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를 돌아다니다 맹수레 맹자 Easy 고전 4
전호근 지음, 이예휘 그림, 한국철학사상연구회 기획 / 삼성출판사 / 2006년 12월
품절


"패도는 힘으로 인을 가장하고, 왕도는 덕으로 인을 실천한다." (맹자)-15쪽

혁명론 : 맹자는 당시의 군왕들에게 왕도 정치를 권고하는 한편,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에는 군주의 자리를 바꾸는 혁명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는데, 그것이 바로 혁명론이다. 왕도론이 '누가 천하를 다스려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라면, 혁명론은 '누가 천하를 다스려서는 안되는가'를 논의한 것이다. 맹자는 설사 군왕이라 하더라도 백성들의 신뢰를 잃어버리면 필부(신분이 낮고 보잘 것 없는 사내)에 지나지 않는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즉 폭군의 죄를 벌하는 것은 필부를 죽인 것일 분 임금을 죽인 것이 아니라고 규정함으로써 혁명의 정당성을 전면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공자에게서는 찾아 볼 수 없는, 맹자에 의해 진일보한 사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지식쪽지) -26쪽

성선설 : 맹자는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네 가지 마음, 곧 불쌍히 여기는 마음, 부끄러워하는 마음, 양보하는 마음, 옳고 그름을 가리는 마음을 인의예지를 구현할 수 있는 네 가지 실마리, 곧 사단으로 규정하고, 사단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이 같은 주장은 인간이 현실적으로 악을 행하는지 아닌지의 여부를 떠나 모든 인간은 본질적으로 선한 존재라고 규정한 것으로 사실상 왕도로 표현되는 덕치주의가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주장하기 위한 형이상학적 근거였다. (지식쪽지) -35쪽

성악설 : 순자는 인간을 악으로 규정하는 성악설을 통해 인간의 본성을 인위적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성악설은 맹자 때부터 있던 인간의 본성에 대한 여러가지 주장 가운데 하나로, 순자는 성악설의 창안자라기보다는 성악설을 체계화한 집대성자로 보아야 한다. 순자는 성악설의 근거로 '인간은 나면서부터 이익을 좋아한다'는 명제를 제시하였다. 인간의 본성 자체는 선이나 악으로 규정될 수 없는 것이지만, 그것을 적절하게 통제하고 조절하지 못하거나 그런 상태를 그대로 방치하면 악으로 흐른다고 보았다. (지식쪽지) -36쪽

맹수레 : 사람은 '하지 않은 것'이 있은 뒤에야 비로소 훌륭한 행동을 할 수 있다.

사람은 모름지기 올바른 행동을 하기 이전에 옳지 못한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지요. 곧 어떤 행위를 하기 전에 먼저 '그런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할 마땅한 이유'가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는 말이지요. 맹수레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아는 것'보다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41쪽

맹수레 : 받아도 될 것 같기도 하고 받지 말아야 할 것 같기도 할 때는 받지 않는 것이 옳고, 주어도 될 것 같기도 하고 주지 말아야 할 것 같기도 할 때는 주지 않는 것이 옳다. -42쪽

송경 : 듣자 하니 진나라와 초나라가 서로 전쟁을 하려고 한답니다. 그래서 저는 우선 진나라 임금을 만나서 전쟁을 하지 않도록 설득할 생각입니다. 만약 진나라 임금이 제 말을 듣지 않으면 저는 다시 초나라 임금을 만나서 설득할 것입니다. 아마 두 나라 임금 중에서 제 뜻과 일치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맹수레 : 선생께서는 어떤 말로 그들을 설득하시렵니까?
송경 : 저는 전쟁을 하는 것이 두 나라에 모두 불리하다는 사실을 일깨워 줄 것입니다.
맹수레 : 선생이 가진 뜻은 크다고 할 만하지만, 선생이 내거는 구호는 옳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두 나라의 군주가 선생의 말을 따르면 진나라와 초나라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군사를 물리는 것입니다. 이처럼 사람들이 이익을 기준으로 행동하게 되면 신하가 임금을 배반하고 자식이 아버지를 배반하여 모든 인간관계가 끊어질 것입니다. 이렇게 하고서 왕 노릇 제대로 한 경우는 없습니다. 만약 선생께서 인의를 가지고 두 나라 군주를 설득하여 진나라와 초나라가 인의를 지키기 위하여 군사를 물린다면, 사람들이 인의를 기준으로 행동해서 모든 인간관계가 견고하게 유지될 것입니다. 이렇게 하고서 왕도 정치를 펴지 못한 경우는 없습니다. -82쪽

