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 경고

  이런 영화가 또 있을까 싶다. 정말 유쾌하면서도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영화다. 이런 영화 원츄. 지금껏 내가 봤던 독일 영화 - 독일 영화 본 거 얼마 안되지만 - 중에서 최고로 손꼽을 수 있는, 뿐만 아니라 내가 봤던 로맨틱 코미디 영화 중에서도 최고로 뽑을 수 있는 그런 영화였다. 정말 보길 잘 했다는 생각.

  저 우스꽝스러운 포스터는 영화를 보기 전보다 본 후에 더 웃음을 유발한다. 원작 Der Fischer und seine Frau. 물고기맨(낚시꾼?)과 그의 아내. 원작 제목보다 한국어 제목이 더 낫지 싶다. 원작 제목이었다면 아마도 보지 않았을 수도. 연인끼리 함께 가서 본다면 더 할 나위 없이 좋은 영화. 지금 사귀고 있는 이 남자의 유통기한을 한번 살펴볼까. 어디에도 써있지 않지만 추측은 가능하잖아. 왜 이 영화에 이런 한국어 제목을 붙였는지는 이 역시 영화를 보고 나면 고개 끄덕끄덕하게 될 것이다.



* 이 여자. 디자이너로서 성공하고픈 마음, 더 넓고 더 좋은 집을 원하는 마음. 하지만 그녀도 그를 사랑한다고. 다 그를 위한 거라고. 우리와 가정을 위한 거라고. 트로피를 손에 쥐고 돌아왔지만 그녀의 눈은 젖어있다.



* 이 남자. 물고기와 뽀뽀까지 할 정도로 물고기를 사랑하는 이 남자. 하지만 돈을 많이 벌고, 좀더 넓은 집으로 이사하고자 하는 그런 물질에 대한 열망은 없다.

  우연과 인연 그리고 운명. 인생은 우연히 찾아온 인연으로 좌우된다. 그것은 나의 운명적 사랑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일본을 여행하던 패션 디자이너 지망생 이다와 물고기맨 오토와 그의 친구 레오. 이다와 오토는 순식간에 첫눈에 반해버리고 손잡고 키스도 하기전에 결혼식을 올리고는, 텐트에서 첫날밤을 보낸다. 아 이런 사랑이 또 있을까. 이것이 바로 운명적 사랑이고나. 두 사람에겐 아무것도 필요 없었다. 서로의 사랑 이외에는.

  카메라는 이제 독일 뮌헨으로 이동, 오토는 캠핑카를 끌고 다니며 왕진하러 다니고 동시에 캠핑카는 신혼방이 되어버렸다. 이다는 이곳에서 비단잉어 문양의 목도리를 짜 인정받고, 한창 일을 해야할 때, 성공의 기회가 다가왔을 때 덜컥 임신해버렸다. 일이냐 아이냐. 둘 다 잡기 위해서 결국 오토는 해마가 되어버렸다(영화를 봐야 이해할 수 있음). 결국 이다는 세계적인 디자이너로 성공하고 호화로운 집에 남부러울 것 없는 생활을 누리지만, 이상하게도 오토는 불행하다. 게다가 이다에겐 오토의 친구 레오가 접근하고, 오토에겐 레오의 동료 요코가 접근한다. 아 어디로 갈 것인가. 까닥하면 두 사람은 헤어지게 생겼으니.

