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그런 것이었다. <오멘>은 공포영화가 아니었다.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런 꼬마에 대한 이야기였다. 어찌나 귀엽던지. 양 볼에 바람집어넣고 뾰루퉁하고 쳐다보고 있는 그 녀석. 아유. 그런 아들 하나 있었음 좋겠다(결혼이나 하고 말해!). 어쩜 그렇게 귀엽던지 녀석.

  <오멘>이 부활했다. 76년에 시작된 오멘 1편은 리차드 도너라는 감독을 통해 영국국적으로 선보였다. 78년에 나온 오멘 2편은 돈 테일러라는 감독을 통해 미국에서 나왔다. 그리고 3년 뒤 81년 그레이엄 베이커라는감독을 통해 다시 영국에서 3편이 나왔고, 그로부터 10년 뒤인 91년 호르헤 몬테시 라는 감독을 통해 미국에서 4편을 내놨다. 고로 지금까지 나온 오멘 시리즈는 이번 2006년판까지 한다면 총 5편. 그런데 어째서 영국과 미국이 번갈아 가며 내놨을고. 감독도 모두 다르고. 내가 어릴 적 봤던 <오멘>은 앞의 네 편 중 어떤 것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무서웠다. 하지만 2006년에 부활한 오멘은 무섭다기 보다 귀여웠다. 뭐냐 <오멘>이라서 잔뜩 기대했건만 앙증맞고 귀여운 아이를 내보내다니. 좀더 무섭게 해야지. 좀더 많이 죽이고. 좀더 잔인하게. (나 싸이고 같아)

  2006년 6월 6일 개봉. 666이 만들어지는 날짜이다. 게다가 개봉시간이 밤 12시 6분이었다지. 그래서 그런가. 악마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6자가 네 개라서? 쨌든 개봉일에 이 영화를 보려던 나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 밤 12시 6분에 보려면 밤새야하잖아 - 이후 아무 의미 없는 평일에 보다. 너무나 무섭지 않아서, 물론 가끔 놀래키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시시했던 영화다. 차라리 전편이 더 낫다. 어릴 때 봐서 무서웠던건가 아니면 원래 전편이 더 무서웠던 것일까. 전편을 찾아 다시 봐야겠다.



* 그러고 서있으면 니가 무서울거 같아? 안 무서워. 녀석 귀엽기는.



* 뭘봐. 볼따구에 바람 잔뜩 집어넣고 그렇게 째려보면 뭐좀 있어보여? 녀석. 양 볼따구를 확 쳐서 바람을 빼버릴라.

  데미안. 악마의 자식이 부활한다. 진짜 아이는 어디가고 가짜 아이가 내 아들이 되었다. 엄마는 모른다. 아빠는 안다. 신부님도 안다. 하지만 아빠도 진짜 아이가 유산된게 아니라 타살되었다는 사실은 모른다. 나중에야 알게 되지만. 이것은 모두 계획이었다. 악마의 자식을 부활시키려는. 아이는 한번도 아파 본 적도 없고, 서글서글하지도 않고, 친구도 없는 듯하고, 말도 없다. 엄마는 아이를 사랑하지만 아이가 뭔가 이상하다는 낌새를 챈지 얼마 안돼 이층 복도에서 뚝 떨어지고, 새로 들어왔다는 가정부는 사건을 종결짓는다. 이 모든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정말. 나의 아이를 죽여야만 하는 아버지의 심정은 오죽 했을까. 그러나 역시 성공하지 못한다. 그래야 나중에 오멘 6편이 나올거 아녀? 계속 읅어먹어야지.

  전편과 그다지 다를 만한 뭔가를 찾지 못했고, 오히려 긴장감과 공포감은 반감된 영화. 에이 2006년판을 보느니 그냥 전편을 찾아다 하나씩 보길 권한다. 약해 약해. 귀여운 저 녀석 데미안 보는 재미에 그래도 위안 삼는다. 아유 귀여운 녀석. 확 꼬집어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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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6-23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작을 만든 리처드 도너라는 감독의 작품을 살펴보면 재미있습니다..^^
슈퍼맨부터 식스틴블럭까지..거기다가 제가 제일 아쉬워하는 영화인 레이디 호크
도 있군요..^^

마늘빵 2006-06-23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리처드 도너가 슈퍼맨도, 식스틴블록도 만들었나요? 다양하게 나가네요. 예전걸 다시 봐야겠어요.