천하에는 두 가지 커다란 기준이 있다. 첫째는 옳고 그름이고, 둘째는 이로움과 해로움이다. 가장 좋은 것은 옳음과 이로움을 동시에 얻는 것이고, 그 다음은 이로움을 잃더라도 옳음을 얻는 것이고, 그 다음은 이로움을 얻는 대신 옳음을 잃어버리는 것이고, 맨 마지막이 옳음과 이로움을 모두 잃어버리는 것이다. (정약용) -85쪽

"인간의 가장 고귀한 감정은 저항에서 태어난다. 사회주의는 비참함, 실업, 추위, 배고픔과 같은 견딜 수 없는 광경이 성실한 가슴에 타오르는 연민과 분노와 만나 태어난다. 한쪽엔 호화, 사치가 있는가 하면 다른 쪽엔 궁핍이, 또 한쪽엔 견딜 수 없는 노동이 있는가 하면 다른 쪽엔 거만한 게으름이 있는, 이 터무니없고도 서글픈 대비에서 사회주의는 태어난다." (프랑스 정치가 레옹 블룸, 1872-1950) -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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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3-14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시유학에서 맹자의 역할은 '인'의 관념적, 실천적 개념과 범주를 규정한 것입니다.
인=>인,의,예,지(사덕), 하위 카테고리를 규정하고 알아듣기 쉽게 해설했지요.
본인 스스로 인을 실천하는 한 전범이기도 했고요.


마늘빵 2007-03-14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한사님의 전공분야가 궁금해집니다. 정말 제가 읽는 책마다 다 해박한 배경지식을 가지고 계신거 같아요.
 
물 흐르는 대로 노자의 도덕경 Easy 고전 2
한국철학사상연구회 기획, 김갑수 지음, 최남진 그림 / 삼성출판사 / 2006년 12월
절판


말할 수 있는 도는 진짜 도가 아니다.
부를 수 있는 이름은 진짜 이름이 아니다
이름 없는 것은 천지의 시작이고,
이름 있는 것은 만물의 어머니이다. (제1장) -41쪽

성인은 인자하지 않고,
백성을 개허수아비로 여긴다.
하늘과 땅 사이는 풀무와 같구나.
가운데가 비어 있는데도 무너지지 않고,
움직일수록 더욱 많은 것들이 생겨난다. (제5장) -57쪽

노자가 말하는 진짜 성인은 도를 체득한 사람입니다. 요즘 우리가 쓰는 말로 다시 정리하면 성인은 자연의 질서에 따라 사는 사람을 말합니다. 자연이 착하지도 않고 만물을 사랑하지도 않는 것처럼, 성인 역시 착할 필요도 없고 그렇다고 일부러 착하지 않을 필요도 없으며, 백성을 가엾게 생각할 필요도 없고, 그들을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으며 또 미워해야 한다고 생각지도 않습니다. -59쪽

도를 잃어버린 뒤에 덕이 나타났고,
덕을 잃어버린 뒤에 인이 나타났고,
인을 잃어버린 뒤에 의가 나타났고,
의를 잃어버린 뒤에 예가 나타났다.
예라는 것은 진실성과 믿음이 거의 없고,
사회 혼란의 시작일 뿐이다. (제38장) -61쪽

사람이 살아 있을 때는 부드럽고 약하지만,
죽으면 딱딱하고 뻣뻣해진다.
초목이 살아 있을 때는 부드럽고 무르지만,
죽으면 깡마른 고목이 된다.
그러므로 굳세고 강한 것은 죽음의 부류에 속하고,
부드럽고 약한 것은 생명의 부류에 속한다.
그처럼 군대가 강하면 패하고,
나무가 강하면 꺾인다.
강대한 것은 하급에 속하고,
부드럽고 약한 것은 상급에 속한다. (제76장)-69쪽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것은 세상에서 가장 견고한 것 속으로 질주해 들어간다."(제43장)라고 한 노자의 말은 누가 들어도 비상식적인 것 같지만 결코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을 오늘날 더욱 분명히 증명하고 있습니다.
노자가 살던 당시는 모든 제후국이 부국강병을 목표로 했습니다.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는 노자의 가르침은 바로 이런 부국강병을 추구하는 세태를 비판한 것이고, 동시에 부드럽고 융통성 있으며, 포용력 있는 삶의 태도를 가져야 함을 말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뻣뻣한 나뭇가지가 쉽게 부러지듯이 지조와 강직함을 앞세운 태도는 많은 적을 만들 수 있고, 따라서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것을 말하려는 것입니다. 그래서 "강하고 사나운 사람은 제 명에 죽지 못한다."(제42장)라고 한 것입니다. -71-72쪽