-  하나. 영화는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성공을 향한 여자의 열정과 야망이라곤 가진 것 없는 남자. 언제까지 텐트에, 캠핑카에 만족하며 살거야. 이제 우리도 아이가 있다고. 좀더 세탁기가 필요해, 좀더 넓은 공간이 필요해, 카펫과 호화로운 부엌이 필요해, 가정부가 필요해, 정원과 테라스가 필요해. 나는 디자이너로 성공할거야. 꼭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되어 인정받고 말거야. 반면, 남자는, 제발 우리에겐 아무 것도 필요 없어, 서로의 사랑만 있으면 돼, 텐트도 캠핑카도 좋아, 맛있고 비싼 음식 못 먹으면 어때, 좋은 옷 못 입고, 좋은 차 못가지면 어때, 그런거 다 필요 없어, 난 당신만 있으면 돼. 서로가 바라보는 미래는 너무나 다르다. 성공을 향한 야망과 지금의 행복을 향한 간절함. 어느 것이 정답이라고 말 할 순 없다. 단지 두 사람이 바라는 바가 다를 뿐. 그 누가 행복하지 않길 원하겠는가 여자도 행복하고 싶다, 그 누가 더 넓은 집을 원하지 않겠는가 남자도 원한다. 무엇이 우선인가의 문제다. 난 당신이 우선이야, 우리의 행복이 우선이야.

  용케도 두 사람은 위기의 순간을 잘 헤쳐나갔다. 그 누구도 잘못하지 않았다. 그리고 서로 사랑했다. 그런데 무슨 문제가 있을 수 있어? 사실 그렇다. 아무도 잘못하지 않았고 사랑은 변함 없는데 어떻게 문제가 생길까. 의아하다. 그러나 문제는 생긴다. 어떻게든. 그래서 안타깝다.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을 배려하고, 그대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을 배려한다고 하더라도, 그래도 문제는 생긴다. 아무리 사이 좋은 연인이라 할지라도 싸우지 않고는 함께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는 없는 듯 하다. 싸운다는 것은 결국 사랑한다는 의미일지도 모른다.

  - 둘. 유혹을 이겨내라. 사랑해서 결혼했고 살아가면서 단 한번도 유혹의 순간이 오지 않을 수는 없을 터. 여자에게도, 남자에게도 유혹의 순간은 있다. 유혹은 언제나 그렇지만 매우 달콤하고 쉽다. 그저 한번 뿐인걸. 한번 빠져든 것 뿐인걸 그게 뭐 대수야. 하지만 아니다. 한번의 유혹은 점점 더 쉽게 나를 유혹의 늪으로 끌고 간다. 한번, 두번, 세번, 숫자가 늘어날수록 나는 헤어나올 수 없다. 여자에게 남자가 접근했고 남자에게 여자가 접근했지만, 또 서로가 눈치채지 못하는 상황이었으니 더 쉬웠지만, 이겨냈다. 그이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데 나에겐 그이 뿐인데, 그녀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데 난 그녀 없이는 못살아. 위기의 순간을 벗어나면 더 큰 사랑이 오리라. 한때 싸웠다고, 한때 틀어졌다고, 한때 소원했다고 상대의 사랑을 의심치말리라. 그녀도, 그도 나를 사랑하고 있나니.

   내 여자 혹은 내 남자의 유통기한은 얼마나 될까. 유통기한을 늘리는 법. 첫째,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할 것, 둘째, 상대를 외롭게 두지 말 것, 셋째,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 것, 넷째, 그 혹은 그녀의 사랑을 의심치 말 것. 다섯째, 그 혹은 그녀를 끔찍히 사랑할 것. 그렇담 당신의 여자, 당신의 남자의 유통기한은 '평.생.' 입니다. 펴엉생. 우연은 인연으로, 인연은 운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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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6-07-13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씨네큐브에서 봤는데. 아직 할거에요. ^^

이리스 2006-07-14 0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여성영화제에서 예전에 봤오. ^^
감독에 대해 좀 실망했고, 뭐랄까 자학하는데 몰두하는 것 같아 보였지만. --;

마늘빵 2006-07-14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참 재밌던데. 물고기 대화도 상황과 딱 맞아떨어지게 재밌게 꾸몄고. 독일 영화 중에 젤 재밌었던 영화. <굿바이레닌>과 함께.

이리스 2006-07-15 0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니핑크에 워낙 열광했던지라.. 김빠지고 쉰 콜라 같았달까.. -_-;;

마늘빵 2006-07-15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난 파니핑크는 아직 못본지라. 음 그것두 보고 싶네 다들 극찬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