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베르테르의 기쁨 - 알랭 드 보통의 유쾌한 철학 에세이
알랭 드 보통 지음, 정명진 옮김 / 생각의나무 / 200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알랭 드 보통. 최근 나의 독서습관을 사로잡고 있는 이 사람. <나는 너를 왜 사랑하는가> <키스하기 전에 하는 말들> 에 이어 접하게 된 보통씨의 세번째 이야기. 본래 이 책은 '생각의 나무' 출판사에서 2002년에 <드 보통의 삶의 철학산책>이라는 이름으로 출판되었다고 하는데, 별로 팔리지 않았나보다. 왜일까. 일단 제목이 좀 거시기 하네. 누군지 모르는 드 보통의 이름이 걸려있고 이것이 수식하는 단어가 '삶의 철학산책' 이 딱딱한 제목에 누가 현혹되겠으며 어느 누구의 눈길을 끌 수 있겠는가? 좋은 책이다만 일단 독자의 눈길을 끌어야 팔리고 읽힐 것이 아닌가. 아마도 이번에 새로 편집되어 출간된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은 이런 점을 고려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이제야 좀 팔리지 않는가. 좀 팔리는 정도가 아니지. 이 정도면.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 이 책을 학교를 오가는 길에 들고 다니며 간간히 읽었는데, 학교에 도착해 책상위에 올려놓으면 옆에 있던 선생님이 그러신다.

"선생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아닌가요?"

"네. 맞습니다. 슬픔이죠. 이건 다른 책이에요."

이 선생님과 같은 질문을 내게 던진 사람이 몇 있다. 모두들 한결같이 자신이 기존에 알고 있던 지식 - 젊은 베르테르는 슬프다라는 - 과는 다른 제목을 가지고 있기에 놀란 눈을 하고 자신의 기억과 지식을 의심하며 내게 확인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던 것에 대한 의문은 누구에게나 신선하다.

 나는 사실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보지 않았다. 이 책의 제목때문에 관심이 가기는 하다만 언제쯤 그 책이 내 손에 들어올지는 모르겠다. 단지 괴테와 그의 친구의 경험담이 묻어있는 슬픈 사랑이야기라는 정도 밖에는 모른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은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소중한 존재다"라는 몽테뉴의 문구로 시작하는 이 책은, 소크라테스와 에피쿠로스, 세네카, 몽테뉴, 쇼펜하우어, 니체 라는 익히 우리가 알고 있는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6가지 위안을 주려고 한다. 소크라테스를 통해서는 그가 아테네에서 외톨이- 심하게 말하면 왕따 - 였음을 일러주며 인기 없어도 괜찮다 라고 위안을 주고, 가난한 이들에게는 에피쿠로스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이런 놈도 있었다 라고 위안을 주고, 세네카의 좌절의 철학, 체념의 철학을 전파해주며 좌절의 위안을, 세네카와 비슷한 의미에서 몽테뉴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또다른 위안을, 쇼펜하우어의 사랑이야기과 삶의 이야기를 통해 상심한 마음에 위안을, 니체의 삶을 통해 곤경에 대한 위안을 우리에게 전해준다.

 그런데 정말 이 책을 다 보고 나면 그런 위안을 받을 수 있는거야? 라고 순진한 질문을 누군가 던진다면 꼭 그렇진 않다 라고 말해주고 싶다. 꼭 그런진 않아 라는 말 속에 담긴 일말의 가능성조차도 사실 이 책을 통해 위안을 받을 수 있을거라는 장담은 절대로 절대로 못한다. 여기에 담긴 각종 위안들이 모두 독자에게 먹힌다면 독자는 어쩜 비극적 현실에 처해있는 자신의 상황을 자기합리화 시키며 현실에 안주하려 할지도 모른다. 오히려 여기에 나온 위안들이 독자에게 먹히는 것은 좋지 않다.

 그러나 각각의 철학자들의 삶의 이야기와 그들이 한 말들 하나하나 되새기며 자신의 삶을 음미하고 반추해보는 정도의 효과를 얻었다면 보통씨가 의도한 목적을 달성한 것은 아닌가 싶다. 철학에세이의 목적은,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삶을 대상으로 사유하게 하는데 있다. 이 책은 일종의 철학에세이이고, 또 다른 의미에서 철학입문서라고 할 수도 있겠다. 철학에 이제 막 들어선 이들, 관심갖기 시작한 이들이, 딱딱하고 재미없고 지루하고 어려운 철학책을 접하기에 앞서 철학자들의 삶을 먼저 접하게 된다면 흥미를 유발 할 수 있지 않을까.  보통씨가 안내해주는대로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우리는 각각의 철학자들의 삶 속으로 들어와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사족이지만, 나는 이 책에 담겨있는 몇몇 철학자들의 말 중에서 이 대목이 참 마음에 와닿았고 뜨끔했다.

