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의 역습
모집 라티프 지음, 이혜경 옮김 / 현암사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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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여름이 가장 더울 전망입니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아나운서는 이렇게 말한다. 올 여름이 가장 덥습니다. 라고. 아니 왜 매년마다 올 여름이 가장 덥대. 정말 그러니까 그렇게 말하는거다. 매년 지구의 평균 온도는 점점 상승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지구의 평균 온도는 15도 정도라고 하지만 최근의 지구의 평균 온도는 15.6도까지 올라갔다고 한다. 0.6도 차이가 뭐 그리 대수일까, 생각도 들겠지만, 감기 걸렸을 때를 생각해보라. 사람 몸의 온도가 38도라고 하는데, 감기 걸렸을 때 39도만 되면 어찌되는지를. 지구도 마찬가지다. 지구가 앓고 있다. 

 제임스 러브룩은 가이아 이론을 통해서 지구를 대지의 여신인 가이아에 비유해 하나의 살아있는 생명체로서 바라봤다. "모든 유기적인 생명체들은 자체의 피드백을 통한 제어가 가능해서 그 복잡한 시스템의 안정을 유지할 수 있는데, 지구의 경우도 그렇닫는 것이 가이아 가설의 요지이다. 그래서 주변의 온도가 심하게 변동되어도 인간이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듯 지구시스템도 스스로 자신을 조절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러브룩은 한때 네이처지에 프레온가스가 지구에 무해하다고 발표했다가 이를 후회하기도 했다고 한다. 좀 더 엄밀하게 말했어야 했는데 말이다. 프레온 가스는 물론 지표에서 가까운 대류권에 있을 땐 무해하다. 하지만 이것이 더 높은 성층권으로 올라갔을 땐 심각한 위협을 가한다. 오존층을 파괴해 구멍을 뻥뻥 뚫어놓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는 모든 것의 주범이다. 북극에서 빙하가 녹아 북극곰들이 익사한단 소식을 들었다. 북극곰은 빙하 위에서만 살지 바닷물에서는 못산다. 그 녀석들은 빙하가 녹으면 다른 빙하를 찾아 바다를 헤엄치다가 바다 속에서 익사해버린다고 한다. 얼마전 신문에는 2050년이 되면 지구의 동식물 30-30% 가량이 멸종한다는 기사가 떴다. 이 정도 수치면 대단히 높은 거다. 북극곰도 어쩌면 그 대상에 포함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지금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흔한 동식물들은 우리가 좀 더 나이를 먹었을 때 볼 수 없게 된다. 이건 현실이다. 지구는 병들고 있고, 우리는 당장 나의 삶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하여 무감각하게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영국에서는 5월 정도가 되면 우리나라의 땡볕 날씨가 된다고 한다. 그 나라에서는 7,8월이 되면 사람들이 선그라스에 마스크에 긴팔옷을 입고 돌아다녀야 한다. 여행을 안가봤으니 뭐라 단정지어 말하긴 힘들다. 일부는 시원한 옷차림을 할테고 일부는 긴팔로 피부를 보호하며 다닐 것이다. 사람들이 죽어가는 그 더운 여름에 긴팔 옷을 입고 외출을 해야한다니. 그 정도의 생활의 변화가 와야만  사람들은 아 뭔가 기후에 문제가 있구나, 하고 생각하게 된다.

  엘 고어는 대통령 선거 패배 후 정치인에서 환경운동가로 변신을 했다. 그것이 컨셉이건 아니면 그의 진심이건 간에 상관없이 그는 지구 곳곳을 돌아다니며 1000회 이상의 지구온난화에 대한 강연을 했다고 한다. 그것을 영화로 만든 것이 <불편한 진실>이다. 이 영화는 친절하게 온갖 사진과 도표를 제시해주며, 또 짧은 애니를 보여주며 지구온난화가 얼마나 위험한지, 그 위험이 얼마나 가까이 다가왔는지를 자세히 설명해준다.  <투마로우>는 온난화 이후의 빙하기의 도래를 그려낸 영화다.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빙하기를 맞이하지는 않겠지만, 빙하기는 생각보다 빨리 다가오고 있다. 영화는 곧 현실이 된다.