성인과 현자를 끊어 버리면
백성의 이익이 백배가 될 것이다.
인과 의라는 도덕규범을 끊어버리면
백성은 다시 효도와 사랑을 회복할 것이다.
기술과 도구를 끊어버리면
도적이 없어질 것이다.
이 세 가지는 문명이라는 것인데 좋은 것이 아니다. (제19장) -77쪽

만족할 줄 모르는 것보다 더 큰 재앙은 없다
욕망보다 더 고통스러운 걱정거리는 없다.
그러므로 적당히 그칠 줄 아는 데서 오는 만족스러움은
진짜로 만족할 만한 것이다. (제46장)

만족할 줄 알면 수치스러운 일을 당하지 않고,
적당한 선에서 그칠 줄 알면 위험한 일을 당하지 않아서,
영원히 자신을 보존할 수 있다. (제 44장)-86쪽

공부를 하는 것은 날마다 더해 가는 것이지만,
도를 닦는 것은 날마다 덜어 내는 것이다.
덜어 내고 또 덜어 내다 보면 무위에까지 이르는데,
무위하면 못하는 것이 없게 된다. (제48장) -1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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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3-10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젊은 시절 한 때 노장에 풍덩했었지요..
지금은 "So What?" 하하


마늘빵 2007-03-25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장에도 관심이 있는데, 지금은 전 묵가에 빠졌어요. ^^
 
바리에떼 - 문화와 정치의 주변 풍경
고종석 지음 / 개마고원 / 2007년 2월
절판


중요한 것은 균형을 잃지 않는 일이다. 그 균형은 개인성과 집단성 사이의 균형이거나 회의와 수용 사이의 균형이겠지만, 더 일반적으로는 우익적 세계관과 좌익적 세계관 사이의 균형과도 무관치 않다. 인간은 불평등하게 마련이라는 생각과 인간은 평등해야 한다는 생각 사이의 균형, 인간은 유전적으로 결정된다는 생각과 인간은 사회적으로 재구성될 수 있다는 생각 사이의 균형 말이다. 그 균형은, 더 나아가, 인간은 (사회적으로든 유전적으로든) 결정될 수 밖에 없다는 차가운 인식과 인간은 자유의지를 지니고 있다는, 지녀야 한다는 뜨거운 믿음 사이의 균형이기도 하다. 그런 균형을 유지한다는 것은,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 비평적 거리를 유지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구겨진 기억 속에서] 中-58-59쪽

요컨대 [변호]의 저자는 친일파 내지는 친일 행위와 일본 식민통치를 동시에 변호하고 있다. 친일파에 대한 변호의 논거는 식민통치가 유난히 혹독했고 잔인했으므로 거기에 대한 저항이 불가능했다는 데 있고, 일본 식민통치에 대한 변호의 논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조선 사람들의 생존에 이전보다 그리고 동시대의 다른 많은 사회보다 상당히 나은 환경을 제공했다는 데 있다. 그러니까 [변호]의 저자의 생각에 따름녀 일본의 식민통치는 조선인의 저항을 불가능하게 했다는 점에서는 나빴지만 (정치적으로 나빴지만), 조선인의 생활 조건을 개선했다는 점에서는 좋았다(경제적으로 좋았다).
사실 친일파의 입장에서 이보다 더 만족스러운 변호도 없다. "그때는 저항할 처지가 아니었다구, 그만큼 일본 애들이 악독했다니까...... 그런데, 사실 저항할 필요도 없었어, 사실은 일본 애들이 좋은 일을 많이했거든." 어디서 많이 듣던 얘기 아닌가? "유신 체제와 5공을 찬양하고 협력한게 잘 한 일은 아니지만 그땐 그럴 수 밖에 없었다구, 그 체제가 사람을 가만히 놔두지 않을 정도로 혹독했거든... 그런데, 어찌 보면 사실 거기 저항할 필요도 없었어. 박정희, 전두환 때 우리 경제가 얼마나 나아졌는데."
그런데 이런 '균형' , 정치적 차원의 비판과 경제적 차원의 찬사 사이의 균형이 오래 가는 법은 없다. 너무도 쉽게 정치는 경제에 포섭된다.

