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공중부양
이외수 지음 / 동방미디어 / 200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요새 글쓰기에 관한 책이 무지하게 많이 나온다. 글쓰기 책이 유행이다. 이외수씨의 <글쓰기의 공중부양> 역시나 나오자마자 베스트셀러 10위권 안에 들었다지 아마. 급기야 지난주 머머 일보에는 글쓰기 책들을 쭉 소개하며 요새는 회사에서도 글쓰기 잘 하는 사람을 원한다느니, 글을 잘 써야 승진을 한다느니하면서 글쓰기 열풍을 더 부추겼다. 돈 버는 책 만큼이나 글 쓰는 책도 유행따라 인기를 끌고 있다. 돈벌기 열풍 보다야 글쓰기 열풍이 흐름을 주도하는 것이 더 낫다 싶지만, 왠지 이것도 지나치게 거품을 들어간 냄새가.

  글쓰기 열풍이 불기전부터 글쓰기는 나의 관심사였다. 글을 잘 쓰진 못하지만 글쓰기를 즐기는 나로서는 어떻게 하면 좀더 나은 글을 쓸 수 있을까 하는 게 항상 고민이다. 그러나 쓸 때마다 느끼지만 별반 나아진 것 같진 않다. 많이 읽고 많이 써라 라는 것이 글을 잘 쓰는 지름길이라고 논술강사들은 이야기를 한다지. 틀린 말은 아니다만 많이 읽고 많이 쓰기만 한다고 해서 다 되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의 중간단계에는 많이 생각하기도 들어있다. 읽기와 더불어 글쓰기의 재료가 되는 것은 또한 나의 경험이기도 하다. 이것을 직접경험이라고 하지. 글읽기는 간접경험이다. 경험을 쌓은 뒤 많은 생각을 하고, 써보는 것이 글쓰기의 지름길 이렸다.

  이외수의 <글쓰기의 공중부양>이란 책은, 수많은 글쓰기의 방법론 중 문학 글쓰기에 치중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그 자신이 소설가인 탓에, 또 따로 제자들을 양성하는 탓에, 소설쓰기에 관한 책이 되지 않았나 싶다. 그것이 나쁘지는 않지만, 이 책은 내가 기대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양상으로 전개된다.

  이 책에서 우리가 접할 수 있는 내용들은 대개 우리가 중고등학교 시절 작문시간, 문학시간, 국어시간을 거쳐 습득한 것들이다. 단지 그는 이것을 좀더 체계적으로 정리해놓았을 뿐. 제 1부 단어의 장, 2부 문장의 장, 3부 창작의 장, 4부 명상의 장을 통해 그는 단어에서부터 문장으로, 문장에서 단락으로, 단락에서 글로 점차 범위를 넓혀가며 글쓰기의 방법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대가 비록 타고난 재능이 없더라도 공중부양이 불가능하다고는 생각지 말라. 그대가 만약 이 책을 충분히 숙지하고, 노력하고나 미치거나 즐길 수만 있다면, 그대에게도 '떴어요'라고 표현될 수 있는 공중부양의 날이 오고야 말 것이다. "

  자 글쓰기를 배우려는 자여, 글을 좀더 잘 써보겠다고 이 책을 펼쳐든 자여 희망을 가지고 뜰 날을 기다리자.

  "글이란 뭐냐. 글이란 쌀이다. 썰로 오해하지 않기 바란다. 쌀은 주식에 해당한다. 그러나 글은 육신의 쌀이 아니라 정신의 쌀이다. 그것으로 떡을 빚어서 독자들을 배부르게 만들거나 술을 빚어서 독자들을 취하게 만드는 것은 그대의 자유다. 그러나 어떤 음식을 만들든지 부패시키지 말고 발효시키는 일에 유념하라. 부패는 썩는 것이고 발효는 익는 것이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지 그대의 인품이 그대로 드러난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마치 고등학교 작문 교과서을 읽는 듯 하다. 그는 구체적인 행동 지침을 주면서 이 책을 따라 직접 실천해보도록 요구하고 있다. 그러다보면 서서히 자신의 문장력이 늘 것이라고 말을 하면서. 또한 '기노' 라는 그의 제자가 '체험의 글'에서 실제로 자신은 그의 모든 지침을 다 따랐고 결국 신춘문예에 당선하며 성공했노라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이외수의 지시에 따라 꼭 해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설득력은 다 필요 없다. 체험수기가 최고다. 단어를 채집하고, 속성을 바꾸고, 대화하고, 단어의 본성을 찾아주는 활동 속에서 서서히 나의 어휘력과 문장력은 성장한다. 정말? 난 그의 지침대로 따라보진 않았기에 모르겠다.

  논리적인 글쓰기보다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울고 웃게 만드는 소설을 쓰는 이들에게 추천하고픈 책이다. 소설을 쓰고싶지만 내공이 부족한 듯 하고,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는 이들을 위해 이 책은 필요하다. 소설쓰기의 기본기를 충실하게 다질 수 있는 책이다. 더불어, 중고등학교 시절의 국어시간에 배웠던 내용들을 기억하고픈 이들이라면, 이 책을 펼쳐봐도 좋을 듯 하다. 소설의 구성요소, 직유법, 활유법, 대유법 등의 온갖 수사법, 그리고 문체에 대해서 이 책은 충실하게 담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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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4-10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저면 제게 필요한 책같네요

마늘빵 2006-04-10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전 논리적 글쓰기를 기대했는데 음 소설쓰기였어요. 그래도 고등학교 때 배운걸 떠올릴 수 있는 기회라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