  이 책은 온난화에 대한 아주 친절한 해설서는 아니다. 온난화에 관한 많은 책들이 나와있는데 대개가 두껍고 비싸다. 이 책은 정가 8,500원에 171쪽 분량으로 상대적으로 얇은 편에 속하니 부담없이 워밍업 삼아 읽어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앎의 욕구를 충족시키기는 힘들 것이다. 그저 이 책은 현재 지구 곳곳에 나타나는 이상기후 현상이 자연에 의한 것이 아니라 인간에 의한 것임을 자료를 통해 증명해내고 있다. 그것이 인간의 잘못이라는 것을. 인간의 행동을 통해 지연시킬 수 있고, 개선시킬 수 있음을 주장한다. 


 p.s. 이 책은 재생지로 만들어져 매우 가볍다. 얼마전 신문에서 본 지구온난화를 방지하는 일상적인 실천 방안 중 이런 것이 있었다. 넥타이를 하지 말것, 메일은 이메일로 받을 것. 넥타이를 하지 않으면 목이 답답하지 않으니 에어콘을 덜 틀게 될 것이다. 하지만 종이메일이 왜 문제가 될까. 생각해보면 지구온난화는 이산화탄소가 주범이고, 공기중에는 산소는 많다. 그렇다면 탄소가 산소와 만나지 않게 해야 하는데, 우리가  사용하는 종이에는 탄소 성분이 많이 들어가 있다. 종이의 질이 좋아질수록 더더욱 탄소성분은 많아진다고 한다. 아마도 이 때문에 종이메일보다 이메일을 권장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순전히 나의 추측일 뿐이다. <기후의 역습>은 재생지를 사용함으로써 이에 기여하고 있다. 책의 몸체와 책의 내용이 일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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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꼬 2007-05-01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편한 진실>은 읽는 내내 정말 불편했어요. -_-;; 오프라 윈프리 쇼에서 (이 긴 이름을 제가 맞게 쓴 건가 몰라요) 엘 고어가 나와서 아주 쉽고도 충격적(!)인 강의를 하더군요. 말씀하신대로 그게 컨셉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저는 책에서나 방송에서나 진심을 느꼈답니다. 말과 행동이 일치해보였기 때문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책의 몸체와 책의 내용이 일치한다"는 님의 마지막 문장을 읽고 나니 이 책이 읽고 싶어졌어요. 고맙습니다. :)

짱꿀라 2007-05-01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부터 덥다는 징후가 여기저기 나오고 있습니다. 참 인간들이 자연을 파괴하더니 이제는 오히려 천천히 역습을 당하는 꼴이 되었네요. 잘 읽고 갑니다. 이제 더 이상 자연을 파괴하는 행위는 하지 말아야 할텐데........

미미달 2007-05-01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엘 고어의 작품이 상을 받는 것을 보고는
가슴이 뭉클했다는 ...

BRINY 2007-05-01 0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1년에 며칠 편하자고 에어컨 사는 건 참도록 하겠습니다.

마늘빵 2007-05-01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 네. 엘 고어네 집에서 전기를 엄청 소비하더라, 라는 누군가의 발언내용이 있긴 했지만, 그것이 진짜라 하더라도 지명도 높은 인사의 열정적인 강연만으로도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고 바라볼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죠. 영화는 봤는데 책은 아직이에요. 그것도 봐야지요.
산타클로우슬리님 / 네 벌써 많이 덥죠. 전 땀이 많아서 더위에 매우 약한데 큰 일 입니다. 오히려 조금씩 추워졌음 좋겠어요.
미미달 / 음. 그건 아직 모르는데. 그랬군.
브라이니님 / 저도 집엔 에어콘이 없어요. 선풍기만 세 대인데 저도 매우 힘들어요. 땀이 많거든요.

백년고독 2007-05-03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 참으로 덥다는데 벌써부터 고민이네요.
그래도 사람냄새나는 종이메일이 좋은데...^^

마늘빵 2007-05-03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년고독님 / 저도 걱정입니다. 땀 무지 많습니다. 저. 여름엔 윗옷 벗어 짜면 세탁기 탈수물 만큼이나 나옵니다. -_-
 
아테네인 스파르타인 살림지식총서 173
윤진 지음 / 살림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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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대 그리스의 철학에 관심이 있으니 고대 그리스의 역사적 배경과 사건들에도 관심이 가고, 최근 영화 <300>을 통해 테르모필레 협곡 전투와 스파르타의 레오니다스 왕에게도 관심이 가서 관련된 책 중 간단하게 볼 수 있는게 없을까 해서 집어든 책이다.

