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살 소녀가 만드는 위대한 감동 실화'는 포스터 문구는 아주 딱이다. '감동적 실화' 와 '다코타 패닝'은 이 영화를 홍보하기 위한 좋은 전략이었으며, 사람들은 이 두 가지에 주목했고, 나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는 점. 결국 이 영화를 보게 만들었고, 어두운 영화관에서 나홀로 가슴 부풀어 따스하게 만들어줬으며, 동시에 두 눈도 뜨겁게 만들었다.

  혼자 영화를 보러 가야만 하는 상황. 벌써 두 주째 영화관에 가지 못하고 있던 나로서는 가슴에 감동 한 웅큼의 선물이 필요했다. 영화를 보며 따스함을 느끼고 싶었다. 외로운게지. 왕따를 자처하고 있는 나로서는 이렇게라도 영화를 보고 싶었다고. 홀로 하루 아침 저녁 각각 한편, 총 두편을 보고 있는 나는 몇몇 영화들을 미리 염두에 두고 갔고, '드리머'는 그 중 하나였다. 혼자 '달콤, 살벌한 연인' 이나 '매치 포인트' 이런걸 볼 순 없잖아?

  다리 부러져 더이상 쓸모없는 말을 치료하고 사랑으로 감싸주며 가족과 같이 지내던 크레인 일가. 한때 혈통 좋은 종마를 번식시키는 목장으로 유명했지만, 케일의 아버지 벤의 반대로 직접 경주마를 키우다 돈 다 날리고, 가난한 신세가 되어버렸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불화는 가족의 불화로 이어지고. 하지만 벤이 다리 부러진 말 소냐를 집으로 데려오면서 상황은 뒤바뀐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화해, 가족의 화목 그리고 케일의 꿈.



* 아버지 벤과 딸 케일. 말을 끔찍히 사랑하고 아끼는 아버지와 똑같이 타고난 그의 딸 케일. 케일의 소냐도르에 대한 사랑 앞에 아버지는 두손 두달 다 들었다.



* 참 아름다운 장면. 다리가 완치되어 케일과 함께 들판을 거닐고 있는 소냐도르. 그녀의 가방을 메고 뒤를 따르는 모습이 참 귀여웠다. 소냐도 케일도. 저 장면은 가방을 입에서 떨어뜨린 상황. 잘 보면 소냐의 발 앞에 파란가방이 살짝 보인다.



* 벤, 케일, 팝 크레인. 아버지, 딸, 할아버지. 말에 대한 사랑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럽다.

  케일은 소냐도르의 새 주인이 되어, 아버지 벤을 트레이너로 고용하고, 아버지와 함께 잘린 두  멕시칸 아저씨와 함께, 또 할아버지와 함께, 불가능한 꿈을 꾼다. 그러나 불가능한 꿈은 기적과 같은 현실로 드러나고, 소냐도르의 부활과 함께 가족의 사랑은 쑥쑥.

  뜨거운 가족애를 엿볼 수 있는 영화, 할아버지, 아버지, 딸로 이어지는 말에 대한 관심과 사랑. 영화는 가슴 뭉클, 눈물 뚝 흘리게 만든다. 이런 영화일거라는 걸 미리 예상했고, 예상한 만큼 보여주었으며, 딱 그만큼 가슴 적시고, 두 눈 적시고 극장을 나선다.

 *
 다코타 패닝은 확실히 최고의 찬사를 들을 만 하다. 원래 시나리오상 정해져있던 남자아이 캐릭터를, 감독이 다코타 패닝을 만난 뒤 바로 여자캐릭터로 바꿨다고 하지? 이 대단한 1994년생의 꼬마아이가 영화를 이끌어나간다. 때론 귀엽고, 때론 울어버릴 것만 같은 그 눈망울. 손짓 하나, 표정 하나에 내 마음도 웃고 운다. 정말 대단한 아이가 아닐 수 없다. 그녀는 영화를 이끌어나가는 힘을 가지고 있다. 관객을 움직이는 힘을 가지고 있다. 기대한 만큼 만족을 선사해주는 그녀 앞에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리. 너는 쵝오.

**
이 영화의 기본이 된 실화의 주인공은 현재 그의 말과 함께 각종 경마대회에 출전하고 있다고 한다. 현실에서의 주인공은 '소냐도르'가 아닌 '마리아의 폭풍'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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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6-04-16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나도 오늘 이거나 볼껄. 기분나쁜 영화 두개나 봤어요. -_-+

마늘빵 2006-04-16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왜요. 머 봤는데요. 저도 두개 봤는데. 둘다 나름 만족.

하이드 2006-04-16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치포인트랑 크래쉬요

마늘빵 2006-04-16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왜요. 두 영화 다 보고 싶은 영환데. 크래쉬는 엄청난 찬사를 받은걸로 아는데. 오늘 <드리머>볼까 <크래쉬>볼까 하다가 <드리머>가 30분 일찍 하길래 이걸로 봤는데. 혼자 기다리기 싫어서.

라주미힌 2006-04-16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래쉬는 괜찮은 영화죠... (기분 나쁘게 만드는)
아직 안봤음 ㅎㅎㅎ

하이드 2006-04-16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영화 ( 기분 나쁘게 만드는) 네. 정말요.

마늘빵 2006-04-16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분 무슨 소리를 하는지 감이 안잡힌다는...

하루(春) 2006-04-16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형적인 패밀리무비인가 보군요.

마늘빵 2006-04-16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가족영화에요. 감동적인 드라마 그 자체.

sweetmagic 2006-04-17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봤어요 다코타 패닝이 너무 어른스러워서 쬐끔 징그러웠어요 ㅜ.ㅜ;

마늘빵 2006-04-17 0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ㅋㅋ 어른스럽긴하죠 연기가. 아 근데 넘 귀여워요. 볼에 뽀뽀해주고 싶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