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시고 버리고 꼬시고 버리고, 진정한 선수들의 작업장으로 안내한다. 나를 포함한 이 세상 젊은 청춘 남녀들에 있어서 연애에 관심이 없다면 그것은 거짓말. 관심의 정도에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아예 관심이 없다면 그것은 정말 거짓말. 남자가 여자를 꼬시고, 여자가 남자를 꼬시는데는 나름의 비법이 있다. 그렇다고 내가 작업남은 아니고. -_- 있다는건 알잖아. 다들.



* 분위기 있게 전망 좋은 공간에서 오봇하게 차마시며 슬쩍 작업 들어가는 지원과 민준.



* 오 제대로인걸! 바로 이 장면, 그리고 이어지는 물쑈. 영화 광고 제대로 먹힌 장면이다. 손예진의 저 뇌쇠적인 눈빛과 몸짓. 촬영하는 스텝들은 온전히 바라볼 수 있었을까. -_-

  영화속 민준(송일국)과 지원(손예진)은 자칭 타칭 작업남 작업녀. 내 손에 걸려든 놈년은 절대로 벗어날 수 없다. 뒤에서 차로 들이받고는 "엄머 엄머 죄송해요. 저기요... 옆에서 어떤차가 횡하고 지나가는 바람에" 라고 시작되는 지원의 멘트는 뒷통수 얻어맞고 따지러 다가온 남자를 살살 녹이고는 수리비는커녕 식사대접에 선물공세까지 이끌어낸다. 과연 고수일세. 민준 역시 이에 못지 않다. 작업 한번 살며시 들어갔다 하면 안넘어오는 여자가 없고, 왠만한 여자는 이제 시시하다. 그러나. 작업에도 기본은 있다. 일단 여자건 남자건 반반한 얼굴과 매끈한 몸매는 기본, 여기에 넉넉한 작업 자금도 필요. 기본 조건이 갖춰지지 않았다면 작업은 물 건너갔다. 그러나 작업남과 작업녀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혹 가끔 돌연변이로 얼굴도, 몸매도, 돈도 안되는 남과 녀가 작업에 성공할 때가 있는 데 이건 예외. 그 비법은 나도 몰라.

  선수는 선수를 알아본다. 딱 마주친 그녀와 그. 대번에 상대를 알아보고 뒷조사 들어간다. 그동안 써먹었던 왠만한 작업 기술들은 여기에 먹히지 않는다. 오랫만에 짱구 좀 굴려야겠는걸. 나는 너를 원해, 그리고 너는 나를 원해, 다 안다. 알지만 상대가 내게 먼저 다가오도록 만드는 것이 작업의 묘미. 내가 먼저 숙이고 들어가면 재미없잖아. 그건 작업에서 지는 거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작업은 이보다 좀더 넓은 범위. 일단 내가 숙이건 상대가 숙이건 내 여자 내 남자 만들면 그만이지. 이건 하수. -_-

  진정은 프로들의 세계. 제주도 와서 뱅기표 없다고, 통통배도 없다고 서로 뻥을 치고는, 호텔에 갔더니 방도 하나네. 게다가 침대도 더블로. 아주 딱인걸. 그러나 여건상 여인숙으로 향하고, 옆방에선 웬간 남녀의 신음소리가 아아아아. 둘다 마음 속엔 딴 생각 뿐이지, 작업은 안먹히지. 야 니가 먼저 나 좋다고 해. 싫어 니가 먼저 해, 소리 없이 오가는 대화들. 결국 같이 잠자리에 들 것을 이리도 시간을 오래 끌었단 말이야. 사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작업은 쉽게 넘어오면 재미 없다. -_- 내가 그렇다는게 아니고. 낚시를 걸면 바로 물고기가 떡밥 먹으면 재미없잖아. 낚시의 재미가 뭔데. 오랜 기다림 끝에 올라오는 월척 아니겠어? 그러니 두 남녀 오랜동안 시간끌며 돈부어가며 작업 할 맛 나겠다. 인내 끝에 오는 열매는 매우 달콤하나니. 하지만, 작업은 성공한 순간 그것으로 게임끝. 더 이상의 재미는 없다. 그러니 남자와 여자를 찾음에 있어 '작업'만이 존재한다면 그처럼 또 허무한 것도 없을 터이다. 작업 뒤에 '사랑'이 있다면 그건 하나의 즐거움 끝에 또다른 즐거움이 이어지는 것.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일본 인디 영화제 개막작 <좋아해>. 영화 맛배기 광고를 통해 기대했던 그런 영화는 아니었다. 104분이라는 그다지 길지 않은 상영시간에도 불구하고 중간중간 꾸벅꾸벅 졸기도 하며 봤던 영화였다. 영화는 여러컷의 사진들을 이어붙어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려 한 듯 장면장면은 단절되었고, 장면과 장면 사이에 보여지는 파란하늘은 감독의 의도는 알겠지만 그다지 와닿지 않았다.