 "몽테뉴는 학자들이 고전에 그토록 많은 관심을 쏟는 이유는, 세상에 널리 알려진 이름과의 연결을 통해 자신을 지적인 존재로 비치고 싶은 허영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학자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지적욕구를 갈구하는 이들 중 한 사람인데, 특히나 남들이 잘 읽지 않는 인문사회과학 서적 혹은 고전에 애정을 가지고 있다. 흔히 어렵다고 알려져 있는 분야. 솔직히 나는 타인에게 내가 지적인 존재로 비춰졌으면 좋겠고,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름대로 지적으로 보이려고 이쪽 분야에 관심을 갖고 독서를 하는 것이다. 몽테뉴의 위와 같은 문구는 나를 뜨.끔. 하게 만들었다. 전혀 지적이지 않은 내가 남들에게 조금이라도 지적으로 보인다면 그것은 나의 허영심 때문이리라. 그리고 나의 그러한 허영심이 어느 정도 타인에게 먹혀 들어갔단 말씀. 지금 고백하지만 난 전혀 지적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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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 책 2005-07-07 2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서 명성이 자자해 서점에서 첫장만 들춰 읽어봤는데, 꽤 괜찮더라구요...보관함에 넣기는 했는데 언제쯤이나 ^^;;

하이드 2005-07-07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루스트 이야기가 더 재미있어요. 사세요 사세요~ ^^
키스 앤 텔은 그나마 읽어본 중 별로였던 것 같아요.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 의 연장선이긴 한데, 그나물에 그 밥이란 느낌이더라구요.

이잘코군 2005-07-07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데리드리머님 / 알라딘에 보통씨 팬들이 꽤 많더라구요. 저도 알라딘 마을에서 소개받고 합류했습니다. ^^

하이드님 / 저 님 추천으로 보통씨 책 전부 다 샀어요. 지금 집에 모셔두고 있답니다. ^^ 이제 또 다른 작품을 봐야죠.
 

 언제부터인가, 아마도 추정컨대 수능시험에서의 집단 컨닝사태와 이후 계속 되는 내신시험에서의 컨닝 사건이 입에 오르내리면서 - 사실 어제 오늘 일도 아니지만 - 뭔가 대책을 세워야 한다라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그 와중에 내신시험에서의 컨닝대책으로 내세운 것이 아마도 '학부모 감독제'였나보다. 이게 언제부터 학교 현실에 적용되었는지는 난 모른다. 이번 시험이 첫 감독이니깐.

 시험감독 이틀째. 시험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답안지와 시험지를 나눠주고, 학부모 한분이 뒷문으로 들어오신다. 맨 뒤 정중앙에 서계시고, 난 맨 앞 정중앙에 서있고. 앞뒤로 감시를 당하는 아이들은 절대 컨닝할 엄두를 못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컨닝을 하는 이들은 꼭 있다. 교무실에 웬 학생 하나가 불려왔는데 된통 혼나는걸로 봐서 아마도 컨닝인가보다. 

 앞뒤로 감독을 세우니 학생들이 컨닝할 생각을 덜 하는건 사실인거 같다. 사실 할래야 할 수도 없다. 앞뒤로 보는데 어떻게 해. 학생들의 학부모를 모셔놓고 일일 감독을 시키는 것은 그런대로 나쁘지 않아 보인다. 나의 아이들과 친구인 이들이 시험보는 장면을 눈으로 보기도 하시고, 어떻게 시험을 치르는지도 보면서 평소 공부해라 공부해라 만 외치시던 부모님이 정작 시험을 보는 학생의 입장에서 느껴보기도 하는 기회인 것도 같고. 아이들도 우리 엄마와 같은 분이 뒤에 계시니 마음이 뜨끔하기도 할테고 말야.

 그런데 학부모 감독제의 문제점도 있다. 물론 보완가능한 부분이다. 사실 시험장에서 첫 대면하는 학부모와 교사는 간단히 꾸벅 하고 머리 인사정도만 나누는데, 부동의 위치를 고수해야하는 교사 입장에서는 잘 모르고 나보다 나이도 훨씬 많은 학부모에게 뭔가를 지시하기가 참 뭣하다.

  가령, 선풍기 바람에 한 아이의 답안지가 멀찌감치 날아갔다. 그런데 그 아이의 위치는 중간지점이다. 원칙대로라면 학부모가 와서 답안지를 주워서 아이에게 전달해야하는데, 학부모는 이를 보지 못했고, 못봤는데 내가 학부모를 시켜서 그걸 줍게 하기는 참 뭣하다. 그래서 결국 내가 움직여서 답안지를 얼른 주워 해당 학생의 책상에 놓았다. 결국 교사는 움직이지 말라고 했지만 이런 경우처럼 움직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몇 차례 발생한다. 나는 보고 학부모는 보지 못한 상황. 컨닝으로 의심되는 학생의 옆에 다가감으로써 위기감을 조성해 컨닝을 사전에 방지하도록 해야하는데 그때에도 발견자가 다가가야지 내가 신호를 보낸다고 해서  학부모가 이를 알아들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런식으로 학부모 감독의 문제점이 발생하는데, 사실 이는 충분히 보완 가능한 부분이다.  '교사는 부동, 학부모는 유동' 이라는 공식을 깨고, 발견자가 움직이고, 가까이에 있는 자가 움직이되, 둘 중 한 명은 움직이지 않음으로써 전체를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단, 이때 학부모와 교사 둘 다 시험감독의 임무에 충실해야한다는 점이 전제된다. 기본적인 조건이지만... 학부모 감독의 경우 그냥 시험이 끝날 때까지 서있는 정도의 역할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실 두 사람의 감독체제가 아닌 한 사람은 감독, 한 사람은 존재 자체로서 학생들에게 긴장감을 조성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이 점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학부모 감독에게도 충분히 사전에 시험감독의 요령에 대해 숙지시키고 - 그 분들도 과거에 중, 고등학교 거치면서 이런 경험을 했기 때문에 세월이 지났다고는 하지만 절차와 주의점을 알려드리면 금방 적응하실 것이다 - 현장에 투입시키는 것이다. 그럼 지금 내가 경험한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을까 한다.

