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림] 인문학스터디 6기 1강 신동흔 선생님 강연(서울) 함께하실 분
신동흔의 '고전 속의 꿈과 판타지, 문화콘텐츠' 강연

*고전 속의 꿈과 판타지, 문화콘텐츠(신동흔) 강의록을 공개합니다. 전체 다 기록하지는 않았고 개인의 관심사에 따라 선별 기록했습니다. 주로 강의 후반부 내용입니다.

서사란 마구 흘러가는 것이 아니다.
순차구조에 따른 정교한 서사전개

결핍-해결의 시도-결핍의 해소(불완전) >
금기-위반-위반의 결과-해결의 시도-결핍의 해소(완전)

예) 우렁각시(붙잡고 사는 여자), 선녀와 나무꾼(붙잡혀 사는 여자) -> 인과관계 진행의 법칙

신화 속 대립항 (구렁덩덩신선비 민간설화)
-구렁이 : 사람들(인간과 동물, 신성과 세속)
-구렁이 : 장자딸(남자와 여자, 가난과 부자) 서로 어울리지 않는 가난과 신성의 결합!
-구렁이 : 신선비(표면과 이면, 추함과 아름다움) 신성과 추함의 결합!
-막내딸 : 언니들(지혜와 무지, 착함과 악함)
-막내딸 : 새각시(오래된 것과 새 것, 유능과 무능)
-기타 - 현실계와 이계, 이별과 만남, 불행과 행복 등

-> 겉모습과 본질, 아는 자와 모르는 자 세상은 대상의 가치를 알아보는 이의 것. 그 가치를 찾아 움직이는 이의 것.

(호랑이 눈썹의 의미 : 대상의 내면을 알아보는 능력)


문화콘텐츠로서의 고전문학

* 21세기의 코드, 고전
- 21세기는 대중의 시대, 상상력의 시대
- 고전에 깃든 원형적이고 보편적인 상상력의 힘 세월의 검증을 거친 검증된 서사, 검증된 상상력 20세기는 리얼리즘, 엘리트의 시대

* 이미 고전은 21세기 문화의 중심에 있다.
> 서사의 힘 - 출판, 드라마, 애니메이션, 게임 등 속의 고전
- 이야기 전문가, 고전 문학 전문가의 필요성 어떻게 고전을 콘텐츠로 살리는가?

* 문학의 힘, 고전의 힘을 살려내는 것이 핵심.
* 문학의 힘 살려내기
- 상상력의 힘 : 제한 없는 상상력, 섬세한 상상력
- 지성+감성의 힘 : 삶에 대한 총체적인 '형상적 인식'
- 미적 형상이 힘 : 사람들을 흡인하는 미적 긴장과 질서와 언어의 미감
- 선도적 생산력 : 새로운 인물과 사건, 새로운 시공간 창조의 능력

* 고전의 힘 살리기 - 문학의 힘 : 문학으로서의 속성과 가치
- 전통성 : 세월의 검증을 거친 생명력과 초시대적 보편성
- 원형성 : 존재와 가치의 근원에 대한 성찰과 원형적 감화력
- 생활성 : 자연스러운 생활의 일부로서의 일상성
- 다중성 : 다수가 주체로 참여하여 창조하고 향유하는 문학예술

* 기획 아이디어 - 단순하고 힘있는 콘텐츠
- 스페인 돈키호테 릴레이 48시간 낭독회
- 플로리다 키 웨스트의 일몰 공연
- 테네시 한 소도시의 이야기 축제
- 제주 올레
- 두 고전 콘텐츠의 결합(역사 서사와 인물 서사)
   최척전
   흥부 생활체험 수련원
   민간 신화를 적용한 문학치료 카페 '바리'
   시조/한시 활용 퀴즈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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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참 지난 강연인데 이제 쓰고 있다. 확실히 게을러진 탓이다. 그동안 많은 강연을 갔지만, 이렇게 사람이 없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미친 등록금의 나라. 한국대학교육연구소에서 공동집필하고, 공동집필에 참여한 필자들이 각 대학에서 강연을 열었다고 한다. 신청한 곳은 이화여대 강연이었는데, 강연장에 들어서고선 놀랐다. 약간 늦게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몇 없었다. 마케팅팀 직원 한 명과 강연자, 그리고 강연을 들으러온 분 한 명. 내가 들어서니 두 명이 되었다. 이런 강연은 듣는 사람으로서도 참 미안하다. 한참 늦게 시작하고 듣는이는 다섯이 되었지만, 잠시 후 넷이 되었다.  

