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공중부양
이외수 지음 / 동방미디어 / 200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요새 글쓰기에 관한 책이 무지하게 많이 나온다. 글쓰기 책이 유행이다. 이외수씨의 <글쓰기의 공중부양> 역시나 나오자마자 베스트셀러 10위권 안에 들었다지 아마. 급기야 지난주 머머 일보에는 글쓰기 책들을 쭉 소개하며 요새는 회사에서도 글쓰기 잘 하는 사람을 원한다느니, 글을 잘 써야 승진을 한다느니하면서 글쓰기 열풍을 더 부추겼다. 돈 버는 책 만큼이나 글 쓰는 책도 유행따라 인기를 끌고 있다. 돈벌기 열풍 보다야 글쓰기 열풍이 흐름을 주도하는 것이 더 낫다 싶지만, 왠지 이것도 지나치게 거품을 들어간 냄새가.

  글쓰기 열풍이 불기전부터 글쓰기는 나의 관심사였다. 글을 잘 쓰진 못하지만 글쓰기를 즐기는 나로서는 어떻게 하면 좀더 나은 글을 쓸 수 있을까 하는 게 항상 고민이다. 그러나 쓸 때마다 느끼지만 별반 나아진 것 같진 않다. 많이 읽고 많이 써라 라는 것이 글을 잘 쓰는 지름길이라고 논술강사들은 이야기를 한다지. 틀린 말은 아니다만 많이 읽고 많이 쓰기만 한다고 해서 다 되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의 중간단계에는 많이 생각하기도 들어있다. 읽기와 더불어 글쓰기의 재료가 되는 것은 또한 나의 경험이기도 하다. 이것을 직접경험이라고 하지. 글읽기는 간접경험이다. 경험을 쌓은 뒤 많은 생각을 하고, 써보는 것이 글쓰기의 지름길 이렸다.

  이외수의 <글쓰기의 공중부양>이란 책은, 수많은 글쓰기의 방법론 중 문학 글쓰기에 치중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그 자신이 소설가인 탓에, 또 따로 제자들을 양성하는 탓에, 소설쓰기에 관한 책이 되지 않았나 싶다. 그것이 나쁘지는 않지만, 이 책은 내가 기대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양상으로 전개된다.

  이 책에서 우리가 접할 수 있는 내용들은 대개 우리가 중고등학교 시절 작문시간, 문학시간, 국어시간을 거쳐 습득한 것들이다. 단지 그는 이것을 좀더 체계적으로 정리해놓았을 뿐. 제 1부 단어의 장, 2부 문장의 장, 3부 창작의 장, 4부 명상의 장을 통해 그는 단어에서부터 문장으로, 문장에서 단락으로, 단락에서 글로 점차 범위를 넓혀가며 글쓰기의 방법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대가 비록 타고난 재능이 없더라도 공중부양이 불가능하다고는 생각지 말라. 그대가 만약 이 책을 충분히 숙지하고, 노력하고나 미치거나 즐길 수만 있다면, 그대에게도 '떴어요'라고 표현될 수 있는 공중부양의 날이 오고야 말 것이다. "

  자 글쓰기를 배우려는 자여, 글을 좀더 잘 써보겠다고 이 책을 펼쳐든 자여 희망을 가지고 뜰 날을 기다리자.

  "글이란 뭐냐. 글이란 쌀이다. 썰로 오해하지 않기 바란다. 쌀은 주식에 해당한다. 그러나 글은 육신의 쌀이 아니라 정신의 쌀이다. 그것으로 떡을 빚어서 독자들을 배부르게 만들거나 술을 빚어서 독자들을 취하게 만드는 것은 그대의 자유다. 그러나 어떤 음식을 만들든지 부패시키지 말고 발효시키는 일에 유념하라. 부패는 썩는 것이고 발효는 익는 것이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지 그대의 인품이 그대로 드러난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마치 고등학교 작문 교과서을 읽는 듯 하다. 그는 구체적인 행동 지침을 주면서 이 책을 따라 직접 실천해보도록 요구하고 있다. 그러다보면 서서히 자신의 문장력이 늘 것이라고 말을 하면서. 또한 '기노' 라는 그의 제자가 '체험의 글'에서 실제로 자신은 그의 모든 지침을 다 따랐고 결국 신춘문예에 당선하며 성공했노라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이외수의 지시에 따라 꼭 해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설득력은 다 필요 없다. 체험수기가 최고다. 단어를 채집하고, 속성을 바꾸고, 대화하고, 단어의 본성을 찾아주는 활동 속에서 서서히 나의 어휘력과 문장력은 성장한다. 정말? 난 그의 지침대로 따라보진 않았기에 모르겠다.

