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 - 어떻게 세계의 절반을 가난으로부터 구할 것인가
피터 싱어 지음, 함규진 옮김 / 산책자 / 2009년 7월
구판절판


죽어가는 아이를 눈앞에 둔 부모의 욕망이 우리의 욕망이었다면, 우리는 그 아이의 고통과 죽음을 생각할 수 있는 최악의 사태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윤리적으로 생각한다면, 그 부모의 욕망을 우리 자신의 욕망처럼 대접해야 한다. 그리하여 그 아이의 고통과 죽음이 나쁘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는 것이 된다.
-37쪽

"달리 스스로를 부양할 수 없는 극한 상황의 사람에게, 박애는 풍요로운 타인의 도움을 요구할 권리를 부여한다."(존 로크)-42쪽

공정성을 두고 본다면, 독자 여러분이 선진국의 중산층 시민이라고 할 때, 여러분은 열심히 일하고 적절히 능력을 발휘한다면 안락한 생활을 누릴 수 있는 사회경제적 여건에서 태어난 행운아인 셈이다. 어딘가 다른 곳에서 태어났다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가난하개 살 수밖에 없었을지 모른다. -49쪽

뭔가를 할 ‘권리’가 있다는 것과 그것을 할 ‘당위성’이 있다는 것은 다르다. 어떤 일을 하지 말라고 남에게 강요할 권리를 내게 없다. 하지만 어떤 일이 어리석은 일이라거나, 혐오스러운 일이라거나, 잘못된 일이니 하지 말라고 말해줄 권리는 있다. -50쪽

상당한 규모로 기부하는 사람은 매우 소수이므로, 여전히 더 많이 기부할 필요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가 더 많이 기부할수록, 우리가 구할 수 있는 생명의 수는 늘어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지금 기부하는 것보다 훨씬 많이 기부한다면, 우리는 전혀 다른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중략) 소수의 사람들이 많이 기부하든, 다수의 사람들이 조금 기부하든, 대규모의 절대 빈곤을 종식시킨다고 우리 국민 경제가 휘청거리지는 않는다. 그런 기부가 있더라도 경영자들의 활동과 개인의 치부는 얼마든지 허용될 것이다. 장기적으로, 세계 경제는 침체되기보다 약진할 것이다. 지금은 그 바깥에 떨어져 있는 14억 명의 사람들이 경제 활동을 하게 되고, 새로운 시장과 새로운 무역 및 투자의 기회가 생길 테니까. -65-66쪽

대부분의 사람이 공정하게 행동하는 사회는 모두가 불공정한 이익을 얻으려 혈안이 된 사회보다 유리하다. 서로 믿고 협력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사람들은 더 많은 일을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85쪽

혈액이 문자 그대로 무료일 때, 우리는 의학적 긴급 상황에서 낯선 사람의 선의에 의존해야만 한다. 그리고 부자든 가난뱅이든, 알지 못하는 어려운 처지의 사람에게 도움을 주기로 함으로써 공동체에 보답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혈액을 사고팔게 되는 순간, 그것은 상품이 되고 이타주의는 불필요해진다. 이타적 헌혈자가 충분치 않더라도 혈액을 사들이기만 하면 되니까. -88쪽

책임의 불분명성에 대한 직관은 보다 호소력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성금을 내기보다 물에 빠진 아이를 구하는 일이 더 구속력 있는 도덕적 의무라고. 왜냐하면 아이를 구할 사람은 나밖에 없지만 가난 때문에 매년 죽어가는 1천만 명의 아이를 구하는 일을 할 사람은 수도 없이 많기 때문이라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비록 수없이 많은 타인들이 나 대신 그 아이를 구할 후보자라고 해도, 그들이 구하려 하지 않을 것임을 내가 안다면, 또는 아무튼 그들만으로는 1천만 명의 아이를 모두 구하기에 충분치 않다는 사실을 안다면, 무슨 차이가 있을까?-90-91쪽

원조의 효과에 깃든 그런 불확실성이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베풀어야 하는 우리의 의무를 지워버리지는 않는다. -172쪽

