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싶었다. 눈물 질질 짜는 뻔한 신파극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보고 싶었다. 뻔한 이야기 속에서 감동을 느끼고 싶었다. 나는 봤고, 감동했고, 눈물 흘렸다.

  지난주부턴가 다른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갔다가 벽에 붙어있는 커다란 포스터를 통해 이 영화의 존재를 알게 됐다. 황정민과 전도연의 주연. 박진표 감독의 작품. 박진표 감독은 사실 잘 모른다. 여러 유망한 감독들의 참여했다고 하는 <여섯개의 시선> 이라는 영화에 참여했다는 사실 이외에는 아는 바가 없다. 감독은 제쳐두고라도 나는 황정민을 보고 싶었다. 전도연은 사실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나쁘지도 않다. 황정민은 사실 톱스타는 아니다. 하지만 나는 그의 연기가 좋다. 황정민에게는 연기를 향한 열정과 진심이 느껴진다. 

  에이즈에 감염된 여성과의 성관계라는 소재로 인해 일찌감치 '18세 이상' 등급을 받고 장면때문이 아니라 소재 때문에 결정된 것이기에 감독도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18세 이상' 이라는 말에 야한 장면들이 좀 있나보다 하고 예상하고 영화를 봤고, 야하다면 야할 수도 있는, 하지만 아름다운 장면들이 많이 나왔다.

  영화 상영전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졌습니다" 라는 글귀로 인해 어쩌면 이 영화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좀더 진지해졌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중에 그 감동이 배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언제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영화는 쉽게 감정이입되고 감동과 눈물이 두배가 되기 마련이다. 함께 세상을 살아가는 누군가가 그의 삶 속에서 경험한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 나의 친구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허구는 허구로서 끝나지만 실화는 그 가능성을 현실속에 배태하고 있다는 점에서 쉽게 동의를 얻고 공감을 얻는다.

  2002년 6월 8일자 굿데이의 기사에는 영화 속 줄거리가 고스란히 딱딱한 문체로 옮겨져있었다. 

  [그녀의 에이즈마저 사랑했다... 40대 순애보]  "그 여자가 돌아오면 받아들이고 보호해주겠다"

  

* 석중이는 그녀를 본 순간 정말 말 그대로 "첫눈에 반해버렸다." 화면 저 편에는 영화 <봄날은 간다>의 포스터가 붙어있다. 이제 "사랑은 변한다"라는 진리를 설파한 대표작으로 불리우는 저 영화는 두 사람의 첫 마주침의 배경으로 자리하며 또다른 의미를 던져주고 있다.

  영화 속 석중이는 목장에서 소를 기른다. 차근차근 모아온 돈이 이제 통장 5개가 되는 알부자다. 어느날 서울에서 갓 내려온 다방 아가씨 은하를 보게 되었고, 첫눈에 반해버렸다. 그녀는 차 배달도 나가고 남자들과 술도 마시며 티켓을 끊기도 한다. 그래도 좋다. 석중이는 자신이 직접 짠 우유와 장미꽃, 편지를 그녀의 집 앞에 놓아두며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다. 그녀는 우유를 가져다가 다 버린다.

"은하씨 사랑해요."

"아저씨, 달랑 사랑만 갖고 사랑이 되는 줄 아세요?"

"사랑이 뭐 그리 복잡해요? 그냥 사랑하면 되지."

  둘은 자동차 극장에서 영화 <봄날은 간다>를 본다. 사랑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는 석중과 사랑은 다 변한다는 은하. 그래.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 석중은 옳았다. 그는 그녀가 많은 남자들과 성매매를 했다는 사실을 알고도, 그녀의 과거 남자가 찾아와 돈을 요구했을 때도, 그녀가 에이즈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도, 그녀가 달랑 편지 하나 남기고 서울로 떠나 직업여성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도, 그리고 그녀가 감옥에 들어가 징역을 살고 있을 때도, 석중은 그녀를 사랑했다. 그녀를 본 순간부터 끝까지 그는 그녀를 사랑했다. 세상에 이런 사람이 어디 있을까 싶을 정도로.



* 그의 아지트. 벚꽃 떨어지는 이 장면은 두 사람의 사랑을 아름답게 표현해주고 있었다. 유치하게 '나잡아봐라' 놀이를 하며 그들은 행복을, 사랑을 만끽하고 있다.