[식민주의적 상상력] 中-106-107쪽

기실 [변호]의 저자도 자신의 첫 평론집 [현실과 지향](문학과 지성사, 1990)에 실린 '보수주의 논객을 기다리며'라는 글에서 보수주의라는 말에 아우라를 씌우려고 애쓴 바 있다. 그가 그 글에서 인용한 새뮤얼 브리튼에 따르면, 보수주의는 시장에서 나오는 소득과 재산의 분배 상태를 수락하는 데 비해 자유주의는 강력한 재분배 조세를 추천한다. 또 보수주의는 개인적 비용과 사회적 비용 사이에 큰 차이가 있을 경우에만 시장에 개입하는데 비해, 자유주의는 개인적 비용과 사회적 비용 사이의 차이에 대해 민감하고 시장에 훨씬 많이 개입한다. 자연히, 보수주의는 민간 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자유주의는 민간 기업에 대해 별다르게 강조하지 않는다.

[식민주의적 상상력] 中
-110쪽

우리가 인과율의 엄격함을 받아들인다면, 이것이 그 자체로 틀린 말들은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과거가 운명이므로 우리는 그것을 늘 다소곳하게 긍정해야 할까? "우리는 일본의 식민지였다는 역사적 사실의 산물이다. 만일 조선이 일본의 식민통치를 받지 않았다면, 우리는 존재할 수 없었다."는 이유로 우리가 친일과 식민통치를 긍정해야 한다는 것은, 결국 존재하는 모든 것은 과거를 긍정해야 한다는 말이다. 오로지 그 과거 때문에 자신이 있게 됐다는 이유 때문에 말이다. 그렇다면, 폴란드의 절멸 수용소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나 미국으로 건너간 유대인 여성의 손녀는 "나는 아우슈비츠라는 역사적 사실의 산물이다. 아우슈비츠가 없었다면 나는 존재할 수 없었다."는 이유로 홀로코스트와 거기 협력한 사람들에게 이해의 눈길을 보내야 할까? 킬링필드의 광란을 피해 20대 시절의 캄보디아인 아버지가 프랑스로 망명한 덕에 '존재하게 된' 프랑스 청년은 "나는 킬링필드라는 역사적 사실의 산물이다. 킬링필드가 없었다면 나는 존재할 수 없었다"는 이유로 킬링필드와 그것을 주도하거나 협력한 사람들을 이해의 눈길로 바라보아야 할까? 이것은 거의 자기 모멸의 실존이라 할 만하다.

[식민주의적 상상력] 中

-116-117쪽

그러나 그런 사정이, [변호]가 시도하듯, 친일에 면죄부를 줄 수 있는 것은 안디ㅏ. 친일에 면죄부를 줄 수 없는 것은 무엇보다도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법적 기반이 일본 제국주의의 부정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뜻하는 것은 적어도 적극적 친일파는 해방된 조국에서 변두리로 물러나야 했다는 뜻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 실제의 역사는 첫 걸음부터 그렇지 못했다. 그것은 제 한 몸 깨끗한 체하며 친일파를 권력 기반으로 삼았던 이승만 개인의 잘못만도 아니었다. 그것은 차라리 해방 공간을 메우고 있던 힘의 관계 때문이었다. 그 힘의 관계는 민족 내부의 역학이기도 했고, 국제 정치의 역학이기도 했다. 우리는 그 힘의 관계를 뒤집지 못한 채 해방 반세기를 넘겼다.
논리적으로라면, 해방 공간에서 적극적 친일파에게 남겨진 길은 둘이었다. 첫째는, 자신의 과거를 철저히 비판하고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었다. 둘째는, 비록 미국의 힘에 눌려 좌절하기는 했으나 대동아 공영권은 아시아의 궁극적 미래라는 논리를 굽히지 않은 채 일본으로 망명하거나 국내의 소수파로 남는 것이었다. 그러나 꾀 많은 그들은 둘 다를 거부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친일 사실 자체를 부정하거나 숨긴채, 이제 새로운 가치가 된 반공의 전사가 되었다. 그 꾀는 적중해 그들은 해방된 조국의 주류로 남았다.

