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 경고

  <창작 뮤지컬 루나틱> 

  영화는 많이 본다 생각하지만, 연극, 뮤지컬, 오페라 이런건 정말이지 잘 안가게 된다. 왜냐면. 영화는 혼자가도 이상하지 않지만 연극이나 뮤지컬은 혼자보면 이상하니까. (뭐가 이상해. 편견을 버려. 아냐 그래도 이상해. 넘 쓸쓸해 보이잖아.)

  아마도 대학 2학년 <고도를 기다리며>를 본 이후 연극, 뮤지컬 통틀어 처음이지 않을까 싶다. 아하. 작년에 하나 봤구나. 이걸 깜빡했군. 그래도 20살때부터 지금까지 해봐야 세편이 고작. 너무하다 싶다. 나도 이런거 보는거 좋아하는데. 같이 갈 이가 없으니 그럴 밖에. 또 영화에 비해 가격도 좀 비싸기도 하고. 물론 그냥 영상 틀어놓는 영화와 달리 배우들이 직접 나서서 열연하는 연극이나 뮤지컬이 훨씬 더 값을 쳐줘야 한다는데는 동의하지만.

  매우 만족스런 공연이었다. 공연 시작과 동시에 한쪽에선 공연 배경 음악이 라이브로 보여지고, 한쪽에선 배우들이 환자복을 입고 등장, 관객맞이를 한다. 패륜범죄를 다룬 짜깁기 뉴스가 보여지고, 이는 앞으로 진행될 공연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가를 말해준다. 미친 세상. 그렇다. 뮤지컬이 보여주려고 하는건 한 배우의 말마따나 "바로 이 미친 세상".

  하나. 여자꼬시기에 탁월한(?) 재주를 가지고 있는 한 녀석. 결혼한 친구의 아내를 꼬드기고 결국 그녀는 사랑에대한 배신감에 강으로  풍덩. 둘. 병을 해고 당한 남편의 퇴직금을 받아 내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한 여자, 결국 미쳐버렸다. 개방적인 아버지가 되고자 했던 한 남자, 아들을 어른이 되게 해주겠다며 사창가로 보내고 결국 몸에 붉은 반점이 돋아나기 시작한 아들은 저 세상으로 갔다. 그리고 아버지는 어긋한 자식사랑에 스스로 미쳐버렸다.

  정신병원에 수감된 환자들의 집단토론으로 진행되는 공연은, 매일같이 신문지상에 오르내리는 정말 어처구니 없다 생각되는 특이한 사례들을 내용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말 그대로 '특이'한 사건이기에, 배우가 관객을 향해 "아직도 당신들이 정상이라고 생각하세요?" 라고 질문을 던진 부분에서는 "우리는 비정상이다" "우리는 미쳤다"라고 답하기 곤란하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 모두가 조금씩은 미쳐있다고 결론내리기 위해서는, 관객으로부터 그런 대답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좀더 '특이' 하지 않은 사례를 내용으로 삼았어야 했다. 어쩌면 기획자와 배우들은 좀더 약하고 관객에 가까운 사례를 찾기보다 극단적인 사례를 찾아 공연함으로써 기획의도를 드러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주제는 강하고 선명할수록 더 쉽게 와닿으니까.

  한가지 더. 공연 막바지 '정상인'을 '비정상인'으로 둔갑시키는 반전은 정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예기치 못한 곳에서 등장한 복병. 자연스러운 배우와 관객의 만남이라 생각했던 그것이, 연출된 상황이었다는 것에 입이 쩍 벌어진다. 재밌고, 유쾌한 공연이었다. 하지만 관객에게 뭔가 '생각거리'를 던져주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치명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원래 기획의도는 바로 그것이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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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6-11 19: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늘빵 2006-06-11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 ㅋㅋㅋ 저건 공짜로 본건데. 뮤지컬이나 오페라는 역시 비싸서(공연에 비해 비싼건 아니지만) 망설이게 됨. 자금 사정 안좋을 땐 자제해야지.

비로그인 2006-06-12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3월달엔가 보러갔었어요.
공짜는 아니구 거금투자해서 젤 좋은 자리에 앉았었는데 ^^
즐겁게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기회되면 또 보고 싶어요

마늘빵 2006-06-12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셔고양이님/ 이거 보셨군요! 재밌죠? ^^ 메시지는 좀 약했지만 정말 많이 웃었습니다. 저도 좋은 자리에 앉아서 봤어요. 공짜였지만 어느 행사에서 주관해서 한거라. 편집증석이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