  논리적인 글쓰기보다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울고 웃게 만드는 소설을 쓰는 이들에게 추천하고픈 책이다. 소설을 쓰고싶지만 내공이 부족한 듯 하고,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는 이들을 위해 이 책은 필요하다. 소설쓰기의 기본기를 충실하게 다질 수 있는 책이다. 더불어, 중고등학교 시절의 국어시간에 배웠던 내용들을 기억하고픈 이들이라면, 이 책을 펼쳐봐도 좋을 듯 하다. 소설의 구성요소, 직유법, 활유법, 대유법 등의 온갖 수사법, 그리고 문체에 대해서 이 책은 충실하게 담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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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4-10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저면 제게 필요한 책같네요

마늘빵 2006-04-10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전 논리적 글쓰기를 기대했는데 음 소설쓰기였어요. 그래도 고등학교 때 배운걸 떠올릴 수 있는 기회라 좋았어요.
 
사람답게 사는 즐거움
이덕무 / 솔출판사 / 1996년 7월
절판


24절
세상에는 남의 눈을 잘 속이는 재주를 가진 아이가 있어, 단아한 사람과 정직한 선비를 대하면 몸가짐을 가다듬고 말을 조심하여 장래 잘 될것 같이 보인다. 그러나 그의 소행을 살피면 간사하고 교만하여 한 가지도 볼 만한 것이 없으니, 이것은 참으로 소인의 기상이다. 어린애라고 해도 조금도 용서하지 말아야 한다. -18쪽

9절
율곡 선생은 어린아이들을 가르칠 때 어린이가 삼가야 할 17조목을 설정하여, 중한 것은 한 번만 범해도 벌을 주고, 경한 것은 세 번 범하면 벌을 주었다. 그 17조목은 다음과 같다.
1. 교훈을 따르지 않고 다른 일에 마음을 쓰는 일.
2. 부모가 명령한 것을 즉시 시행하지 않는 일.
3. 형이나 어른을 공경하지 않고 말을 험악하게 하는 일.
4. 형제간에 우애하지 않고 서로 다투는 일.
5. 음식을 서로 다투고 사양하지 않는 일.
6. 다른 아이들을 침해하고 업신여겨 서로 다투는 일.
7. 서로 경계하는 말을 받아들이지 않고 원망하고 노여움을 내는 일.
8. 두 손을 단정하지 못하게 마주잡거나 옷소매를 풀어헤치고 한 다리에 의지해 기대 서는 일.
9. 걸음걸이를 경솔히 하여 뛰어다니고 넘어다니는 일.
10. 실없는 농담을 좋아하고 말소리나 웃음 소리가 시끄러운 일.
11. 이익 없고 관계없는 것을 하기 좋아하는 일.
12. 밤에는 일찍 자고 아침에는 늦게 일어나는 등 게을러서 글을 읽지 않는 일.
13. 글 읽을 때 서로 돌아보며 잡담하는 일.
14. 방심하고 어리석어 앉아서 조는 일.
15. 단점을 두둔하고 과실을 숨기며 언어가 진실하지 못한 일.
16. 한가한 사람을 대하여 잡담하기를 좋아하고 학업을 그만두는 일.
17. 초서와 난필로 종이 더럽히기를 좋아하는 일.
-22쪽

12절
스승이 엄격하면 어리석은 아이는 반드시 싫증을 내어 부모에게 "잘 가르치지 못합니다"라고 하고서, 그 스승을 배반하고 다른데로 가 유약하고 속된 사람을 따르게 되니, 부모는 모름지기 그 간사함을 살펴서 호되게 꾸짖어야 옳다. 스승도 역시 싫증내는 아이가 있거든, 그는 끝내 좋은 사람이 될 수 없는 아이이니 쫓아버리는 것이 좋다. -24쪽