이상적인 부모가 되는 일과 모든 인간은 동등하다는 생각을 실천하는 일 사이에는 절실하고 타협할 수 없는 갈등이 있었다. 두 가지는 언제나 긴장 관계다. 부모는 남의 아이보다 자기 아이를 더 사랑하며, 따라서 남의 사정을 살피기 전에 자기 아이의 사정을 살피는 일은 지극히 당연하다는 점을 도외시한 책임의 원칙은 널리 받아들여질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은 부모가 남의 기초적인 어려움을 외면하면서 자기 아이에게 사치품을 사주는 일을 정당화하지는 못한다. -189쪽

다른 사람이 공정한 몫을 다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내가 손쉽게 아이를 구할 수 있는 데도 구하지 않는 선택을 정당화하는가? 나는 이 문제의 해답이 명백하다고 본다. "아니다!" 다른 사람들은 자기가 할 몫을 외면함으로써 스스로를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만들었다. 그들의 존재는 그냥 주변에 널린 바위덩어리나 마찬가지다. 공정한 몫 이론에 의하면, 차라리 그들은 진짜 바위만도 못하다. (중략) 이처럼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서 자신들을 구할 수도 있는데 제몫을 다했다며 팔짱만 끼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것은 물에 빠진 아이들의 잘못이 아니다. 사람들의 이와 같은 행위가 우리가 쉽게 구할 수도 있는 아이의 죽음을 방관하는 것에 면죄부를 주지는 않는다. -196쪽

… 우리가 가난한 사람에게 갖는 의무는 더 이상 기부를 할 경우 그에 필적하는 희생을 치르지 않으면 안 될 때까지 기부할 것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세 사람의 철학자들(밀러, 컬리티, 후커)이 입을 모아 세상의 가장 가난한 사람들에게 기부를 하지 않거나 아주 소액만을 기부할 경우, 그것은 잘못된 행동이라고 말하고 있음이 중요하다.
-200쪽

나는 더 쉬운 목표를 제시하려 한다. 경제적으로 웬만큼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연소득의 약 5퍼센트를 기부한다. 그리고 더 부유한 사람들은 더 많이 낸다. 나는 사람들이 그 정도는 낼 수 있고, 내야 한다고 받아들이기를 바란다. 그것은 잘사는 삶이란 반드시 기부가 필요하다는 윤리 회복의 첫걸음이 되리라 믿는다. 그리고 이 기준이 널리 받아들여지면, 우리는 절대 빈곤을 끝장내기에 충분하고도 남는 기부금을 갖추게 된다.-205쪽

"의식 있게, 고귀하게, 정의롭게 살지 않는 한 기쁜 삶을 누릴 수 없다."(에피쿠로스)-229쪽

"나는 기본적으로 사람은 단지 상품을 소비하고 쓰레기를 배출하는 것보다 더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어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사람이 인생을 돌이켜보며 자신이 한 일 중에서 가장 의미 있다고 여기는 일은 남들을 위해 자신이 사는 곳을 좀더 좋은 곳으로 만든 일이리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보면 되는 거예요. 내가 누군가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큰 동기 부여가 세상에 있을까요?"(故 헨리 스피라, 동물 권익 운동가)-2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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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17 17: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8-17 18: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은유로서의 질병 이후 오퍼스 9
수잔 손택 지음, 이재원 옮김 / 이후 / 2002년 12월
품절


결핵을 둘러싼 신화와 암을 둘러싼 최근의 신화는 모두 개인이 자신의 질병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암을 둘러싼 이미지가 훨씬 더 인과응보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성격과 질병을 판단하는 데 사용되는 낭만주의적인 가치에서 보자면, 질병이란 정념으로 가득 차 있을 때에 나타나는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어떤 질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이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질병에 달라붙는 가장 치욕적인 생각, 즉 감정을 억압하기 때문에 병이 난다는 생각도 분명히 존재한다. -75쪽