  17세의 유(미야자키 아오이)는 사랑하는 사람을 반년 전에 떠나보낸 언니와 함께 살고 있다. 방과 후 강변에서 언제나 같은 소절만 연주하는 친구 요스케(에이타)에게 마음을 기울이고 있던 유는 언젠가부터 그 소절을 흥얼거리며 다닌다. 한 발짝만 다가서면 잡힐 것 같지만 알 수 없는 두려움으로 서로를 향해 다가서지 못하던 두 사람은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인해 멀어지게 된다. 17년 후, 음반회사의 영업을 하고 있던 요스케와 역시 음악제작회사에서 일하던 유는 우연히 재회하게 되는데… (줄거리 엠파스 협찬)

   좋아해, 라는 말 한마디 못한 채 17년이 지났다. 보면서 애절하고 슬펐지만 한편으로 답답하기도 했던 한국 영화 <사랑을 놓치다>의 우재와 연수보다도 긴 시간이 소요되었고, 더 어렵게 좋아한단 말을 던져놓는다. 관객은 '좋아해'란 말을 듣기 위해 104분을 기다렸고, 그것은 오랜 기다림의 가치를 충분히 보상해주지 못한다. 내가 너무나 순수하지 못하기 때문에 영화가 나를 파고 들지 못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 하지만 그렇다고 영화를 깎아내리고 싶지도 않다. 그것은 사랑고백에 도달하기 위한 감독의 서술방식의 차이였을 뿐. <사랑을 놓치다>는 좀더 확실히 스토리와 순간순간 적절한 감정이입으로 관객을 울렸다면, <좋아해>는 그저 끊어진 장면을 불친절하게 연결해보여주고 별다른 대사나 줄거리 없이, 보여지는 화면을 통해 관객과 공감을 이루려 한 영화가 아니었을까 한다. 다만 그것이 내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을 뿐. 별다른 대사와 줄거리 없이 장면의 이어붙임으로써 조용한 공감을 이루기를 원하는 관객이라면 이 영화는 괜찮다.

  하나 더. <사랑을 놓치다>가 영화를 보는 나의 마음 속에 파고 들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그들의 나이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물론 이것은 나를 울리게 한 하나의 원인으로 추정할 뿐이다. 감독의 영화 서술 방식, 줄거리, 대사, 시기적절하게 들어맞는 주변상황들, 안타까운 어긋남 등등의 영화적 설정 뿐 아니라 주인공에게 애초 부여된 그들의 나이는 내가 영화 속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한 또 하나의 원인이었다고 생각한다. 20살 대학신입생으로 만나, 졸업후 직장을 갖고 한참을 방황하다 만난 30살의 남과 여. 내 나이 서른 안됐지만, 여건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 사랑의 따스한 감정을 갖기 시작할 15,16살 정도의 청소년도 아니고, 30살씩이나 먹은 그들의 힘겨운 사랑고백은 충분히 답답하고 애절하고 안타깝다. 영화 <좋아해>에는 이런 설정이 전혀 없이 흰 도화지 위에 찍어놓은 사진들을 하나하나 툭툭 던져놓고 있었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이리스 2006-07-16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을 놓치다>가 해물잡탕이라면 <좋아해>는 복지리.. 같달까? <좋아해>는 기대를 너무 한탓인지 막상 보고나서는 별로. 포스터를 받아온 것은 좋았음.ㅎㅎ 두 영화 다 별로 맘에 안들지만 하나를 택하라면 복지리가 낫다는 생각.

마늘빵 2006-07-17 0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사랑을 놓치다>는 <봄날은 간다> 만큼이나 좋았는데. 음. <좋아해>는 나도 너무 기대를 많이 한 나머지 별로. 포스터는 그거 예매한 사람들만 주는거라 난 못받았는데...