17절
교활한 자제에게는 글을 익히게 해서는 안된다. 지혜를 넓혀주면 반드시 도적이 된다. 날뛰는 자제에게는 무술을 배우게 해서는 안된다. 포학을 길러주면 반드시 사람을 죽인다. -26쪽

7절
남편이 여색을 탐해서 첩을 많이 두어 성행을 상실하고 그들에게 정신을 빼앗겨 부모를 돌보지 않고 가산을 탕진한다면 정성어린 말로 간곡히 만류한다.
그 만류하는 처사가 남편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심정에서 그런 것이요, 질투에서 그런 것이 아님을 분명히 보인다면, 남편이 깨닫지 않을리 있겠는가? 그렇지 않고 성품이 편협하여 시기를 부림으로써 결국 부부가 서로 반목하게 되고, 심지어는 저주하고 해치는 일까지 한다면 이는 슬픈 일이 아니겠는가? -51쪽

24절
상추쌈을 입에 넣을 수 없을 만큼 크게 싸서 먹으면 부인의 태도가 크게 아름답지 못하니, 매우 경계해야 한다. -69쪽

15절
남자를 엿보고 그가 살쪘느니 여위었느니, 잘생겼느니 못생겼느니 평론하지 말라. 그런 행동은 남자가 여색을 이야기하는 것과 어찌 다르겠는가? -77쪽

4절
하의려 선생이 여러 딸들을 교육하던 열 두 조목은 다음과 같다.
1. 침착하고 자상하고 공손하고 부지런할 것.
2. 제사를 엄숙한 마음으로 받들 것.
3. 시부모를 효성으로 받들 것.
4. 남편을 예의로 섬길 것.
5. 동서들을 화목으로 대할 것.
6. 자녀들을 바른 도리로 가르칠 것.
7. 종들을 은혜로써 어루만질 것.
8. 친척을 공경으로 접대할 것.
9. 착한 말을 기쁜 마음으로 들을 것.
10 간사하고 망령됨을 정성으로써 경계할 것.
11. 길쌈을 부지런히 할 것.
12. 재물을 절약해 쓸 것.
-83쪽

38절
검소한 사람은 자기를 위해 쓰는 것을 절약하기 때문에 항상 여유가 있어 남을 돕고, 사치하는 사람은 자기를 위해 쓰는 것이 후하기 때문에 부족해서 남에게는 인색하다. -127쪽

21절
남의 말을 들을 때는 비록 내가 아는 것과 다르다 하더라도 내가 알고 있는 것을 고집하여 열을 올려 남을 꺾으려고 떠들어대서는 안된다. -132쪽

25절
나의 용모가 잘생긴 것을 자랑하지도 말고, 남의 용모가 잘생긴 것을 아첨하여 칭찬하지도 말며, 남의 용모가 못생긴 것을 헐뜯지도 말라. -133쪽

8절
옛날 어떤 천부가 거울을 보고 찡그리기도 하고 웃기도 하는 등 온갖 태도를 지어, 그 중에서 남의 이목을 기쁘게 할 수 있는 모습을 택해서 습관적으로 용모를 꾸미는 일이 있었다. 남들은 그를 사랑했지만 그 같은 사람은 나를 구역질나게 만드는 존재이다. -145쪽

25절
책을 읽을 때는 손가락에 침을 묻혀서 책장을 넘기지 말고, 손톱으로 줄을 긁지도 말며, 책장을 접어서 읽던 곳을 표시 하지도 말라. 책머리르 말지 말고, 책을 베지도 말며, 팔꿈치로 책을 괴지도 말고, 책으로 술항아리를 덮지도 말라. 먼지 터는 곳에서는 책을 펴지도 말고, 책을 보면서 졸아 어깨 밑에나 다리 사이에 떨어져서 접히게 하지도 말고, 던지지도 말라. 심지를 돋우거나 머리를 긁은 손가락으로 책장을 넘기지 말고, 힘차게 책장을 넘기지도 말며, 책을 창이나 벽에 휘둘러서 먼지를 떨지도 말라. -175쪽

