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공중부양
이외수 지음 / 동방미디어 / 2006년 3월
구판절판


그대가 비록 타고난 재능이 없더라도 공중부양이 불가능하다고는 생각지 말라. 그대가 만약 이 책을 충분히 숙지하고, 노력하고나 미치거나 즐길 수만 있다면, 그대에게도 '떴어요'라고 표현될 수 있는 공중부양의 날이 오고야 말 것이다. -6쪽

대부분의 한자어들은 사어다. 특히 문학적 문장에서는 한자어들을 잘못 남발하면 문장으로서의 전달력 설득력 현장감 생동감이 떨어질 가능성이 짙다. -13쪽

글은 쓰는 자의 인격을 그대로 반영한다. 사물의 속성을 파악하는 일은 사물과의 소통을 시도하는 일이며 사물과의 소통을 시도하는 일은 사물과의 사랑을 시도하는 일이다. -49쪽

그대는 어떤가. 비록 고수는 못 될지언정 한평생 하수로 머물러 있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고 싶다면 일단 달라질 각오부터 다져야 한다. 지금까지 자신이 간직하고 있던 자나 저울부터 과감하게 내던져 버려야 한다.
내가 달라지기 이전에 세상이 달라지는 법은 없다. 내가 달라지면 반드시 세상도 달라진다. 그대는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대는 아직 달라져 본 적이 없는 하수다.
인격과 문장은 합일성을 가지고 있다. 문장이 달라지면 인격도 달라진다. 인격이 달라지면 문장도 달라진다. 그대가 조금이라도 격조 높은 인생을 살고 싶다면 현재의 자신에게 탈피하라.
-90쪽

지성은 뇌안의 범주에 속하고 인간을 아는 경지에 이르게 만들고 감성은 심안의 경지에 속하며 인간을 깨닫는 경지에 이르게 만든다.
감정은 오로지 마음에 의해서만 생성되고 마음에 의해서만 감지되고 마음에 의해서만 표출된다. 그러나 감성은 마음 바깥에 있는 것들에 의해서 척박해지기도 하고 무성해지기도 한다. 마음 바깥에 있는 것들과의 교감이 없으면 감성의 생성이나 감지나 표출은 불가능해진다. -95쪽

그대가 진정한 화가가 되고 싶다면 아이 같은 마음으로 그림을 그려라. (고흐)-104쪽

시는 감정의 표출이 아니라 감정으로부터의 탈출이고, 인격의 표현이 아니라 인격으로부터의 탈출이다. (엘리엇)-186쪽

어려워보이나. 그렇지 않다. 몸소 실천해 보면 엄청나게 신나고 재미있는 작업이다. 펜과 노트만 있으면 된다. 물론 약간의 용기도 필요하다. 실지로 나는 글쓰기 공중부양에 소개된 습작 과정을 모조리 실천해보았다. 어렵고 힘들기도 하지만 신나고 재미나기도 하다. 그것을 실천하는 과정 중에는 글쓰기의 실력이 쥐뿔도 달라지지 않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했지만 어느새 나는 주요 일간지 신춘문예 당선작가로 변모해 있었다. 어쩌면 이 책의 모든 것을 실천하는 과정 중에 당신도 어느새 당신이 원하는 그 무언가가 되어 있을 수 있겠다. 시인이 될 수도 있고 소설가가 될 수도 있고 극작가가 될 수도 있겠다. 기자가 될 수도 있고 카피라이터가 될 수도 있고 논술 만점을 받는 합격생이 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을 통해 당신이 기술만을 배울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당신의 소망이 몸을 만드는 일. 당신의 진실이 몸을 만드는 일. 당신의 생각이 몸을 만드는 일을 배울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그 모든 것보다 우선해서, 삼십 년 동안 글쓰는 일만을 업으로 삼아온 한 늙은 작가의 진실이 당신이 간직한 진실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서 발견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기노, '체험의 글'中--27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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