 

 

* 사족

시험에 있어서 학생들을 감독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지만, 난 내가 누군가를 감시하고 누군가에게 긴장을 조성하는 존재가 된다는 것이 유쾌하지 않다. 두 눈 부릅뜨고 누가 딴짓거리 하나 누가 컨닝하나 주의깊게 시험에 열중하는 학생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고 명령한다는 것. 사실 별로 내키지 않는다. 감시받고 통제받는 상황에 대한 거부감 내지는 반감이 있다고나 할까. 시험 감독을 매일 들어가면서도 난 이점이 내내 걸린다. 물론 학생들은 자신들이 감시받고 억압받고 통제받는다는 상황을 실감하지 못하고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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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YLA 2005-07-06 0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락사스님 보여줄라고 가져왔어요 과목도 똑같구 ^^

이잘코군 2005-07-06 0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이런 문제 내도 뭐라 안하나...? ^^ 정답이 머에요. 다 이쁜 연옌들만 올려놨네? 설마 모두 정답?

코마개 2005-07-06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걸보니...갑자기 추억이..
대학에서도 부정행위 많이 하잖아요. 대학원 다닐때 시험 감독 들어가는데 부정행위 하는 학생을 그냥 내버려 두면 학생들이 다시 학교당국에 항의 하거든요. 그래서 잡아내야만 하죠. 그 얘기를 우리 교수님과 하면서...
"아니 왜 컨닝을 하는거지? 그냥 F받고 담에 다시 들으면 되지, 목숨을 거냐"그랬죠.
그랬더니 울 교수님 하시는 말씀..."너만 그래" OTL

이잘코군 2005-07-06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 "너만 그래" 재밌었어요~ ㅋㅋ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 - 알랭 드 보통의 유쾌한 철학 에세이
알랭 드 보통 지음, 정명진 옮김 / 생각의나무 / 2005년 5월
구판절판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은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소중한 존재다" (몽테뉴)-1쪽

"타인과 대화할 때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진실을 밝히는 것보다는 상대방의 호감을 사는 일이다."-16쪽

"낯선 사람과 함께 있으면 나는 돈 많은 손님을 맞는 호텔 수위처럼 노예 같은 ㅌ ㅐ도를 취하는데, 이는 호의를 얻으려는 무분별한 욕망에서 비롯된 행동이다."-16쪽

"정확한 진술이란 이성적으로 결코 모순되지 않는 것을 말한다. 하나의 진술은 그릇됨이 증명될 수 없어야 진실이 될 수 있다. 제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믿고, 그들이 제 아무리 저명한 인물이라 해도 그릇된 점이 증명되는 진술이라면 그것은 거짓임에 틀림없고, 그러면 그것에 대해 의문을 품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40쪽

"하나의 관념이나 행동이 유효하냐 아니냐는 그것이 폭넓게 믿어지느냐 아니면 매도당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논리의 법칙을 지키느냐의 여부로 결정되는 것이다."-70쪽

"한 인간이 일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지혜가 제공하는 것 중에서 가장 위대한 것은 우정이다."(에피쿠로스)-93쪽

"무엇인가를 먹거나 마시기 전에, 무엇을 먹고 마실지를 생각하기보다는 누구와 먹고 마실 것인가를 조심스레 고려해보라. 왜냐하면 친구없이 식사를 하는 것은 사자나 늑대의 삶이기 때문이다."(에피쿠로스)-93쪽

"우리 인간은 자신이 존재하고 있음을 지켜봐줄 누군가가 없다면 존재하지 않는 거나 마찬가지다. 우리가 내뱉는 말은 다른 누군가가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는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한다."-94쪽

"현명한 사람은 가장 많은 양의 음식이 아니라 가장 맛있는 음식을 선택한다."(에피쿠로스)-96쪽

"불안을 다스리는 데는 사색보다 더 좋은 처방은 없다. 문제를 글로 적거나 그것을 대화 속에 늘어놓으면서 우리는 그 문제가 지닌 근본적인 양상들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문제의 본질을 파악함으로써 우리는, 비록 문제 그 자체는 아니라 하더라도 부차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부정적인 것들, 말하자면 혼동, 문제의 악화, 준비없이 당하는 데서 오는 마음의 고통 등을 예방할 수 있다." -96쪽

"삶이 이어지지 않을 죽음 후에는 전혀 무서워할 것이 없다는 사실을 진정으로 이해한 사람에게는 삶 또한 무서워할 것이 하나도 없다."(에피쿠로스)-98쪽