"우울증 때문에 생기는 발작적 경향은 완벽한 아름다움과 결코 분리될 수 없을 것이다."(에드거 앨런 포)-79쪽

질병은 두 가지 가설을 통해 확대됐다. 첫 번째 가설은 모든 사회적 일탈 행위가 질병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범죄 행위가 질병으로 간주될 수 있었으며, 범죄자는 비난받거나 처벌되어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의사가 그를 이해하듯이) 이해되고, 치료받고, 교정되어야만 하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두 번째 가설은 모든 질병이 심리학적으로 설명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질병은 기본적으로 심리적인 사건으로 해석됐으며, 사람들은 자신들이 (무의식적으로) 원했기 때문에 병에 걸리게 된 것이며, 의지를 사용해 스스로를 치료할 수 있으며, 질병으로 죽지 않기를 자신들이 선택할 수 있다고 믿도록 유도했다. 이와 같은 두 가지 가설은 상호보완적이다. 첫 번째 가설이 죄의식을 덜어준다면, 두 번째 가설은 죄의식을 원상태로 돌려놓는다. 질병을 심리학적으로 다루는 이론은 환자를 비난할 수 있게 해주는 강력한 수단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이 스스로 질병을 가져 왔다는 통고를 받게 되는 환자들은, 자신들이 당연히 병을 앓을 만한 짓을 했을 것이라고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86-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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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2009-08-14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드뎌 같이 읽고 있는 책 등장이요~~ ㅎㅎ

이잘코군 2009-08-14 14:50   좋아요 0 | URL
오홋 ^^ 생각보다 편하게 읽히네요.

비연 2009-08-14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넘 잘 썼죠..수잔손택은 제가 참 좋아하는 저술가입니다~

이잘코군 2009-08-14 16:18   좋아요 0 | URL
번역도 잘 한 듯 해요. 술술 읽히는 거 보니. 아룬다티 로이 책도 잘 읽혔는데. 느낌이 비슷했어요.
 
노동가치 비타 악티바 : 개념사 8
박영균 지음 / 책세상 / 2009년 4월
품절


문헌학적으로 이 말(휴머니즘)을 처음 사용한 사람은 로마 시대의 사상가 키케로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때의 휴머니즘은 모든 인류에게 적용되는 인간다움을 의미하지 않았다. 키케로는 이 말을, ‘문명인만이 가질 수 있는 어떤 특성’을 가리키는 말로, 매우 제한적인 의미로 사용했다. 즉 후마니타스는 인간 일반에 적용되는 보편적 상 또는 이념이 아니라 ‘야만’에 대비되는 ‘문명’에 적용되는 개념이었다. 실제로 로마인들은 자신들을 ‘호모 후마누스(인간다운 인간)’라고 칭하면서 자신들이 ‘호모 바르바루스(야만적인 인간)’와는 다른 존재, ‘문명인’이라는 자부심을 표현했다. 따라서 후마니타스라는 말에는 야만인을 반대편에 놓고 자신만을 진정한 인간으로 설정하는 독단이 내재되어 있었다. -34쪽

로크는 근대적 인간의 이성을 믿었으며 개인의 이익과 공공의 이익이 조화로울 수 있다는 자유주의적 확신을 최초로 정식화했다. 그의 이런 믿음은 부패하거나 정의롭지 못한 권력에 저항할 국민의 권리까지 인정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그는 ‘천부인권이라는 자연권’과 ‘하늘’, 즉 신과 인간의 이성에 호소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출발점으로 삼았다. 그것은 최종적인 심판자이다. 법 이전에 ‘천부인권적인 보편적 이성’이 있다. 로크는 <통치론>에서 이런 보편성을 갖는 이성을 "하늘에 대한 호소"등으로 표현했다. 따라서 로크는 폭정의 상태가 전쟁 상태보다 낫다면서 권력에 대한 복종을 주장한 홉스와 달리, 권력을 위임받은 대표자가 애초에 그 권력의 원천이었던 개인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해칠 때 그 권력에 저항할 권리 또한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69-70쪽