  미친 등록금이 화제다. 얼마전엔 대학생들이 각 대학에서 시위 아닌 시위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등록금은 내려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 이명박은 반값 등록금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모든 공약을 다 지킬 수는 없다." 라고 응하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모든 국회의원 후보자, 정치인들은 이제부터 허경영식으로 좋다 하는 공약들은 다 만들어 홍보할 것이다. 일단 당선되고 나면 "모든 공약을 다 지킬 수는 없다"라는 명언 한 마디를 남겨주면 된다. 대학은 물가상승률보다 높게 등록금을 올리고, 학생들은 거리로 나서지 않는다.  

  "입시 전형료 13~18만 원. 민자 기숙자 일년 2인 2실에 500만 원. 대학의 가격 책정이 대학 밖 외부 하숙비와 비슷하게 책정되는 현실이다. 포항공대만 제외다. 입학금은 약 100만 원 가량으로 일본과 한국만 '입학금'이라는 걸 받으며, 수업료 안에는 실험실습비가 포함되어야 함에도 예술대, 공대 등에서는 별도의 비용을 청구한다. 대학원생의 경우, 대학생에 비해 등록금 인상하기가 쉽다. 교수와 학교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신분인지라 함께 모여서 시위를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대학 등록금은 그나마 이야기라도 되지만, 대학원은 항상 제외되어 있다."  

  "각 대학에서 대학마다 들어가 있는 '생협'을 무너뜨리려고 하며, 대학의 학교 식당 이윤이 안 나오기에 대기업이 운영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이는 질적 하락으로 이어지게 된다. 생협과 학교 식당은 전혀 이윤을 남길 수 없는 사업이며, 상업 매장이 들어올 수 있게 건물 공간을 할애하는 것이 현실이다." 생각해보자. 불과 10년 전만해도 학교에 편의점이나 커피체인점 등은 볼 수 없었다. 자판기에 100원짜리 동전을 넣어 홀짝였으며, 학생 식당에서 천 원짜리 밥을 먹었다. 그러나 이제 대학의 모습은 달라졌다. 편의점과 스타벅스 등은 물론이고, 고급 레스토랑까지 들어와 있다.  

  이화여대 안에서 그 비싼 레스토랑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여기에 가는 학생이 있단 말인가? 그러나 생각해보면, 돈이 있으면 자식 교육에 투자를 많이 하는 현실이니 상위권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의 부모는 당연히 가진 것이 많을 수밖에 없다. 실례로 서울대에는 대원외고 졸업생들이 강원, 충청, 전라, 경상도 출신을 합친 것보다 많다. 몇몇 언론과 조사기관에서도 발표를 한 바 있지않던가. 서울대생의 부모 직업과 재산 정도를 조사해봤더니 서울 그것도 강남 3구에 많이 몰렸고, 부유층인 경우가 상당하다고. 이화여대라고 다를 건 없을 것이다. 아무리 비싼 레스토랑도 만들면 이용하는 사람이 있다. 장사가 되니까 들어가 있는 것이다.  

  다시. "2008년도 주간동아에 따르면, 여대 등 등록금이 남녀공학에 비해 비싸다. 관계자는 당시 청결과 안전을 이유로 들었는데, 구체적으로는 화장실에 휴지 비용이 들어간다고 말하였다." 어이가 없을 뿐이다. 여대의 등록금이 더 비싼 이유는 화장실 휴지 말고는 설명이 되지 않나보다. 여학생들이여 화장실 휴지를 왜 그렇게 많이 쓰는가? 아예 뽑아서 집으로 가져가시는가? 이런 질문을 그들에게 던져야 하겠는가. 휴지를 아무리 많이 쓴다 하기로 개인당 등록금을 타 남녀공학 대학보다 수십에서 백만 원씩 더 내야 하다니.  