[식민주의적 상상력] 中
-118-119쪽

보수주의는 일반적으로 변화를 피하고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려는 사상이나 습속, 태도를 가리킨다. 그것은 존재하는 것은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서 존재하는 것이니 무슨 이유에서든 그것을 억지로 바꾸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나 태도다. 거기에는,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은 거의 예외 없이 또 다른 문제를 만들어내는 과정이기도 하다는 비판적 방어 심리가 깔려 있다. 보수주의적 세계관에 따르면, 존재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이거나 적어도 덜 나쁜 것, 견딜 만한 것이다.

[작달만한 시민들의 우람한 보수주의] 中-144쪽

그렇다고 여성과 남성 사이에 또렷한 자연적 차이, 생물학적 차이가 있다는 것을 부인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스포츠 경기에서 여성은 여성끼리, 남성은 남성끼리 경쟁한다. 더 나아가 그런 자연적 차이, 생물학적 차이가 사회적 차이를 어느 정도까지는 정당화할 수 있다는 사실까지도 굳이 부인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와 함께, 인간 사회에서 전형적으로 구성된 문화나 문명이라는 것은, 이제는 초등학교 학생들도 이해하고 있듯, 자연에 거스른다는 의미에서 근본적으로 반생물학적이라는 점도 늘 기억해야 할 것이다. 문화는 자연의 지침을 수동적으로 따르는 것이 아니라 가치의 실현을 위해서 자연을 제어하는 것이다. 위계적 질서는 자연적 질서다. 평등적 질서는 부자연스러운 질서다. 그러나 자연계에서 오직 인간만이 평등적 질서를 열망하고, 그 열망을 실현하기 위해서 싸운다. 평등에 대한 열망은, 그 부자연스러움에도 불구하고, 인간을 다른 동물들과 구별하는 유력한 표지 가운데 하나다. 당위는 존재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다. 남성의 지배가 실질적으로 보편적이라는 관찰이 이런 위계적 질서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으로 반드시 이어져야 할 이유는 없다. 마찬가지로, 남성의 정치 독점이 역사적으로 보편적이었다는 관찰이 앞으로도 그래야 한다는 주장으로 반드시 이어져야 할 이유는 없다. 우리는 문화와 문명을 건설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반생물학을 위하여] 中-171-1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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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로 산다는 것
시사저널 전.현직 기자 23명 지음 / 호미 / 2007년 2월
구판절판


'사실과 진실의 등불을 밝힌다, 이해와 화합의 광장을 넓힌다, 자유아 책임의 참 언론을 구현한다'
(시사저널 좌표)-10쪽

지금 발행되는 시사저널의 수준이 높으냐 낮으냐의 문제도 아니고, 기본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기본의 문제. 이것은 30년 전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 편집권의 문제인 것이죠.
현재 경영진 쪽에서는 편집권을 자신의 인격권이나 재산권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가 중국집에 가서 우동을 먹느냐, 자장면을 먹느냐를 내 마음대로 판단할 수 있다는 정도의 권리의식을 갖고 있다는 것이죠. 그런데 편집권이란 것은 우동이냐 자장면이냐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이것은 인격권이나 재산권이 아니라 언론이 사회적으로, 공적으로 작동될 수 있느냐 아니냐에 대한 의무의 문제입니다. 곧, 편집권은 권리라기보다는 의무로서의 권리로, 기본적으로 자유권에 속하는 사항이라 할 수 있습니다. 표현의 자유, 출판의 자유에 속하는 사항이지 개인의 인격이나 재산에 귀속하는 사유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것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이 부족했고, 인식의 진화가 없었기에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이라고 봅니다.
개인이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편집권이란 이 세상에 없습니다. 편집권이 기자에 속한 것이냐, 편집인에 속한 것이냐 하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논의의 수준 자체가 저급한 것입니다. 그런 식으로 논의를 할 게 아니라, 그 편집권이 작동된 방향이 정당한지 아닌지를 문제삼아야죠. 편집인에게는 편집권이 지향하는 가치와 방향성, 이것을 수호할 의무가 있을 뿐입니다. ... 중략 ... 30년 전의 착각이 아직까지도 작동되고 있다는 것은 참 견딜 수 없는 일입니다.
(피디수첩 강지웅 피디의 김훈 인터뷰 내용 中)-224-225쪽