  살림지식총서는 매우 얇고 가벼워 가방을 따로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이거 하나만 들고 다니며 볼 수 있다. 지식총서가 나온지 꽤 오래되었고 그 중 괜찮은 책들도 많이 발견했던지라 그저 믿고 보고 있다. 아마 시리즈로 사놓았다면 보지 않았을 것이고, 관심있는 분야가 새로 생길 때마다 지식총서 중 관련된 것들이 없나 둘러보게 된다. 이번엔 그것이 그리스가 되었고, <아테네인, 스파르타인>이 된 것이다.

  현재 충북대학교 사학과 교수로 있는 윤진 교수가 쓴 책으로, 그는 이미 이전부터 스파르타와 헬레니즘 시대에 관한 논문과 책들로 이 분야 전문가로 볼 수 있겠다. 저자는 이 책을 쓰게 된 동기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아테네와 스파르타는 고대로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한 쌍으로 같이 다루어져 왔고, 또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나를 언급하면 다른 쪽도 같이 떠올리게 된다. ... 중략 ... 이 책은 이 대조적인 면과 공통적인 부분에 대한 이해를 조금이라도 넓혀보고자 쓰기 시작했다. 독자들이 현대 서구 문명의 기반 중의 하나인 고대 그리스 문명에 대해 보다 나은 이해를 얻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다지 썩 훌륭한 책은 아니다. 이 얇고 작은 책자 안에 새로운 뭔가를 담아내는 작업은 힘에 부칠 것이다. 한정된 지면안에 자신이 꾸리고자 했던 바를 모두 나열하는건 힘겹다. 이 책에 대해 한 마디로 말하자면, 그저 '아테네와 스파르타에 대한 잘 만들어진 한편의 보고서'라고 요약할 수 있겠다. 그 이상의 의미를 갖기는 힘들다. 아테네와 스파르타를 수호신, 종교, 축제, 경기, 교육, 정치 등의 분야를 통해 비교하고 있지만 썩 선명하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얇은 책자이지만 조그만 흑백사진이라도 넣어가며, 전투와 동맹을 설명할 땐 작은 지도라도 있었다면 좋았겠다 싶다. 역사와 문명, 전쟁사를 그냥 글로만 읽자니 텁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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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인 스파르타인 살림지식총서 173
윤진 지음 / 살림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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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플로타르코스에 따르면 스파르타 여성들은 남자들과 자유롭게 어울리고 운동을 함께 하였다. 그는 또 말하기를 뤼쿠르고스가 젊은 여성들이 옷을 벗고 운동하고, 행진하도록 쿠르고스가 젊은 여성들이 옷을 벗고 운동하고, 행진하도록 했는데, 그는 이에 대해 "지나친 소심함이나 밖으로 나오는 것에 대한 두려움 등 여성답다고 여겨지는 모든 태도를 버리도록 하기 위함"이라 말했다. 이 놀라운 관습을 변명하기 위해 그는 곧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였다. "젊은 처녀들이 벌거 벗었어나 부끄러움이란 없었고, 정숙했으며 음탕함은 배제되었다. 이는 젊은 여성들에게 소박함과 건강에 대한 관심을 가르치고, 고상한 정신을 지니도록 한 것이다. 그럼으로써 여성들도 고귀한 행동과 영광을 추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 것이다" 그러나 스파르타의 처녀들이 운동과 행진에서 벌거벗고 다녔다는 것이 사실인지는 조금 의심스럽다. -38-39쪽