  "홍대의 경우. 새로운 건물을 지으면서 학생들에게 공간을 할애하겠다고 했지만, 현재 기업 몇 곳이 들어가 있고, 로스쿨 신청을 위해 당시 공간을 비워 두었다. 결국 로스쿨은 탈락했다. 고대에 스타벅스(전국 매출 2위라고 한다), 숭실대의 홈플러스 등도  학교와 기업이 협력을 맺고 건물을 지어주고 임대 30년 무료 방식으로 계약하는 사례다." 결국 이기는 것은 학생과 학교가 아니라 기업이 된다. 이때부터 학교는 기업에 종속된다. 그리고 지금, 그 결과를 우리는 눈으로 보고 있다. 두산이 중앙대 사태에 개입하거나 하는 방식 말이다. 

  "이화여대 전체 수업 중에서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57.4%. 적립금에서부터 예금 이자 수입이 14.1%다. 교육부대수입(논문심사비 포함), 법인전입금, 기부금, 국고보조금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학교 수입의 약 80%가량은 학생들에게서 나온다. 기부금 83억 중에 기업이 내는 것은 3억 5천이 전부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이화여대는 천안에 땅을 사놓고 파주에 캠퍼스를 만들려고 추진 중이지만 잘 안 되고 있는 상황이다. 중앙대도 안성 캠퍼스를 팔고 다른 곳으로 이전하려고 한다. 땅을 사서 그걸로 장사를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대학은 인터뷰나 언론에서 이를 부인하고 있다." 자신들의 욕망을 부정하는 것이다.  

  "대학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등록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라고 말하고, 일부 사람들은 여기에 동의하기도 하지만, 등록금이 올라가도 교육의 질이 높아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 돈은 다 땅값으로 간다. 오바마는 하버드 로스쿨을 다니며 낸 등록금을 상원 의원이 되어서야 다 갚았으며, 한국의 교과부 관계자는 든든 학자금 제도가 있어 등록금 마련을 위해 알바를 할 필요가 없다고, 어느 프로그램에서 진술한 바 있다. 그러나, 현실을 모르는 말. 졸업 후 이십대 태반이 백수인 마당에, 취직해서 갚으면 된다는 안이한 말을 하는 건, 뭘 보고 판단한 것인지. 연봉이 적은 기업에 취직한 사람일수록 갚지 못한 대출금의 이자는 급격히 늘어나고, 결국 오래도록 여기에 시달린다. 정부는 채권추심팀까지 용역으로 뽑아 대출금을 받아내려 하고 있다. 국가가 국가가 아닌 것.  

  현실이 이런데 한국의 대학생은 왜 반응하지 않는가? "이탈리아, 그리스, 프랑스의 경우 폭력 시위로까지 대규모로 번지는데, 한국은 왜. 영국에선 왕세자 부부가 시위대 행렬에 둘러싸였고, 어느 나라에서는 고속도로를 점거했다." 그래도 국민들의 공감을 얻고 불편해 하지 않는다. 시민 의식이 된 것이다. 한국은 소득 대비 등록금 비중이 가장 높다. 어느 대학생은 부모님이 내주기 때문에 직접적인 관심사가 아니라고 하고, 공부를 열심히 하면 그것이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개인적인 정리 논평. 등록금이 없거나 저렴해야 모두가 교육의 기회를 동등하게 받는다. 대학은 많고, 원하면 누구나 대학에 갈 수 있다고 하지만, 돈이 없어 대학에 못 가는 시대가 다시 왔다. 대학은 많아도 돈이 없기에 갈 수가 없는 것이다. 어느 대학에 가는가도 부모의 소득에 따라 달라지고 있는데, 그렇게 어렵게 들어간 대학에서도 누구는 등록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누구는 문화 생활을 즐기거나 개인적으로 공부를 하고, 취업 준비를 하는 상황. 이것은 불평등하다. 등록금이 비싸지면 비싸질수록 가정의 경제적 상황에 따라서 자신의 계급이 정해지는 꼴이다. 계급이 존재하지만 계급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 정해진 계급을 깨고 올라갈 수도 없는 사회가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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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1-04-20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답답한 노릇입니다.

마늘빵 2011-04-20 14:03   좋아요 0 | URL
...