삼성은 세계 최고의 기업이죠. 일본 소니와 맞먹는 기업이잖아요. 우리 민족이 이만한 기업을 만든다는 것은 분명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삼성은 정말 나라의 보배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삼성이 그러한 거대한 힘을 가진 만큼 언론과의 문제, 사회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 인문적인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인문적인 생각, 교양 있는 태도, 이런 것들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언론을 대하고, 시민 사회를 대하는 부분에서 삼성이 세계 굴지의 기업으로서의 위신과 품격과 교양을 갖춰야 한다고 난 생각해요. 이건 삼성을 위해서 하는 얘기에요. 우리를 위해서 하는 얘기가 아니라고. 난 삼성 미워하지 않아요. 근데 내 후배들은 미워하는 것 같아(웃음). 삼성은 유능하고 소중한 기업이죠. 달러를 벌어 오고 우리를 먹여 살리고 있죠. 이런 훌륭한 기업이 어째서 사회와의 관계나 언론과의 관계에 실패하고 있는지... 이러면 그 기업이 국민의 지지를 받는 기업이 되기 어렵잖아요. 이번 일이, 삼성이 좀 발전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피디수첩 강지웅 피디의 김훈 인터뷰 내용 中)-228쪽

편집권 수호 투쟁으로 보낸 7개월의 시간, 괴로웠지만 후회는 하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나 스스로를 감동시켰기 때문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스스로를 감동시키는 경험은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남이 나에게 감동받건 말건 어쨌거나 나는 나 스스로를 감동시켰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고재열, 지옥에서 보낸 한철, 아름다운 고통의 날들 中)-237쪽

편집권은 전적으로 편집국에 속한다고 무 자르듯 단언하기 어려운 것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떤 매체의 편집권은 그 언론 기업의 경영권 일반을 구성하는 하위 범주라고 볼 여지도 있기 때문이다(기사라는 상품을 시장에 내다 파는 사람은 경영자다). 편집국장에 대한 인사권이 경영진에 있다는 사실이 그 근거가 될 수 있겠다. 이것은 시사저널만이 아니라 사기업 형태를 띤 다른 언론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다시 말해 나는, 우리가 자본주의의 공기를 숨쉬고 있는 한, 매체의 보도와 논평에서 자본과 경영의 그늘을(다시 말해 '장사'의 그늘을) 말끔히 걷어 낼 수는 없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러나 나는, 다른 한편으로, 자본주의의 그 고귀한 자유가 불구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거기에 민주주의적 가치가 결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편집권을 편집국 기자들이 공유하고, 어떤 사안을 기사화할 것인가에 대한 최종판단이 편집국장에게 맡겨져야 한다는 것은 그런 민주주의적 가치의 일부다. ... 중략 ...
비록 사기업이 공급한다고 할지라도, 기사는 공공재의 성격을 부분적으로 띠고 있다. 오로지 시장 기구에만 맡겨 놓기에는, 한 공동체의 총체적 위생을 위해 너무 귀중하고 결정적인 것이 기사라는 재화다. 그래서 나는 편집권의 편집국 귀속을 지지한다.
(고종석, 한국 저널리즘의 명예 시사저널에 달려있다 中)-242-2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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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인생. 2007-02-24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저도 낼 이책이 온답니다.^^ 모두들 잘못되었다는걸 알면서도
이토록 해결되지 않는. 이 말도 안되는 사태에 답답함이 느껴지네요.

