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軍 불온서적 42권



2011년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국방부에서 열심히(?) 군 불온 서적 42권을 발표해주셨습니다. 2008년 첫 선정 때 공전의 히트를 친 <나쁜 사마리아인들>에 이어 이번엔 어떤 책이 베스트셀러가 될지 궁금합니다. 바람으로는 <삼성왕국의 게릴라들>이나 이번에 내려오신 김진숙 님의 <소금꽃나무>, 예상으로는 베스트셀러 작가인 장하준 님의 <국가의 역할>을 꼽아 봅니다.
2008년 선정 당시 대체 불온 서적을 선정하자는 이벤트를 벌인 바 있었는데, 이번엔 이벤트까지는 귀찮고, 그냥 혼자서 대체 불온 서적을 골라봅니다. 국방부의 선정 목록이 안타까운 건 근래 나온 좋은 불온 서적들이 많은데, 아마 선정 작업이 신속하지 않은 지 다 빠져버렸다는 겁니다. 최근 인기가 많은 나꼼수 시리즈를 지나칠 수는 없습니다. 반정부, 반미, 친북, 좌파, 국가 전복, 간첩 뭘 갖다 붙여도 이들의 불온함을 수식할 수 없을 테니까요. 2011년 한국 땅에서 가장 불온한 이들입니다. 물론 제가 나꼼수에 살짝 비판적이거나 김어준의 가치관이나 메세지에 동의하지 못하는 점은 별개입니다. 이들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이들이 가장 불온하다는 건 '추정'이 아닌 '팩트'이니까요.
나꼼수





모두 따끈따끈합니다. 정봉주 님 책은 아직 예약 판매만 받는 거 같고, 실체는 구경을 못하였고, 본인이 나꼼수에서 말하길 "최초로 정치인이 직접 쓴 책"이라고. 김어준, 지승호 님의 <닥치고 정치>도 추천합니다. 다만, 추정과 팩트는 받아들이되 가치 판단은 걸러서 읽어야. 김어준 님은 '노빠'의 기준에서 바라봅니다.
조국




조국 교수 책도 몽땅 불온 서적입니다. 너무나도 불온합니다. 선정해주세요, 국방부. <보노보 찬가>와 <성찰하는 진보>는 뜨기 전에 나온 책인데 판매량이 저조하니 함께 많이 팔아주시고, 중앙에 제목이 희미한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위하여>야 말로 조국 교수가 낸 책 중 핵심입니다. 나온지 오래됐다고 무시하지 마시고, 책도 얇고 값도 싸니 많이많이 읽어주시라는. 참고로 이 책은 제 인생의 책 중 하나라는.
안철수



나꼼수보다도 어쩌면 더 불온한 사람입니다. 본인은 대통령 자리와 거리를 두는데, 다수의 시민들은 그가 대통령이 되기를 원합니다. 언제 이런 대선 후보가 있었답니까? 부동의 지지율 1위 박근혜 님을 물리치고 앞서 나가고 계십니다. 혹자는 그를 '합리적 보수주의자'라고 평하는데, 이 평에는 저도 동의하고, 한국 땅에서 합리적 보수주의자를 찾아보기 힘들어서인지 더 희소 가치가 있는 것 같습니다. 친북좌파, 좌빨, 불온 세력으로부터 나라를 지켜야 하는 국방부 입장에서는 합리적 보수주의자도 불온한 인물입니다. 국방부는 합리, 합당, 상식과 같은 말도 싫어하기 때문입니다.
삼성




삼성은 불온하지 않죠. 절대 불온하지 않죠. 아마 국방부에서 쓰는 상당수 물건들도 삼성 제품이 아닐까 추정합니다. 추정입니다. 추정. 위의 네 책은 하나도 뺄 수 없습니다. 몽땅 필독. 나도 공범이니 잡아가라며 삼성에서 본인이 저지른 과오들을 몽땅 공개하고, 공범들의 실명도 밝혔건만 삼성 왕국의 장학생들은 본인에게 장학금을 수여한 위대한 분에게 절대 해가 될 짓은 하지 않았습니다.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을 생각한다>. 끔찍이 생각합니다. 삼성에 충성하는 책이니 취업을 앞둔 국군 장병들에게 많이 보내야 합니다.
오른쪽 <삼성을 살다>는 삼성에서 상사에게 수차례 성추행을 당한 직원이 회사에 고했으나 오히려 본인만 이상한 사람됐고, 열심히 맞서 투쟁하다 승소한, 하지만 직장은 잃은 전 삼성 직원의 책입니다. 그녀는 직장 대신 자기를 택했습니다. 자기를 버리고 직장과 돈을 택한 이들이 많은 사회에서 그녀는 참으로 이상한 사람임이 틀림 없습니다. 그 옆에 <삼성이 버린 또 하나의 가족>은 어제인가 나온 따끈한 책입니다. 전남대 철학과 김상봉 샘이 추천사를 쓰셨습니다. 열심히 반도체 공장에서 청춘을 바쳤으나 돌아온 건 질병과 죽음뿐. 삼성 입사 지원생들은 꼭 읽고, 반도체 공장으로 가세요. 돈은 많이 줄지도 몰라요. 건강이 뭐 필요 있어요? 돈 많이 벌면 돼요.
<굿바이 삼성>. 철학자 김상봉 샘 이외에 많은 분들이 글을 하나씩 보탰습니다. 상봉 샘은 '토 삼성 격문'이라고 하여 삼성 불매에 앞장서기도 했습니다. 나꼼수 김어준은 이건희가 문제지 삼성이 무슨 문제냐, 둘은 별개다, 라고 <닥치고 정치>에서 이야기하는데, 천만에 말씀 만만의 콩떡. 참으로 순진한 발상이십니다. 삼성 불매의 목적은 삼성을 망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삼성에서 이건희에게 붙어서 검찰, 경찰, 법원, 행정, 국세청 등에서 장학생을 키우고 있는 공범들과 삼성에서 열심히 몸바쳐 일하면서 간접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는 분들에게 보내는 경고 메세지입니다. 훔치라고 지시한 사람만 범죄자인가요? 아니죠. 훔친 사람도 범죄자죠.
강준만