穀雨(곡우) 2011-04-20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막 초등학교 입학한 제 아이가 대학에 갈 때쯤이면 집을 팔아야겠군요.
그 뒤로 둘이나 더 있는데....쩝

마늘빵 2011-04-20 14:10   좋아요 0 | URL
아, 대학뿐만 아니라 아이를 키우는 데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가죠. 그래서 전 결혼하더라도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습니다. 현실이 이러한데도 국가는 저출산이니 하면서 구호만 외치고, 애 낳으면 돈 몇 푼 쥐어주는 걸로 끝내려 하죠.

穀雨(곡우) 2011-04-20 14:53   좋아요 0 | URL
ㅎㅎㅎ 돈 몇푼 주는 그것도 빨리 안준다는 거....ㅋㅋ

인문MD 바갈라딘 2011-04-20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날 참석자가... 다른 강연 일정과 겹쳐서 참석을 못 했는데... 내용 전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다짐도 소극적 자세겠지요, 저도 마찬가지 생각인데요. 이거 참 답이 없는 답답한 노릇입니다. 졸업하고 나면 다들 또 먹고 사느라 정신이 없으니.

마늘빵 2011-04-20 18:01   좋아요 0 | URL
아, 이대 강연에 오실 예정이었군요. ^^ 그날 제 생각에도 다른 뭔가가 있었던 거 같아요. 가고픈 강연이었던 것 같은 느낌만 있다는. 누구 강연이었는지 기억이 안 나고.

비로그인 2011-04-21 0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 중 하나는, 정해진 틀 이외에 얼마나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는가,로 결정된다고 생각했어요. 이를테면 수학 성적이 뛰어나게 좋지 않을 경우 어떤 진로를 택할 수 있는가? 같은 문제이지요. 그리고 그 다양한 진로가 개인의 성취와 얼마나 연관지어질 수 있을 것인가?
없군요. 여기는, 없어요.

2.대치동에서 학원강사를 했던 사람의 말로는, 한 클라스 인원 30명 중 25명 가량의 부모 직업이 의사였고, 나머지 5인은 판사나 기업인 등이었다 해요. 할아버지의 재력과 아버지의 무관심, 어머니의 열정과 학생의 능력(단어 사용이 참으로 뷁스럽습니다만)이 만나야만 그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곳. 그와의 대화 끝에 생각했어요. 나는, 나와 함께 사는 아동을 저 지옥으로 내몰지 않을 것이다. 그가 스스로 걸어들어가기를 원치 않는 이상은. 그 뒤의 일을 모색하는 것이 관건이다. 라고. 그게 아주 힘들 것 같습니다. 아주, 많이요.

3.한동안 뜸하셔서 무슨 일 있으신가, 생각했어요!

마늘빵 2011-04-21 10:53   좋아요 0 | URL
1. 동의합니다. 한 가지로만 판별되는 사회에는 희망이 없습니다. 오직 경쟁과 줄세기만 남아 있을뿐. 해당 기준에서 벗어난 자는 주변인으로 살아가게 되죠.
2. 박사 받고 고액과외, 학원 강사하고 있는 친구에게 이런저런 얘기들어봐도 비슷합니다. 있는집에서는 투자 대비 산출을 내려고 계속 퍼붓죠. 그들 사이에서도 경쟁을 하고, 그들을 따라가기 위해서도 또 경쟁을 합니다. ^^ 계속 따라가다가 쳐지고 좌절하는 사회.
3. 무슨 일이 있긴 해요. 힘든 상황인데, 책이나 글로 위안을 삼으려고 합니다.
 
[알림] 인문학스터디 6기 1강 신동흔 선생님 강연(서울) 함께하실 분


  고전 속의 꿈과 판타지, 문화콘텐츠 강연

  조금 늦게 강연장 문을 열고 들어서니 사람들이 일제히 쳐다본다. 학창 시절 수업 시간에 늦었으면서 교실 앞문을 열고 들어오던 모습이 떠올랐다. 이 강연장은 문이 하나라 다른 선택은 없었다. 늦게 왔으면서 순간적으로 빠르게 두리번하고는, 꽉 들어찬 강연장의 앞줄 빈 자리를 찾아 들어간다. 보통 알라딘이나 출판사에서 주관하는 강연회가 이렇게 사람이 많진 않은데, 조금 의외긴 했다. 신동흔 선생님은 이미 뭔가에 대해서 열심히 이야기 중이셨고, 재빨리 이야기의 맥을 찾아보려 했다.  