플로라 2006-07-17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두님의 복지리 표현, 정말 압권이네요.ㅋㅋ <사랑을 놓치다>는 못봤지만 <좋아해>랑 비교하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죠. 보다가 지루하고 답답했지만 <좋아해>의 담백함이 저도 무척 좋았어요..^^
 

* 스포일러 경고

  의외로 나쁘지 않았던, 재밌게 본 영화다. 개봉당시의 旣 관람객들의 평에 비해선 꽤나 재밌는 영화였다. 나름 연애에 대해서, 사랑에 대해서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해주기도 했고.



* 천하의 바람둥이. 저 느끼한 눈빛 좀 봐. 네 이 녀석.

  내 사전에 작업 실패란 없다! 매끈한 외모와 탁월한 작업 기술로 단 한번의 실패도 하지 않은, 매번 여자가 바뀌도, 동시에 몇명씩 생기기도 하는, 이 타고난 바람둥이. 꼬시는 기술도 가지가지. 은은한 눈빛을 한번 흘려주고, 주차장에 차 가로막기, 마술쇼로 없어졌던 차키 꺼내기 등등의 나름의 비법으로 온갖 여성들을 꼬드긴다. 치과의사 현주도 역시 어쩔 수 없다. 그에게 넘어가 하룻밤을 보낸다. "우리 진도 너무 빠른거 아냐?" "진도가 빨라야 예습도 하고 복습도 하지" 말이나 못하면.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그의 과거 수많은 애정행각 중 하나가 몰카에 포착되어 인터넷에 떴다. 헉. 이럴 수가. 어디 그를 그쳐간 여자가 한 둘이어야 말이지. 도대체 누굴까. 미연이, 수진이, 지혜, 지아, 현주, 희수, 현희 등등 여자이름은 끊이지 않고 입에 오르고, 이름과 얼굴이 매치나 되는지 어쩌는지 그의 머리 속에서는 그때 그 여자를 찾을 길이 없다.



* 이제 난 끝났다. 어떡하면 좋아. 엘리베이터 한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흐느끼는 그녀가 너무나 안쓰러웠다. 도대체 뭘 잘못한건데. 무슨 잘못을 했다고 그러고 있는거야. 잘못한거 없어. 괜찮아.
  
  떠올랐다. 희수. "희수야" "희원이다" 이런. 얼굴을 봐도 이름을 모른다. 아니 도대체 얼마나 많길래. 완전 꾼. 몰카의 남녀 주인공 지훈과 희원은 결국 다녔던 동네의 모텔을 찾아나서고, 몰카탐지기까지 장만하며 가망없어 보이는 작업을 시작한다. 그 과정에 두 사람의 옛 기억은 서로의 머리 속에 아른아른 떠오르고, 그때 그 순수했던 행복했던 시절을 그리워하나니. 서로 못잡아먹어 안달이면서도 두 사람은 과거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몰카로 학교에서 쫓겨나고 학생들에게 놀림받고 프로포즈 들어온 남자로부터 차이고 내 인생 몰카 한방에 쫑났다.

   기억은 스멀스멀, 추억은 아른아른, 옛 사랑의 감정은 서서히 꿈틀꿈틀 기어나온다. 아 그래 나는 너를 사랑하는 거였어. 지훈은 희원이를 찾아나서고 희연이는 이런 지훈의 맘을 알까. 주체할 수 없는 끊임없는 바람기는 여기서 이제 끝나는건가.

  하나. 아마도 감독이 영화를 통해 무언가 메세지를 전해주고 싶었던게다. 그렇게 살지 말지어다. 이 여자, 저 여자, 얼굴도 기억하지 못할 여자들과 하룻밤 보내며 한 순간의 욕정을 채우기 위해 그렇게 살지 말지어다. 네가 상처준 수많은 여자들의 맘을 아는가. 누군가에게는 결혼과 연애가 별개라고 한다지만, 적어도 사랑과 연애가 별개여서는 안되지 않겠는가. 그런 말을 하고팠던게다. 물론 두 사람 모두 한순간의 욕정을 원한다면 문제될 것이 없겠지만, 또 그들이 자신의 행위를 통해 다른 누군가에게 상처주지 않을 수만 있다면, 한 사람은 사랑을, 한 사람은 욕정을 원했다면, 이는 신중해야한다. 다른 한쪽이 또다른 한쪽을 상처줄 수 있으므로. 그것이 계획된 것이라면 더욱.

