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서재 결산 2008
어제 알라딘 측에서 2008년 동안 활동한 서재지기들을 대상으로 63인의 '서재의 달인'을 뽑아 발표했다. 매년 알라딘에서는 이맘때쯤이면 제일 댓글이 많이 달린 서재, 댓글을 많이 쓴 서재, 페이퍼가 많은 서재, 리뷰가 많은 서재 등등의 항목별로 통계를 내는 작업을 했는데, 올해에는 그간의 통계와 두 가지 다른 점이 보인다. '서재의 달인'이 발표됐다는 것과 달인들에게 엠블롬이 하나 달렸다는 것이다. 대부분은 이곳에서 알고 지내는 분들이 올랐고, 알지만 교류가 없던, 혹은 알지 못했던 분들도 보이는데, 63인이 어떻게 나왔고, 어떤 기준으로 뽑혔는지는 모르겠다. 알라딘에서 내세운 기준은 다음과 같다.
"2008년의 서재활동을 하신 분들 중 리뷰/페이퍼/리스트/댓글/추천받은횟수/즐겨찾는서재된횟수/서재방문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2008년 서재의 달인"을 선정했습니다."
달인에 오르신 분들 중 서재의 달인 선정과 엠블롬에 불만을 가진 분들이 있다. 이런 거 받자고 서재 활동 한 거 아니고, 상(?)이 탐탁지 않을 수도 있다. 원래 플래티넘이라 이런저런 혜택(?)은 받고 있고, 상금으로 받은 만 원 상품권 정도만이 서재의 달인에게 주어지는 특별한 혜택으로 볼 수 있다. 달인에게 고작 만 원이 뭐냐, 하시는 분도 있을 것이고, 달인을 원치 않으니 만 원도 받지 않겠다고 하시는 분도 있을 수 있다. 어떤 분은 만 원 고맙다고 받으셨고, 어떤 분은 거부하셨다. 원하지 않으면 거부하는 거야 개인의 자유이니 이에 대해서는 말할 바 아니지만, 마치 서재 달인을 기꺼이 받아들이면 이상한 녀석처럼 보는 시각이 있어 고맙게 받은 한 사람으로서 한 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상(?)이 만들어진 건 올해 처음이니 이 상을 받기 위해 서재 활동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건 나뿐 아니라 달인에 오른 모든 분들이 다 그럴게다. 서재 활동한지 몇 년 지났고, 상 같은 건 기대한 적도 없으니, 그걸 목적으로 활동했다고 볼 수 없다. 어떤 분은 예스측에서 슈퍼스타 등의 세 개의 등급으로 나눴을 때 화를 냈던 이들이 왜 이번에는 화를 내지 않느냐고 말하기도 하는데, 엄연히 예스의 계급화와 알라딘 서재 달인은 차원이 다르다. 슈퍼 스타, 골드 스타, 블루 스타, 일반 평민의 계급과 알라딘의 서재 달인이 어떻게 같은지 설명해줬으면 좋겠다.
네이버 블로그에서는 매년 말에 영화나 책, 아니면 게시글 등을 통해 한두 명씩을 선정해 상을 주고 네이버 머시기라는 딱지를 붙여준다. 알라딘은 지금까지 매년 발표하던 것을 발표했고, 특별히 서재 달인을 발표해 상(만 원 상품권)을 주었을 뿐이다. 알라딘의 서재 달인도 이와 다를 바가 없다. 오히려 네이버처럼 거액(100만 원)이 아닌 가벼운 책 한 권 살 수 있는 돈 만 원을 줌으로써 귀여움(?)을 보여줬다. 비교대상을 삼으려면 예스의 네 개의 계급이 아니라 네이버와 비교함이 적절하다. 알라딘의 서재 달인은 예스의 카스트 제도식의 계급화와는 거리가 한참 멀다. 연말 결산해 활동이 많았던 서재지기에게 주는 상이라고 봐야 한다.
아직 선정된 다른 이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내가 예스의 계급에 화를 내면서, 알라딘의 이번 서재 달인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이유는 이렇게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서재 달인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이들에 대한 비아냥이나 비난은 부당하다. 서로 다른 A와 B를 가지고 같다고 말하며, A를 비난하면서 B까지 함께 비난해서야 되겠는가. 받기 싫은 사람이 이를 거부하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니 그 나름대로 존중해주면 될 것이고, 기꺼이 받은 사람들의 선택 또한 그 자체로 존중해주면 된다. 내가 받기 싫어 거부하는 것은 뭐라고 할 게 아니지만, 남이 즐거이 받은 것에 대해 비아냥대는 태도는 옳지 않다. 별로 탐탁지 않으면서 상품권은 챙기는 이율배반적인 태도는 또 뭔가.
알라딘에 수많은 제도가 생겨나고 폐지될 때마다 항상 이런저런 말이 많이 나왔는데, 이건 나쁘지 않다. 각 제도에 대한 개인의 생각을 발표하고, 내가 활동하는 이 공간을 꾸리는 운영진 측에 건의함으로써, 더 나은 방향을 모색해볼 수 있으니까 오히려 더 좋다. 그러나 항상 제도 자체에 대한 논의에서 벗어나 누군가를 비난하거나 조롱하거나 비아냥대는 이들이 한편에서 논의를 망치곤 했다. 할 말이 있으면 수면 위에서 정식으로 말을 쏟아내면 될 것이다. 태도를 명확히 하지도 않으면서 누군가를 비난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행태다.
이에 따라 드팀전님의 개인적인 수상(?) 거부는 존중하지만, 기꺼이 상을 받은 이들에 대해 비아냥대는 하이드님의 태도에는 화를 내지 않을 수 없다.