서 봐야할 터이고, <콘스탄틴 가드너>는 20분 더 기다려야하긴 하지만 <국경의 남쪽>보다는 커플들이 덜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결국 커플 틈 속에서 고통스럽게 영화를 보는 것을 택했다.  한 시간이 남아 가지고 있던 요시모토 바나나 소설 <도마뱀>을 읽고, 입장.  극장 뒷좌석에 앉아 앞문으로 커플들이 입장하는 것을 관찰. 그래 즐거운 시간 보내렴.



* 물에 빠질 위험을 감수하고, 북한군에게 총살당할 위험을 감수하고, 두만강 건너 한국땅에 왔다.
  이제 우리는 돌아갈 수 없다. 우리에게 남은 것은 한국에서 발붙이고 살아가는 것 뿐이다.



* 평양 옥류관에서 냉면을 먹으며 데이트를 하는 선호와 연화.
  앞으로도 이렇게 좋은 날만 있었음 얼마나 좋을까.

  아 가슴뭉클한 슬픈 사랑 영화. '국경의 남쪽'은 남한을 의미한다. 북한에서 전쟁시 공을 세운 돌아가신 할아버지로 인해 평양에서 그럭저럭 괜찮은 삶을 살던 한 가족에게 할아버지로부터 편지가 오기 시작했다. 뭐냐. 할아버지는 남한에서 내노라하는 자본가였던 것이다. 헉. 정부가 눈치를 챈 듯 하다. 가족회의 결과 도망치기로 결정. 결국 온 가족이 가볍게 짐을 싸들고 어렵게 남한으로 도망치는데 성공했으나, 할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없고나. 남한의 삼촌들은 우리를 쏘아보고, 한번 마주친 이후 다시 만날 기회가 없었다.

  북한에 사랑하는 여자 이연화를 두고 온 김선호. 그녀를 향한 사랑은 변함없었으나 현실은 그를 그대로 내버려두지 않았다. 사기당하고, 도피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배달, 나이트 삐끼 등 안해본 것이 없는 그는 결국 누나로부터 그녀가 결혼했단 이야기를 듣고. 결국 남한에서 만난 연상녀 서경주와 결혼을 한다.

 어느날 250명 가량의 탈북자가 남한으로 도피하는 데 성공했단 뉴스가 들려온다. 그리고 연화를 만난다. 그를 위해 다리에 총을 맞아가며 두만강을 건너 남한까지 도착한 연화를 만나 선호가 할 수 있는 말은 없다. 결혼했지만 나 결혼했어라고 말 한마디 못하는 그는 연화와 놀이공원도 가고, 햄버거도 먹고, 좋은 시간을 보내지만 결국 들통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녀를 두고 너무 멀리 와 버렸습니다.
    되돌아갈수도 없습니다. 
   세상엔 넘을 수 없는 국경도 있다는걸 알았습니다. "

  "그여자 젖가슴이 만져딥디까? 그여자 젖가슴이 만져지더냐고요!!"

  그를 만날 수 있다는 희망만을 가지고 찾아온 그녀를 위해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결국 연화는 선호와의 하룻밤을 보내고 조용히 몰래 사라진다. 그리고 시간이 한참 흐른 뒤 우연히 선호는 연화의 결혼소식을 접하게 된다.

  나라면 어땠을까.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그녀가 결혼했다는 거짓소문을 듣고, 포기한 채 그녀를 가슴에 묻어둔 채 다른 여자와 결혼을 했다. 그런데 어느날 그녀가 나를 찾아왔다. 그러나 이미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내가 아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울 수 밖에 없었다. 어쩌면 혼자 슬픈 사랑 영화를 본다는 것은 둘이 함께 보는 것보다 더 나은지도 모른다. 더 낫다고 이야기할 순 없지만 또다른 맛이 있다. 컴컴해진 극장안에서 소리내지 않고 눈물 뚝뚝 흘리며 영화를 보고 있는 나를 발견할 때, 내가 이상한 놈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 뭐 어때. 솔직하게 감정 표현하고 좋잖아. 아무도 날 보지 않는다. 난 영화 속 선호가 되어 두 여자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그의 마음과 동화된다.

  분단은 슬픈 사랑을 낳았고, 청년은 돌아갈 수 없는 자신을 괴로워했으며, 그녀는 어쩔 수 없이 떠나야만 하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평생 그를, 그녀를 가슴 속에 묻어둔 채로 살아가야 했다. 사랑하기에 모든 것들 극복할 수 있다는 명제는 그들에게 통하지 않았다. 그러기엔 그들은 너무 멀리 와버렸다.

  분단의 현실을 소재로 삼아 만든 또 하나의 감동 휴먼 드라마. <공동경비구역> <태극기를 휘날리며> <웰컴투 동막골>에 이어 분단을 소재로 삼은 네번째 감동 드라마다. 한번은 남과 북의 경계선에서 벌어지는 군인들의 우정을, 한번은 형제애를, 한번은 대열에서 뒤떨어진 남북 군인과 순박한 산골마을 사람들의 정을, 그리고 이번엔 분단으로 인해 사랑하는 이와 헤어져야만 하는 두 남녀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나는 오고 너는 남았다. 너는 왔고 나는 너에게 돌아갈 수 없었다. 뜨거운 눈물 뚝뚝 떨구며 봤던 한편의 감동적인 드라마.

 * 영화 속 차승원이 사랑하는 북한여자로 등장하는 조이진의 매력에 푹 빠졌다. 뭐 별로 이쁜거 같지도 않고 매력도 없어보이지만 그게 매력인 여자. 자신에게 관심이 있는 차승원이 사랑고백을 못하자 답답해하며 자신이 차승원의 속마음을 대신 말해버리는 여자. 당차고 솔직한 그녀가 좋다. 강한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 여리다. 사랑 앞에 무너져버리는 여자다.  

 

* 아이 이쁘다. 순박하니 산골 처녀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성격은 안그렇다.
   당차고 할말 다하고 솔직하게 말하고 표현하는 그녀가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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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5-07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폭우를 뚫고 영화를 보셨군요. 난 돈주고 나오라고 해도 안갈텐데.저도 조이진 좋아하는데 요즘 성형했다는 소문이 돌데요.

이잘코군 2006-05-07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핫. 네 폭우를 뚫고 기여이 영화보고 왔어요. 비오는데도 사람 많더라구요. 전 조이진 전에 어디 나왔는지 몰라서 성형했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어요. 근데 특별히 눈에 띄는 '연예인'형 얼굴은 아니라는 생각.

히피드림~ 2006-05-08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부터 이 영화 궁금했지만, 눈물을 흘리며 보셨다는 아프락사스님 글을 보니 더 보고 싶은데요.^^

이잘코군 2006-05-08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머 혼자 청승맞게 그런 짓 잘합니다. -_-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