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 - 어떻게 세계의 절반을 가난으로부터 구할 것인가
피터 싱어 지음, 함규진 옮김 / 산책자 / 2009년 7월
절판


죽어가는 아이를 눈앞에 둔 부모의 욕망이 우리의 욕망이었다면, 우리는 그 아이의 고통과 죽음을 생각할 수 있는 최악의 사태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윤리적으로 생각한다면, 그 부모의 욕망을 우리 자신의 욕망처럼 대접해야 한다. 그리하여 그 아이의 고통과 죽음이 나쁘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는 것이 된다.
-37쪽

"달리 스스로를 부양할 수 없는 극한 상황의 사람에게, 박애는 풍요로운 타인의 도움을 요구할 권리를 부여한다."(존 로크)-42쪽

공정성을 두고 본다면, 독자 여러분이 선진국의 중산층 시민이라고 할 때, 여러분은 열심히 일하고 적절히 능력을 발휘한다면 안락한 생활을 누릴 수 있는 사회경제적 여건에서 태어난 행운아인 셈이다. 어딘가 다른 곳에서 태어났다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가난하개 살 수밖에 없었을지 모른다. -49쪽

뭔가를 할 ‘권리’가 있다는 것과 그것을 할 ‘당위성’이 있다는 것은 다르다. 어떤 일을 하지 말라고 남에게 강요할 권리를 내게 없다. 하지만 어떤 일이 어리석은 일이라거나, 혐오스러운 일이라거나, 잘못된 일이니 하지 말라고 말해줄 권리는 있다. -50쪽

상당한 규모로 기부하는 사람은 매우 소수이므로, 여전히 더 많이 기부할 필요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가 더 많이 기부할수록, 우리가 구할 수 있는 생명의 수는 늘어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지금 기부하는 것보다 훨씬 많이 기부한다면, 우리는 전혀 다른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중략) 소수의 사람들이 많이 기부하든, 다수의 사람들이 조금 기부하든, 대규모의 절대 빈곤을 종식시킨다고 우리 국민 경제가 휘청거리지는 않는다. 그런 기부가 있더라도 경영자들의 활동과 개인의 치부는 얼마든지 허용될 것이다. 장기적으로, 세계 경제는 침체되기보다 약진할 것이다. 지금은 그 바깥에 떨어져 있는 14억 명의 사람들이 경제 활동을 하게 되고, 새로운 시장과 새로운 무역 및 투자의 기회가 생길 테니까. -65-66쪽

대부분의 사람이 공정하게 행동하는 사회는 모두가 불공정한 이익을 얻으려 혈안이 된 사회보다 유리하다. 서로 믿고 협력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사람들은 더 많은 일을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85쪽

혈액이 문자 그대로 무료일 때, 우리는 의학적 긴급 상황에서 낯선 사람의 선의에 의존해야만 한다. 그리고 부자든 가난뱅이든, 알지 못하는 어려운 처지의 사람에게 도움을 주기로 함으로써 공동체에 보답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혈액을 사고팔게 되는 순간, 그것은 상품이 되고 이타주의는 불필요해진다. 이타적 헌혈자가 충분치 않더라도 혈액을 사들이기만 하면 되니까. -88쪽

책임의 불분명성에 대한 직관은 보다 호소력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성금을 내기보다 물에 빠진 아이를 구하는 일이 더 구속력 있는 도덕적 의무라고. 왜냐하면 아이를 구할 사람은 나밖에 없지만 가난 때문에 매년 죽어가는 1천만 명의 아이를 구하는 일을 할 사람은 수도 없이 많기 때문이라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비록 수없이 많은 타인들이 나 대신 그 아이를 구할 후보자라고 해도, 그들이 구하려 하지 않을 것임을 내가 안다면, 또는 아무튼 그들만으로는 1천만 명의 아이를 모두 구하기에 충분치 않다는 사실을 안다면, 무슨 차이가 있을까?-90-91쪽

원조의 효과에 깃든 그런 불확실성이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베풀어야 하는 우리의 의무를 지워버리지는 않는다. -172쪽

이상적인 부모가 되는 일과 모든 인간은 동등하다는 생각을 실천하는 일 사이에는 절실하고 타협할 수 없는 갈등이 있었다. 두 가지는 언제나 긴장 관계다. 부모는 남의 아이보다 자기 아이를 더 사랑하며, 따라서 남의 사정을 살피기 전에 자기 아이의 사정을 살피는 일은 지극히 당연하다는 점을 도외시한 책임의 원칙은 널리 받아들여질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은 부모가 남의 기초적인 어려움을 외면하면서 자기 아이에게 사치품을 사주는 일을 정당화하지는 못한다. -189쪽

다른 사람이 공정한 몫을 다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내가 손쉽게 아이를 구할 수 있는 데도 구하지 않는 선택을 정당화하는가? 나는 이 문제의 해답이 명백하다고 본다. "아니다!" 다른 사람들은 자기가 할 몫을 외면함으로써 스스로를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만들었다. 그들의 존재는 그냥 주변에 널린 바위덩어리나 마찬가지다. 공정한 몫 이론에 의하면, 차라리 그들은 진짜 바위만도 못하다. (중략) 이처럼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서 자신들을 구할 수도 있는데 제몫을 다했다며 팔짱만 끼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것은 물에 빠진 아이들의 잘못이 아니다. 사람들의 이와 같은 행위가 우리가 쉽게 구할 수도 있는 아이의 죽음을 방관하는 것에 면죄부를 주지는 않는다. -196쪽

… 우리가 가난한 사람에게 갖는 의무는 더 이상 기부를 할 경우 그에 필적하는 희생을 치르지 않으면 안 될 때까지 기부할 것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세 사람의 철학자들(밀러, 컬리티, 후커)이 입을 모아 세상의 가장 가난한 사람들에게 기부를 하지 않거나 아주 소액만을 기부할 경우, 그것은 잘못된 행동이라고 말하고 있음이 중요하다.
-200쪽

나는 더 쉬운 목표를 제시하려 한다. 경제적으로 웬만큼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연소득의 약 5퍼센트를 기부한다. 그리고 더 부유한 사람들은 더 많이 낸다. 나는 사람들이 그 정도는 낼 수 있고, 내야 한다고 받아들이기를 바란다. 그것은 잘사는 삶이란 반드시 기부가 필요하다는 윤리 회복의 첫걸음이 되리라 믿는다. 그리고 이 기준이 널리 받아들여지면, 우리는 절대 빈곤을 끝장내기에 충분하고도 남는 기부금을 갖추게 된다.-205쪽

"의식 있게, 고귀하게, 정의롭게 살지 않는 한 기쁜 삶을 누릴 수 없다."(에피쿠로스)-229쪽

"나는 기본적으로 사람은 단지 상품을 소비하고 쓰레기를 배출하는 것보다 더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어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사람이 인생을 돌이켜보며 자신이 한 일 중에서 가장 의미 있다고 여기는 일은 남들을 위해 자신이 사는 곳을 좀더 좋은 곳으로 만든 일이리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보면 되는 거예요. 내가 누군가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큰 동기 부여가 세상에 있을까요?"(故 헨리 스피라, 동물 권익 운동가)-2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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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17 17: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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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17 18: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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