한나 아렌트는 로크보다 홉스를 더 중요하게 여기면서, 근대의 정치 원리가 노동과 작업의 결합을 통해서 행위를 압도한 것이 현대 사회의 비극들, 즉 전체주의와 아우슈비츠를 낳았다고 말한다. 아렌트가 보기에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삶은 공동체 안에서 자신의 삶을 만들어가는 ‘폴리스적 의미에서의 공공적 삶’이다. 그러나 근대 정치는 공공적인 삶보다 개인의 이익과 욕망, 주권을 더 중시하며, 공공적인 것들을 오히려 사적인 이해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시켜버렸다. -70-71쪽

소외는 ‘타인에게 자신의 소유권을 양도한다’는 뜻의 ‘alienatio’와 단순히 ‘양도한다’는 뜻의 ‘alienare’에서 유래했다. 고전 정치경제학에서는 이것을 ‘양도’라는 의미로, 즉 어떤 대상이 그것을 생산한 자에게서 다른 누군가에게 양도되어 소원해진다는 의미로 사용했다. 그리고 18세기 사회 계약론에서는 개인이 원래 가지고 있던 자유에 대립하는 낯선 힘에게 자신의 자유를 ‘위탁’한다는 뜻으로 사용했다. 그런데 헤겔은 인간의 본질적 능력이 대상화되고 그것이 다시 자신에게 전유되는 계기를 가리키는 말로 소외를 사용했다. 포이어바흐는 이런 헤겔의 소외 개념을 유적 본질로서의 인간의 자기 회복이라는 관점에서 "원래 인간의 본질에 속한 것, 인간이 창조한 것이 안긴에 대립하여 낯선 것, 대립적인 것이 된 것"이라는 뜻으로 사용했다. 마르크스는 <경제학-철학 수고>에서 포이어바흐의 용법을 따르되, 유적 본질의 핵심을 노동으로 파악하고 소외를 "노동 산물이 노동을 창조한 자로부터 분리된 후 오히려 그를 지배하는 낯선 힘, 독립적인 힘"이 되었다는 의미로 사용했다. -152-153쪽

그들(부자)의 재산은 그들의 노력과 노동만으로 창출된 것이 아니다. 한 사람의 노동으로 그처럼 거대한 재산을 모은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들의 재산은 노동의 가치에 의해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이 사회의 권력 구조, 경제 시스템에 의해 주어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자본주의라는 이 시스템에 저항하기보다 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래서 자신의 무한한 잠재력과 창조력, 그리고 자신의 생명이 진정으로 원하는 힘을 오히려 억압하고 통제한다. 여기서 인간은 더 이상 자유롭지 않으며 자신의 존재 가치를 드러내지 못한다. 우리의 노동이 양화되는 한 인간의 자유도, 자기 가치의 실현도 있을 수 없다. -162쪽

마르크스는 자유로운 개인의 노동이 자기 삶의 가치를 실현하는 사회적 과정이 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여기서 새로운 공동체는 근대적인 합리성의 통제를 받는 세상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개인들의 차이가 '생성'의 힘이 되는, 역동적인 삶의 공동체다. 이런 측면에서 노동의 종말은 노동의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에 의해 강제되는 노동을 부정하는 것이다. 그것은 노동에 의해 창조된 가치가 오히려 각 개인의 삶을 통제하는 권력이 되는 세계, 즉 자본주의의 소유권을 벗어나 노동이 '자기 가치화'하는 세상을, 사회적 연대와 접속을 통해서 개인의 노동이 '사회적 노동과 가치'가 되는 코뮌을 건설해야 한다는 지향을 보여주고 있다. -163-1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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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사과
기무라 아키노리, 이시카와 다쿠지 지음, 이영미 옮김, NHK '프로페셔널-프로의 방식' / 김영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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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 첫째, 한 우물만 열심히 파면 무엇이든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 둘째, 남들이 아직 접근하지 못한 블루오션을 찾아라. 셋째, 환경친화적, 자연친화적 제품은 반드시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다. 세 가지 관점에서 모두 접근이 가능한 책이다. 첫째 메세지로 접근하면 자기계발서로, 둘째 메세지로 접근하면 경영/실용서로, 셋째 메세지로 접근하면 환경 도서로 분류할 수 있다.  