  그녀는 그의 진심어린 마음을 받아주었고 결혼했으며 잠깐이었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품 속에서 그리고 그의 가족들과 함께 인간다운 삶을 살아봤다. 그리고 행복했다. 행복이란 이런 것이구나. 파란만장했던 그녀의 지난 과거를 다 묻어준 그들과 함께 그녀는 진심으로 행복했다.



*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 떠난 그녀를 찾아다니다 초췌해진 그의 모습. 이런 그의 모습은 언론의 흥미거리로 둔갑했다.

  두 사람은 그 누구보다 행복한 삶을 살았고, 그 누구보다 서로를 사랑했다. 가족고, 친구도, 친척도, 에이즈도, 세상의 비난과 멸시도 둘을 막진 못했다. 정말 사랑은 모든 것을 초월했고 영원했다. 영화 <봄날은 간다>는 "사랑은 변한다"는 진리(?)를 우리에게 느끼게 해주었지만, 그들에게 사랑은 변하지 않았다. 영원했다.

  아름답고 슬픈 사연을 보면서 그 누가 울지 않을 수 있으랴. 영화나 드라마를 보며 감동을 잘 하고, 눈물을 잘 흘리는 나는 역시 울지 않으려 했지만 마지막에 힘들게 두 사람이 만나며 서로를 원하는 모습을 보며 눈물 뚝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훌쩍훌쩍. 극장 여기저기서 많은 사람들이 훌쩍이며 눈물을 쏟아내고 있었고, 영화관을 나서서도 난 내 눈에 눈물 흘린 흔적이 있을까봐 애써 태연한 척 하려 했다. 함께 본 약속녀도 눈물을 흘렸다.

"울었죠?" 라고 물었지만 난 "아니!" 라고 말했다. 그러나 알고 있다. 둘다 눈물 질질 짰다는 사실을.

  황정민과 전도연이 아니었다면 이만큼 아름답고 슬픈 사랑을 연출해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아주 적절한 캐스팅이었고, 두 사람은 매우 빛났다. 그 밖의 다른 조연배우들도 매우 좋았다. 역시 황정민이다. 순박하고 푸근한 시골 농촌 총각의 냄새를 풍기기 위해 15킬로그램을 찌우고, 나중에 그녀를 찾아나서며 피폐해진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 다시 15킬로그램을 뺐다고 하니 대단하다. 남들은 있는 살 빼려고 해도 못빼는 통에 15킬로그램씩이나 왔다갔다 자유자재로 움직이다니. 물론 거기엔 보이지 않는 대단한 노력이 있었겠지만.  매우 만족스러운 영화.

 

* 뱀다리 : 실제 이 영화의 모델이 되었던 그 사람들이 이 영화를 봤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아마도 봤겠지. 자신들의 이야기인데. 그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함께 아름답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을까. 문득 이런 생각을 해봤다. 불과 몇년 전의 이야기이니.

 


댓글(9)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히나 2005-09-24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전도연 다리 굵다.............. (순애보와는 안 어울리는 댓글) ^^;

물만두 2005-09-24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플레져 2005-09-24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황정민 얼굴 작네요.... (순애보와는 안 어울리는 댓글 2) ^^;;

마늘빵 2005-09-24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전도연 다리 별로 안굵은거 같은뎀요. 플레져님 저도 얼굴 작아욤. (퍼퍼퍽)

파란여우 2005-09-24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집 마당 길가에 벚꽃나무 가로수로 쫘악 있슴돠. 있으면 뭘혀!!!훌쩍~

마늘빵 2005-09-24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 누군가와 함께 걸어가면 참 좋을듯... ^^ 누.군.가.

비로그인 2005-09-24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고 싶어요..;;

하루(春) 2005-09-25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이걸 봤는지라 할 말이 좀 있군요. 1) 그 기사를 찾아내셨군요. 2) 봄날을 간다,를 보는 장면이 들어있는 건 허진호 감독에 대한 일종의 오마주랍니다. 3) 이 감독, 다큐멘터리 많이 만들었던 전직 PD라죠. 그리고 ' 죽어도 좋아' 만든 사람이랍니다. 저, 이 감독 영화는 이게 처음이죠. 3) 이 영화 참 좋게 보셨나 봐요. 여러장의 스틸 컷과 간단한 설명이 영화를 본 제게는 참 좋네요. ^^

2005-09-26 09: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학 오디세이 1 미학 오디세이 20주년 기념판 3
진중권 지음 / 휴머니스트 / 2003년 11월
구판절판


"주술이나 신화가 사물들 사이의 비유적 연관을 설정하는데 반해, 이들은 비유를 벗겨내고 사물들의 진짜 연관을 알고자 했다. 이렇게 해서 철학이 생겨난다."