 둘. 몰카에 찍혔다고 당했다고 그것이 인터넷에 떠 누군가에게 발각되었다고 내가 잘못한 것은 아니다. 몰카를 찍은 놈 혹은 년이 잘못을 한 것이지 왜 몰카에 찍힌 내가 잘못한게 되느냔 말이다. 그래 맞다. 잘못없다. 하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다. 나와 관계맺고 있는 모든 이들 중 단 한명이 이걸 보게 된다면 내 인생은 그야말로 쫑.  "그저 사랑했을 뿐인데, 남들과 똑같이 사랑했을 뿐인데..." 라는 희원의 말은 이런 부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그저 남들과 같이 사랑해서, 사랑해서 관계했을 뿐인데, 비록, 그것이 또 과거가 되었고, 지금까지 지속된 사랑이 아니라고 해서 소중하지 않은 것은, 아무렇지 않은 것은, 아니다. 아름다웠던 사랑의 순간을 그저 쾌락의 수단으로 삼는 그들이 나쁜 것이지, 내가 잘못한 것은 없다. 사랑한 것이 죄라고 하지 않는다면.

  혼자 큭큭 거리며 보기보다는 연인과 둘이서 본다면 더 재밌지 않을까 하는 생각. 서로의 과거를 막 캐물으며 니가 어땠느니 내가 어땠느니 싸우면서(?) 또 함께 서로의 다짐을 들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을 듯. 뭐 나처럼 조용한 방안에서 혼자 키득거리며 봐도 나쁘지 않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그렇다. 인정한다. 야한거 기대하고 봤다. -_- 포스터도 꽤나 야하다. 아주 제대로 체위를 잡아놨는걸. <정사1>은 봤지만, <정사2>는 보지 못했고, <정사3>를 봐버렸다. 하지만 이건 무슨 <에일리언> 시리즈나 <매트릭스> 시리즈같은 영화가 아닌지라 1,2,3는 서로 아무런 관계도 가지고 있지 않다. 감독도 제각각, 내용도 제각각, 장르도 제각각 - 어떤건 에로, 어떤건 멜로, 배우도 제각각, 영화제작국도 제각각인 이 영화들이 어떤 상관관계가 있어서 같은 제목에 1,2,3을 붙였을까. 이건 의문.

  핀란드와 일본이 공동제작(?)한 영화인 <정사3>는 - 일본인은 안나오는데 - 야하지만 야하지 않은 영화다. 아니 그런 말이 어딨어. 야하면 야한거고 안야하면 안야한거지. 있어. 있다면 있어. 장면은 야하게 내용을 오히려 슬프다. 아 야한 영화 한편 보려다가 감상에 젖어버리고 말았다. 저 야한 장면들을 보면서도 몸이 반응을 하지 않는건 영화가 슬프기 때문이다.





  이 한 몸 가눌 곳 없어 친구집에 의탁하며 집세내라는 독촉을 받는 밀라와 어린 꼬마녀석 둔 이혼남 아키의 만남. 그것을 우연이라 하면 우연이요, 운명이라 하면 운명이라 할 수 있는 - 우연과 운명은 별개의 것은 아니다. 때로 그것은 무엇이 먼저, 그리고 함께 오기도 한다 - 두 방랑자의 만남은, 사랑으로 연결되었다. 두 사람 모두 희망없는 인생을 사는 젊다면 젊은 이들. 그들은 서로를 통해 자신이 꿈꾸는 막연한 환상을 본다. 그리고 상대가 나의 꿈을 실현해줄 운명이라 믿는다. 두 사람은 서로의 육체를 탐닉하고 어찌보면 병적으로까지 매달린다. 나쁘지 않다. 하지만 상대를 통해 나의 꿈을 실현할 수 있을 거라는, 근거없는 희망따위는, 아무 것도 아닌 것에 대한 집착일 뿐이다.

  될 줄 알았다. 사랑하면, 두 사람의 사랑이면 모든 것이 다 이루어질 줄 알았다. 그러나. 아니었다. 서로의 사랑으로, 서로의 육체를 탐하면서 가졌던 꿈은 시간이 지날 수록 헛되게만 느껴진다. 아니다. 이건 아니다. 어쩌다 이렇게 된거지. 여기까지 오지 말았어야 했어. 꿈을 위해 준비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꿈은 이상이지만, 꿈의 실현은 현실이다. 이상은 있지만 현실의 문제는 언제나 이상의 발목을 잡기마련이다. 꿈만으로는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 그것은 너무나 가혹하고 슬프다.

