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답게 사는 즐거움
이덕무 / 솔출판사 / 1996년 7월
절판


24절
세상에는 남의 눈을 잘 속이는 재주를 가진 아이가 있어, 단아한 사람과 정직한 선비를 대하면 몸가짐을 가다듬고 말을 조심하여 장래 잘 될것 같이 보인다. 그러나 그의 소행을 살피면 간사하고 교만하여 한 가지도 볼 만한 것이 없으니, 이것은 참으로 소인의 기상이다. 어린애라고 해도 조금도 용서하지 말아야 한다. -18쪽

9절
율곡 선생은 어린아이들을 가르칠 때 어린이가 삼가야 할 17조목을 설정하여, 중한 것은 한 번만 범해도 벌을 주고, 경한 것은 세 번 범하면 벌을 주었다. 그 17조목은 다음과 같다.
1. 교훈을 따르지 않고 다른 일에 마음을 쓰는 일.
2. 부모가 명령한 것을 즉시 시행하지 않는 일.
3. 형이나 어른을 공경하지 않고 말을 험악하게 하는 일.
4. 형제간에 우애하지 않고 서로 다투는 일.
5. 음식을 서로 다투고 사양하지 않는 일.
6. 다른 아이들을 침해하고 업신여겨 서로 다투는 일.
7. 서로 경계하는 말을 받아들이지 않고 원망하고 노여움을 내는 일.
8. 두 손을 단정하지 못하게 마주잡거나 옷소매를 풀어헤치고 한 다리에 의지해 기대 서는 일.
9. 걸음걸이를 경솔히 하여 뛰어다니고 넘어다니는 일.
10. 실없는 농담을 좋아하고 말소리나 웃음 소리가 시끄러운 일.
11. 이익 없고 관계없는 것을 하기 좋아하는 일.
12. 밤에는 일찍 자고 아침에는 늦게 일어나는 등 게을러서 글을 읽지 않는 일.
13. 글 읽을 때 서로 돌아보며 잡담하는 일.
14. 방심하고 어리석어 앉아서 조는 일.
15. 단점을 두둔하고 과실을 숨기며 언어가 진실하지 못한 일.
16. 한가한 사람을 대하여 잡담하기를 좋아하고 학업을 그만두는 일.
17. 초서와 난필로 종이 더럽히기를 좋아하는 일.
-22쪽

12절
스승이 엄격하면 어리석은 아이는 반드시 싫증을 내어 부모에게 "잘 가르치지 못합니다"라고 하고서, 그 스승을 배반하고 다른데로 가 유약하고 속된 사람을 따르게 되니, 부모는 모름지기 그 간사함을 살펴서 호되게 꾸짖어야 옳다. 스승도 역시 싫증내는 아이가 있거든, 그는 끝내 좋은 사람이 될 수 없는 아이이니 쫓아버리는 것이 좋다. -24쪽

17절
교활한 자제에게는 글을 익히게 해서는 안된다. 지혜를 넓혀주면 반드시 도적이 된다. 날뛰는 자제에게는 무술을 배우게 해서는 안된다. 포학을 길러주면 반드시 사람을 죽인다. -26쪽

7절
남편이 여색을 탐해서 첩을 많이 두어 성행을 상실하고 그들에게 정신을 빼앗겨 부모를 돌보지 않고 가산을 탕진한다면 정성어린 말로 간곡히 만류한다.
그 만류하는 처사가 남편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심정에서 그런 것이요, 질투에서 그런 것이 아님을 분명히 보인다면, 남편이 깨닫지 않을리 있겠는가? 그렇지 않고 성품이 편협하여 시기를 부림으로써 결국 부부가 서로 반목하게 되고, 심지어는 저주하고 해치는 일까지 한다면 이는 슬픈 일이 아니겠는가? -51쪽