  현재 이 책은 알라딘에서는 '자기계발>성공전략/성공학>성공 스토리'로, 예스24에서는 '문학>에세이>외국에세이'로 분류되고 있다. '자기계발'과 '문학'은 완전히 다른 범주인데, 책의 성격상 알라딘의 분류 체계가 더 정확하다. 세 가지 메세지를 담고 있다고 했지만 책의 서술 방식과 줄거리를 참고했을 때 환경 도서로 분류하는 건 너무 어거지고,  경영/실용서로 접근하는 건 가능하지만, 주 테마는 역시 '자기계발', '성공학'이다.  

  2006년 일본의 NHK '프로페셔널-프로의 방식'에 소개된 내용을 프리랜서 작가가 책으로 엮었다. 눈물 나게 맛있는 사과,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온몸의 세포가 환호하는 사과, 심까지 먹어 버리게 되는, 썩지 않는 기적의 사과. 기무라 아키노리 씨는 원래 농사꾼이 아니었고, 농사를 지을 생각도 없었다. 하지만, 농사꾼 집안의 딸과 결혼하면서 장인, 장모의 집에서 머물며 결국 할 일은 농사구나 하는 마음에 시작을 했다고 한다. 기왕 농사를 하는 김에, 농약을 쓰지 않은 유기농 사과를 재배하려고 시도했다고. 

  실패의 연속이었다. 벌레 먹고, 사과도 안나고, 나무는 점점 힘을 잃고, 재배를 못했으니 내년에 심을 씨도 없고, 그렇게 일년, 이년, 삼년, 사년 세월만 무상하게 흘러갔다. 먹고사니즘으로 바쁜 요즘 같은 세상에 이렇게 미련하게(?) 될 것 같지도 않은 일에 도전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그런데 있다. 책 읽으면서 참 답답했다. 이 사람 너무 우직하다 못해 미련하다. 정말. 그렇게 육칠년 했는데도 안 됐으면 어쩔 뻔 했나. 이 책이 나오지 못했음은 물론이고, 빚은 빚대로 다 지고, 장인 장모와 처, 아이들을 모두 굶길 뻔 했다.  

  사실 성공했으니 그가 그동안 겪어온 이야기가 '성공 스토리'로 변신할 수 있는 것이지, 실패했다면 '그냥 미련한 사람'으로 식구를 다 굶기고 거리에 앉을 뻔 했다. 몇 년이고 기다리고 또 기다려준 식구들도 정말 대단하다. 지금 그는 "한 입 베어 물면 온몸에 세포가 환호하는" 사과를 스프용으로 공급하고 있다고 한다. 크기가 작기 때문일 것이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사과가 맞냐고 물을 정도로 정말 크기가 작았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너무 맛있어서 온라인 판매시 삼 분만에 품절이 되고, 이 사과로 만든 스프를 먹기 위해 일 년을 기다린다고 한다.        

  인내의 사과다. 이 사과를 재배하기까지 아키노리 씨가 보낸 세월, 가족의 기다림, 소비자의 기다림까지. 농약이 있기 전까진 어떻게 농사를 지었을까 의문을 제기하며, 흙과 바람과 햇볕의 힘을 믿고, 인내한 세월들이 있어 지금의 그가 있고, 지금의 이 맛있는 사과가 있다. 사과는 인간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나무와 흙이 만든다는 생각이 여기까지 이끌었다. 무슨 일을 하건 그처럼 맨땅에 헤딩하라고 말하고 싶진 않지만, 적어도 맨땅에 헤딩하다 성공한 그의 스토리는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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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9-08-11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그 한입 베어물면 온 몸의 세포가 환호하는 사과를 먹어보고 싶어요. ^^

이잘코군 2009-08-12 00:00   좋아요 0 | URL
저도 과일을 무지 좋아해서 아침 식사로 과일을 먹고, 저녁에도 과일을 먹는데, 이거 한번 맛 좀 보고 싶네요. ^^ 오늘 밤에도 포도 한 송이와 키위 하나 뚝딱 했습니다.