"결핍에서 오는 고통만 제거된다면 검소하기 짝이 없는 음식도 호화로운 식탁 못지 않은 쾌락을 제공한다."(에피쿠로스)-101쪽

"삶의 본연의 목적이라는 잣대로 측량하면, 빈곤은 커다란 부고 무한한 부는 커다란 빈곤이다."(에피쿠로스)-113쪽

"동물은 자신의 목을 매고 있는 밧줄에서 벗어나려고 버둥거리지만 그것은 오히려 밧줄을 더 단단히 조이는 결과가 된다. ...... 순응하지 않고 마구 몸부림친다고 해서 묶여 있는 동물의 고통이 덜해지도록 적당히 느슨하게 만든 멍에는 이 세상에는 절대로 없다. 저항할 수 없는 악에 맞서 고통을 경감시키는 한 가지 방법은 굴복하며 참는 것이다."(세네카)-118쪽

"가벼운 슬픔은 말이 많고 큰 슬픔은 말이 없다"(세네카)-120쪽

"가능성을 바탕으로 형성된 미래에 대한 낙관에는 위험스런 순진함이 들어있다. 인간에게 닥칠 수 있는 사고는 어떤 것이든, 그게 제아무리 드물고 시간적으로 멀다 하더라도 언제나 그것에 대비해 우리 자신을 준비해야 하는, 일어남직한 일들이다."-144쪽

"불공평은 정의의 규율들이 침해당했다는 느낌을 말하는데, 그 규율들이 약속하는 것은, 만약 명예로운 행위를 하면 보상을 받을 것이고 나쁜 짓을 하면 마땅히 그에 따르는 벌을 받을 것이라는 원칙이다."(세네카)-148쪽

"근심이란 불확실한 상황에 처해 심리적 동요를 느끼는 상태를 말하는데, 이런 경우 당사자의 마음에는 어떤 일이 최선의 결과로 끝났으면 하는 바람과 최악의 결과로 끝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교차하게 된다."(세네카)-151쪽

"위안은 근심을 치유하는 대책 중에서 가장 잔인한 형태다. 장밋빛 예언들은 근심에 빠진 사람으로 하여금 최악의 결과를 무방비 상태로 맞게 할 뿐 아니라, 고의는 아닐지라도 그런 위안의 말에는 최악의 결과가 닥칠 경우 매우 비참할 수도 있다는 암시까지 담겨 있다."-152쪽

"철학자들은 돈을 소유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라. 그 누구도 지혜로운 자는 가난해야 한다고 운명짓지 않았다."(세네카)-155쪽

"바깥의 모든 것들이 미친 짓거리여도 좋으리. 집안에 불안의 요소만 없다면."(세네카)-167쪽

"저항할 수 없는 악에 맞서 고통을 경감시키는 한 가지 방법은 숙명에 굴복하며 참는 것이다."(세네카)-172쪽

"인간에게 어떤 사건들을 바꿀 만큼 힘이 없을지는 몰라도 그 사건들에 대한 태도를 선택할 자유는 주어진다"-178쪽

"은퇴 이후로 독서가 나를 위로한다. 독서는 괴롭기 짝이 없는 게으름의 짓누름으로부터 나를 해방시켜준다. 그리고 언제라도 지루한 사람들로부터 나를 지켜준다. 고통이 엄습할 때도 그 정도가 매우 심하거나 극단적이지만 않다면 그 날카로운 예봉을 무디게 만든다. 침울한 생각으로부터 해방되려면 그냥 책에 기대기만 하면 된다."(몽테뉴)-186쪽

"우리가 어리석은 짓을 했다거나 어리석은 말을 했다는 것을 아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보다 넉넉하고 중요한 교훈을 배워야 한다. 우리 인간이 한갓 멍청이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말이다."(몽테뉴)-193쪽

"책을 통해서 내가 추구하는 모든 것은 시간을 올바르게 활용하여 나 자신에게 즐거움을 안겨주는 것이다. 만약에 내가 책을 읽다가 어려운 문장을 만나기라도 하면 그 부분을 곰곰 생각하느라 손톱을 물어뜯는 일은 절대로 없다. 한두번 이해해보려고 노력하다 안되면 그것으로 그만이다. 만약 어떤 책이 나를 피곤하게 만들면 나는 다른 책을 집어든다"(몽테뉴)-247쪽

"난해함이란, 말하자면 학식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학문의 공허함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마법을 걸어 불러내는, 그리고 인간이 어리석음에 대한 보상으로 손에 쥐기를 갈구하는 한 닢의 동전과 같다"(몽테뉴)-249쪽

"나는 간혹 나 스스로 잘 정리할 수 없는 것들은 다른 사람의 생각을 빌려 말하는데, 그 이유는 언어 구사력이 허약하기도 하고 가끔은 나의 지력이 허약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모든 종류의 글을, 특히 지금도 살아있는 사람에 의해 씌어진 최근의 글을 공격하는 성급한 비평의 무모함을 저지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나는 다른 사람의 위대한 명성 아래로 나의 허약함을 숨겨야 한다."(몽테뉴)-258쪽

"이 세상에 태어난 데 따른 벌을 치르지 않아도 좋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세네카)-259쪽

"몽테뉴는 학자들이 고전에 그토록 많은 관심을 쏟는 이유는, 세상에 널리 알려진 이름과의 연결을 통해 자신을 지적인 존재로 비치고 싶은 허영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262쪽

"다른 어떤 주제보다도 책들에 대해 쓴 책이 많다. 그래서 우리가 하는 일이라고는 책들을 서로 설명하는 것이 전부다. 모든 책들은 부족한 면을 가진 저자들에 대한 해설로 가득 채워져 있다."(몽테뉴)-264쪽