"예술도 이제 주술이 아니게 된다. 예술은 '현실'과 '가상'이 분리되는 순간에 탄생한다."

"이제 주술은 서서히 예술, 종교, 철학이라는 서로 다른 세 개의 상징 형식으로 나뉘기 시작한다. 시대마다 이 세 가지 가운데 하나가 결정적 역할을 발휘한다. 가령 신까지도 예술적 형상을 빌려 나타났던 고대 그리스와, 예술을 종교의 필요에 종속시키고 과학을 교회의 시녀로 만들었던 중세, 그리고 과학의 오만함이 극성을 부리는 우리 시대는 얼마나 다른가! 시대가 변하면 이렇게 그 시대의 지배적 상징 형식도 달라진다. 예술에서, 종교로, 다시 철학으로."-55-56쪽

"인간들의 삶 속에서 저렇게 현실과 가상이 분리되면, 드디어 문명이란 것이 시작된다."-61쪽

"빌헬름 보링거 라는 사람은 이렇게 설명한다. 그리스처럼 축복받은 땅에선 인간과 자연 사이에 행복한 범신론적 친화 관계가 이루어진다. 이때 사람들은 '감정이입충동'을 갖게 되고, 그 결과 그리스 예술처럼 유기적이며 자연주의적인 양식이 발달한다. 하지만 이집트처럼 자연 환경이 척박한 곳에선 광막한 외부 세계가 인간에게 끊임없이 내적 불안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때 사람들들은 이 불안감을 극복하기 위해 '추상충동'을 갖게 되고 그 결과 추상적, 기하학적 양식이 발달한다."
-67쪽

"훌륭한 비극이 되려면, 우리와 비슷한 사람이 악행이 아니라 악의 없는 중대한 '과오'의 대가로 불행해져야 합니다. 가엾다는 감정은 부당하게 불행에 빠지는 것을 볼 때 생기고, 두려운 감정은 우리와 비슷한 사람이 불행에 빠지는 것을 볼 때 생겨나니까요."-114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역시 이런 영화의 주연은 웨슬리 스나입스가 제격. 그가 출연한 영화의 대부분에서 그의 이미지는 항상 이랬다. 뭔가 쫓고 쫓기는 듯한 인물, 강한 이미지, 고난이도의 액션 등. 정부의 요원으로 활동하다 음모론에 휘말리며 범죄자로 돌변해버린 한 인물에 대한 이야기. 쫓기면서 자신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증거자료를 모아야만 하고, 또다른 인물은 그를 쫓을 수 밖에 없다. 추격, 음모, 의문, 혼란. 다양한 액션신과 등장인물들의 심리전. 머리를 비우고 아무 생각 없이 볼 만한 오락 영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번 추석의 영화축제다. 나가서 영화보고, 안에서 영화보고, 종일 영화만 보고 있다. 좀 나가서 놀아라. 놀아. 사람들도 좀 만나고. 그래도 방바닥에 홀로 쭈그리고 앉아 벽긁고 있지 않은게 어디랴. 스스로 위안을 삼아보자.

  어제 성묘를 갔다와서 잠깐 쉬고 바로 또 구로 CGV로 나갔다. 1호선 구로역에서 내리면 되는데 바보같이 난 7호선을 타고서 갔다가 2호선으로 갈아타고 다시 1호선으로 갈아타며 40분 넘게 걸려 도착했다. 이런 ㅂ보팅이. 처음부터 1호선 타고 가면 금방가는걸.

  최근 영화 <외출> <형사>를 봤고, <신데렐라맨>까지 최근 개봉작 세편을 벌써 보는 셈이다. 어제 본 이 영화는 내 돈주고 보진 않았다. 영화를 쏜다는 그녀(그냥 친구임)의 말에 입이 쩍 벌어지고 아니 왜 그러니, 추석 보너스 많이 받았니, 질문을 던지며 좋아라 하는 나. 아이스크림도 사줬다. 므흐흣.