카스피 2009-08-12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인들이 흔히 말하는 가업을 잇는다는 정신은 우리와는 느낌이 다른것 같습니다.대기업을 다니다가다 가업인 메밀국수집을 이어받기 위해 회사를 그만둔다는지 하는것은 우리의 상식으론 도저히 이해할수 없지요.
그래선지 일본의 노포(뭐라고 해야되나,상점이랄까)들은 평범해 보여도 100년이 넘는것이 수두룩하다고 합니다.일본의 제조업이나 서비스업들이 우리보다도 발달한것은 이런 이유가 아닐까 싶은데요.하나의 일에 몇대가 매달리는것 이것은 우리도 배워야 될 점이라고 생각됩니다.

이잘코군 2009-08-12 09:52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이 분은 꼭 가업을 잇겠다는 생각은 없었는데 - 본가 쪽도 농사긴 하더라고요 - 장인의 사업을 돕다가 그리 되었네요. 원래는 자동차나 엔진 이런 쪽 기계 다루는 일을 하셨는데, 그런 경험도 농사에 도움이 됐던 거 같습니다.

보석 2009-08-12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보다 그렇게 맛있다는 사과가 먹어보고 싶습니다.

이잘코군 2009-08-12 22:08   좋아요 0 | URL
아 어떻게 보면 또 사과 홍보 책자로 볼 수도... -_-a
 
서른살 직장인, 책읽기를 배우다 - 지식에서 행동을 이끄는 독서력
구본준.김미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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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가들의 글쓰기 기본은 역시 서평이다. 서평 쓰기는 책을 읽고 변화한 자신에게 말을 걸어보는 독서 이상의 행위다. 서평이 더해질 때 책읽기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다. 제대로 책읽기를 한 사람들의 경우 서평 작업을 하는 것까지를 독서의 단계로 보는 경우가 많다. 물론 책을 열심히 읽는 이들 중에서 서평을 특별한 작업으로 생각하고 시도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지나친 겸손이 동시에 독서가 주는 최고의 즐거움 하나를 놓치는 것이기도 하다. 서평은 책을 읽은 뒤 생각의 지평이 넓어진 자기 자신을 확인해 독서를 완성시키는 책읽기 최고의 이벤트이자 개인이 즐기는 최고의 지적 게임이다. -256-257쪽

책을 읽은 뒤 독자는 인생관이 바뀌는 최고의 변화부터 단순히 새로운 단어와 개념을 머리에 보태는 수준까지 반드시 변화 과정을 겪는다. 서평 쓰기란 그런 변화 상태에서 자발적으로 쓰고 싶은 욕망이 강할 때 가능한 일이다. 조금이라도 미루면 결국 독서 직후의 상태로 되돌아가지 못한다. 그래서 책을 읽은 뒤 곧바로 서평을 쓸 때 가장 솔직하고 확실하게 자기 자신과 대화할 수 있다. -259쪽

서평이 가장 매혹적인 이유를 말하고 싶다. 서평이 습관이 되면 재미가 하나 더 생긴다. 나중에 자신의 서평을 볼 때마다 ‘내가 이때 이런 생각을 했구나’ 새삼 놀라는 재미다. 일기는 몇 년 뒤 다시 읽으면 챙피하게 느껴지기 쉽다. 반면 서평은 자신의 생각이 얼마나 커졌나 확인할 수 있어 뿌듯함을 준다. 이 즐거움은 느껴보지 않은 사람들은 절대 알 수 없다. 자기 생각의 변화를 자기 눈으로 확인하는 것은 언제나 신기하고 보람 있는 경험이 된다. 그리고 자기 사고의 유연함 또는 확고함을 점검하는 수단으로도 탁월하다. -260쪽