"있지도 않은 모습을 받아들이려는 것보다는, 사람들을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 그냥 두는 것이 더 낫다"(샹포르)-275쪽

"결혼한다는 것은 서로에게 혐오스런 존재가 되기 위해 가능한 한 모든 노력을 다 하는 것을 의미한다."(쇼펜하우어)-278쪽

"남녀가 서로의 사랑을 거부하는 것은 그 두 사람이 결합할 경우 신체구조가 매우 나빠 그 자체로 조화가 일그러진 불행한 존재를 낳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선언하는 것이다."(쇼펜하우어)-309쪽

"사랑이 우리를 낙심하게 만들 때, 사랑의 본래 계획에는 행복이란 절대로 없었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 얼마나 큰 위안이 되겠는가"-312쪽

"가장 분별 있는 인간은 즐거움이 아니라 고통으로부터 자유를 얻으려고 애쓴다"(아리스토텔레스)-328쪽

"쾌락과 불쾌감은 서로 단단하게 묶여 있기 때문에 한 가지를 가능한 한 많이 누리려는 사람은 불가피하게 다른 한 가지도 그만큼 경험할 수 밖에 없다. 사람들은 선택을 해야 한다. 불쾌감을 가급적 적게 맛보면서 고통 없는 시절을 짧게 누리든지 아니면 이제까지 좀처럼 맛보기 힘들었던, 형언하기 어려운 쾌락과 환희를 누리고 그 대가로 불쾌감을 한껏 맛보든지,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만약 전자의 길을 결정하고 인간적인 고통의 정도를 줄이거나 낮추기를 원한다면 그대는 또한 그 고통이 줄 수 있는 환희에 대한 기대치도 줄이고 낮춰야 한다."(니체)-3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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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스 2005-08-14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것두 한 방~

이잘코군 2005-08-14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함다 ^^
 
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
알랭 드 보통 지음, 이강룡 옮김 / 생각의나무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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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지난 번에 읽었던 스위스의 젊은 철학자 알랭 드 보통의 <나는 너를 왜 사랑하는가>에 이어서 접한 그의 두번째 작품. (두번째란 의미는 순전히 내가 그를 접함에 있어서의 두번째. 그가 책을 낸 순서와는 상관이 없다)

 이런식의 개그는 절대 식상하지만, 절대 보통 사람 같지 않은 알랭 드 보통 씨는 <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이라는 책을 통해서도 그만의 특유한 문체를 사용하며 독자를 즐겁게 해주고 있다.

 최근 알랭 드 보통의 작품들이 새롭게 디자인되어 출판계를 강타하고 있다. <나는 너를 왜 사랑하는가> <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 <여행의 기술>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 등 그의 책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마치 <다빈치 코드>가 대박을 터뜨리자 댄 브라운의 이전의 다른 작품들이 쏟아져나온 것처럼 말이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한번 대박 터뜨린거 그의 이름을 빌려 다 팔아보자는 속셈이겠지만 그걸 알면서도 나는 즐겁다. 이런 기회에 이 즐거운 작가를 접하게 되었으니 말야.

 <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이라는 책의 원래 제목은 <KISS & TELL>로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유명한 인물과 맺었던 밀월 관계를 언론 인터뷰나 출판을 통해 대중에게 폭로하는 행위를 뜻한다고 한다. 그런데 어쩌다 그런 다소 딱딱하고 뉴스거리같은 책의 제목이 우리네 번역서에는 <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이라는 달콤한 언어로 표현이 되었던가? 그건 모를 일이다. 출판사만이 알일.

 절대로 이 책에서는 우리가 키스하기 전에 무슨 말들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키스를 못해봐서 키스를 하려고 하는데 뭔 말을 해야할지 고민 중인 남녀나 남들이 키스하기 전에 무슨 말을 하는지 궁금해하는 분들은 이 책에서 손 떼시라. 아무리 찾아봐야 없으니깐. 키스는 말 없이 그냥 하면 되지 않남? ㅡㅡa 뭔 말이 필요햐?

 파아란 깨끗한 하늘에 뭉게 구름 둥실둥실 떠있는 책의 표지와 완벽한 정사각형은 아닐지라도 다른 책들과는 확연히 다른 크기를 가진 이 책은 단번에 우리의 눈길을 끌기는 한다. 하지만 일부 책 수집가들에게는 이 책은 모양새가 튀는지라 다른 책들과 함께 공동체를 형성하여 같은 선상에 꽂아넣기는 애매한 책. 그래서 불만일 수도 있겠다. 어쨌든 제목이나 모양새나 이래저래 출판사가 독자들의 눈길을 좀 끌어볼라고 애쓰기는 무진장 애썼다.

 근데 도대체 책 내용에 대해서는 언제 이야기하는거야? 너는 아직까지 서론적인 이야기만 하고 있잖아! 라고 짜증내지말길. 나는 원래 책 내용이야기보다는 딴 이야기를 잘 하니깐. 이게 내 감상문의 끝일지도 모르는거야.