해리포터7 2006-06-23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저두 오멘이라면 그레고리팩나오는 거 아닌가요?그게 젤루 무서웠던거 같아요.

프레이야 2006-06-23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에 봤던 오멘의 그 오싹한 기억이 스물스물~~ 근데 저 아이 정말 귀엽네요^^

마늘빵 2006-06-23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리포터님 / 아 아마도 그걸 본거 같아요. 다시 찾아볼거에요.
배혜경님 / 저 아이 하는 짓도 귀여워요. 자기딴에는 무섭게한다고 한거 같은데 귀엽기만 하던데. ㅋㅋ

Mephistopheles 2006-06-23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레고리 팩이 나왔던 것이 1편입니다...^^
1편 마지막에 결국에는 죽습니다...^^

마늘빵 2006-06-23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메피스토님 죽나요? 음... 죽었다 살아났구나. 하긴 그러니까 부활이지. ㅋㅋ
 



  프랑스의 냄새가 짙게 풍겨나는 영화였다. 앞서 본 <레밍>에서의 그 느낌도 받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레밍>이 더 재미났다. 물론 <레밍>과 <친밀한 타인들> 사이에는 '프랑스 영화'라는 점을 빼고는 어떠한 연관관계도 찾을 수가 없었지만, '낯선 이들을 통해 느끼는 사랑'이라는 점에서 이 영화를 보며 <레밍>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친밀한 타인들>이 가지고 있는 '낯선이에게서 사랑을' 이라는 개념과 <레밍>이 가지고 있는 '낯선이에게서 사랑을'이라는 개념은 확실히 다른 차원의 것이지만(두 영화 모두 본 사람들이라는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알터).

  전혀 면식이 없는 누군가가 내게 그의 사생활에 대해 시시콜콜 이야기 한다면.
  그 혹은 그녀가 미남이거나 미녀라면.
  그 혹은 그녀가 나에게 털어놓는 이야기가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에 관한 이야기라면.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친밀한 타인들>은 제목에서 느껴지듯 전혀 알지 못하는 한 여자와 한 남자가 만나 이루어지는 '친밀한 관계'를 그려낸다. '타인'이라는 단어가 안겨주는 '낯섦'과 '친밀한'이라는 단어가 안겨주는 '친근함' 은 서로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가 만나 묘한 모순을 불러일으키는 하나의 말을 만들어낸다. 친근하면서 낯선? 그건 어떤 느낌일까. 그건 하나의 감정일까.



* 이 여자. 담배를 펴고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고 때로는 쇼파에 누워 야릇한 포즈를 취하기도 하는 이 여자. 그 남자에게 다가간다. 그녀가 의도 하지 않았더라도. 이미 그 남자는 그녀에게 빠졌다. "남편이 내 몸에 손 안댄지가 6개월이나 됐쬬. 예전엔 정말 좋았는데..."



* 이 남자. 어떻게 하면 세금을 적게 낼 수 있을까 고민을 하며 상담을 해주는 이 남자. 어느날 갑자기 예약도 없이 찾아온 한 여자의 엉뚱한 이야기에 빠지고 만다. "나를 심리치료사로 착각했군... 뭐라고 말한담?"