  서사. 장르를 불문하고 창작을 하는 사람이라면 '서사'를 무시할 수가 없다. 선생님에 따르면 서사란 "마구 흘러가는 것이다." 시간의 흐름, 인물의 장면 이동에 따라 무작정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그 모든 것들이 순차구조에 따라 정교하게 전개된다. 인물, 상황에는 무엇인가가 결핍되어 있고, 이것을 해결하고자 시도한다. 그리고 결핍은 해소된다. 그러나 여기까지는 불완전하다. 이후에 다시 금기와 위반과 그에 따른 위반의 결과가 나타나고, 다시 이를 해결하려고 시도한다. 이로써 결핍은 완전히 해소된다. 서사는 계획된 인과관계에 따라 구조적으로 들어맞으며 만들어진다.  

  민간 설화, 고전은 오랫동안 여러 사람들에 의해 글이나 말로 전해 내려오며  살이 붙고, 불완전한 이야기가 점차 완성된 형태로 변해가는데, 오늘날 우리가 접하는 애니메이션, 소설, 시나리오, 희곡, 드라마 등의 모든 문화콘텐츠는 여기에 기반하고 있다. 새로 무엇인가를 창작한다고 해도 과거의 인물 구조나 서사 전개 방식을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 인기 있었던 작품들의 경우에는 대부분 각 나라의 고전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그것을 그대로 활용하거나 약간 비틀거나, 거기에 새로운 줄거리를 덧씌우는 형태로 만들어졌다. 라이온 킹, 미녀와 야수, 알라딘 등등이 거기에 해당한다.  

  선생님께서는 20세기가 리얼리즘, 엘리트의 시대라면 21세기는 고전, 상상력, 대중의 시대라고 말씀하신다. 고전에 깃든 원형적이고 보편적인 상상력의 힘을 가리키며, 이것은 세월의 검증을 거친 검증된 서사이고, 검증된 상상력이라는 것. 대중은 이야기를 갈망하고 있으며, 이러한 이야기, 상상력이 주된 흐름이 될 거란 해석이다. 단순히 그것은 콘텐츠와 구조를 넘어서, 그것으로부터 시작된 또다른 창작활동이나 축제의 방식이 될 수도 있다. 창작에 관심을 두고 있는 요즘, 무언가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신청했는데 역시 이 강연에서 아이디어와 동기를 부여받고 간다. 아직 책을 안 읽었는데, 최근 지른 책이 너무 많아 잠시 숨을 고르고, 일독하려 한다. 

  덧) 인문학스터디 6기. 살아있는 고전 문학 교과서 강연은 서울에서 두 차례를 포함해 대전, 부산, 대구 등 여섯 차례에 걸쳐서 진행된다. 서울에만 편중되어 있던 이런 좋은 강연을 지역으로도 확산시켜서 서울에 있는 나로서는 개인적으로 남은 강연에 갈 기회를 박탈(?) 당했지만, 지역에 계신 분들에게는 잘된 일이다. 남은 강연도 강연장이 꽉 들어차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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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고전 속의 꿈과 판타지, 문화콘텐츠' 신동흔 강의록 일부
    from 자유를 찾아서 2011-04-21 01:47 
    *고전 속의 꿈과 판타지, 문화콘텐츠(신동흔) 강의록을 공개합니다.전체 다 기록하지는 않았고 개인의 관심사에 따라 선별 기록했습니다. 주로 강의 후반부 내용입니다. 서사란 마구 흘러가는 것이 아니다. 순차구조에 따른 정교한 서사전개 결핍-해결의 시도-결핍의 해소(불완전) > 금기-위반-위반의 결과-해결의 시도-결핍의 해소(완전) 예) 우렁각시(붙잡고 사는 여자), 선녀와 나무꾼(붙잡혀 사는 여자) -> 인과관계 진행의 법칙 신화 속 대립항 (
 
 
Forgettable. 2011-04-20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신동흔선생님 제자에요!! ㅋㅋㅋㅋ 논문도 선생님한테 냈다능 ㅋㅋ
첨엔 잘 못알아 들어서 졸기도 많이 졸았는데 ㅠㅠ 신기하다..