   두 사람의 화면을 가득 메우는 격렬한 섹스신(너무나 리얼해서 진짜 하는 거 같다) 과 아무 것도 가리지 않는 적나라한 노출(남성의 성기가 여지없이 수초간 드러나는, 하지만 배나온 뚱보아저씨의 몸매인지라 역시 성적흥분은 그다지)은 영화 제목에 어울리는, 영화 제목에 거는 기대를 충족시켜주는, '19금'이라는 딱지를 붙일만 하지만, 갈 곳 없는 영혼들의 슬픈 멜로디는 몸의 자극보다는 가슴의 울림을 우선시하게 만든다. 몸의 자극을 원한다면 <정사1>이 더 낫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책방마니아 2006-07-15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아프락사스 님 요즘 영화 많이 보네요. 대체 누구랑 보는 거요? 혹시 여친이라도 생긴 거요? ㅋ

마늘빵 2006-07-15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_- 이거 혼자 봤는데요. 집에서 구운걸로.

마늘빵 2006-07-16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핫... 나침반님
 

*  스포일러 경고

  이런 영화가 또 있을까 싶다. 정말 유쾌하면서도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영화다. 이런 영화 원츄. 지금껏 내가 봤던 독일 영화 - 독일 영화 본 거 얼마 안되지만 - 중에서 최고로 손꼽을 수 있는, 뿐만 아니라 내가 봤던 로맨틱 코미디 영화 중에서도 최고로 뽑을 수 있는 그런 영화였다. 정말 보길 잘 했다는 생각.

  저 우스꽝스러운 포스터는 영화를 보기 전보다 본 후에 더 웃음을 유발한다. 원작 Der Fischer und seine Frau. 물고기맨(낚시꾼?)과 그의 아내. 원작 제목보다 한국어 제목이 더 낫지 싶다. 원작 제목이었다면 아마도 보지 않았을 수도. 연인끼리 함께 가서 본다면 더 할 나위 없이 좋은 영화. 지금 사귀고 있는 이 남자의 유통기한을 한번 살펴볼까. 어디에도 써있지 않지만 추측은 가능하잖아. 왜 이 영화에 이런 한국어 제목을 붙였는지는 이 역시 영화를 보고 나면 고개 끄덕끄덕하게 될 것이다.



* 이 여자. 디자이너로서 성공하고픈 마음, 더 넓고 더 좋은 집을 원하는 마음. 하지만 그녀도 그를 사랑한다고. 다 그를 위한 거라고. 우리와 가정을 위한 거라고. 트로피를 손에 쥐고 돌아왔지만 그녀의 눈은 젖어있다.



* 이 남자. 물고기와 뽀뽀까지 할 정도로 물고기를 사랑하는 이 남자. 하지만 돈을 많이 벌고, 좀더 넓은 집으로 이사하고자 하는 그런 물질에 대한 열망은 없다.

  우연과 인연 그리고 운명. 인생은 우연히 찾아온 인연으로 좌우된다. 그것은 나의 운명적 사랑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일본을 여행하던 패션 디자이너 지망생 이다와 물고기맨 오토와 그의 친구 레오. 이다와 오토는 순식간에 첫눈에 반해버리고 손잡고 키스도 하기전에 결혼식을 올리고는, 텐트에서 첫날밤을 보낸다. 아 이런 사랑이 또 있을까. 이것이 바로 운명적 사랑이고나. 두 사람에겐 아무것도 필요 없었다. 서로의 사랑 이외에는.

  카메라는 이제 독일 뮌헨으로 이동, 오토는 캠핑카를 끌고 다니며 왕진하러 다니고 동시에 캠핑카는 신혼방이 되어버렸다. 이다는 이곳에서 비단잉어 문양의 목도리를 짜 인정받고, 한창 일을 해야할 때, 성공의 기회가 다가왔을 때 덜컥 임신해버렸다. 일이냐 아이냐. 둘 다 잡기 위해서 결국 오토는 해마가 되어버렸다(영화를 봐야 이해할 수 있음). 결국 이다는 세계적인 디자이너로 성공하고 호화로운 집에 남부러울 것 없는 생활을 누리지만, 이상하게도 오토는 불행하다. 게다가 이다에겐 오토의 친구 레오가 접근하고, 오토에겐 레오의 동료 요코가 접근한다. 아 어디로 갈 것인가. 까닥하면 두 사람은 헤어지게 생겼으니.