24절
상추쌈을 입에 넣을 수 없을 만큼 크게 싸서 먹으면 부인의 태도가 크게 아름답지 못하니, 매우 경계해야 한다. -69쪽

15절
남자를 엿보고 그가 살쪘느니 여위었느니, 잘생겼느니 못생겼느니 평론하지 말라. 그런 행동은 남자가 여색을 이야기하는 것과 어찌 다르겠는가? -77쪽

4절
하의려 선생이 여러 딸들을 교육하던 열 두 조목은 다음과 같다.
1. 침착하고 자상하고 공손하고 부지런할 것.
2. 제사를 엄숙한 마음으로 받들 것.
3. 시부모를 효성으로 받들 것.
4. 남편을 예의로 섬길 것.
5. 동서들을 화목으로 대할 것.
6. 자녀들을 바른 도리로 가르칠 것.
7. 종들을 은혜로써 어루만질 것.
8. 친척을 공경으로 접대할 것.
9. 착한 말을 기쁜 마음으로 들을 것.
10 간사하고 망령됨을 정성으로써 경계할 것.
11. 길쌈을 부지런히 할 것.
12. 재물을 절약해 쓸 것.
-83쪽

38절
검소한 사람은 자기를 위해 쓰는 것을 절약하기 때문에 항상 여유가 있어 남을 돕고, 사치하는 사람은 자기를 위해 쓰는 것이 후하기 때문에 부족해서 남에게는 인색하다. -127쪽

21절
남의 말을 들을 때는 비록 내가 아는 것과 다르다 하더라도 내가 알고 있는 것을 고집하여 열을 올려 남을 꺾으려고 떠들어대서는 안된다. -132쪽

25절
나의 용모가 잘생긴 것을 자랑하지도 말고, 남의 용모가 잘생긴 것을 아첨하여 칭찬하지도 말며, 남의 용모가 못생긴 것을 헐뜯지도 말라. -133쪽

8절
옛날 어떤 천부가 거울을 보고 찡그리기도 하고 웃기도 하는 등 온갖 태도를 지어, 그 중에서 남의 이목을 기쁘게 할 수 있는 모습을 택해서 습관적으로 용모를 꾸미는 일이 있었다. 남들은 그를 사랑했지만 그 같은 사람은 나를 구역질나게 만드는 존재이다. -145쪽

25절
책을 읽을 때는 손가락에 침을 묻혀서 책장을 넘기지 말고, 손톱으로 줄을 긁지도 말며, 책장을 접어서 읽던 곳을 표시 하지도 말라. 책머리르 말지 말고, 책을 베지도 말며, 팔꿈치로 책을 괴지도 말고, 책으로 술항아리를 덮지도 말라. 먼지 터는 곳에서는 책을 펴지도 말고, 책을 보면서 졸아 어깨 밑에나 다리 사이에 떨어져서 접히게 하지도 말고, 던지지도 말라. 심지를 돋우거나 머리를 긁은 손가락으로 책장을 넘기지 말고, 힘차게 책장을 넘기지도 말며, 책을 창이나 벽에 휘둘러서 먼지를 떨지도 말라. -175쪽

49절
내가 일찍이 남의 부탁을 받아 수십 명의 아이를 가르쳤으나 결국에는 성취한 자가 적었으니, 그것은 모두가 부형의 지나친 사랑에 연유된 것이다. 처음에는 신신부탁을 하고 행여 엄하게 통솔하지 않을까 염려하나, 만일 매를 때리면 크게 괴이한 일로 여기고 아이도 배반하고 가버린다. 그러므로 비록 엄한 스승이 있더라도 어진 부형이 없으면 그것은 스승의 허물이 아니라 바로 부형의 무식 때문이다. -183쪽

10절
습속이 각박하여 딸을 천하게 여기고 아들을 귀하게 여기는데, 남녀가 비록 이성은 다르나 한 핏줄에서 태어난 것이다. 천륜의 사랑이야 어찌 후하고 박함이 있겠는가? 다만 세속에서 딸을 시집보내자면 혼수를 마련하느라 많은 재물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딸을 낳으면 집을 망칠 징조라 생각하고, 어린 딸이 죽으면 사람들 중에는 더러 얼만의 돈을 벌었다는 말로 위로하는 자도 있는데, 윤리가 이로 하여 땅에 떨어지니 너무도 한심스럽다. -193쪽