  그대를 심리치료사로 착각하고 찾아와 오자마자 말할 틈도 주지 않고 대뜸 자신의 결혼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 그녀는 황당할 뿐이다. 나는 돈에 관한 상담을 받지, 성생활 상담은 받지 않아요, 라고 말하고 싶지만, 나는 재무상담사이지, 심리치료사가 아니에요, 라고 말하고 싶지만, 이미 때는 늦어버린걸. 그리고 굳이 말하고 싶지도 않았다. 왜 그랬을까? 처음엔 나도 몰랐다. 그저 나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내게서 편안함을 느끼는 그녀에게 잘못된 만남을 되돌려놓고 싶지 않았다. 되려 나는 이 고민을 진짜 심리치료사에게 가 돈을 주고 상담까지 받고 있으니 내가 제정신이야? 한번, 두번 만남이 이루어지고, 약속된 시간에 오지 않는 그녀, 그리고 어느날 갑자기 비맞은 채 들이닥친 그녀가 나는 너무도 그리웠다. 사랑이었다. 사랑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아 그래. 이것이 바로 사랑이구나. 하지만 깨닫지 못한다. 마지막 순간에도. 비로소 그녀가 치료가 다 끝났다고 생각하고 남편과의 결단을 내리며 홀로 떠난 그 빈공간 속에서 그는 사랑의 여운을 느낀다. 그리고 찾는다. 나의 사랑을.

  누군가의 비밀을 듣는다는건 놀라운 체험이다. 그는 내게 자신을 내던졌다. 그리고 나는 죄책감과 동시에 그 은밀한 쾌락을 즐기고 있다. 누군가의 방을 몰래 훔쳐보는 것은, 상대가 내게 털어놓은 비밀은 아니지만, 내가 상대의 비밀을 엿보는 듯한 쾌락이 아닐까. 영화는 종종 커튼 밖의 여러 사람들의 삶의 모습들을 비춰준다. 그 묘한 매력. 한 집에선 남녀가 서로를 탐닉하고, 한집에선 남녀가 서로 다투고 있고, 한집에선 노인이 신문을 읽고 있다. 누군가를 엿보는 이 짜릿함. 비밀은 나만이 상대를 알고있다는 특별함을 선사해준다. 상대가 털어놓은 비밀이든, 아니면 내가 몰래 훔쳐본 비밀이든.

  남녀가 만나 데이트를 하고, 밥을 함께 먹고, 차를 마시고, 영화를 보는 그 시간은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다. 그리고 마침내 그가 혹은 그녀가 내게 아무한테나 말하지 못할 비밀을 이야기하는 순간, 그는 혹은 그녀는 불쑥 나에게 다가온다. 나도 그 혹은 그녀에게 다가간다. 사랑은 비밀을 타고 전해온다. 또 비밀은 사랑을 타고 전해진다. '비밀'과 '사랑'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아닐까. 서로의 비밀을 말할 수 없다면 그것은 진정 사랑하는 사이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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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6-06-23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로의 비밀을 말할 수 없다면 진정 사랑하는 사이가 아닐까요? 정말요? 그 반대일수도 있답니다. 더 살다보면 알게 되어요^^ 남은 시간도 좋은 하루 마무리하시길..

마늘빵 2006-06-23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런가요. ^^

로쟈 2006-06-24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작년 모스크바영화제 때 본 영화라서 반갑더군요.^^

마늘빵 2006-06-24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거 프랑스에서는 나온지 꽤 된 영화 같더라구요. 2004년으로 표기되어있었던거 같은데.
 



* 스포일러 경고

  "사랑받지못한" 으로 해석하면 적절할까.  처음엔 취향의 문제를 다룬 영화인줄 알았다. 나의 사랑하는 방식과 당신의 사랑하는 방식은 다르다. 그런데 난 당신이 나에게 강요하는 그 방식을 받아들일 수 없다. 그래서 난 당신을 거부하겠다. 이런 서술 과정을 따르는 영화인줄 알았지만, 영화는 그것만 말하려고 한 게 아니었다. 영화의 초반을 보고 영화를 해석했던 나의 이런 생각은 뒤로 가며 여지없이 깨진다. 처음의 나의 해석에 따르면 영화 속 주인공 미츠코는 나만의 방식이 있고 당신의 방식은 나에겐 억압으로 느껴진다. 받아들이기 힘들다. 나에게 강요하지 말라, 라는 식의 메세지가 되므로 문제될 것이 없지만, 후반부로 가며 문제가 되는 것은 미츠코에게 사랑의 방식의 강요한 에이지가 아니라, 에이지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미츠코이다. 미츠코와 에이지의 관계의 양상은 고스란히 히로시와 미츠코의 관계로 전이된다.