 읽은지는 꽤 시간이 흘렀는데 선뜻 감상문을 작성하기가 힘들었다. 어떤 이유에서일까? 일에 치여 시간이 부족했던 것도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읽은지 상당 시간이 흐른 뒤에서야 감상문을 작성하는 것은, 이 책에 대한 감상문을 함부로 서투르게 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정말 재밌게 봤고, 뭐 대단한 내용이 들은건 아니지만, 아껴주고 싶은 책이다. 나중에 다시 보게 될지 어떨런지는 모르지만 모양새나 내용이나 너무나 마음에 들어 옆에 두고두고 간직하고픈 책이기에 함부로 대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상당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나는 그냥 지 멋대로 감상문을 갈기고 있다.
 
 외관에 대한 감상은 여기서 그만! 너는 너무 외모만을 보고 있잖니?

 "훌륭한 삶을 쓴다는 것은 훌륭한 삶을 사는 것만큼이나 힘든 일이다" 라는 나는 잘 알지못하는, 하지만 보통씨는 책에서 이 사람들 자주 언급하고 있는, 리튼 스트래치 라는 사람의 문구로 책은 뚜껑을 연다.

 '시작하며, 어린시절, 가족관계, 음식과 이사벨, 기억, 사생활, 다른 이의 눈을 통해 본 세상, 남자와 여자, 심리, 결말을 찾아서, 끝내며, 옮긴이의 말'이라는 12개의 장으로 나뉘어져 있는 이 책은, 제목에서 보면 혹시 알랭 드 보통 자신의 자서전을 쓰고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내용을 읽기 전에 제목에서 난 그런 느낌을 받았다.

 어쨌든 내용이 보통씨의 자서전은 아니었지만, 일단 전기인 점에서나의 예상은 어느 정도 맞아떨어졌다. 단지 전기라고 함에도 불구하고 이걸 전기로 분류해야할지, 아니면 보통씨의 에세이로 분류해야할지, 아니면 소설로 해야할지 참 애매하다. 알라딘 서점에서는 이걸 '소설'로 분류하고 있고, 예스24에서도 역시 '소설'로 분류하고 있다. 그런데 내가 볼 땐 차라리 소설보다는 '에세이'가 더 나을 듯 싶다. 전기와 소설과 에세이의 교집합 선상에 놓여있는 이 책은 사실상 작가 보통씨의 사색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사벨이라는 평범한 한 여자의, 그것도 나이들어 죽음에 임박한 할머니가 아닌, 힘 팔팔 넘치는 젊은 여성을 대상으로 전기라니! 우리들이 흔히 지니고 있는 전기에 대한 상식을 깨버린다. 우리들이 지금까지 읽어왔던 전기의 공통점은, "1. 죽은 인물이다 2. 위대한 업적을 남긴 인물이다". 또 다른 공통점이 뭐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잠깐 생각해봐도 이 두 가지 점에서는 벗어날 전기가 없다.  그런데 보통씨의 전기는 이걸 다 깼다. 왜 전기는 죽은 인물이어야하고, 위대한 업적을 남겨야 하느냐는 것이다. 평범한, 아직 인생을 다 살지 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도 전기를 쓸 수 있다.

 또 보통은 전기를 쓸 때에는 작가가 전기의 대상이 되는 사람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보통은 새뮤얼 존슨의 말을 빌리기도 하고, 자신의 언어로 이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와 사회적 관계를 맺고 같이 먹고 마시며 더불어 살아보지 않았다면, 그 누구도 다른 이의 삶을 기술할 수는 없다."(새뮤얼 존슨, p45)

 "진정한 전기가 되려면 저자와 주인공 사이에 어느 정도 정서적 관계가 있어야 한다." (p68)

 "은유적으로 말해서 작가는 주인공과 잠자리를 같이 해야한다. 전기가 격식에 맞춰 작성된 회고록이나 학술 논문과 구분되기를 바란다면 말이다. 전기는 문자로 씌어질 수 없는 생각의 연쇄고리다. 침실의 불빛이 켜져 있는지 꺼져 있는지를 조사해본 다음에야 두 사람이 서로 아는 사이임을 알려주는 행위와는 다른 것이다."(p154)

 대개의 전기작가들은 직업적인 전기작가들이고 따라서 여러편의 전기를 씀으로써 책을 내고 밥벌어먹고 살아야하는 이들이다. 그들은 한편의 전기를 쓰는데 있어서 전기의 대상이 되는 사람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만한한 시간적 여유와 마음의 여유조차도 없다. 우리들이 접하는 전기는 그 인물의 작은 한 단면만을 보고 있는 것이다.

 진정한 전기가 되려면 그 인물과 먹고 마시고 자고 싸고 하면서 함께 생활에서 부대껴야하고 그 과정에서 그 인물의 세세한 부분까지 잡아낼 수 있어야한다. 그러려면 일단 인물이 죽은 뒤에 전기를 쓰는 것은 여기선 불가능하다.

 보통씨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러한 상식을 쉽게 깨어버리고 이사벨이라는 여자와 함께 생활하며 그녀에 관한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아주 자연스럽게. 절대 인위적이기도 않고 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대단했던 사건들만을 나열하지도 않는다. 처음 자위를 했던 이야기며, 남자와 관계를 맺었던 이야기며, 무슨 음식을 좋아하며 왜 좋아하는지와 같은 아주 시시콜콜하고 쓸데없어 보이는 이야기들까지도 보통은 늘어놓고 있다. 마치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전기다 라고 말하듯이.