-  하나. 영화는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성공을 향한 여자의 열정과 야망이라곤 가진 것 없는 남자. 언제까지 텐트에, 캠핑카에 만족하며 살거야. 이제 우리도 아이가 있다고. 좀더 세탁기가 필요해, 좀더 넓은 공간이 필요해, 카펫과 호화로운 부엌이 필요해, 가정부가 필요해, 정원과 테라스가 필요해. 나는 디자이너로 성공할거야. 꼭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되어 인정받고 말거야. 반면, 남자는, 제발 우리에겐 아무 것도 필요 없어, 서로의 사랑만 있으면 돼, 텐트도 캠핑카도 좋아, 맛있고 비싼 음식 못 먹으면 어때, 좋은 옷 못 입고, 좋은 차 못가지면 어때, 그런거 다 필요 없어, 난 당신만 있으면 돼. 서로가 바라보는 미래는 너무나 다르다. 성공을 향한 야망과 지금의 행복을 향한 간절함. 어느 것이 정답이라고 말 할 순 없다. 단지 두 사람이 바라는 바가 다를 뿐. 그 누가 행복하지 않길 원하겠는가 여자도 행복하고 싶다, 그 누가 더 넓은 집을 원하지 않겠는가 남자도 원한다. 무엇이 우선인가의 문제다. 난 당신이 우선이야, 우리의 행복이 우선이야.

  용케도 두 사람은 위기의 순간을 잘 헤쳐나갔다. 그 누구도 잘못하지 않았다. 그리고 서로 사랑했다. 그런데 무슨 문제가 있을 수 있어? 사실 그렇다. 아무도 잘못하지 않았고 사랑은 변함 없는데 어떻게 문제가 생길까. 의아하다. 그러나 문제는 생긴다. 어떻게든. 그래서 안타깝다.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을 배려하고, 그대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을 배려한다고 하더라도, 그래도 문제는 생긴다. 아무리 사이 좋은 연인이라 할지라도 싸우지 않고는 함께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는 없는 듯 하다. 싸운다는 것은 결국 사랑한다는 의미일지도 모른다.

  - 둘. 유혹을 이겨내라. 사랑해서 결혼했고 살아가면서 단 한번도 유혹의 순간이 오지 않을 수는 없을 터. 여자에게도, 남자에게도 유혹의 순간은 있다. 유혹은 언제나 그렇지만 매우 달콤하고 쉽다. 그저 한번 뿐인걸. 한번 빠져든 것 뿐인걸 그게 뭐 대수야. 하지만 아니다. 한번의 유혹은 점점 더 쉽게 나를 유혹의 늪으로 끌고 간다. 한번, 두번, 세번, 숫자가 늘어날수록 나는 헤어나올 수 없다. 여자에게 남자가 접근했고 남자에게 여자가 접근했지만, 또 서로가 눈치채지 못하는 상황이었으니 더 쉬웠지만, 이겨냈다. 그이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데 나에겐 그이 뿐인데, 그녀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데 난 그녀 없이는 못살아. 위기의 순간을 벗어나면 더 큰 사랑이 오리라. 한때 싸웠다고, 한때 틀어졌다고, 한때 소원했다고 상대의 사랑을 의심치말리라. 그녀도, 그도 나를 사랑하고 있나니.

   내 여자 혹은 내 남자의 유통기한은 얼마나 될까. 유통기한을 늘리는 법. 첫째,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할 것, 둘째, 상대를 외롭게 두지 말 것, 셋째,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 것, 넷째, 그 혹은 그녀의 사랑을 의심치 말 것. 다섯째, 그 혹은 그녀를 끔찍히 사랑할 것. 그렇담 당신의 여자, 당신의 남자의 유통기한은 '평.생.' 입니다. 펴엉생. 우연은 인연으로, 인연은 운명으로.

 


댓글(5)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마늘빵 2006-07-13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씨네큐브에서 봤는데. 아직 할거에요. ^^

이리스 2006-07-14 0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여성영화제에서 예전에 봤오. ^^
감독에 대해 좀 실망했고, 뭐랄까 자학하는데 몰두하는 것 같아 보였지만. --;

마늘빵 2006-07-14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참 재밌던데. 물고기 대화도 상황과 딱 맞아떨어지게 재밌게 꾸몄고. 독일 영화 중에 젤 재밌었던 영화. <굿바이레닌>과 함께.

이리스 2006-07-15 0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니핑크에 워낙 열광했던지라.. 김빠지고 쉰 콜라 같았달까.. -_-;;

마늘빵 2006-07-15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난 파니핑크는 아직 못본지라. 음 그것두 보고 싶네 다들 극찬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