이를 위해 훈련은 매우 이른 나이, 7세부터 시작되었다. 이로부터 6년간은 파이디온이라는 등급에 속해 있으며, 기초적인 교육을 받게 된다. 그리고 13세기 되었을 때,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가게 된다. 이 시기부터 6년간은 아마도 헤본으로 불렸던 것으로 보인다. 머리는 짧게 잘라야 했고, 신발도 신지 못했으며, 단 한 겹의 옷만으로 사철을 견뎌내야만 했다. 잠자리는 에우로타스 강변에서 손으로 직접 뜯은 골풀로 마련해야 했고, 그리 많지 않은 식사량을 보충하기 위해 때로는 먹을 것을 훔쳐야만 했다. 그러다가 붙잡히면 심하게 얻어맞는 것은 예사였다. 훔치는 것이 나쁘다는 도덕적인 면에서의 처벌이 아니라, 단지 붙잡혔다는 이유에서였다. 19세가 되면 에이렌 등급이 되었다. 이때부터는 전투에 나가는 것이 가능했고, 소년들로 이루어진 소대의 감독자, 즉 소대장이 되었다. 24세가 되어서야 정식 전사가 되며, 30세가 넘으면 시민권을 획득하게 된다. 그리고 이 나이가 되면 병영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가정을 꾸리게 된다. (스파르타)-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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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
모집 라티프 지음, 이혜경 옮김 / 현암사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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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량이 증가한다고 해서 전 세계적으로 골고루 증가하지는 않는다. 원래 비가 많이 오던 지역에서는 더욱 많은 강우가 집중되고, 비가 적게 오던 지역에서는 강우가 더욱 줄어들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이미 유럽에서 확인되고 있다. 북유럽의 연간 강우량은 늘어난 반면 지중해 연안에서는 줄어들고, 남유럽에서는 식수 확보마저 어려운 형편이다. 기후에는 부당한 측면이 있다. 차이가 나는 부분을 고르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더욱 심화시키니 말이다. 메마른 사하라사막은 더욱 커지는 반면, 퍼붓는 빗물에 잠길 지경에까지 이르는 지역이 생길 것이다. 인도에는 태풍이 더 심해질 위험이 예상된다. -36쪽

엘니뇨는 열대 태평양의 일부 해수면 온도가 주변보다 높아지는 현상으로 평균 4년(2-7년의 준주기)마다 발생한다. '엘니뇨'는 스페인어로 '아기예수'라는 뜻으로, 매년 크리스마스 무렵에 발생하며 해수면온도가 상승하면서 물고기 떼가 사라져 어획기가 끝났다는 것을 의미했다. 페루 연안의 어부에게는 지난 수백 년 동안 계절을 알리는 신호로 각인되었다. 그런데 원래는 수개월 정도 지속되던 해수의 온난화가 1년이나 지속되는 등 수년 간격으로 심해지자 물고기들이 평년과는 달리 연초가 되어도 돌아오지 않는다.
오늘날에는 특별히 오래 지속되는 온난화만 '엘니뇨'라고 부르고 엘니뇨현상은 수년을 간격으로 그러나 비정기적으로 반복된다. 호우 등의 극단적이고 비정상적인 기상상태를 몰고 오는 엘니뇨 현상을, 페루 사람들은 이제 더 이상 '아기예수'가 아니라 '악마의 자식'이라고 부른다. 엘니뇨는 비가 잘 오지 않는 남부 캘리포니아에 비를 내린다. 크게 히트한 "남부 캘리포니아에는 비가 오지 않아요"라는 노래도 있지 않은가. 엘니뇨의 영향으로 겨울마다 정기적으로 큰 비가 내리고 이에 대한 예측도 가능해져서, 기와장이들은 호우가 닥치기 전에 지붕을 수리하라는 신문광고를 내기도 한다. 미국보험협회에서 만든 엘니뇨 보험 상품도 있다. -70쪽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세계기록은 미국이 가지고 있는데, 전 세계 배출량의 약 1/4을 차지한다. 독일은 전체 배출량에 있어서 선도적인 위치는 아니지만 인구 1인당 배출량은 상당히 많은 편이다. 통계에 의하면, 미국인 1명이 배출하는 연간 이산화탄소의 양은 20톤 정도이고 이에 비해 독일인은 10톤 정도라고 한다. 한국은 2002년에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했고, 인구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일본, 영국, 프랑스 등을 이미 앞지른 상황이다. -1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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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4-30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엘니뇨....'아기예수'에서 '악마의 자식'이라니....
그 지역 사람들의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저리도 극단적인 표현을 썼어야 했을까.
인간이란 참...
그나저나 걱정입니다. 뭐, 이것도 자연의 섭리이겠지만.