49절
내가 일찍이 남의 부탁을 받아 수십 명의 아이를 가르쳤으나 결국에는 성취한 자가 적었으니, 그것은 모두가 부형의 지나친 사랑에 연유된 것이다. 처음에는 신신부탁을 하고 행여 엄하게 통솔하지 않을까 염려하나, 만일 매를 때리면 크게 괴이한 일로 여기고 아이도 배반하고 가버린다. 그러므로 비록 엄한 스승이 있더라도 어진 부형이 없으면 그것은 스승의 허물이 아니라 바로 부형의 무식 때문이다. -183쪽

10절
습속이 각박하여 딸을 천하게 여기고 아들을 귀하게 여기는데, 남녀가 비록 이성은 다르나 한 핏줄에서 태어난 것이다. 천륜의 사랑이야 어찌 후하고 박함이 있겠는가? 다만 세속에서 딸을 시집보내자면 혼수를 마련하느라 많은 재물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딸을 낳으면 집을 망칠 징조라 생각하고, 어린 딸이 죽으면 사람들 중에는 더러 얼만의 돈을 벌었다는 말로 위로하는 자도 있는데, 윤리가 이로 하여 땅에 떨어지니 너무도 한심스럽다. -193쪽

24절
사람의 마음은 누구나 남이 자기를 떠받드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므로 맨 처음 사귈 때 친애하는 것은 서로가 떠받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귄 지 오래 되어 각기 상대방의 과실을 알고 혹시 규잠하면 크게 비위를 거슬러 사이가 멀어지게 된다. 그런 까닭에 군자는 겸허함을 귀중히 여기고 끝까지 삼간다.
<시경>에 이렇게 말했다. "시작은 있지만 유종의 미를 거두는 이는 적다."라고! -205쪽

37절
남의 재예를 칭찬할 때 반드시 천하게 제일이니 예부터 지금까지 둘도 없느니 하며 극도로 칭찬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유식한 자에게 비웃음을 받게 될 뿐만 아니라 일부러 남에게 아첨하는 짓이 아니겠는가? 반면 이런 칭찬 듣기를 갈망하다가 이미 듣고 나서는 단연코 자부하는 자는 반드시 어두운 사람일 것이다. -209쪽

77절
서로 모이기로 약속했을 때, 혹 어떤 사람이 때가 지나도 오지 않거든 왜 그가 약속을 실천하지 않는지를 서서히 생각해볼 것이지, 조급하게 책망해서는 안된다. 무릇 서로 약속하고 시기를 어기는 것은 인간의 도리에 맞지 않는 일이다. -218쪽

57절
자기 글을 남에게 보여 칭찬을 요구해서는 안된다. 남이 혹 칭찬하면 기가 나도 남이 얕보면 기가 꺾이나, 재주가 한량이 있고 이름이 정가가 있는데 어찌 상의를 그 사이에 개입할 수 있겠는가? 나는 일찍이 이에 대해 깊이 경계하여 내 글을 감히 남에게 보여 비평을 구하지 않았다. -248쪽

58절
남의 좋은 시문을 훔쳐 자기 이름을 거기에 써서 남에게 주지 말라. -249쪽

61절
내가 가지고 있는 기물이나 서책을 남이 와서 빌리거든 인색하게 굴지 말고 빨리 빌려줄 것이다. 내가 그 사람에게 빌릴 때 그 사람이 혹시 빌려주지 않거든 성내서는 안되고, 후일에 그 사람이 또 와서 빌리거든 또한 그전에 빌려주지 않았다고 해서 같이해서는 안된다. 만일 부형이 빌려주지 않으려 할 경우엔 처음에 반드시 부형에게 여쭙고, 여쭈어도 끝내 들어주지 않거든 굳이 남에게 빌려주어서는 안된다. 그리고 "부형이 빌려주지 않으려 한다"고 말할 필요는 없다. -249쪽

64절
남의 책을 빌렸을 경우, 다 읽고 나면 마땅히 먼지를 털어 차례대로 정돈하여 보에 싸서 돌려보내야 한다. 법서를 빌려 임모할 경우에는 다른 책보다 훼손되기 쉬우니 더욱 정성을 들여 보호해야 옳다. -250쪽

68절
갚을 때의 마음이 빌릴 때의 마음과 완급의 차이가 있어서는 안된다. -2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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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4-04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품절이군요..................................................(먼 산)

마늘빵 2006-04-04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비싸지도 않아서 구입할까 했는데 품절이네요. 여기도 그렇고, 그래스물넷도 그렇고. 교보나 영풍가면 있을지 모르겠어요.

