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 공간에서 글을 쓴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인터넷 공간 중에서도 개인 주소를 가지고 있는 홈페이지냐, 아니면 미니 홈피냐, 포털의 블로그냐에 따라서 그 성격이 조금씩 달라지기도 한다. 개인이 만든 홈페이지의 경우 포털에서 잘 검색되지도 않고, 방문객이 지인 등 제한적이다. 미니홈피의 경우 기본적으로 업체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라 누구나 접근하기는 쉽지만 방문객이 어떤 콘텐츠를 볼 수 있는가는 순전히 운영하는 이에게 달려 있다. 많은 사람들이 '전체'에게 개방하기보다는 일촌만 볼 수 있도록 하고, 그 중에서도 그룹을 나누어 제한한다.
포털 블로그의 경우는 좀 다르다. 포털에 속한 블로그는 무엇을 쓰든 포털 검색에 먼저 보이고, 방문객이 많은 블로그라면 더더욱 쉽게 노출된다. 알라딘은 어떤가. 알라딘에서 개인이 서재를 운영하며 작성하는 콘텐츠도 포털에 검색된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는 않다. 다만 노출의 빈도 문제일 것. 포털 블로그처럼 일일 방문객이 많은 것도 아니고, 검색으로 들어오는 경우보다는 알라딘이라는 공간 안에서 서재를 운영하거나 서재를 운영하지 않더라도 책, 음반, 영화 등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들어오는 경우가 많을 것. 이번 논란에서는 서재를 운영하는 한 알라디너의 글이 알라딘 고객 발송 메일에 링크되었고, 이를 타고 들어온 어떤 분이 호의적이지 않은 댓글을 남겼다. 댓글을 받은 알라디너는 충격 받았다. 그리고 해당 알라디너는 알라딘 운영상의 문제로 돌렸다.
인터넷에서 글을 쓴다는 것, 그 행위에는 내가 쓴 글을 불특정인이 볼 수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그 수가 백 명이건 천 명이건 글쓴이가 감내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내가 쓴 글에 대해 누군가 얼토당토않은 댓글을 단다면, 그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하든 아니면 그냥 무시하든 글쓴이의 마음이다. 때에 따라서는 어떤 글이 누군가에 의해 펌질을 당할 수도 있고, 펌글을 본 또다른 이가 본래의 블로그를 찾아와 댓글을 달 수도 있다. 댓글이 호의적일 땐 기분이 좋지만, 그렇지 않을 땐 별로일 것. 전자일 땐 글쓴이는 아무런 문제를 삼지 않을 것이다. 전자나 후자나 많은 이들이 본다는 점에서는 공통적인데 전자에 대해서는 문제 삼지 않으면서 후자에 대해서는 문제 삼는다면 이 또한 이상한 일.
알라딘 회사가 서재에서 화제가 되는 글들을 모아 메일로 발송했다고는 하나, 그 글을 선정한 데에는 어떤 정치성이나 모종의 의도가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 언제나 그랬듯이 이슈가 되는 글을 엮어서 발송한 것일 뿐. 문제는, 불특정 다수에게 글이 발송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 중 한두 명이 링크를 타고 들어와 호의적이지 않은 댓글을 남겼다는 데 있다. 해당 알라디너는 전자에 대해서 문제 삼고 있지만, 사실상 후자의 문제인 것. 만일 호의적이지 않은 댓글을 단 이가 아무도 없고, 칭찬과 동의 일색이었다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 주제가 정치적인 사안이었다고는 하나, 어떤 주제를 민감한 것으로 보고 어떤 주제를 그렇지 않은 것으로 볼지를 판단하는 것도 고역이다. '화제의 서재글' 코너에서는 많이 오른 주제인데, 막상 또 알라딘 측의 고객 메일에서 빼버린다면 혹자는 이를 정치적이라고 비판할 것. 알라디너들 사이에서는 화제 거리였는데, 화제가 된 글을 골라 엮는 메일 코너에서 제외하면 '제외했다는 그 자체로' 정치적이기 때문이다. 현 정부에 잘 보이려고 눈치를 보느냐, 는 등의 반응도 가능하다. 민감한 주제라고 빼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
누군가 인터넷 공간에서 글을 쓴다는 행위, 좀 더 구체적으로는 한 개인이 알라딘 내에 서재를 만들고 글을 쓴다는 것. 누구나 볼 수 있는 공개된 공간에 글을 쓴다는 것은, 그 글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을 의미한다. 신변잡기나 영화, 뮤지컬 이야기도 역시 마찬가지. 내 아이의 얼굴을 다수의 사람들이 보지 않기를 원한다면 내 아이의 사진을 올리지 말아야 하고, 내 계좌번호가 노출되지 않기를 원한다면 쓰지 말아야 하고, 내 직업과 내 학력 등이 알려지기를 원치 않는다면 이 역시 언급하지 말아야 한다. 나아가 내 정치적 성향, 가치관 등도 마찬가지.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생각을 글로 표현할 때도, 그 글을 공개했다면 그로 인한 책임도 개인이 져야 한다. 나 또한 성향을 드러내는 글을 많이 쓰는지라 이 점을 항상 의식하고 있다. 알라딘에서 쓰는 글 중엔 민감한 부분이 많고,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도 담고 있다. 이런 경우는 거의 없지만, 이미 쓴 글인데 나중에 어떤 이가 안 봤으면 하는 글은 비공개로 돌려놓기도 한다.
알라딘에서 '다음뷰'를 체크하면 포털 다음에 노출을 허락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나의서재&즐겨찾는 서재브리핑에만 노출함'을 체크하면 알라딘 내에서 나를 즐겨찾는 이들에게만 내 글을 공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알라딘 계정을 가지고 있는 이들만 댓글을 달 수 있게 할지, 아니면 불특정 다수 누구든 달 수 있게 할지도 개인이 선택할 수 있다. 신분을 알 수 없는 아무나 배설하는 댓글-익명으로도 합리적이고 합당하게 글을 쓰는 분들도 있다-을 보기 싫다면 차단하면 된다.
알라딘 회사 측이 고객들에게 발송하는 메일에 링크된다는 것이 당혹스러울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알라딘 회사의 문제인지는 의문이다. 당혹스러움이 잘못으로 바로 치환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무엇으로 인해 상처를 받았는지 확실히 인지하고, 그것이 메인에 링크됨으로 인한 것인지 아니면 그 링크를 타고 들어온 이의 댓글로 인한 것인지 구별할 필요가 있다. 후자라면 이 일을 계기로 공개된 공간에서 쓰는 글의 주제를 가리는 등 각 개인이 스스로 기준을 세워야 할 것이다. 어떤 민감한 주제에 대해서 공개된 공간에 글을 쓴다는 건 때로 많은 것을 감내해야 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처음엔 상처가 되지만 겪다보면 무던히 넘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