마늘빵 2007-04-30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분노한게지요. 물고기들이 돌아오지 않고 밥벌이가 힘겨워지니 원망스러웠을겁니다. 극과 극으로 변신을 했네요. 자연이 이렇게 무서워요.

암리타 2007-04-30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다른 재앙이 기후의 변화때문에 오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네요 ㅜㅜ

마늘빵 2007-04-30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요즘 신문에서 많이 떠들더라고요. 그만큼 또 위험하다는 뜻이겠죠. 요즘 이 문제에 관심 많습니다.
 
한국 철학 스케치 2 - 이야기로 만나는 교양의 세계
한국철학사상연구회 지음 / 풀빛 / 2007년 2월
절판


이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등장한 것이 바로 실학사상이다. 사람은 발을 땅에 딛고 걸어 다니는 동물이다. 동물에게 먹고사는 문제보다 더 급한 일이 무엇이겠는가? 먹고 사는데 어려움이 없을 때 예의도 차릴 수 있고 자존심도 지킬 수 있다. 우리 속담에 '사흘 굶으면 남의 집 담장을 넘는다'고 했다. 도둑질하지 말라고 가르치려면 우선 굶주리지 않도록 국가가 경제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하는데 성리학은 이를 등한시했다. 실학은 당시 성리학자들이 현실과 동떨어진 논쟁만 일삼고 백성들이 겪고 있는 여러 어려움에 대해서 좋은 해결 방법을 내놓지 못한 것을 비판하면서 일어난 새로운 사상이다. -13쪽

"부자의 땅은 끝없어 경계가 서로 잇닿을 지경이고, 가난한 사람은 송곳 하나 꽂을 만한 땅도 없게 되었다. 그래서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더욱 가난하게되어 마침내 부자는 천하의 토지를 모두 갖게 되고 백성들은 굶주린 식구를 이끌고 떠돌아다니다가 부잣집 머슴살이로 들어간다." (유형원)-19쪽

이익은 원래 사람이 태어나면서부터 차별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므로 양반들은 놀고먹으며 사치스럽게 생활하는 것을 고치고 능력 있는 양반이 나서서 나랏일을 맡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당파에 따라 일을 맡기지 말고 능력에 따라 일을 맡겨야만 국가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문제는 벼슬도 하지 않으면서 놀고 먹는 양반이었다. 그는 "벼슬이나 돈은 몸에 지니고 나오는 것이 아니다. 임금으로부터 농민에 이르기까지 아무것도 없기는 마찬가지다."라고 하면서 일을 하지 않는 양반은 노비보다 못하다고 못 박았다. 양반이라고 거드름을 피우며 특권 의시게 사로잡혀 있을 것이 아니라 생산업에 종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익은 양반의 신분적 특권 의식을 거부하고 조선 후기 사회가 안고 있던 사회 구조적인 핵심 문제를 건드렸다. -27쪽

정약용은 인간에게는 두 가지 기호가 있다고 했다. 하나는 마음에 관계된 것으로 착한 것을 즐거워하고 악한 것을 미워하며, 착한 일을 하기를 좋아하고 나쁜 일을 한 것을 부끄러워하는 마음이다. 이것을 인간만이 가지는 도심이라고 했다. 다른 하나는 몸에 관계된 것이다. 우리가 몸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름다운 빛깔을 좋아하고 맛있는 음식을 즐겨 하며, 따뜻하게 입고 배부르게 먹는 것을 좋아한다. 이것을 인심이라고 하며 인심은 사람과 동물이 모두 가지고 있다.
즉, 정약용의 생각을 정리하면 인간은 도심과 인심을 모두 가지고 있고 도덕적인 마음만이 아니라 인간의 몸과 감정 또한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도덕적으로 옳은 것만이 소중한 것이 아니라 맛있는 음식을 먹고 따뜻하게 지내는 것도 인간에게는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36쪽