마늘빵 2011-04-20 14:04   좋아요 0 | URL
오랫만이에요. 아직 캐나다에 있죠? 자신의 연구 분야에 대해 굉장히 열정적인 분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인문MD 바갈라딘 2011-04-20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감동입니다. 인문학스터디 후기가 드디어 알라디너의 선택에~~ 신동흔 선생님 강의는 정말 신명나요. 고전 말씀하시면서 '알라딘' 홍보도 여러 차례 해주셔서 ^^. 후기 고맙습니다. 여력이 된다면 강의록을 올려보고 싶은데 몸이 참 모자라네요. 지역 강연은 가능한 동영상 촬영을 해서 올려볼 참입니다.

마늘빵 2011-04-20 18:11   좋아요 0 | URL
전에 갔던 강연들도 줄줄이 쓰려고 했는데 귀차니즘 때문에 못 썼죠. ^^ 마저 쓰려고요. 한참 지났지만. 기록은 다 해두었답니다. 이번 강연 강의록은 제가 올려볼게요. 아이패드로 다 쳐놨습니다.
 
교과서를 믿지 마라! - 아이들과 교사를 바보로 만드는 초등 교과서의 비밀
초등교육과정연구모임 지음 / 바다출판사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2010년부터 7차 개정 교과서가 적용되었다. 대개 교과서는 5년 주기로 교육과정이 개편되면서 함께 바뀌는데, 지난 7차 교과서는 10년 간 사용됐다. 시대의 흐름이 빨리 바뀌는 데 비해 교과서가 현실을 반영하는 속도는 더딜 수밖에 없다. PC통신에서 인터넷으로 넘어와 널리 사용되던 때이고, 그로부터 10년후인 2010년은 아이패드와 아이폰이 출현한 시기다. 매체와 기기의 변화는 담아내는 내용물의 속성까지도 변화시키기 마련이다. 10년 전에 만들어진 책이면 한참 옛날이다. 고전과 같이 대대로 물려 널리 읽기를 권장하는 책도 아니고, 교육용으로 공교육 현장에서 사용되는 책이다. 때문에 학교 교사들이나 교수들, 학부모 등 새로 바뀌는 교과서에 대한 기대가 컸다.   

   바뀐 교과서는 어떨까. 국어와 국사, 도덕 교과서가 국정에서 검정으로 넘어왔다. 국정 교과서는 나라에서 주관하여 만드는 단일종이고, 검정 교과서는 국가가 민간 출판사에 맡겨 경합을 붙이는 시스템이다. 국가에서 일괄적으로 만들어 배포하는 국정보다 민간이 경쟁하는 방식에서는 더 품질 좋은 교과서가 개발될 수밖에 없다. 사진이나 삽화뿐만 아니라 서술 내용까지도 모두 해당한다. 확실히 좋아졌다. 그러나, 여전히 보는 이에 따라서는 못마땅하다. <교과서를 믿지 마라>는 초등학교 교사들이 개정된 교과서에 대한 불편한 시선을 담아냈다. 비슷하게 불편함을 느꼈던 분들은 이 책에 호응할 수밖에 없다. 교과부와 본 교과서의 저자들은 자신들을 비판하는 이 책을 불편해할 것이다.  

  읽다보면 교육과정이나 교과부의 문제가 아니라 집필자의 문제다 싶은 것도 있다. 가령 교과서가 학생들이 보기에 어렵게 서술되어 있는 것은 교육 과정상 어려운 내용을 넣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교과서 집필자가 그 내용을 쉽게 풀 수 있음에도 어렵게 서술한 탓이기도 하다. 각 교과서마다 다르지만, 집필에 참여하시는 분은 현장 교사와 교수로 나눠져 있다. 교수가 썼다고 해서 항상 어렵고, 현장 교사가 썼다고 해서 항상 쉬운 것은 물론 아니다. 나이와 신분에 상관없이 집필자들은 대개 학생들 난이도로 쉽게 풀어쓰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그것을 편집자가 해결하거나 집필자 중 필력이 뛰어난 분이 해결해야 하는데, 둘 다 못한 경우에는 어려운 내용, 어려운 서술이 그대로 남아 있게 되는 것이다.  