  이 친구는 아침에 자기 동생과 함께 여기에 와서 이 영화를 보고는 놀다가 저녁에 다시 또 이 영화를 봤다. 너무 감동적이라 다시 한번 보고 싶었다나? 흠. 난 영화관에서 똑같은 돈 주고 봤던 영화 보는 건 못하는데 이 친구는 자신의 감동을 다시 한번 되살리기 위해서라면 그날 본 영화를 또보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아주 오랜 일이지만 내가 같은 영화를 또 본 것은 <뮬란>이 유일하다. 대학 1학년 때였나. 유니텔을 하다가 벙개를 했는데 함께 만난 여자가 <뮬란>을 보자는 바람에 할 수 없이 전에 봤지만 그 영화를 볼 수 밖에 없었다. 봤던 거 또 보니깐 웃기는 대목에서도 이제 웃기지 않고, 억지로 웃었던 기억이 가물가물 난다. 그 여자 하고는 영화만 보고 헤어졌고 이후로 연락하지 않았다. 영화때문은 아니었고 그냥 맘에 들지 않아서.
 
  영화야기하자. 자꾸 주변 잡소리 하지말고.



* 그는 한 가난한 가정의 세 아이의 다정하고 자랑스러운 아버지다. 그에게 승리를 안겨준 힘은 그의 인터뷰대로 '우유' 였다.



* 브래독의 아내. 영화 속에서 브래독 못지 않게 감동을 선사해주었던 정말 모든 어머니의 이상적 모델. 남편에게는 힘을, 아이들에겐 사랑을.

  최근 영화를 볼 때마다 자꾸 르네 젤위거를 보게 된다. 이 배우 영화 참 많이 찍었지만 어째 내가 최근 보게 되는 영화마다 당신이 자꾸만 나오는게야. 남자배우는 러셀크로우. <글레디에이터>를 통해 확실하게 나의 머리 속에 그의 얼굴과 이름을 각인시켰던 그 배우. 남성미 넘치는 강한 근육과 낮게 깔린 짧고 강한 톤의 목소리. 하지만 <글레디에이터>의 그는 어디로 가고 왠 깡마른 멜깁슨이 여기에 있다냐. 개인적으로 <신데렐라맨>에 나오는 그의 모습보다는 <글레디에이터>의 그가 더 마음에 든다. 이 영화를 위해 살을 20킬로그램 쯤 쫙 뺐다고 하는데 살을 빼니 완전 '멜깁슨'이다.

  <신데렐라맨>은 권투영화다. 그리고 실화를 바탕으로 썼다. 1920-30년대의 미국의 대공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권투영화이고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말을 듣고 난 이 영화가 아닌 다른 영화가 먼저 떠올랐다. <밀리언 달러 베이비>. 이 영화도 나이 많은 늙은 여자 복서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두 영화 모두 늙은 복서가 인간승리를 이룬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밀리언 달러 베이비>는 경기중 상대방의 반칙으로 전신마비상태, 식물인간으로 생을 유지하다 안락사로 마감했다는 점에서 슬펐고, <신데렐라맨>은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꼭 주인공이 죽을 듯한 분위기를 풍기다가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는 바람에 그 승리의 쾌감이 더 했다. 한쪽이 불행한 영화다, 한쪽이 행복한 영화다 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밀리언 달러 베이비>의 그녀 또한 늙은 나이에 시작한 복싱에서 삶의 의욕, 삶의 쾌감을 맛봤고, 그의 늙은 코치와의 진한 우정을 간직한 채 행복하게 죽어갔다.

  이렇게 인간적인 사람들이 있을까 싶을 정도의 영화, <신데렐라맨>으로 돌아오자. 한때 아마추어 복서에서 프로 복서로 데뷔하며 연전연승을 거두었던 '불독' 제임스 브래독. 하지만 잦은 부상으로 연패를 거듭하며 링 위에서 잊혀지고, 마주서서 싸우지 않는 통에 복싱협회로부터 선수자격 박탈 이라는 수모까지 당하게 된다. 이후 전기, 수도 다 끊기고, 매일같이 굶고 있는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 막노동에 나서지만 벌이가 시원치 않다. 결국 할 수 없이 아내는 브래독이 없는 사이 아이들을 친척에게 보내고, 브래독은 아이들을 되찾아오기 위해 복싱협회로 가서 구걸을 하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정부보조지원금까지 타내고 아이들을 데려온 그. 이전의 매니저 조로부터 들어온 제안. 돈을 벌 기회다. 그리고 다시 재기할 기회를 맞이했다.



* 브래독의 세컨드, 조. 겉으로는 뽀대나는 차림으로 대공황에 끄덕없는 체하지만, 실제 그의 집엔 아무 것도 없었다. 다 팔아먹은 돈으로 그는 브래독의 재기를 위해 쏟아부었다. 신의로 똘똘 뭉친 두 사내. 조와 브래독.