24절
사람의 마음은 누구나 남이 자기를 떠받드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므로 맨 처음 사귈 때 친애하는 것은 서로가 떠받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귄 지 오래 되어 각기 상대방의 과실을 알고 혹시 규잠하면 크게 비위를 거슬러 사이가 멀어지게 된다. 그런 까닭에 군자는 겸허함을 귀중히 여기고 끝까지 삼간다.
<시경>에 이렇게 말했다. "시작은 있지만 유종의 미를 거두는 이는 적다."라고! -205쪽

37절
남의 재예를 칭찬할 때 반드시 천하게 제일이니 예부터 지금까지 둘도 없느니 하며 극도로 칭찬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유식한 자에게 비웃음을 받게 될 뿐만 아니라 일부러 남에게 아첨하는 짓이 아니겠는가? 반면 이런 칭찬 듣기를 갈망하다가 이미 듣고 나서는 단연코 자부하는 자는 반드시 어두운 사람일 것이다. -209쪽

77절
서로 모이기로 약속했을 때, 혹 어떤 사람이 때가 지나도 오지 않거든 왜 그가 약속을 실천하지 않는지를 서서히 생각해볼 것이지, 조급하게 책망해서는 안된다. 무릇 서로 약속하고 시기를 어기는 것은 인간의 도리에 맞지 않는 일이다. -218쪽

57절
자기 글을 남에게 보여 칭찬을 요구해서는 안된다. 남이 혹 칭찬하면 기가 나도 남이 얕보면 기가 꺾이나, 재주가 한량이 있고 이름이 정가가 있는데 어찌 상의를 그 사이에 개입할 수 있겠는가? 나는 일찍이 이에 대해 깊이 경계하여 내 글을 감히 남에게 보여 비평을 구하지 않았다. -248쪽

58절
남의 좋은 시문을 훔쳐 자기 이름을 거기에 써서 남에게 주지 말라. -249쪽

61절
내가 가지고 있는 기물이나 서책을 남이 와서 빌리거든 인색하게 굴지 말고 빨리 빌려줄 것이다. 내가 그 사람에게 빌릴 때 그 사람이 혹시 빌려주지 않거든 성내서는 안되고, 후일에 그 사람이 또 와서 빌리거든 또한 그전에 빌려주지 않았다고 해서 같이해서는 안된다. 만일 부형이 빌려주지 않으려 할 경우엔 처음에 반드시 부형에게 여쭙고, 여쭈어도 끝내 들어주지 않거든 굳이 남에게 빌려주어서는 안된다. 그리고 "부형이 빌려주지 않으려 한다"고 말할 필요는 없다. -249쪽

64절
남의 책을 빌렸을 경우, 다 읽고 나면 마땅히 먼지를 털어 차례대로 정돈하여 보에 싸서 돌려보내야 한다. 법서를 빌려 임모할 경우에는 다른 책보다 훼손되기 쉬우니 더욱 정성을 들여 보호해야 옳다. -250쪽

68절
갚을 때의 마음이 빌릴 때의 마음과 완급의 차이가 있어서는 안된다. -2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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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4-04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품절이군요..................................................(먼 산)

마늘빵 2006-04-04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비싸지도 않아서 구입할까 했는데 품절이네요. 여기도 그렇고, 그래스물넷도 그렇고. 교보나 영풍가면 있을지 모르겠어요.

페일레스 2006-04-04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흐... 전 이거 헌책방에서 구했어요! 김연수씨의 [청춘의 문장들] 읽고 나서 눈독 들이던 건데... 이 책 말고 [일본인의 시정 - 하이쿠편]도 헌책으로 구했드랬지요.

마늘빵 2006-04-05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헌책방. 음. 그냥 교보나 영풍 가면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근데. 이런 책은 절판되면 안되는데, 동몽선습이나 격몽요결 뭐 요런것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