 그러면서도 알랭 드 보통은 전기를 쓰려고 마음먹은 것은 아니고, 이사벨과의 이야기를 통해서 자신이 생각한 것들을 중간중간 풀어놓는다. 그래서 이 책이 전기가 아닌 에세이로도 분류될 수 있는 것이다. 오히려 나는 그의 서술방식이 마음에 든다. 도대체 이게 소설이야, 에세이야, 전기야! 라고 짜증내지말고 기존의 형식을 과감히 파괴한-일부러 파괴한 것 같지는 않다- 보통씨의 이야기 서술방식을 그냥 그대로 받아들여보라. 너무나 사색을 깊이 한 나머지 독자들이 사색할 부분까지도 없애버리는 보통씨. 하지만 그가 깊게 사색한 것을 우리는 눈으로 살펴보며 우리의 머리 속에는 또다른 사색이 펼쳐지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사색은 또다른 사색을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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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나 2005-06-30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자들이 사색할 부분까지 없애버린다'는 말이 무슨 말인 지 알 거 같습니다. '왜 나는 너를'부터 '키스하기 전에'까지 읽는 내내 드 보통씨의 집요함에 치를 떨었거든요 ㅎㅎ..

이잘코군 2005-07-01 0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님같이 생각하는 분들도 많더라구요. 독자의 몫까지도 빼앗아버린다구. 그래도 전 이 사람 참 맘에 듭니다. ^^

야클 2005-08-13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굉장히 정성스런,그리고 훌륭한 리뷰네요. 잘 읽고 갑니다. 물론 Thanks to도 한방! ^^
 
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
알랭 드 보통 지음, 이강룡 옮김 / 생각의나무 / 2005년 5월
구판절판


"사려 깊고 충실한 화자를 쓸모 없는 존재로 여기고 그냥 지나쳐버리기 일쑤다. 모든 이들에게는 자신과 똑같은 처지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있으며 자신의 실수, 과오, 회피 그리고 편법을 그들에게 알려주지 않았던가. 쓸모 면에서는 그들이야말로 가장 직접적이면서도 확실한 존재들일 것이다. 사람으로서의 동질성만이 있을 뿐이다. 가식과 혐오를 벗어던지고 생각해보면 좋거나 나쁘거나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다 평범한 인간일 뿐이다."(새뮤얼 존슨)-22쪽

"기존의 모든 전기는 어린 시절에 대해 이야기할 때 주인공이 어른이 돼 쓴 시나 산문에서 끄집어낸 우화들, 그리고 사랑하는 이모 또는 그 반대의 친척들에 관한 추억,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학교 친구들로부터 얻어낸 에피소드 같은 것으로 치장돼 있다." -35쪽

"일반적인 전기에는 저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저 작가에 의해 기술된 주인공의 삶만이 실려 있을 뿐이다. 우리가 작가에 관해 알고 있는 것은 이름뿐이다." -38쪽

"그와 사회적 관계를 맺고 같이 먹고 마시며 더불어 살아보지 않았다면, 그 누구도 다른 이의 삶을 기술할 수는 없다."(새뮤얼 존슨)-45쪽

"타인에 대한 명료한 첫인상들을 무너뜨리는 것은 결국 무지함이 아닌 앎의 축적이라는 것을, 우리의 선험적 도식들을 지워버리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다른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의 길이다."-57쪽

"이미 알고 있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그 이상 알고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걸 의미한다."-58쪽

"전기의 고결함을 유지하는 것과 인간적 집착이라는 원초적인 영역을 서로 뒤섞어서는 안된다. 인간적 집착과 전기적 충동사이에는 연결고리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누군가를 완벽하게 알고 싶다는 충동이다."

"진정한 전기가 되려면 저자와 주인공 사이에 어느 정도 정서적 관계가 있어야 한다." -68쪽

"당신이 주인공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그들을 뒤쫓지 않을 것이다."
(리처드 홈즈)

"전기 작가들은 아주 특별한 방식으로 그들의 주인공들에게 집착한다. 대개 그들은 주인공을 연구 주제로 택하는데, 그건 개인적인 감정의 영역에 기인한다. 처음부터 주인공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프로이트)-68쪽

"음식은 주인공들과 함께 등장한다. 그러나 그들은 음식을 철학적 사유의 재료로 삼지는 않으며, 즐기지도 않고, 그렇게 해야 할 이유가 딱히 없다면 먹지도 않는다. 그들은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배고픔을 느낀다. 그런데도 아침과 점심식사를 끊임없이 갈망하는 우리의 욕구는 작품 속에 반영되지 않는다."(E.M. 포스터)-113쪽

"우리는 사적으로는 중요하게 간주하면서 공적으로는 사소하게 치부해버리는 것들 속에서 한 개인의 본질을 찾는 경향이 있다."-114쪽

"누군가에게 과거를 떠올려보라고 하는 것은 그에게 총을 겨눈 채 재채기를 하라고 윽박지르는 것과 비슷하다. 그들이 떠올리는 것은 자신의 순수한 의지에서 나오는 진정한 기억도 아니다."