페일레스 2006-04-04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흐... 전 이거 헌책방에서 구했어요! 김연수씨의 [청춘의 문장들] 읽고 나서 눈독 들이던 건데... 이 책 말고 [일본인의 시정 - 하이쿠편]도 헌책으로 구했드랬지요.

마늘빵 2006-04-05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헌책방. 음. 그냥 교보나 영풍 가면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근데. 이런 책은 절판되면 안되는데, 동몽선습이나 격몽요결 뭐 요런것두.
 
마르크스 뉴욕에 가다 - 역사 모노드라마
하워드 진 지음, 윤길순 옮김 / 당대 / 2005년 8월
품절


"생산의 끊임없는 변혁, 모든 사회적 조건의 부단한 교란, 항구적인 불안과 동요는 부르주아 시대를 그 이전의 모든 시대와 뚜렷하게 구분 짓는 특징이다. 모든 고정된 견고한 관계가 낡고 고색창연한 편견 및 의견과 함께 한 순간에 날아가 버리고, 새롭게 형성된 관계 역시 미처 뿌리를 내리기도 전에 모두 낡은 것이 되어 버린다. 모든 견고한 것이 공기 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마르크스, <선언> 中) -22쪽

"자신의 생산물을 팔 시장을 끊임없이 확장시켜야 할 필요성은 부르주아지를 전지구상으로 내몬다. 그래서 부르주아지는 모든 곳에 둥지를 틀고, 모든 곳에 뿌리를 내리고, 모든 곳에서 연고를 맺어야 한다. ... 예전에 한 지역이나 한 나라에 틀어박혀 자급자족하던 때와 달리, 이제는 사방에서 왕래가 이루어지고 국가들 사이에 보편적인 상호의존이 나타난다." (마르크스, <선언> 中)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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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공중부양
이외수 지음 / 동방미디어 / 2006년 3월
구판절판


그대가 비록 타고난 재능이 없더라도 공중부양이 불가능하다고는 생각지 말라. 그대가 만약 이 책을 충분히 숙지하고, 노력하고나 미치거나 즐길 수만 있다면, 그대에게도 '떴어요'라고 표현될 수 있는 공중부양의 날이 오고야 말 것이다. -6쪽

대부분의 한자어들은 사어다. 특히 문학적 문장에서는 한자어들을 잘못 남발하면 문장으로서의 전달력 설득력 현장감 생동감이 떨어질 가능성이 짙다. -13쪽

글은 쓰는 자의 인격을 그대로 반영한다. 사물의 속성을 파악하는 일은 사물과의 소통을 시도하는 일이며 사물과의 소통을 시도하는 일은 사물과의 사랑을 시도하는 일이다. -49쪽

그대는 어떤가. 비록 고수는 못 될지언정 한평생 하수로 머물러 있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고 싶다면 일단 달라질 각오부터 다져야 한다. 지금까지 자신이 간직하고 있던 자나 저울부터 과감하게 내던져 버려야 한다.
내가 달라지기 이전에 세상이 달라지는 법은 없다. 내가 달라지면 반드시 세상도 달라진다. 그대는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대는 아직 달라져 본 적이 없는 하수다.
인격과 문장은 합일성을 가지고 있다. 문장이 달라지면 인격도 달라진다. 인격이 달라지면 문장도 달라진다. 그대가 조금이라도 격조 높은 인생을 살고 싶다면 현재의 자신에게 탈피하라.
-90쪽