  또 책에서 언급한 내용 중 어떤 것은 검정 교과서의 제작 시스템상 어쩔 수 없기도 하다. 국가는 민간 출판사에 맡기고, 민간 출판사는 집필자를 불러모아 교과서 내용을 만들어 나가고 고치고 고쳐서 국가에 제출한다. 국가는 제출된 여러 교과서를 일정 기간 동안 전문가들의 검토를 받아 합격과 불합격을 판정한다. 불합격한 교과서의 출판사는 대개 투자금 전액을 날린다. 합격한 교과서의 출판사와 저자들은 채택율에 따라 각기 수익금과 인세를 배분받는다. 교과서는 사실 돈이 되지 않는다. 저자들은 채택율에 따라 큰 돈을 손에 쥐기도 한다. 그러나 거의 채택이 되지 않는 교과서의 경우 저자들은 이미 계약금을 가져갔고, 출판사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채택이 많이 되면 양자가 이득을 보지만, 채택이 안 되면 출판사가 손해보는 방식이다. 

  합격한 교과서라 하더라도 국가는 투자비 전액을 주지는 않는다. 각 항목을 계산해 보고하지만, 그 항목들은 실제 들어간 비용보다 낮은 금액이다. 게다가 교사용 씨디에 대해서는 한 푼 돌려주지 않는다. 씨디는 출판사가 채택율을 높이기 위해 만드는 부록이기 때문이다. 그 부록을 어느 출판사나 다 하고 있고, 안 하면 현장에서 욕을 먹는 상황이니 울며 겨자먹기로 어쩔 수 없이 손해를 감수하는 상황인 셈이다. 교사용 지도서 역시 큰 돈이 투자되고, 원가를 뽑으려면 한 권에 몇 만 원씩 책정해야 하지만, 교과부는 이를 허락하지 않는다. 여기서도 손실이 발생한다. 이러다보니 검정 체제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모험을 걸 수 있는 자본력 있는 출판사만이 도전을 하게 된다. 출판사는 그 수익을 교과서에 따른 교재(문제집)에서 내야 하는데, 교재가 팔리지 않으면 결국 수익이 아니라 명예만 남는다.  

  초등교과서뿐만 아니라 중고등교과서에서도 윗 단계에서 배워야 할 내용이 자꾸 아래로 내려오는 경향이 있기는 하다. 10년 전에 학교를 다니신 분들은 현재 교과서를 보며 그때 배웠던 내용을 떠올려보자. 대학 학부 전공 과정에서 배워야 할 내용들이 고등학교로 내려오고, 고등학교에서 배워야 할 내용이 중학교로, 중학교에서 배워야 할 내용이 초등학교로 내려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초등학교에서 배워야 할 내용은, 결국 학교에 오기 전에 어디에선가 해결해야 한다. 이 책에서 저자들이 지적하는 부분은 여기에 있다. 한글도 제대로 모르는 아이들에게 어려운 받아쓰기를 시키고, 덧셈도 못하는 아이에게 나눗셈을 하라고 하니 아이들은 좌절할 수밖에 없다. 입학 전부터 아이들이 따로 선행 학습을 하니 지식 습득의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교과서에 담는 내용을 일단 쉽게 바꾸고, 너무 많은 지식을 한꺼번에 담으려 하지 말고, 집필자들은 제 능력이 안 되면 쓰지 말고, 능력이 되는 분들만 집필에 참여해야 한다. 대개는 대표저자의 인맥에 따라 그 나머지 집필자들이 꾸려지고, 때에 따라서는 지도교수와 제자의 주종관계를 이루는 경우도 있어, 교과서 집필이 올바로 되지 않는다. 학생들은 경쟁으로 고통받고 있다. 배워야 할 내용은 많고, 내용마저 어렵고, 어려운 내용을 어렵게 서술한다면 이들은, 끊임없이 좌절만 반복해서 경험하게 될 것이다. 교육과정은 물론 해당 나이보다 약간 높게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지금은 '약간'이 아니라 '많이' 높였기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하나 더. 국정보다는 검정, 검정보다는 인정 교과서 체제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만, 인정 교과서의 경우 해당 지역 교육청의 허가만 있으면 되기에 단기간에 빨리 제작하려는 습성이 있어 오류의 발생 확률이 높고, 문장이나 내용 구성이 엉망이 되기 쉽다. 따라서 인정보다는 검정 시스템을 널리 적용할 필요가 있으며, 검정으로 할 경우에는 여러 민간 업체가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자본이 시장을 쓸어버리는 논리는, 교과서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자본이 시장을 쓴 다음에는 사실상 여러 좋은 교과서가 경쟁하는 생태계가 아니라 몇 개의 그냥 교과서가 나눠먹는 형태가 될 것이다. 이것은 국가, 교과부가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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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를 믿지 마라! - 아이들과 교사를 바보로 만드는 초등 교과서의 비밀
초등교육과정연구모임 지음 / 바다출판사 / 2011년 4월
구판절판