* 이 옷은 나에겐 너무나 어색해. 비싸고 좋은 옷이란 걸 알지만 나에겐 맞지 않는 것 같아.

  장면 하나.
  - 현재의 삶에 만족을 느끼고 능력이 되지만 승진도 싫고 돈도 있지만 더 넓은 곳에서 더 풍족하게 사는 것을 거부하는 미츠코. 이런 미츠코에게 어느날 사랑이 다가왔다. 이혼 경력이 있지만 유능하고 돈 많은 벤처 기업가 에이지가 시청 말단 공무원인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두 사람은 이내 사랑에 빠지고, 잠자리를 함께 한다. 지금껏 살아왔던 방식이 달랐던 두 사람, 에이지는 자신이 누리고 있는 풍족한 삶으로 미츠코를 초대하지만 미츠코는 완강히 거부한다. 삶이 방식이 다르다. 그것이 이유다. 에이지는 자신이 잘못한게 있기 때문에 미츠코가 이러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이내 깨닫는다. 그것이 미츠코의 진짜 이유란 걸. 그는 이런 미츠코를 이해할 수 없다. 도저히.

* "왜 도대체 뭐가 문젠데." "난 이런 생활이 싫어 싫다고"

  장면 둘. 
  - 에이지를 보내고 미츠코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편의점에서 동전을 빌렸던 아랫집 청년. 그는 택배회사에서 일한다. 비록 몸은 고되지만 행복해보인다. 또 그가 사는 집은 미츠코의 집과 다를 바 없다. 미츠코는 자신과 비슷한 생활을 하는 이런 히로시가 자신에게 상류생활을 강요하는 에이지보다 훨씬 좋다. 두 사람의 첫날 밤, "나 너무 행복해" 라고 말하던 미츠코의 말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미츠코는 행복했을지 모르지만 히로시는 행복하지 않았다. 히로시는 에이지를 버리고 자신에게 온 미츠코가 부담스럽다. 미츠코는 지금에 만족하지만 나는 에이지와 같은 생활을 누리고 싶다. 나도 이런 지긋지긋한 생활에서 벗어나 차고 끌고 다니고 비싼 양복도 입고, 비싼 식당에서 밥먹고, 여자에게 비싼 선물도 하며 그렇게 지내고 싶다.

 

  어느 누구도 행복하지 않다. 사랑은 쉽지 않다. 미츠코, 에이지, 히로시 세 사람은 각기 모두 다른 생활방식과 다른 사랑의 방식을 가지고 있다. 솔직하지만 내가 소중한 미츠코, 그녀는 결국 자신에게 다가온 에이지로부터도, 자신이 다가간 히로시로부터도 사랑을 받지 못했다. "사랑받지 못한"은 미츠코를 향한다. 너무나 자아가 강해 타인이 그녀의 내면으로 들어올 수 없는 커다란 벽을 만들어놓은 그녀는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누군가로부터 사랑을 받을 수 없는 존재다. 사랑하고 사랑받기 위한 조건 하나, 우선 마음을 열 것. 상대방이 내 안으로 들어올 수 있게 벽을 허물 것, 천천히 그를 받아들일 것. 사랑은 결국 관계맺음으로부터 시작한다. 한 사람과 한 사람이 만나 이루어지는 관계에 있어서의 어려움은 사랑이라는 다음 단계를 보장하지 않는다. 사랑하기 위해서, 사랑받기 위해서 먼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버릴 것.

  영화 속의 미츠코는 현실의 나였다. 자아가 강해 나만의 방에서 나오지 않는 현실의 나였다. 나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나만 소중하고 상대는 그렇지 않다고 여기는. 겉으로는 사랑한다 사랑한다 말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사실은 상대보다 나를 더 사랑했던, 현실의 내 모습이다.  어느 순간 다가온 누군가의 몸짓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관계맺음에서 혼란을 겪는 내 모습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더욱 깊게 다가왔다.