지성은 뇌안의 범주에 속하고 인간을 아는 경지에 이르게 만들고 감성은 심안의 경지에 속하며 인간을 깨닫는 경지에 이르게 만든다.
감정은 오로지 마음에 의해서만 생성되고 마음에 의해서만 감지되고 마음에 의해서만 표출된다. 그러나 감성은 마음 바깥에 있는 것들에 의해서 척박해지기도 하고 무성해지기도 한다. 마음 바깥에 있는 것들과의 교감이 없으면 감성의 생성이나 감지나 표출은 불가능해진다. -95쪽

그대가 진정한 화가가 되고 싶다면 아이 같은 마음으로 그림을 그려라. (고흐)-104쪽

시는 감정의 표출이 아니라 감정으로부터의 탈출이고, 인격의 표현이 아니라 인격으로부터의 탈출이다. (엘리엇)-186쪽

어려워보이나. 그렇지 않다. 몸소 실천해 보면 엄청나게 신나고 재미있는 작업이다. 펜과 노트만 있으면 된다. 물론 약간의 용기도 필요하다. 실지로 나는 글쓰기 공중부양에 소개된 습작 과정을 모조리 실천해보았다. 어렵고 힘들기도 하지만 신나고 재미나기도 하다. 그것을 실천하는 과정 중에는 글쓰기의 실력이 쥐뿔도 달라지지 않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했지만 어느새 나는 주요 일간지 신춘문예 당선작가로 변모해 있었다. 어쩌면 이 책의 모든 것을 실천하는 과정 중에 당신도 어느새 당신이 원하는 그 무언가가 되어 있을 수 있겠다. 시인이 될 수도 있고 소설가가 될 수도 있고 극작가가 될 수도 있겠다. 기자가 될 수도 있고 카피라이터가 될 수도 있고 논술 만점을 받는 합격생이 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을 통해 당신이 기술만을 배울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당신의 소망이 몸을 만드는 일. 당신의 진실이 몸을 만드는 일. 당신의 생각이 몸을 만드는 일을 배울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그 모든 것보다 우선해서, 삼십 년 동안 글쓰는 일만을 업으로 삼아온 한 늙은 작가의 진실이 당신이 간직한 진실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서 발견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기노, '체험의 글'中--27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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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몽드 살림지식총서 48
최연구 지음 / 살림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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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나와있는 모든 책들 중에서 가장 싸다고 여겨지는 살림지식총서 시리즈의 48권 <르 몽드>. 정식 책값 3,300원. 인터넷 서점 할인가 2,970원. 정말 싸다. 주간지 값도 안된다. 그리하여 난 값싸고 얇은 살림지식총서 시리즈 중에서 관심가는 주제를 찾아 읽기를 즐긴다. 책세상문고 시리즈도 마찬가지. 이런 작고 깜찍한 책들을 좋아한다. 

  <르 몽드>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신문인 '르 몽드'를 다루고 있다. 독일에는 슈피겔이 있다면, 프랑스에는 르 몽드가 있다. 한국에는 한겨레?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신문 10위 안에(당당 6위) 들어있는 진보적인 언론 '르 몽드'는 유럽에서의 짧은 언론사 역사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기간에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언론으로 발돋움했다.  

  르 몽드는 중도적이고 진보적인 신문이지만, 선거 시기와 같은 민감한 국면에서는 좌파적 성향을 띠므로 보통은 중도 좌파 신문으로 분류된다. 프랑스의 두 신문, 르 몽드와 르 피가로가 각각 진보와 보수를 대표하는 신문으로 발행 부수면에서 1,2위를 다투고 있으나, 열독율과 영향력면에서는 르 몽드가 압도적이라고 한다. 르몽드가 1999년 기준 39만부 정도를 기록할 때, 르 피가로는 36만부 정도로 두 신문의 발행부수는 크게 차이나지는 않는다. 발행부수면에서는 우리나라의 조중동을 따라갈 수 없다. 각각 2백만부를 넘는다고 하니. 하지만 발행부수가 지나치게 높다는 것은 그만큼 다양성이 상실된 사회라고 볼 수 있을 터. 우리나라가 대표적으로 그러하다고 볼 수 있다. 그것도 보수지 세 신문이 각각 2백만부를 넘어서고 있으니.  