마늘빵 2007-02-24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으면서 춤추는 인생님 생각났습니다. 김훈에 대한 언급이 많거든요. ^^
 
다시 만난 옛 벗 공자의 논어 Easy 고전 1
한국철학사상연구회 기획, 황희경 글, 정훈이 그림 / 삼성출판사 / 2006년 12월
절판


[자로-18] 섭공이 공자께 말했다.
"우리 고을에 정직한 사람이 있소. 그의 아버지가 남의 양을 훔쳤는데 아들이 고발하였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우리 고을의 정직한 사람은 다릅니다. 아버지는 아들을 위해 허물을 숨겨주고, 아들은 아버지를 위해 허물을 숨겨줍니다. 정직은 바로 그 가운데에 있습니다." -51쪽

[자로-20] 자공이 공자께 물었다.
"어떻게 해야 선비라고 할 수 있습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자신의 행동에 대해 부끄러움을 간직하고 있으며, 사방에 사신으로 가서는 임금의 명을 욕되게 하지 않으면 선비라 일컬을 수 있다."
"감히 그 다음을 여쭙겠습니다."
"그 종족들이 효성스럽다고 칭찬하고, 고향 마을에서 공손하다고 칭찬하는 사람이다."
"감히 그 다음을 여쭙겠습니다."
"말하면 반드시 지키고, 행동은 반드시 과단성이 있어야 한다. 고집세고 완고한 소인이지만, 그래도 그 다음이 될 만하다."
"지금 정치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어떻습니까?"
"아! 다 (도량이) 잘고 (견식이) 얕은 인물들이니 어떻게 낱낱이 헤아리겠느냐." -52-53쪽

[학이-16]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 것을 걱정하지 말고, 내가 남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을 걱정하라."
=>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 것을 지나치게 걱정하면 남의 노예가 되어 곡학아세 하기 쉽습니다. 나를 알아주고 말고는 어차피 남의 일입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내가 주체가 되어 남을 인정하는 일이지요. 그렇지만 남과 더불어 살면서 남의 인정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공자도 때로 "나를 알아주는 이가 없구나!" "나를 알아주는 것은 하늘일 것이다"라고 탄식한 것이겠지요. -69-70쪽

[이인-14]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지위가 없는 것을 근심하지 말고 어떤 자리에 설 수 있는 자격을 갖출 것을 걱정하며, 자기를 알아주지 않는 것을 근심하지 말고 알아줄 만하도록 애써야 한다." -73-74쪽

[계씨-9]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나면서부터 아는 사람이 최고이고, 배워서 아는 사람은 그다음이고, 곤란을 겪은 다음에 배우는 사람은 또 그다음이고, 곤란을 겪고도 배우지 않으면 그런 사람은 최하이다."

[양희-3]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오로지 가장 총명한 사람과 가장 어리석은 사람만이 변화할 수 없다." -88-89쪽

[헌문-5]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덕이 있는 이는 반드시 말을 잘하지만, 말 잘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반드시 덕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인한 사람은 반드시 용기가 있지만, 용기 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반드시 인한 것은 아니다." -113쪽

[양화-6] 자장이 인에 대해 묻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다섯 가지 덕행을 천하에 실행할 수 있다면 인이 될 수 있다."
"그것이 무엇입니까?"
"공손함, 너그러움, 믿음, 민첩함, 은혜이다. 공손하면 모욕을 당하지 않고, 너그러우면 많은 사람의 지지를 받고, 믿음이 있으면 남이 일을 맡길 것이고, 민첩하면 공적을 올리게 되고, 은혜를 베풀면 남을 잘 부릴 수 있을 것이다." -117쪽

[양화-8]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유야, 너는 여섯 가지 글자에 따르는 여섯 가지 폐단을 들었느냐?"
"아직 듣지 못했습니다."
"앉아라. 내 너에게 말하여 주겠다. 인을 좋아하면서 배우기를 좋아하지 않으면 그 폐단은 어리석음이요, 총명함을 좋아하면서 배우기를 좋아하지 않으면 그 폐단은 방종이요, 신실함을 좋아하면서 배우기를 좋아하지 않으면 그 폐단은 협애함이요, 곧음을 좋아하면서 배우기를 좋아하지 않으면 그 폐단은 박절함이요, 용맹을 좋아하면서 배우기를 좋아하지 않으면 그 폐단은 난폭함이요, 굳셈을 좋아하면서 배우기를 좋아하지 않으면 그 폐단은 광망함이다." -118-1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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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주나무 2007-02-21 0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근데 아프 님의 영화 리뷰들은 다 어디 갔나요. 목록표 좀 맹글려고 했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없군요...

마늘빵 2007-02-21 0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제 영화리뷰 페이퍼에 있어요. '나쵸&콜라'에. ^^

2007-02-22 14:3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