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 그런 것이었다. <오멘>은 공포영화가 아니었다.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런 꼬마에 대한 이야기였다. 어찌나 귀엽던지. 양 볼에 바람집어넣고 뾰루퉁하고 쳐다보고 있는 그 녀석. 아유. 그런 아들 하나 있었음 좋겠다(결혼이나 하고 말해!). 어쩜 그렇게 귀엽던지 녀석.
<오멘>이 부활했다. 76년에 시작된 오멘 1편은 리차드 도너라는 감독을 통해 영국국적으로 선보였다. 78년에 나온 오멘 2편은 돈 테일러라는 감독을 통해 미국에서 나왔다. 그리고 3년 뒤 81년 그레이엄 베이커라는감독을 통해 다시 영국에서 3편이 나왔고, 그로부터 10년 뒤인 91년 호르헤 몬테시 라는 감독을 통해 미국에서 4편을 내놨다. 고로 지금까지 나온 오멘 시리즈는 이번 2006년판까지 한다면 총 5편. 그런데 어째서 영국과 미국이 번갈아 가며 내놨을고. 감독도 모두 다르고. 내가 어릴 적 봤던 <오멘>은 앞의 네 편 중 어떤 것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무서웠다. 하지만 2006년에 부활한 오멘은 무섭다기 보다 귀여웠다. 뭐냐 <오멘>이라서 잔뜩 기대했건만 앙증맞고 귀여운 아이를 내보내다니. 좀더 무섭게 해야지. 좀더 많이 죽이고. 좀더 잔인하게. (나 싸이고 같아)
2006년 6월 6일 개봉. 666이 만들어지는 날짜이다. 게다가 개봉시간이 밤 12시 6분이었다지. 그래서 그런가. 악마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6자가 네 개라서? 쨌든 개봉일에 이 영화를 보려던 나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 밤 12시 6분에 보려면 밤새야하잖아 - 이후 아무 의미 없는 평일에 보다. 너무나 무섭지 않아서, 물론 가끔 놀래키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시시했던 영화다. 차라리 전편이 더 낫다. 어릴 때 봐서 무서웠던건가 아니면 원래 전편이 더 무서웠던 것일까. 전편을 찾아 다시 봐야겠다.

* 그러고 서있으면 니가 무서울거 같아? 안 무서워. 녀석 귀엽기는.

* 뭘봐. 볼따구에 바람 잔뜩 집어넣고 그렇게 째려보면 뭐좀 있어보여? 녀석. 양 볼따구를 확 쳐서 바람을 빼버릴라.
데미안. 악마의 자식이 부활한다. 진짜 아이는 어디가고 가짜 아이가 내 아들이 되었다. 엄마는 모른다. 아빠는 안다. 신부님도 안다. 하지만 아빠도 진짜 아이가 유산된게 아니라 타살되었다는 사실은 모른다. 나중에야 알게 되지만. 이것은 모두 계획이었다. 악마의 자식을 부활시키려는. 아이는 한번도 아파 본 적도 없고, 서글서글하지도 않고, 친구도 없는 듯하고, 말도 없다. 엄마는 아이를 사랑하지만 아이가 뭔가 이상하다는 낌새를 챈지 얼마 안돼 이층 복도에서 뚝 떨어지고, 새로 들어왔다는 가정부는 사건을 종결짓는다. 이 모든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정말. 나의 아이를 죽여야만 하는 아버지의 심정은 오죽 했을까. 그러나 역시 성공하지 못한다. 그래야 나중에 오멘 6편이 나올거 아녀? 계속 읅어먹어야지.
전편과 그다지 다를 만한 뭔가를 찾지 못했고, 오히려 긴장감과 공포감은 반감된 영화. 에이 2006년판을 보느니 그냥 전편을 찾아다 하나씩 보길 권한다. 약해 약해. 귀여운 저 녀석 데미안 보는 재미에 그래도 위안 삼는다. 아유 귀여운 녀석. 확 꼬집어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