  1944년에 창간한 이래 르 몽드는 몇번의 경영상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프랑스 최고의, 세계 최고의 언론으로 자리매김했다. 우리나라 신문의 판형이 대판인데 비해, 프랑스에서는 타블로이드판을 선호한다. 르 몽드도 그렇고, 좌파신문 리베라시옹, 또 뤼마니테가 그렇다. 유일하게 우리나라와 같은 판형을 가지고 있는 신문은 보수지 르 피가로 뿐. 이는 유럽사회의, 프랑스의 개인주의에 기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보기 편하고 휴대하기 좋고, 지하철이나 버스에서도 크게 펼쳐 주위 사람에게 피해주지 않을 정도의 크기를 지닌 타블로이드판.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지하철 무가지 신문들이 생겨나면서 타블로이드판형이 널리 보급되었다. 물론 그 이전에도 있긴했지만. 아직까지는 우리나라에서는 타블로이드판은 대판보다 뭔가 천박하고 가볍고 중후하지 못하다는 인식이 강한 듯 하다.  

  르 몽드의 현 회장 장 마리 콜롱바니는 르 몽드의 언론관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콜롱바니가 이야기하는 르 몽드의 첫번째 적은 다름 아닌 '돈'이다. 그는 "신문의 '재정적 독립'이 없다면 기자들의 독립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신문의 재정적 독립성이야 말로 언론의 자유를 보장한다고 강조한다.콜롱바니가 말하는 언론의 두 번째 적은 '시간'이다. 즉, '리얼 타임의 독재성'이다. 오늘날 언론은 "권력이 생산-제어-통제하는 정보로 위협받고"있고, "궁극적으로 독점을 갈망하는 일부 대기업들이 언론 영역에 발을 들여놓음으로써 상업주의 정보마저 횡행"하고 있다. 여기에 정보통신의 발달은 사건과 보도 사이의 즉각성을 강요함으로써 "한발 물러서서 성찰하고 분석할 수 있는 거리를 지워버리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1944년 창간 이래 뵈브-메리의 다음과 같은 신문관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고 한다.  

  "진실을, 모든 진실을, 오직 진실만을 말하라. 바보 같은 진실은 바보같이 말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진실은 마음에 들지 않게 말하고, 슬픈 진실은 슬프게 말하라."  

  유의해야 할 점은, 사실보도와 진실보도는 다르다는 점이다. 사실은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이고, 진실은 사실의 내면에 숨어있는 권력구조와 전체적인 흐름, 진상을 보도하는 것을 말한다. 르 몽드는 무엇보다 '사실'이 아닌 '진실'보도에 주목하고 있다.
  
  또한 르 몽드 신문의 특징으로 뽑을 수 있는 것은, 첫째, 사진을 거의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진은 진실을 왜곡시킬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에 르 몽드는 아주 예외적인 몇몇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사진을 사용하지 않는다. 아니 그러면 그 많은 공간을 뭐로 채워?  르 몽드는 그 많은 공간을 저명한 필진들의 칼럼으로 대신하고 있다. 르 몽드에는 프랑스 사회의 진보적 지식인들이 필진으로 자리하고 있다. 피에르 부르디외가 대표적. 둘째, 르 몽드는 석간신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문화일보를 제외하고는 전국지 중 석간신문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프랑스는 대부분이 석간신문이며, 이것은 프랑스 언론에서는 특별한 점으로 뽑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셋째, 르 몽드의 수입은 70%이상이 신문판매를 통해 얻어진다. 우리나라의 조선 중앙 동아 신문들이 엄청난 광고로 도배를 하고 수입을 챙기고 있는 반면, 프랑스의 르 몽드는 이를 일부러 멀리하고 있다. 광고는 르 몽드가 독립하는데 있어 방해가 될 뿐이다. 최근 광고 수입이 30%에서 38%로 올라갔다고는 하지만 이도 우리나라에 비하면 아주 미미한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조선, 중앙, 동아일보의 경우는 광고수입만해도 70%가 훨씬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넷째, 르 몽드의 주식은 기자와 사원들에게 나눠져있다. 조선일보가 86%, 동아일보가 66%, 한국일보가 98%의 지분을 회장일가가 소유한데 비해, 르 몽드의 사장은 2000분의 1만을 소유하고 있을 뿐이다.  