정약용은 "인간은 도심과 인심을 다 가지고 있다. 인간에게는 착한 것과 나쁜 것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래서 좋아하고 하고 싶어하는 일이 착한 일인지 구별할 수 있다." 라?ㅏ면서 인간이 선악을 선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은 곧 아무리 악한 짓을 일삼는 사람일지라도 선한 행위를 일깨워 줄 때 부끄러워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고 했다. 누구라도 도둑질을 자랑스레 드러내 놓고 하지 않는 것을 보면 누구나 선을 즐거워하고 악을 부끄러워하는 경향성을 갖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정약용은 "선을 행하는 것은 자신의 공이고 악을 행하는 것은 자신의 죄다"라는 말과 함께 사람이 열심히 노력해서 물질적으로 풍요롭게 사는 것은 얼마든지 인정하지만, 도둑질 같은 악한 행동으로 자신의 배를 채우는 것은 허용하지 않았다. -37-38쪽

사람이 사물에게 이름을 만들어 붙인 것은 사물을 가리켜 구별하기 위함이다. 그러므로 이름 때문에 사물의 본래 모습이나 성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물이 젖고 불이 타는 것은 물의 성질, 불의 성질에 있는 것이지 물과 불이라는 이름에 있는 것이 아니다. 처음에 이름을 붙일 때 불을 물이라고 이름 지었다면 우리는 타는 것을 물이라고 부를 것이다.
우리가 어떤 일이나 사물을 경험할 때 이름에 사로잡혀서는 안된다. 중요한 것은 그것의 본래 모습이나 성질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다. 사물의 이름만으로는 그 사물의 본래 모습이나 성질을 분명히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최한기는 이름이나 글자만 가지고 하는 공부는 사람의 눈과 귀를 가리는 것이요, 사람의 마음을 흐리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런 공부를 오래 하면 할수록 잘못된 앎이 쌓인다고 경고했다. 옛날 학문은 실제 사물에 대해 연구할 때 직접 실험하고 관찰하는 것보단느 글을 가지고 따졌기 때문에 잘못된 공부 방법이라고 했다. 지금으로 말하면 하늘에 대해 연구하려면 망원경을 갖다 놓고 매일 변화를 관찰하고 기록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는 것이다. (최한기)-67-68쪽

사상은 단순한 생각의 나열이 아니다. 자기가 살고 있는 사회와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지고 그 시대의 사회 현실을 정확하게 알고 그에 맞는 해결 방법으 ㄹ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현실과 동떨어진 사상은 뿌리 없는 나무와 같아서 생명력을 잃은 나무는 큰 의미가 없다.
실학사상은 성리학이 현실 문제와 동떨어진 논쟁만 일삼는 데 반대했다. 그리고 시급한 사회 경제 문제에 대해 효과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고자 했으며, 그러한 해결책의 밑바탕이 되는 새로운 사상을 전개했다. 실학사상은 조선 후기 사회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이해했고 나름대로 해결책을 제시했기 때문에 그 시대를 대표하는 사상이라고 할 수 있다. 조선 후기 사회에서 성리학적인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앞 장에서 살펴본 것처럼 인물성 동이 논쟁과 예학 논쟁이 있었다. 그러나 이런 논쟁이 조선 후기 사회가 부딪친 여러 문제점을 정확히 짚어내고 해결책을 제시하는데 미흡했기 때문에 시대를 이끌어 나갈 수가 없었다. 살아있는 철학은 바로 사회를 이끌어 가는 깨어 있는 시대정신인 것이다. -72-73쪽

기독교에서 말하는 하나님은 분명 유교적인 하늘님의 의미와 차이가 난다. 유교에서의 하늘님은 종교적인 의미보다는 오히려 도덕적인 의미가 더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중용>이란 책머리에 '천명지위성天命之謂性'이란 구절이 있는데, 이것은 하늘이 명령한 것이 본성이라는 뜻이다. 하늘이 인간에게 명령한 본성은 모든 인간이 갖고 있는 도덕성이다. 그러니까 하늘은 인간이 마땅히 도덕적 삶을 살아야만 하는 당위성을 말하는 개념이다. 인간이 왜 도덕적으로 살아야 하는가? 하늘의 명령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유학에서 하늘과 인간의 관계는 기독교처럼 조물주와 피조물의 관계가 아니다. 또한 유교에서는 천주교나 기독교처럼 사람이 죽고 나면 새로운 세계로 간다고 말하지 않는다. 유교는 철저히 현실 세계 중심의 사상이다. -152쪽

