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핵을 둘러싼 신화와 암을 둘러싼 최근의 신화는 모두 개인이 자신의 질병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암을 둘러싼 이미지가 훨씬 더 인과응보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성격과 질병을 판단하는 데 사용되는 낭만주의적인 가치에서 보자면, 질병이란 정념으로 가득 차 있을 때에 나타나는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어떤 질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이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질병에 달라붙는 가장 치욕적인 생각, 즉 감정을 억압하기 때문에 병이 난다는 생각도 분명히 존재한다. -75쪽
질병은 두 가지 가설을 통해 확대됐다. 첫 번째 가설은 모든 사회적 일탈 행위가 질병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범죄 행위가 질병으로 간주될 수 있었으며, 범죄자는 비난받거나 처벌되어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의사가 그를 이해하듯이) 이해되고, 치료받고, 교정되어야만 하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두 번째 가설은 모든 질병이 심리학적으로 설명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질병은 기본적으로 심리적인 사건으로 해석됐으며, 사람들은 자신들이 (무의식적으로) 원했기 때문에 병에 걸리게 된 것이며, 의지를 사용해 스스로를 치료할 수 있으며, 질병으로 죽지 않기를 자신들이 선택할 수 있다고 믿도록 유도했다. 이와 같은 두 가지 가설은 상호보완적이다. 첫 번째 가설이 죄의식을 덜어준다면, 두 번째 가설은 죄의식을 원상태로 돌려놓는다. 질병을 심리학적으로 다루는 이론은 환자를 비난할 수 있게 해주는 강력한 수단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이 스스로 질병을 가져 왔다는 통고를 받게 되는 환자들은, 자신들이 당연히 병을 앓을 만한 짓을 했을 것이라고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86-8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