  르 몽드는 '세계'라는 의미로, 자유를 소중히 여기고, 인종주의와 파시즘을 배척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지금껏 대개 국제적인 사건에 있어서, 또 국내의 큼직한 사건에 있어서 이와 같은 르 몽드의 철학을 지켜왔다. 이 책은 르 몽드를 일방적으로 찬양하고 있다. 물론 르 몽드는 마땅히 찬양받을 만하다. 하지만 최근의 덴마크 신문의 이슬람 만평 사태에서 보여지는 르 몽드의 입장에서 지금까지 르 몽드가 지켜왔던 정신을 찾아보기 힘들다.  

  (2005년 9월 30일을 시작으로, 2006년 2월까지 있었던 이슬람 마호메트 풍자 사건에 대한 일지이다. 덴마크가 마호메트 풍자 만평을 실어 그 시작을 알렸고, 이슬람국이 이에 반말하고 사과를 요구했으며, 노르웨이,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의 주요 신문들이 이를 다시 다룸으로써 유럽 대 이슬람의 싸움으로 번져나갔다. 언론이 불을 지핀 것이나 다름이 없다. )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세계적인 르 몽드 역시 여기에 한 몫 했으니 말 다하지 않았는가. 진보적인 신문이다, 보편주의를 표방하고, 인종주의와 파시즘을 배척한다던 르 몽드가 여기에 끼어들었다 

 ( 덴마크 만평에 대한 한국일보 기사에는 분명히 '르몽드'를 비롯해 프랑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등의 신문들이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며 일제히 문제의 만평을 다시 실었다고 되어있다. 표현의 자유 좋다. 하지만 타 문화에 대한 존중도 필요하지 않겠는가. 르 몽드의 철학이라면 오히려 표현의 자유보다 타 문화에 대한 존중의 정신을 강조했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 결국 이들 유럽의 주요 일간지들의 만평 추가 게재로 유럽 대 이슬람의 폭력사태로까지 사건은 번져나갔다. )

  르 몽드는 짧은 언론 역사에 비해 엄청난 영향력을 지니게 되었다. 르 몽드 신문을 인용한 국제 학술 논문도 부지기수다. 그만큼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일종의 권력으로 볼 수도 있다. 힘이 있는 만큼 르 몽드는 더욱 조심해야 한다. 르 몽드의 발언 하나가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흔히 진보적인 신문으로서 독일의 슈피겔과 프랑스의 르몽드를 손꼽는다. 언젠가 독일어로 슈피겔을 읽는 것이, 프랑스어로 르 몽드를 읽는 것이 꿈이다. 인정받는 진보적인 언론답게 처신을 조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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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6-03-27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거 살림총서였군요. 재밌겠다!

마늘빵 2006-03-27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굉장히 얇아요. 출퇴근 시간에 다 읽어요. 이건 무린가. 흠. 이틀 동안 출퇴근하면서는 다 읽을 수 있어요.

릴케 현상 2006-03-27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944년 창간이군요. 예전에 조선일보가 역사가 오래된 것을 자랑하자, 고종석씨 왈 신문의 역사가 가장 긴 프랑스의 르몽드보다 조선일보가 더 오래됐다고 주장하는 것이 조선일보의 뻔뻔함의 증표라고 하더군요. 르몽드는 2차세계대전 때 비시정부하에서 잠깐 독일에 협력한 일이 있어서 그 전까지의 역사를 삭제하고 44년을 창간한 해로 하고 있는데, 조선일보는 일제시대를 거치고 특히 친일기사를 많이 쓰던 때 '조광'(맞나?)신문으로 내다가 나중에 다시 조선일보로 바꿨는데, 조선일보는 조광시절에 쓴 친일기사는 책임지지 않으려고 하면서도 오랜 역사를 자랑할 때는 그 기간도 포함해서 년도를 쓴다고...몇년 전에 읽은 거라 정확하려나=3=3=3

마늘빵 2006-03-27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르몽드의 역사가 원래 더 길었군요. 44년 이전을 잘라먹다니. 이 책엔 그런 이야기는 안나오더라구요. 44년 창간이라고만 하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