"과거 속 기억과의 진정한 충돌은 시간적 거리를 뛰어넘어, 과거 속 장면이 우리 앞에 느닷없이 출현하는 것이다. 이것은 과거 속의 기억이 아니라 시간의 바깥에 있는 어떤 주머니 속에서 막 꺼낸 것 같은 시간이다. 진정한 기억은 자신과 현재 사이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을 녹여버린다."-127쪽

"기억이란 누군가의 질문에 의해 억지로 끌어올려지는 게 아니다. 어느 기차역 카페에서 풍겨오는 샌드위치 냄새를 맡고 비슷한 냄새를 맡았던 오래전으로 돌아가는 우연한 조우 같은 것이다."-128쪽

"기억은 스스로 단계를 밟아나가며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불친절하게 불쑥 튀어나오고, 어떤 우연한 주제를 여는 서막일 뿐이다. 프라이팬에서 지글거리며 튀겨지는 요리가 아니라 다시 데운 음식이다."-130쪽

"은유적으로 말해서 작가는 주인공과 잠자리를 같이 해야한다. 전기가 격식에 맞춰 작성된 회고록이나 학술 논문과 구분되기를 바란다면 말이다. 전기는 문자로 씌어질 수 없는 생각의 연쇄고리다. 침실의 불빛이 켜져 있는지 꺼져 있는지를 조사해본 다음에야 두 사람이 서로 아는 사이임을 알려주는 행위와는 다른 것이다."-154쪽

"섹스가 친밀함의 상징이기는 하다. 그러나 섹스 자체가 두 사람이 친밀해지는 것을 보장하진 않는다. 오히려 섹스가 상징하고 있는 이상적인 조건을 깨뜨릴 수도 있다.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좀더 험난한 과정을 회피하는 방법으로 누군가와 섹스를 나누는 것은, 마치 책을 사두고 그것을 읽었다고 착각하는 것과 같다."-155쪽

"친밀해지는 것은 유혹과는 정반대의 과정을 거친다. 친밀함을 보인다는 것은 상대방으로부터 비호의적인 판단- 사랑할 가치가 거의 없다고 생각하는 - 이 초래될 수 있는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혹이 자신의 가장 멋진 모습 또는 가장 매혹적인 정장차림을 보여주는 것 속에서 발견된다면, 친밀함은 가장 상처받기 쉬운 모습 또는 가장 덜 멋진 발톱 속에서 발견된다."-157쪽

"우리는 인간에게 완전히 속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의심되는 우리 성격의 어떤 측면들을 비밀이라고 부른다. 비밀은 우리가 가진 고유함 중에서 어둡고 창피한 일면이다. 사회적으로 예상될 수 있는 비밀의 효과란 천재나 영웅주의를 만들기 위함이 아니라 사회생활에서 겪게 되는 비난에 대한 두려움, 모욕감을 꿋꿋이 견뎌야 하는 상황 속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164쪽

"죽음은 잠재적 대안들의 적이다. 죽음은, 외부적으로 보면 의미심장한 것들도 내부에서 목격하면 보잘 것 없는 것일 수도 있다는 사실 또는 실제로 벌어진 사건의 수보다 더 많은 플롯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망각하게 한다."-214쪽

"우리는 모두 같은 요인들로 감정이 촉발된다. 모두 같은 오류들을 범하고, 모두가 희망에 의해 생기를 되찾고, 위험에 의해 가로막히고 욕망에 뒤얽히며 환락에 유혹된다."(새뮤얼 존슨)-231쪽

"우리는 다른 사람이 느끼는 것에 관한 즉각적인 경험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생각도 형성할 수 없다. 마치 그들이 느꼈던 것처럼 우리도 느껴야 한다는 인식이 생각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우리의 형제가 매우 괴로워하고 있다 하더라도 우리가 편안한 상태에 있다면, 우리의 '오감'으로는 그가 겪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건 오로지 상상에 의한 것으로, 그의 감각 작용에 대한 직시만을 형성할 뿐이다. 상상 속에서 우리는 그의 상황에 처하고 그와 똑같은 고통들을 겪고 있다고 인식한다."(애덤스미스 <도덕감정론>)-232쪽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한 타인의 고통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인가? 사람의 경험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서로 양립할 수 없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실제의 경험을 알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인접 경험이 항상 존재한다. 우리의 상상이 말라가고 있을 때 은유가 등장한다."-233쪽

"훌륭한 전기를 쓰는 기술이란 멈추어야 할 때가 언제인지를 아는 것이다."-293쪽

"나 같은 사람은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 다른 사람보다 더 나을 것은 없지만, 최소한 나는 그들과는 다르다."(루소 <고백록>)-302쪽

"사람에 대해 과장된 찬사만을 쓴다면 약력은 보이지 않게 감출 수 있다. 그러나 인생에 대한 것을 쓰고 있다면 약력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어야 한다."(새뮤얼 존슨)-3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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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eetmagic 2005-06-19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다보구 여행의 기술 읽고 있는데요,...와...감동 입니다.

이잘코군 2005-06-19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넵 감동입니다. ^^; 줄친데가 많아서 계속 수정하면서 덧붙이고 있어요. 전 이거 다 보고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 볼거에요. <여행의 기술>은 아직 안샀는데.

미미달 2005-06-22 0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재미있나요?
책 자체가 무지 예뻐서 끌리는데.. ^ㅡ^

이잘코군 2005-06-22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이거 재밌어요. 거의 다 읽었답니다. 마저 밑줄긋기 채워넣을게요. 너무 많아서 천천히 작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