책을 읽은 후 마음과 행동에 읽기 전과 달라진 점이 없으면 독서가 아니라는 태도로 독서합니다.(이어령)-276쪽

제대로 책을 읽으면 독자에게 작은 혁명이 이어집니다. 책이란 낯섦, 내가 느끼지 못한 것을 그 낯섦을 통해 접하면서 달라지는 겁니다. 따라서 그런 변화 없이 털어놓고 교양상식으로, 또는 취미로 책을 많이 읽는 것은 사실 별 의미가 없습니다. 책을 그냥 소비만 하는 것은 다른 취미, 엔터테인먼트와 다를 바가 없어요. 언어란 우리의 사고가 반영된 것들의 축적이기 때문에 책을 읽고 나면 반드시 의식의 변화가 일어납니다. (이어령)-276-277쪽

어느 책에서 어떤 언어가 쓰인다면 그 언어는 새롭게 탄생돼요. 그래서 독서란 책에서 그런 언어를 발견하는 것, 언어가 떠오르는 것, 마음속 숨어 있던 생각의 껍질을 벗기는 거예요.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해도 읽으면서 접한 언어가 저절로 재발견되고 기존 의미와 배반되고 새롭게 태어나는 거죠. 그런 점에서 책읽기는 정말 ‘전인적 투신’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일상 언어의 총체가 책 속에서 저자의 언어와 부딪치면서 새롭게 이뤄지는 거죠. 그래서 독서가 전인적인 행위라는 거예요. 독서광까지는 아니더라도 누구나 그 강도가 다를 뿐 그런 행위를 연속적으로 하는 것이 바로 진짜 독서입니다. 그래서 재미로 습관적으로 줄줄 읽기만 하는 것은 독서가 아니라는 말이죠. -277쪽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나는 두 가지 확신을 갖게 됐다. 하나는 우리의 존재는 우리가 읽은 것으로 이루어진다는 것, 그리고 우리가 책으로 자신을 경영하기도 하지만, 우리도 모르는 사이 책이 먼저 우리를 경영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책의 힘은 놀랍다. 한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편도 차편을 끊어서 떠나는 여행자는 여행이 끝나면 다시는 인생이란 마차를 탈 수 없다."
그러나 우리가 책을 들고 있다면 그 책이 아무리 어렵고 이해하기 힘들어도 언제든 처음으로 되돌아가 다시 읽을 수 있다고 말한다. 어려운 부분을 이해함으로써 그것이 열쇠가 되어 인생을 이해하게 되기 때문이다. 책은 인생을 이해하게 만들어 우리에게 언제나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이 되며 그 힘을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도 자기경영은 시작된 것이다. -305-306쪽

자기계발이란 단순히 실용서 몇 권 읽고, 외국어 좀 배우고, 대학원 진학으로 이력서 한 줄 늘리는 것을 말하는 것이 결코 아니었다. 물론 돈과 시간을 따로 들여 학원에 다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 것들은 진정으로 자기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이 아니었다.
스스로 즐거워하며 자기의 내면과 대화하고 그런 대화를 통해 자기가 원하는 일을 찾고 그 일을 더 잘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것, 그리고 자신의 삶을 더 밀도 있게 채우는 방법이 무엇인지 하나하나 깨우쳐가는 것이 내가 만나본 사람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진짜 자기경영이었다. 그리고 가장 손쉽고 재미있는 자기경영법이 바로 책읽기였다. -3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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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08-11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역시도 서평을 쓰면서 책의 흐름이 개괄이 되는 경우가 많이 있더군요.
밀린게 수십권을 지라도 --;;

이잘코군 2009-08-11 17:14   좋아요 0 | URL
바로바로 서평을 써야 하는데, 미뤄두었다 쓰면 자꾸 할 말이 줄고, 겉돌게 돼요. -_- 쓰려고 쌓아둔 책이 여러 권인데 시간이 영...

머큐리 2009-08-13 0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들 그렇구나...나만 그런게 아니구나...ㅋㅋ

이잘코군 2009-08-13 09:12   좋아요 0 | URL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