  영화는 수없이 많은 대사를 쏟아낸 것치고는 그것이 말하려고 한 메세지가 너무나 약했다. 영화를 통해 좀더 많고 다양한 사랑의 문제들에 대해 생각하고 싶었던 나로서는 그 많은 대사들이 조금은 허무하고 무의미하게 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다시 보고픈 영화이기도 하다. 나의 내면을 건드려놓은 영화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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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물 있어! 없어! 있다니깐! 없어. 내가 20년을 찾아봤는데 없어!   
  보물이 있을가 없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있다. 있으니깐 영화가 되는거지.

  <다빈치코드>와 같은 실제하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허구를 만들어낸 '팩션' 영화들은 정말 속아넘어가기 딱이다. 지금도 그것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진실이고 거짓인지 감이 안온다. 어쩌면 진실과 거짓을 나누는 기준 또한 정해져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주장에 따라 다른지도 모른다. 그러니 논쟁거리가 되겠지.



* 오 조금만 더 가까이 가면 눈맞겠는걸? 뭘 그렇게 열심히 들여다보세요?



* 아니 이런 밀실이. 이안 일당에게 잡혀 보물찾기를 돕고 있는 벤자민 일당. 놀라운 단서의 연속.

  <내셔널 트래져>에서는 미국의 초기 대통령들이 숨겼을 것으로 추정되는 보물찾기 놀이가 한창이다. 있을까 없을까. 20년 찾아헤매다 세월 다 보낸 아버지는 없다고 하고, 그의 아들 벤자민은 미국 독립선언문 뒤의 보이지 않는 보물지도를 위해 박물관을 털기까지 한다. 오 <미션 임파서블>의 탐 크루즈도 울고갈 놀라운 기술. 탐은 어렵게 터는데 니콜라스 게이지는 쉽게 턴다. 항상 뭔가 약먹은 듯 보이는 니콜라스 케이지. 어리숙해보이지만 솜씨 좋다. 그러니깐 얘도 탐처럼 한참 연하를 꼬셨잖아. -_- 부럽니? 부럽니? 아니 머 그냥 그렇다고. 니콜라스는 이번에도 역시 영화 속에서 젊고 이쁜 박사 하나를 꼬신다. 꼬셨다기 보다 자연스럽게 넘어왔다고 해야하나? 그것이 진정한 꼬심이 기술. 
 
   여튼간 보물을 수호한다고 주장하는 벤자민 일당과 보물을 빼앗으려는 이안 일당의 싸움. 그리고 중간에 말려든 이쁜 박사 하나. 쫓고 쫓기는 추격전과 보물지도를 따라 단서를 물고 물고 들어간 지하 5층 규모의 밀실은 마치 <인디아나존스>를 보는 듯 하다. 어쩌면 그렇게도 단서를 쉽게 찾아내고 다 끝났을 것 같은 상황에서도 또 쉽게 암호를 해독할까. 보물찾기 놀이를 위한 조건. 첫번째, 머리가 똑똑할 것. 웬만큼 똑똑한걸로는 안된다. 둘째, 수영과 간단한 격투기에도 능해야한다. 셋째, 뽀뽀도 잘해야 한다. -_- 그래야 인질(?)이 안도망가지.

  이런 모험영화는 그냥 쇼파에 누워 즐겨줘야한다. 아 재밌구나. 다음에는 또 어떤 단서와 암호가 나올까. 우리를 쫓는 일당을 무슨 속임수로 또 쫓아내버릴까. 이런 재미. 타임킬링용으로 매우 적합. 니콜라스 케이지의 액션(?) 연기는 아직 볼만하다. (그는 실제로 여기저기 막 뛰는 영화에 자주 출연하지만 천하무적이어서 악당을 단번에 쓰러뜨리든가 하는 연기는 하지 않는다. 평범해보이지만 위기관리 능력이 뛰어난 역할을 자주 도맡는다고나 할까. 실제 액션을 한다면 오히려 맞는 연기가 어울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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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 경고

  <창작 뮤지컬 루나틱> 

  영화는 많이 본다 생각하지만, 연극, 뮤지컬, 오페라 이런건 정말이지 잘 안가게 된다. 왜냐면. 영화는 혼자가도 이상하지 않지만 연극이나 뮤지컬은 혼자보면 이상하니까. (뭐가 이상해. 편견을 버려. 아냐 그래도 이상해. 넘 쓸쓸해 보이잖아.)