"진실로 한 나라의 부강을 이루어 모든 나라들을 대항하려면 임금의 권리를 다소 약화시키고, 인민이 마땅한 자유를 얻어 각기 나라에 이바지해서 점차 문명화해야 한다." (박영효)-191쪽

동도란 유학의 인의예지신과 효제충신 등 우수한 정신문명을 가리키며, 서기란 서양의 앞선 물질문명과 과학 기술을 말한다. 즉 동도서기론이란 우리의 장점은 지키되 서양의 앞선 물질문명을 수용하자는 논리다. 그들은 적극적으로 서기를 수용해서 새로운 세계의 흐름에 대처하고 경제 부강을 이룩하고자 했다.
결국 개화의 대상은 정신이 아니고 기술과 과학이므로 서양에서 배울 것은 바로 기술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몸짓은 마음이 드러난 것이듯 서양의 과학 기술은 중세와 다른 근대적 사고와 발맞추어 발전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들의 시도는 과연 성공할 수 있었을까? 과연 유학의 윤리 의식을 지키면서 서양의 물질문명만을 수용하는 식의 '따로 또 같이'가 가능할까?
과거 우리 조상들은 식사를 할 때 음식을 차려 먹는 밥상을 사용했는데 집안의 어른이나 가장은 별도의 밥상을 받았다. 그래서 집집마다 가장 어른이신 할아버지가 잡수시는 밥상이 필요하고, 다음에 아버지가 잡수시는 밥상이 필요하고, 나머지 식구들은 큰 밥상에 여러 밥그릇을 올려놓고 먹었다. 경우에 따라 여자들은 밥상에서 못 먹고 부엌에서 나중에 따로 먹기도 했다. 그런데 요즈음 각 가정에서 사용하고 있는 식탁을 살펴보자. 할아버지 식탁, 아버지 식탁 등으로 따로 나누어져 있는가? 보통은 가족 모두 같이 식사를 하게 마련이다. 이 식탁이란 물건은 서양에서 온 것이다. 여기에는 어른과 아이, 남자와 여자의 구별이 없이 누구나 같은 자리에서 평등하게 먹는다는 정신이 깔려있다. 물건 따로, 정신 따로는 없다. 곧 물건에 정신이 따라간다는 것이다. -203-2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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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4-26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가의 경영이념으로서의 유학의 생명은 "대한제국'의 처참한 몰락과
그 운명을 같이 했다고 생각합니다. 공맹과 주희의 극단적으로 충실한 제자였던
'조선'의 성리학이 현실을 해석하고 민중의 삶을 평안하게 하려는
'유학 본연의 권능'을 잃었을 때 유학의 운명은 이미 그 역할을 다한 셈이지요.
'실학'은 그러한 대세를 거슬러 볼려는 마지막 몸부림이었지만 역부족이었지요.

그렇다면 현대의 유학은? 저와같은 유학의 사도는?
현대의 유학은 철학입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윤리학'입니다.
철학으로서의 유학은 아주 또는 꽤나 '매력적'이랍니다. 아프락사스님.
하하


마늘빵 2007-04-26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철학'에 대해서는 사실 거의 아는 바가 없습니다. 뭐 다른 철학분야도 마찬가지만 한국철학에 대해서는 더더욱. 그래서 머리 속에 한국철학을 그리기 위한 기초작업으로서 이 책을 접했습니다. 매우 쉽게 한 눈에 들어오더군요.

한사님 말씀이 맞습니다. 유학이 본연의 권능을 잃었을 때 운명을 다 한게지요. 오늘날 한국의 철학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지식인 이라 칭할 이들은 꽤 있지만, 한국의 철학자라 칭할 이가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중국, 서양의 철학을 세례받은 이들이 각자의 해석으로 대한민국의 문제점을 바라보는 의견을 내놓고 있지만, 독창적인 한국의 철학이라 할 만한 꺼리는 보이지 않습니다. 제가 시야가 좁은 탓에 못 보는 것일 수도 있구요. 좀 더 시간이 흐른 뒤에는 보일지도 모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