* '우유'를 위해 재기전을 펼치고 있는 브래독.

  그는 당연히 질것이라 예상되었던 경기에서 연전연승을 이어가며 퇴물복서의 호칭 대신 '불독' '신데렐라맨'이라는 호칭을 받게 된다. 관객들의 환호. 그들은 대공황 속에서 희망을 발견했다. 아 죽어가는 집안의 가장이 링 위에서 펼친 경기로 그들의 가슴속에 희망을 불어넣어주었다. 마지막 챔피언 결정전을 앞둔 상황. 그의 상대는 이미 도전자 둘을 죽음에 이르게 한 무자비한 복서 맥스 베어. 영화 분위기가 어째 심상찮다. 마치 그가 죽을 것만 같은 분위기. 모두가 그에게 인사를 하고, 그의 안전을 걱정한다. 하지만 이건 반전을 위한 속임수였다. 영화 시작과 동시에 비춰줬던 무덤, 그리고 사람들과의 작별인사는 영화적 장치. 당연히 그는 대공황으로 힘들어 하는 국민들의 희망으로 성공적 승리를 거둔다.



* 마지막으로 막스 베어와의 힘겨운 경기를 마치고 끝내 관객들에게 승리를 안겨준 브래독과 그를 둘러싼 수많은 관중들.

  브래독의 승리는 개인적으로는 '우유'를 위한 것이었으며, 뜻하지 않게 국민적 희망으로 불리우며 대공황에 허덕이는 모든 국민들에게 '희망'을 안겨주었다. 가난한 가정의 한 남편, 한 아버지로서의 작은 승리이자 국민 모두의 승리였다. 스포츠는 이렇게 전 국민적인 화제를 몰고다니며 희망을 안겨준다. 물론 정치적인 음모와 모략을  숨기기 위해 스포츠를 활용하기도 한다. 브래독의 작은 승리를 어쩌면 정부와 언론은 이를 이용하여 국민에게 희망을 불어넣어주려고 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정권 재창출을 노렸는지도. 하지만 어쨌든 변치 않는 사실은, 세 아이의 아버지인 늙은 복서가 극적으로 재기에 성공하며 그들에게 '우유'를 안겨주었다는 사실이다. 신데렐라 브래독은 밤 12시가 넘은 시각에도 여전히 신데렐라였다.

  영화가 끝나고 해설에 의하면 그는 2년뒤 다른 선수에게 챔피언 자리를 빼앗겼으며, 2차대전에 참전했고, 부두가에 사업체를 벌였으며, 다리를 건설하는데에도 참여했다고 한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태우스 2005-09-19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이 좋아서 보려고 합니다. 혹시 스포일러 있을까봐 대충 읽었어요^^

마태우스 2005-09-19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근 영화를 하나도 안봐서 많이 밀렸네요...

마늘빵 2005-09-19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 네 ^^ 스포일러 좀 있어요. 대충 보시길 잘하셨어요. 가급적 안넣으려고 했는데 좀 들어가네요. 저는 요새 몰아서 계속 보는 중이에요. 볼 사람이 있으면 영화가 안밀리는데 볼 사람이 없으면 밀리는거 같아요. 전 혼자서는 잘 안보기 때문에...
 

  추석에 어디 안가고 집에만 있으면 하는 일이 누워서 책보다 잠자거나 인터넷질하거나 티비보기다. 오늘도 어제 새벽 한 시 넘어 택시타고 집에 들어와 느즈막히 잠에 들어 아침 10시 넘은 시각에 눈을 떠보니 집에 아무도 없다. 헐. 절에 가셨다는 문자가 왔다. 부비적부비적 눈 비비고 일어나 세수하고 씻고 밥먹고 인터넷 잠깐 하다가 쇼파에 드러누워 케이블 티비 채널을 돌린다. 오 영화 많이 하는군.

  오늘의 당첨 영화 <스파이더맨 2>. 배트맨 시리즈는 거의 다 봤는데 스파이더맨은 하나도 못봤다. 아마도 3탄까지인지 나온걸로 들은 거 같은데 나의 친구 OCN에서는 2탄을 해주는군. 어디 함 봐볼까? 잠을 잘 때 자세가 이상했는지 허리가 계속 아프다. 똑바로 못펴겠다. 쇼파에 누워있는데도 허리에 자꾸만 통증이...