1997년 초등학교에 처음 영어 교과를 도입할 때도 역시 가장 큰 이유는 사교육비 경감이었다. 하지만 사교육비가 기하급수로 늘어났고 영어 실력은 여전히 그 자리다. 영어 시간 외에는 영어를 쓸 필요가 없는 우리 사회에서 영어를 어떤 맥락에서 접근해야 할지, 효과적인 영어 학습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는 거의 없었다. 그저 영어를 많이 접하면 실력이 좋아질 것이라고 했지만, 영어학자들은 영어를 일찍 공부할수록 영어가 중요하다는 사회적 메시지가 강해져 사교육비가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또 외국어이기 때문에 배울수록 실력이 나아지고 자신감이 생기기보다는 더 어렵다는 생각만 하게 된다고 한다. -26쪽

교과서를 살펴보면 아이들이 배워서 도달해야 하는 목표인 성취 기준과 평가 수준이 너무 높다는 생각이 든다. 교육 내용은 현재 아이들의 발달 시점보다 약간 높게 설정하는 것이 적절한 법이다. 이는 '학습이 발달을 선도한다'는 비고츠키의 말이나 배움의 공동체를 유행시킨 시토마나부는 '높은 레벨의 배움'에 도전해야 한다는 말에서도 알 수 있다. 하지만 현재의 교과서는 아이들을 너무 높은 수준에 올려놓는 바람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성취 기준과 평가 기준이 너무 높으면 아이들에게 도전력이 생기는 게 아니라 아예 포기하고 만다. 많은 아이들을 열등생으로 만드는 교육 내용, 교과서가 되는 것이다. -66-67쪽

초등 영어가 들어오면서 사교육업계는 큰 시자을 하나 개척하였고, 영어로 사회적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부모들의 경쟁까지 더해지면서 급기야 2007년에 영어 사교육비만 15조에 이르렀다. 소득에 따른 사교육비 지출은 천차만별로 학습지 방문교사부터 영어 원어민 수업, 조기유학까지 그야말로 부모 능력에 따라 고르는 상황이 되었다. 상류층의 경우 심지어 유치원에서 중학교까지 영어 사교육비가 1억 원이나 된다는 신문보도도 있었다. 사교육비를 벌기 위해 학부모들은 비정규직이라도 마다하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영어 격차'는 곧 소득계층과 비례하기 때문이다.-176쪽

현장에 있는 교사는 수업하고 일하는 틈틈이 주말에 몇 번 워크숍을 한 뒤 곧바로 몇 단원을 맡아 쓰게 된다. 교원대학교에서 공부하는 교사는 뭔가 더 배우려고 대학원에 갔다가 배우기도 전에 일을 맡아 교과서를 만들거나 실무를 돕게 되는 것이다. 교과서는 전국에 흩어진 교사들이 각자 만들다 보니 같은 책 안에서도 진술 방식이나 구성 방식이 다르고, 단원마다 다른 느낌이 나기도 한다. 한 번 쓰고 마는 것이 아니라 여러 번 수정하고 검토해야 하는데 만나기가 쉽지 않아 나중에는 몇몇 사람이 고칠 때도 있다. 그러면 자기 이름이 올라가 있지만, 전혀 자신이 쓴 게 아니라는 항변도 나오게 된다. -262쪽

교과서의 질과 수준은 좀 나아졌을까? 집필진에 참여한 교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교과서 체계가 새로워진 면이 많다고 한다. 하지만 많은 교사들은 교육과정 자체가 어렵고 검정기준을 통과해야 하니 여전히 내용이 어렵고 양이 많은 데다,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은 맘까지 더해져 오히려 더 어렵지 않을까 걱정한다. 자칫 교과부가 교육과정이나 교과서에 대한 책임을 출판사로만 넘기고 질적 개선노력을 하지 않는 건 아닌가 의구심을 제기하는 의견도 있다. -2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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