아무리 이분이 요새 조용하게 사신다지만 빠뜨리면 서운하죠. 강준만 님이 얼마나 불온한데. 근래 나온 <강남 좌파>만 봐도, 제목에 '좌파'가 들어갔는데, 국방부 이 사람들 너무 일 설렁설렁 하는 거 아니에요? 제목만 봐도 집어넣을 수 있는데 왜 뺐어요? 아무래도 선정 위원들은 책을 잘 안 읽나봅니다. 교체! 가운데 묶음 책은 <한국 현대사 산책>시리즈입니다. 한두 권이 아니에요. 강준만 님께서 30년대부터였나 현대까지 쭈욱 다 쓰셨는데 시리즈 다 합치면 어마어마 합니다. 전집 좋아하는 가정에 하나씩 놓으세요. 문의는 인물과 사상사로. 한홍구의 <대한민국사>도 불온 서적인데 강준만 님 <한국 근대사 산책>, <한국 현대사 산책> 시리즈 빼먹으면 많이 서운하잖아요.
젤 오른쪽은 <룸살롱 공화국>. 한국의 룸살롱 문화에 대해서 살피신 책인데, 룸살롱 좋아해서 그런 건가요? 왜 빼먹으쏐쎼요? 국방부 분들이 아무리 룸살롱을 좋아해도 그렇지, 이런 걸 빼먹으면 어떡해요. 얼른 선정해주세요. 국방부 분들만 몰래 사다 읽지 말고. 청와대에도 하나 보내서 읽어보고 가카께 여쭈세요. 가카, 이 정도면 불온 서적으로 선정해도 되지 않겠습니까? 참고로 어떤 여자가 서비스가 좋은 지는 안 나와요. 너무 기대하지는 마세요.
정의







2010, 2011년 한국 사회를 강타한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국방부 님, 이렇게 화제가 됐는데도 이 책을 왜 안 뽑으셨어요? 선정 도서 목록이 너무 부실하니까 손수 이렇게 뽑아드리잖아요. 불온해요. 불온해요. 이 책. 감히 정의를 묻다니, 어디 한국 사회에서 감히 정의를. 정의는 가카께만 있는 거야! 자매품 <어린이를 위한 정의란 무엇인가> 선정해주세요. 장병 분들이 어린이는 아니지만, 읽을 수는 있잖아요. 위험해요. 샌델이 쓴 다른 책들도 선정 목록에 올려야죠. 모두 정의에 관해 말하는 책이에요. 아, 도덕에 대해서도 말해요. 가장 도둑적인!, 아니 이런 손가락이 그만, 때치!, 가장 도덕적인 정권이라고 당당히 선포하신 가카께 왜 도덕이냐고 물으면 안 되죠.
샌델 이전에 '정의론'이라는 학문을 정립한 롤스의 <정의론>도 불온하죠. 이 책에서 뭐라고 하는지 알아요? '최소 수혜자의 이익 극대화의 원칙'이라고 해서, 최소 수혜자, 그러니까 쉽게 말해서 사회에서 가장 못 가진 사람의 이익이 우선시되게끔 정책을 실현하라는 거에요. 어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어! 취업을 못하면 니가 못난 탓이고, 월세를 살면 니가 능력이 없어 돈을 못 번 탓이지, 어디 사회 탓을 하고, 먼저 챙겨달라고 징징대. 우리 가카께선 절대 그러실 분은 아니라고 추정하지만, 혹시나 모르니 검토해주세요.
* 자, 이렇게 진짜 불온 서적들을 추천해드렸으니 얼른 선정해주세요, 국방부. 손가락 아파서 이 정도만 할게요. 위원님들 모셔놓고 오랫동안 고심한 결과가 2011년 불온 서적 목록이라면 너무 실망이에요. 위원님들 일 제대로 안 했어요. 다음부터 선정할 때는 저한테 외주주세요. 깔쌈하게 목록 만들어 바칠 게요. 위 목록도 목록 구성하는 데는 5분도 안 걸렸어요. 쓰느라 시간이 걸려서 그렇지. 부탁해요. 저한테 외주로 빼세요.
* 독자 여러분께서는 위의 책들을 '사서!' 읽으시고, 많이 사셔서 군 복무하는 아들, 딸, 친구, 선배, 후배, 아는 오빠, 아는 동생, 옆집 청년께 보내주세요. 절대, 절대로 내무반 보안 검사해도 안 걸리는 책이에요. 안전합니다. 장바구니,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