  어제 사온 호두과자 하나둘 까먹는 재미와 함께 영화시청. 언제나 영웅영화의 결말은 영웅의 승리로 해피엔딩이지만 즐겁다. 정의심에 불타는 인간의 내면을 건드려주기 때문일까?! 불끈. 힘! 유전자 조작 거미에 물려 스파이더맨이 된 운명의 사나이 피터. 평소에는 어리숙하고 하는 일마다 실수투성이인 사진기자이지만 정의의 힘 불끈 손에 쥐면 강력한 거미영웅으로 탄생한다. 배트맨에서의 그가 평소에 말없는 신사적인 재산가 행세를 한데비해, 스파이더맨의 피터는 너무나 초라하다. 얼굴 이쁘장하게 생긴 가냘픈 나이어린 청년 피터. 사랑하는 사람이 있지만 거미질 때문에 번번히 약속은 깨지기 일쑤고 그를 떠나버린 그녀는 자신에게 헌신적인 한 군인의 청혼을 받아들이는데.

 

 * 깔끔한 피부와 가냘픈 몸매, 나이어린 청년 피터.



* 피터가 사랑하는 연극배우, 메리 제인. 아 이쁘다.

   영웅 영화에 필수 등장인물들. 평범한 도시의 한 시민이지만 특출난 능력을 소유한 인물, 그가 사랑하는 여자, 그를 방해하는 막강한 적 한 놈, 그에 관한 기사를 쏟아내는 언론, 엑스트라 경찰. 배트맨이나 스파이더맨이나 어김없이 이들은 등장하고, 매번 영웅 영화들이 구사하는 비슷비슷한 방식들에 신물이 나기도 하지만 이 구성을 과감히 뒤바꾸기도 힘들 듯 하다.



* 별다른 근육없이 미끈하게 날렵하게 빠진 몸매.

  스파이더맨은 배트맨과 같은 특별한 장비를 가지지 않고 손에서 뻗어나오는 거미줄만으로 도시 한 복판에서 공중그네를 탄다. 스피이더맨이랑 배트맨이랑 싸우면 누가 이겨요? 라는 유치한 질문을 던지는 어린 아이들. 나도 한번 던져볼까? 과연 누가 이길까? 손에 아무것도 쥐지 않은 채 거미줆만으로 해결하는 스파이더맨, 하지만 몸이 날렵하다. 반면 온갖 최신장비로 무장하고 밤에만 거리로 나서는 배트맨, 그도 역시 몸이 날렵하다. 여기에 더불어 매트릭스 3탄의 네오까지 합세한다면? 흠... 슈퍼맨은 어떨까? 넷이서 난타전을 벌이면 최종적으로 살아남는 것은 누구일까? 아마 네오가 되지 않을까? 전화코드 끼고 빼며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면 되잖아. 게다가 우주밖으로도 날아다니는 몸인걸? 하긴 슈퍼맨도 그렇구. 하지만 슈퍼맨에겐 없는 동서양의 각종 무술이 네오에겐 있다.

  지금 뭐하는거야!! 에... 죄송합니다.

  너무 식상한 방식에 다소 지루하기도 했지만 거미줄 놀이의 눈요깃감으로 만족스러운 영화. 스파이더맨.


댓글(9)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야클 2005-09-19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스파이더맨은 독거미일까요? =3=3=3

마늘빵 2005-09-19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 ㅡㅡ^ 집거미입니다. ㅋㅋㅋ

물만두 2005-09-19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풉~

릴케 현상 2005-09-19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슈퍼맨은 빛보다 빠르잖아요 지구를 거꾸로 돌아서 과거로도 가던걸요

이매지 2005-09-19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래 거미는 엉덩이에서 거미줄이. 스파이더맨은 왜 손에서 나올까요-_ -;

마늘빵 2005-09-19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님 / ㅋㅋ 그 반응은?
산책님 / 아 그렇군요. 슈퍼맨이 더 빠른가욤? 네오도 3탄에서 만만찮던데. ㅋ
이매지님 / 거미가 원래 엉덩이에서 줄이 나오나요? 흠 모르던 사실인데... 그렇구나. 스파이더맨이 엉덩이에서 줄이 나오면 영화가 코믹해지잖아욤. ㅋㅋㅋㅋ

물만두 2005-09-19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님 넘 웃겨서요^^

책속에 책 2005-09-19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엑스맨도 있습니다...ㅎㅎ

마늘빵 2005-09-19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하핫. 엑스맨도 있군요. 푸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