  아마도 대학 2학년 <고도를 기다리며>를 본 이후 연극, 뮤지컬 통틀어 처음이지 않을까 싶다. 아하. 작년에 하나 봤구나. 이걸 깜빡했군. 그래도 20살때부터 지금까지 해봐야 세편이 고작. 너무하다 싶다. 나도 이런거 보는거 좋아하는데. 같이 갈 이가 없으니 그럴 밖에. 또 영화에 비해 가격도 좀 비싸기도 하고. 물론 그냥 영상 틀어놓는 영화와 달리 배우들이 직접 나서서 열연하는 연극이나 뮤지컬이 훨씬 더 값을 쳐줘야 한다는데는 동의하지만.

  매우 만족스런 공연이었다. 공연 시작과 동시에 한쪽에선 공연 배경 음악이 라이브로 보여지고, 한쪽에선 배우들이 환자복을 입고 등장, 관객맞이를 한다. 패륜범죄를 다룬 짜깁기 뉴스가 보여지고, 이는 앞으로 진행될 공연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가를 말해준다. 미친 세상. 그렇다. 뮤지컬이 보여주려고 하는건 한 배우의 말마따나 "바로 이 미친 세상".

  하나. 여자꼬시기에 탁월한(?) 재주를 가지고 있는 한 녀석. 결혼한 친구의 아내를 꼬드기고 결국 그녀는 사랑에대한 배신감에 강으로  풍덩. 둘. 병을 해고 당한 남편의 퇴직금을 받아 내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한 여자, 결국 미쳐버렸다. 개방적인 아버지가 되고자 했던 한 남자, 아들을 어른이 되게 해주겠다며 사창가로 보내고 결국 몸에 붉은 반점이 돋아나기 시작한 아들은 저 세상으로 갔다. 그리고 아버지는 어긋한 자식사랑에 스스로 미쳐버렸다.

  정신병원에 수감된 환자들의 집단토론으로 진행되는 공연은, 매일같이 신문지상에 오르내리는 정말 어처구니 없다 생각되는 특이한 사례들을 내용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말 그대로 '특이'한 사건이기에, 배우가 관객을 향해 "아직도 당신들이 정상이라고 생각하세요?" 라고 질문을 던진 부분에서는 "우리는 비정상이다" "우리는 미쳤다"라고 답하기 곤란하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 모두가 조금씩은 미쳐있다고 결론내리기 위해서는, 관객으로부터 그런 대답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좀더 '특이' 하지 않은 사례를 내용으로 삼았어야 했다. 어쩌면 기획자와 배우들은 좀더 약하고 관객에 가까운 사례를 찾기보다 극단적인 사례를 찾아 공연함으로써 기획의도를 드러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주제는 강하고 선명할수록 더 쉽게 와닿으니까.

  한가지 더. 공연 막바지 '정상인'을 '비정상인'으로 둔갑시키는 반전은 정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예기치 못한 곳에서 등장한 복병. 자연스러운 배우와 관객의 만남이라 생각했던 그것이, 연출된 상황이었다는 것에 입이 쩍 벌어진다. 재밌고, 유쾌한 공연이었다. 하지만 관객에게 뭔가 '생각거리'를 던져주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치명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원래 기획의도는 바로 그것이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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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6-11 19: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늘빵 2006-06-11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 ㅋㅋㅋ 저건 공짜로 본건데. 뮤지컬이나 오페라는 역시 비싸서(공연에 비해 비싼건 아니지만) 망설이게 됨. 자금 사정 안좋을 땐 자제해야지.

비로그인 2006-06-12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3월달엔가 보러갔었어요.
공짜는 아니구 거금투자해서 젤 좋은 자리에 앉았었는데 ^^
즐겁게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기회되면 또 보고 싶어요

마늘빵 2006-06-12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셔고양이님/ 이거 보셨군요! 재밌죠? ^^ 메시지는 좀 약했지만 정말 많이 웃었습니다. 저도 좋은 자리에 앉아서 봤어요. 공짜였지만 어느 행사에서 주관해서 한거라. 편집증석이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